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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436화 (43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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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설이 뛰어온다 -->

2015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

얼핏 일방적으로 무너지는 듯보였다.

SKY T1 1,2세트를 가져오며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그랬던 분위기가 거짓말 같다.

세 번째 세트에서 완전히 반전됐다.

하지만 네 번째 세트는 불안 요소 그 자체였는데.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레전설이 뛰어온다. 도망가!〉

〈걸어와도 무서운 선수 아닙니까? 뛰어오면 그냥 공포죠 공포!〉

-뛰어와ㅋㅋㅋㅋㅋ

-이제 안 걷고 뛰는 거임ㅋㅋ

-레전설은(는) 뛰기를(을) 배웠다!

수많은 변수가 산재해있었다.

딜러 챔피언.

심지어 생존기도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과도 같았다.

야흐오가 탑을 갔다는 것부터가 엄밀히 따지면 밴픽이 꼬인 거다.

해설진들도 누차 언급을 했다.

그랬어야 할 상황을 본인의 슈퍼 플레이, 기량 하나로 풀어냈다.

─???: 어딜 보시는 겁니까?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존나 빨라 ㅅㅂㅋㅋㅋㅋ

└나루 입장에선 어이 터지겠다

└저걸 킬각 잡을 생각을 하네

└이러다 날아도 오는 거 아님?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걷기만 해도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레친놈.

뛰기 시작하자 완벽했을 대비가 무용지물이다.

미칠 거면 제대로 미쳐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 화젯거리는 따로 있다.

코돈빈이 바론을 뺏기며 분위기가 싸해질 뻔했을 때.

〈바론 버프가 살았으면 두 번째 세트처럼 상황이 묘해질 가능성이 분명 있었어요.〉

〈동의합니다. SKY T1이 꽝! 붙는 한타는 여전히 뒷심이 있어서…….〉

아니나 다를까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자 SKY T1의 구원 투수로 나타났다!

마치 그러한 느낌으로 커뮤니티에서 대차게 까였다.

여기서 또 바론을 내준다고?

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반년 정도면 풍월은 아니어도 이웃집 서당개와 친구 정도는 맺을 수 있다.

─???: 안녕 작은 유령 친구들? 나의 부탁을 들어주겠니?

코돈빈이라고 실력 있고 마음씨 고운 정글러가 있단다

만일 그가 위험에 처하면 그를 도와주게…… 나의 소중한 친구거든

└바론이 배신하니까 유령이 도와주네ㅋㅋㅋㅋㅋ

└정글 친구들이 힘을 모아 돈빈이의 고통을 덜어주었어요!

└이거 개그글인데 왜 눈물이 나냐…… 진짜 행복해라 코돈빈 ㅠ.ㅠ

└요약) 4세트 MVP 갓령!

상대의 바론 버프를 모두 뺄 수 있었다.

혹시 모를 가능성을 삭초제근, 완전히 뿌리 뽑았다.

그 과정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최대 화젯거리에 올랐다.

은혜 갚은 정글몹!

그토록 고통 받던 코돈빈이 구원 받았다.

정글몹의 대반란이라며 이슈를 몰고 오고 있다.

─갑자기 유령 젠된 게 우연이 아닌.EU

그거 먹고 탑 와^^

정글러를 노예처럼 부리던 악독한 탑솔러를 응징하는 정글몹들의 대반란!

└이게 맏따ㅋㅋㅋㅋ

└정도껏 부려 먹어야지!

└인과응보

└바론한테 뺨 맞았더니 유령이 도와주누ㅋㅋ

세간에서는 4세트 MVP는 유령이다!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워낙 자명하다.

세 번째 세트에 이어 존재감을 과시했다.

레전설의 야흐오.

상상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해냈다.

MVP로 선정되는데 이견이 갈릴 수 없다.

─???: 탑이 MVP를 받았다고?

너는 탑라이너가 아닌 것인가?

└잼할추

└잼할 점점 추한데ㅋㅋㅋㅋㅋ

└탑캐리 메타인데 캐리를 못하시는 ㅠ.ㅠ

└팩트) 탑이 아니긴 함

탑캐리 메타.

그 극한이 레전설의 손에서 펼쳐졌다.

극도로 불리했던 경기가 동점으로 따라붙게 한 일등공신이다.

네 번째 세트의 MVP로 선정된다.

그마저도 공훈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다.

해설자들의 입에서 칭찬이 마르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정말 벼랑 끝! 한 걸음만 더 물러서면 그대로 떨어지는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서 KTX의 구세주가 되었습니다. 2세트 연속 MVP가 전혀 과함이 없죠!〉

김은준 해설이 열변을 토해낼 만도 하다.

로드 오브 로드.

5대5의 팀 게임.

개인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레전설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첫 세트, 두 번째 세트의 패배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그런 극한의 조건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낸다.

