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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설이 뛰어온다 -->
휘익!
휘익!
질풍보를 내디딘다.
아주 빨리.
마치 뛰어오는 것처럼 보이는 광경이다.
노림 당하고 있는 상대.
나루는 당연히 사리고 있었다.
야흐오가 다가오면 언제든 뺄 준비를 했다.
「발암을 맞아라!」
부메랑을 던져서.
바람에 막혀 사라진다.
나루의 대비가 우습다는 듯 한순간에 거리를 좁혔다.
휘리링!
현저한 이동 속도의 차이.
분명 모니터 화면 저 끝에서 끝이었을 거리가 어느새 코앞이다.
나루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야흐오한테 스치는 순간 얄짤도 없다.
생존기에 점멸까지 써서 도망간다.
뛰어오는 레전설이 이토록 무섭다.
-빤스런의 극의
-호다다다다다닥!
-속옷 달리기ㅋㅋㅋ
-빤스는 입고 가야지~
왕린의 대처는 분명 깔끔했다.
자신이 처한 처지를 이해하고 있다.
팀게임을 하다 보면 망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다.
〈따라가서 결국 점멸 뺐어요! 나루는 주마등을 보았을 것 같습니다.〉
〈이동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와…….〉
최근 솔로랭크에서 유행하는 템트리다.
삼종신기에 스태틱.
그 유틸성은 종잡을 수가 없는 수준이다.
레전설이 하자 진가가 배가 된다.
속도를 극한으로 살려 따라붙는다.
나루의 점멸을 뺀 것은 스플릿에서도, 한타에서도 적지 않은 이득이다.
휘익!
휘익!
그럼에도 만족하는 기색이 없다.
미칠 듯한 속도로 미니언을 타고 질주한다.
순식간에 나루의 코앞까지 당도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루다.
부실하긴 해도 방어 아이템을 갖췄다.
분노도 찼기 때문에 변신하면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발암을 맞아라!」
반항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이다.
해설자들이 열광하며 짚고 있는 바로 그 구도.
야흐오의 돌풍 장막에 나루의 부메랑이 먹혀 사라진다.
부랴부랴 변신해서 내려 찍는다.
궁극기로 밀쳐내는 등 안간힘을 다한다.
그마저도 야흐오의 손바닥 위.
스턴을 피하며 이동 속도 차이로 따라가 사각사각 썰어버린다.
〈나루가 아~~~무것도 못해요. 부메랑 빠지고 스턴도 못 맞히니까 도망을 갈래야 갈 수가 없죠!〉
김은준 해설의 목소리가 고양될 만도 하다.
저 선수를 대체 어떻게 막아?
세체바에 이어 세체탑까지 노리던 왕린이다.
이전 세트와 다름 없는 상황이다.
탑 차이가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터져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왕린이 이렇게 무력한 거 처음 보네
-처음은 아니지ㅋㅋㅋㅋㅋㅋ
-레전설이 인간 상성이야
-사스가 담당 일찐……
적수가 없을 것만 같았던 패기.
레전설의 앞에 서자 거짓말 같다.
레전설이 왕린을 완벽하게 압도한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사이드 라인 주도권이 아예 없는 수준이다.
보자마자 눈 뜨고 잡히니 속수무책이다.
봇라인 2차 포탑이 생으로 밀린다.
〈나루가 최소 억제책은 돼줘야 하는데…… 이렇게 대놓고 뚫리면 포탑을 막을 인원 배분이 안됩니다.〉
〈문지기가 하이패스에요! 평일날 톨게이트처럼 빵빵 뚫리는 거 아닙니까?!〉
-용준좌 대흥분ㅋㅋㅋ
-아재 드립
-평일날 톨게이트가 그렇게 빵빵 뚫림?
당연히 휴일이나 주말보다는 평일에 고속도로가 한가롭다.
사이드 라인이 레전설에 의해 한가로워졌다.
저 미친 야흐오를 대체 어떻게 막아야 할지.
─더블 킬!
SKY 테이커님이 학살 중입니다!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론 지역에서 일어난 교전.
테이커의 미드 리픈이 대활약한다.
〈테이커가 해줬습니다! 이러면 SKY도 따라갈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거에요.〉
추가적인 이득까지는 없었다.
두 명을 자르는 데서 그쳤다.
하지만 테이커가 성장했다.
챠락, 챠작!
나루를 대신해 사이드 라인을 막아 선다.
일촉즉발.
야흐오도 방금 전과는 대응이 다르다.
-사람 가리는 거 보소!
-왕린이랑 달리 안 만만해서ㅋㅋ
-상성이 있는데 당연하지
야흐오의 장막은 원거리 투사체를 막는다.