〈저는 개인적으로 레전설 선수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잘하는 선수들이라도 분명한 약점이 있잖아요? 멘탈이라던지, 챔피언 폭이라던지…….〉

〈네, 레전설 선수는 멘탈적인 실수도 드문 편이고, 챔피언 폭은 따질 것도 없이 넓습니다.〉

-대신 인성 쪽 파라미터가……

-결승전이라 언급 안 하네

-참는 표정인데? 뭔가 목구멍까지 튀어 나왔는데?

-클끼리 기가 나루 직전ㅋㅋㅋㅋㅋ

가히 대단한 선수가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실력적인 면에서는 까낼 건수를 찾기가 불가능하다.

상상을 뛰어넘는 무자비한 캐리력으로 결국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다.

〈길고 길었던 결승전, 이번 롤드컵의 결말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결국은 돌고 돌아서 원점으로 왔다고도 볼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겁니다.〉

2015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

누가 이기던 마지막이 될 다섯 번째 세트다.

선수들은 긴장에 목이 메인다.

때문에 이전 세트보다 긴 휴식 시간이 배정됐지만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시간이 제법 흘렀다.

관중들도 체력적으로 힘들다.

이 추운 초겨울, 익숙하지 않은 의자에 앉은지도 벌써 수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청이 전혀 죽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에 열과 성을 있는 힘껏 쏟아낸다.

그 힘찬 응원과 열기 속에서 경기 준비를 마친 선수들의 모습이 확인된다.

〈결승전 하면 손에 땀을 쥐는! 그런 경기를 원하는 게 사실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좀처럼 그런 경기가 안 나오기 때문에 원하는 거기도 하거든요?〉

어느 때보다 흥분에 가득 찬 김은준 해설.

그의 말대로 결승전이라면 이 정도는 되길 원한다.

하지만 원하는 거지, 실제 그렇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역대 결승전 다 따져봐도 마지막 5전까지 간 적은 손에 꼽힌다.

한쪽이 와장창! 무너지는 경우가 오히려 흔할 정도다.

그렇기에 지금의 자리를 특별하게 생각해야 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5전 3선승제 5전에서 진 팀은 진 게 아닙니다~. 이긴 팀만 있는 거에요! 무슨 광고 표현 같은 말이긴 한데 이렇게까지 명경기를 치른 선수들에게 니네 왜 졌어! 이럴 수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진용준 캐스터도 고양감이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만한 자리.

언제 또 올지 감히 기약할 수 없다.

시작한다.

다섯 번째 세트의 밴픽이 막을 올린다.

이긴 팀, 최후의 승자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

긴장감이 사뭇 다르다.

밴 시간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

단순히 정보 누출 방지를 위한 심리전이 아닌 진지한 고민이 엿보인다.

〈SKY는 지금 고민이 진~짜 많을 거에요.〉

〈저도 그 생각했어요!〉

-또 미투?

-미투각이네

-언냐 나도 그 생각했긔!

특히 SKY T1쪽이 유난하다.

현장의 카메라가 부스 안을 비친다.

이전 세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격렬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당연하다.

동점 스코어, 2대2 라고는 하지만 따라잡히는 입장.

하물며 그 과정에서 골치 썩이는 픽이 두 가지나 나왔다.

〈박다균 감독은 머리가 너무너무 아파요. 귤플랭크, 나이즈, 파루스, 야흐오, 다리우트……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레전설이 잡았을 때 유난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챔피언이 한둘이 아니잖아요?〉

〈그렇습니다. 심지어 라인 스왑까지 고려를 해야 되죠. 저도 지금 예측이 안돼요.〉

밴픽 도사, 천기누설의 김은준 해설조차 혀를 내두른다.

별의별 짓 다 하는 선수고, 다 소화해내는 선수다.

매 경기의 강렬한 임팩트가 지워지지 않는다.

현실은 냉혹하다.

밴 카드는 고작 셋.

터무니 없이 적다.

저 괴물에게 채워 놓을 족쇄로는.

〈밴을 해도 문제에요. 이렇게 좋은 픽이 많이 열리면 레드팀인 KTX 롤러코스터는 가져갈 수 있는 OP챔피언이 너무도 많습니다.〉

당연히 첫 번째 세트부터 겪어왔다.

하지만 이만큼 긴장을 하지는 않았다.

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여유.

여유가 있다면 시험해볼 수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유가 사라지자 가능성을 논하기 망설여진다.

왜?

설사 90%라도 나머지 10%를 간과할 수 없다.

그것이 다전제의 마술이다.

〈다전제입니다. 따라잡히는 쪽이에요. 패패승승승이라는 드라마 같은 결말의 분기점까지 왔기 때문에 긴장감이 더할 수밖에 없죠.〉

〈제가 해봐서 잘 압니다. 패패승승까지 오면 공기가 달라져요. 리드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역시 패패승승승의 대가!

-얼밤 스코어 패패승승승ㄷㄷ

-CLC EU잡았었을 땐가?

-벌써 3년 전이네

2012 섬머.

패패승승승의 드라마를 써내렸다.

클끼리 해설은 당시 그 주역이었다.

그런 만큼 알고 있다.

코너에 몰린 건 따라잡힌 쪽.

SKY T1의 부스 안이 분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대로 따라잡는 쪽인 KTX 롤러코스터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

경험자인 만큼 추측이랄 것도 없다.

실제로 그렇게 보이기는 하는데.

〈여유가 좀 많이 있는 것 같죠?〉

〈의자왕이네요.〉

-의자왕ㅋㅋㅋㅋㅋ

-리야아아!!

-어깨 주물러주네

-시집살이 하는 유리야……

그 여유가 조금 짙어 보인다.

KTX 롤러코스터의 부스 안.

관중들도 느끼리 만큼 자잘하게 흐르는 대기의 긴장이 유독 한 선수에게만은 예외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중국을 제외하면 수백만.

중국을 포함하면 1억을 넘어가는 온라인 시청자들.

중국산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모든 이들의 이목이 한 점에 쏠렸다는 사실이다.

과연 레전설이 무슨 픽을 할지.

〈레전설의 선택은 아직 알 수 없지만 SKY T1은 짐작이 됩니다. 나이즈를 가져올 것 같아요.〉

그보다 먼저 픽이 된다.

블루팀인 만큼 당연하다.

밴픽 도사라는 이명답게 이미 추측을 마쳤다.

김은준 해설의 예고대로 나이즈가 칼같이 선픽 된다.

〈천기 누설.〉

〈은준좌께서 천기 누설하셨습니다……!〉

〈으하하하핰!〉

-또?

-아, 또 미래 보고 왔네

-어쩜 저리 잘 맞추지?

놀림을 받을 정도로 잘 맞춘다.

어떻게 보면 정말 신기하다.

하지만 근거를 들어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저는 사실 마지막으로 아이언카이저나 갈리스타쯤 자르고, 미드를 숨길 줄 알았는데 역시 SKY T1! 한술 더 떴습니다. 카시오가피를 잘랐다는 건 나이즈를 무조건 가져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에요.〉

이는 레전설이 하지 못하도록 훔쳐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 카시오가피.

레전설이 즐겨 쓰기는 하나 자를 필요까지는 없었다.

커뮤니티에는 눈치챈 사람이 몇 명 정도는 보인다.

─테이커 나이즈함! 테이커 나이즈함! 테이커 나이즈함!……

테이커 나이즈에 내 손모가지 검

└워워, 진정하시고

└오~ 진짜 맞췄는데?

글쓴이-야흐오, 카시오가피=나이즈 카운터 ㅍㅌㅊ?

└ㅆㅅㅌㅊ

얼핏 카운터 자르고 픽을 기용한 것처럼도 보인다.

30점짜리 정답이다.

SKY T1이라는 명문팀이 짜내고 짜낸 수많은 고민이 담겨있다.

〈어차피 미드를 숨겨봤자 블루팀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는 못 숨겨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좋은 픽을 가져오겠다는 판단이네요.〉

〈맞습니다. 미드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에요. 대신 이러면 KTX는…… 그렇죠. 탑캔치와 아이언카이저까지!〉

앞서 언급했던 대로 대신 다른 OP챔피언들을 둘이나 가져올 수 있다.

하나를 내주고 둘을 가져왔으니 레드팀인 KTX가 이득을 보는 구도.

얼핏 그런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레전설인데……

-레전설 저격 오지게 해서 가져올 게 없음

-테이커도 나이즈 존잘이라 이건 모르겠다

모든 이들의 이목이 한 점에 쏠렸다.

레전설의 픽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

다른 선수들도 물론 잘하고, 스타 선수고, 언제든 캐리할 잠재력을 보유하긴 했으나 손색이 있는 게 사실이다.

선택의 시간.

의외로 고민은 길지 않았다.

레전설이 무엇을 할지 확연하게 보이고 해석된다.

〈나올 만은 했는데…… 잠깐만요?〉

〈이러면 결국 날아가는 걸 선택한 게 되거든요?!〉

〈날아가 크하핰!〉

걷고, 뛰기에 이어 날아가는 것이 예고되었다.

========== 작품 후기 ==========

크리스마스입니다

독자님들 메리 크리스마스!

의외로 완결이 갑작스럽다고 느끼시는 댓글들도 있네요

전부터 예고를 했던 부분인데 ㅠ.ㅠ

깔끔하게 낼 거고, 전작과 달리 거의 바로 후속작 들어갈 예정입니다

#433화 테이커 등장씬이 일부 수정 및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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