나루처럼 무언가 날리는 상대에게 강하다.
반대로 근접 브루저에게는 취약하다는 게 세간의 정설이다.
괜히 덤볐다가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수가 된다.
애초에 덤빌 이유가 없다.
이렇게 서로 마주하기만 해도.
〈SKY는 어떻게든 싸움을 만들어야 해요. 시간을 허용하면 허용할수록 조합이 더 탄탄해지는 건 KTX쪽입니다.〉
야흐오가 불안했던 거다.
전체적인 조합은 KTX 롤러코스터가 좋다.
조합의 밸런스도, 안정감도, 성장 기대치도 모든 면에서 우위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조급한 건 SKY T1이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
그럴 만한 행동력을 가진 팀이다.
〈그러니까 싸웁니다! 우르프가 살금살금 가고 있어요.〉
〈이거 몰라요? 아래쪽에 시야 하~나도 없습니다 KTX?〉
모른다.
몰라도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KTX 롤러코스터는 바론쪽 시야 장악을 마쳤다.
아래쪽에 상대가 보이면 땡큐!
사이드 주도권을 활용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그렇기에 우르프는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다.
〈이건 웬만하면 잡는 그림이긴 하거든요?!〉
김은준 해설이 격앙해 소리친다.
타이밍도 날카롭고, 호응도 좋다.
그림 자체는 진짜 꼼짝 없이 죽었다.
뒷말이 생략되어 있다.
레전설이라면 혹시 모른다.
일련의 가능성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휘익!
휘익!
미니언을 미친 듯이 탄다.
얼핏 불규칙해 보이는 움직임.
죽기 직전의 우리팀 야흐오가 떠오른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상이하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근거가 있다.
근거 좋아하는 김은준 해설의 입이 떡 벌어져 있는 이유다.
쿵! 쾅!
그런데 그래봤자 CC기에 장사 없다.
광우스타의 쿵쾅이 야흐오를 띄운다.
부딪히기가 무섭게 테이커가 검을 뽑고 달려든다.
순삭.
보는 이들의 머릿속에 그려진다.
탑이기 때문에 탈진도 없고, 별다른 변수가 없다.
휘익!
휘익!
결코 틀린 추측이 아니다.
한 가지 감안하지 못했을 뿐이다.
레전설이라는 선수가 변수 그 자체.
단순히 피하기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교차하며 은근하게 칼날이 스쳤다.
이미 칼끝에는 회오리가 모여있다.
「다대기!」
테이커는 피했다.
우르프는 피하지 못했다.
순간적인 1대1 구도가 관중들의 이목을 사로 잡는다.
콰항!
내려쳐지는 3타가 야흐오의 숨통을 끊는다.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했어야 했다.
피한 건 레전설도 마찬가지다.
사각!
싸캉!
피하며 벤다.
어느새 다시 모여있다.
그리고 레전설은 점멸이 있다.
세 가지 근거가 하나의 답을 유추한다.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KTX 레전설님이 SKY 테이커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야흐오의 칼질에 살아남지 못했다.
노련했을 협공이 갱승으로 끝난다.
레전설의 슈퍼 플레이가 소환자의 전장을 지배한다.
아니, 경기장까지 지배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메르세데츠 벤츠 아레나.
3만 명이 응원하는 드넓은 경기장.
열광하는 환호 소리에 한순간 파묻힌다.
〈이래서 웬만하면 잡는다고 말씀드렸던 건데…….〉
〈레전설이잖아요! 레전설해버리면 알다가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The 킹갓 엠퍼러……
-레친 새끼 또 매드무비 찍네ㅋㅋㅋㅋ
-탑똥 넘쳐 흐른다!
그 임팩트가 어마어마하다.
상대가 어중이떠중이, 혹은 말린 것도 아니다.
1대2의 없었을 변수를 만들어내는 마술.
〈초고수들간의 대결입니다! 스펠 한 장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앞선 한타에서 점멸이 빠졌던 게 치명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한 끗.
작용하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종이 한 장이다.
레전설에게는 그조차 두껍다.
그렇게 본연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문제는 위쪽이다.
AOS게임은 현재 진행형으로 10명의 플레이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인다.
〈일단 광우스타가 궁 쓰고 점멸로 살아 돌아가서 SKY도 최악의 최악까진 아니에요.〉
〈반대편을 봐야 되거든요? 지금 바론쪽 상황이 어떻죠?!〉
옵저버만 고생이다.
봇라인 조명한지 얼마나 됐다고 바론 지역이 말썽이다.
잠깐을 지체하기에는 워낙 큰 교전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시간이 찾아온다.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SKY T1이 가졌던 제 2의 목적이다.
상대가 만약 바론을 친다?
지금 뱅기의 폼이라면 뺏을 수 있다.
상대 정글러가 가진 징크스가 확신을 더해준다.
-코돈빈 개새끼야아!!
-이걸 강타가ㅋㅋㅋㅋ
-아차! 잊고 있던 그들의 강타!
-어떻게 한 번을 못 먹네
봇라인의 참사로 묘해졌던 상황.
나머지 하나의 의도를 성공하며 급한 불을 끈다.
아니, 바론 버프로 이득을 보면 역전도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의도를 가진 건 SKY만이 아니다.
호롱!
콰드득!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고 어찌 모를까?
만에 하나 뺏겨도 손해는 보지 않겠다.
그러한 설계를 그리고 시행했다.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찌그러뜨린다.
뱅기와 황금수염이 마무리된다.
살아남은 것은 왕린 하나.
〈살아야 돼요! 우주 끝까지 도망가서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본인이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는 바론 버프다.
살아서 귀환만 하면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나루다.
슈룽~!
날아가는 부메랑이 랙싸이의 발을 늦춘다.
카이팅과 도주에 둘째 가라면 서럽다.
야흐오만 아니면 안 잡힌다.
그렇게 살아 돌아가는 듯 보였다.
고작 한 걸음.
곧 있으면 점프의 쿨타임이 돌아온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유령! 유령 젠됐어요! 부메랑 막혔는데요?!〉
〈아니, 거기서 어떻게 유령이…….〉
-?????
-정글몹의 대반란!
-왕린 안되는 날ㅋㅋㅋㅋㅋ
갑작스레 젠된 유령.
부메랑이 나아갈 길을 가로막는다.
랙싸이가 추적할 잠깐의 시간을 벌었다.
─KTX 코돈빈님이 SKY 왕린님을 처치했습니다!
점멸 에어본을 당하며 공중에서 처참하게 찢긴다.
원통하겠지만 서로가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되느냐.
─KTX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SKY 우르프님이 KTX 레전설님을 처치했습니다!
SKY 우르프님이 KTX 레전설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그리고 바론 버프를 다 뺐냐다.
홀로 포탑을 수성하던 광우스타.
레전설이 우격다짐으로 결국 잡았다.
국산 소가 아닌 듯 제법 질겼다.
애초에 챔피언 자체가 쉽게 잡긴 글렀다.
포탑 딜로 인해 동귀어진이 되기는 했으나.
〈바론 다 뺐습니다! 레전설 슈퍼 플레이!〉
〈슈퍼 플레이를 워낙 밥 먹듯이 하는 선수다 보니까 일일이 말하기도 좀 뭣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KTX의 넥서스지
-광우스타 잡은 것 정도가 평가 잣대가 아니라서
팀이 가장 원하는 플레이.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해낸다.
KTX 롤러코스터가 네 번째 세트를 잡아낸다.
* * *
바론은 뺏겼지만 바론 버프를 모조리 뺐다.
없던 일로 백지화시켰다.
이후의 한타는 쉬운 일.
조합 자체가 워낙 우위다.
상대는 거의 올AD에 가깝다.
힘의 차이까지 벌어지니 한타가 성립이 안된다.
그렇게 네 번째 세트를 가져왔다.
2 대 2의 동점.
그것도 따라붙은 쪽이다.
긴장감만이 가득했던 부스 안이 조금은 풀린다.
'나 빼고.'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황신의 저주.
생각 이상으로 질기다.
달래만 끼면 만사 OK일 줄 알았는데.
"그냥 황신과 상관 없이 강타가 고장 났나?"
"응~?"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새어 나왔다.
다행히 헤드셋을 끼고 있어 안 들린 듯하다.
코돈빈의 해맑은 표정을 뒤로 하고.
'결국은 모진 시련이 있다는 거야.'
슬슬 감이 온다.
네 번째 세트임에도 등골이 오싹했다.
마지막 세트는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상상이 간다.
구체적인 예상은 당연히 안된다.
우르르 꽝꽝!
무슨 천재지변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아.
한 가지 확실한 건 일어나긴 할 거라는 부분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매정하기는 하지만 시행할 때다.
'황신의 저주 때문에 변수가 생기는 거라면.'
황신이 저주를 안 내리게 만들면 된다.
생각할 것도 없이 간단한 일이다.
========== 작품 후기 ==========
오늘부터 1화씩 올라갑니다
사유는 완결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달래가 팀에 들어간 이유 등 떡밥 회수와 마무리 깔끔하게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