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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설이 뛰어온다 -->
KTX 롤러코스터의 마지막 픽이 나왔다.
스왑이라던가, 변수라던가 그러한 여지가 없다.
코리아나는 명실상부 미드 말고는 가는 라인이 없는 픽이다.
〈저는 결국 레전설 선수가 결단을 내렸다고 봅니다. 탑캐리 메타다. 그러니까 탑에서 신명나게 싸워보자!〉
2015 시즌.
탑라인의 캐리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다.
해설진들이 대놓고 언급할 정도로 탑라인을 좌시할 수 없다.
레전설이 또다시 왕린의 앞을 막아선다.
십중팔구 그렇게 되리란 게 자명해졌다.
그 선택 자체는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포지션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
-찰지구나!
-야흐오 탑 가면 찰지게 두들겨 맞지 않나?
-아, 여신님도 걱정되는데……
동시에 불안감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미드도, 탑도 정상적인 구도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충수, 자멸하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저는 미드 라인은 좋다고 봅니다.〉
〈저도 그 생각했어요.〉
-미투준ㅋㅋㅋ
-#METOO #나도그렇긔
-미드가 테이커의 리픈인데?
그렇기 때문이다.
야흐오를 카운터 치기 위해 꺼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
〈카운터를 칠 때나 괜찮은 거지, 아닐 때는 라인전도 힘들고 포지션 역할도 애매해지는 게 미드 리픈입니다.〉
김은준 해설이 미투를 한 이유다.
그 근거를 차근차근 풀어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미드 상성은 KTX 롤러코스터에 유리하게 돌아간다.
때문에 레전설의 선택은 격찬을 받고 있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훌륭하다.
상대의 카운터 픽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문제는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부분이에요.〉
〈맞습니다.〉
그 짐을 대신 짊어져야 한다.
미드로 갈 야흐오가 탑으로 빠진다.
미드 리픈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
-The Science!
-탑야흐오 개트롤픽인데……
-심지어 상대 나루임ㅋㅋㅋㅋ
-한 번 죽으면 계속 죽지 않나?
출시 이후 몇 번이나 칼질을 받은 야흐오다.
대회에서 탑으로 안 나온지 상당히 오래됐다.
더군다나 최근 메타가 괜히 탑캐리 메타가 아니다.
끠오라, 다리우트, 리픈, 말카림 등등.
대세 챔피언들 하나하나가 살 떨린다.
나루는 탑라인 생태계에서 가장 상위층에 속한다.
그런 나루를 사정 없이 패대기 치고 있다.
* * *
「슈슈파나!」
나루가 도발의 감정 표현을 사용한다.
대회 무대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문제의 소지도 있거니와, 그 이전에 예의가 아니다.
'서로 예의 지킬 사이도 아니지.'
지긋지긋한 인연이다.
서로에게 아마 그럴 것이다.
이어져 내려와 결국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슈룽~!
왕린이 던진 부메랑이 미니언 사이를 꿰뚫고 정확하게 노려온다.
이런 것도 은근히 자존심 싸움이다.
미니언을 타서 피하며 날린다.
「다대기!」
나루도 똑같이 피한다.
나로서는 차라리 확 싸웠으면 싶다.
그 의도를 알고 있다는 듯 안정적으로 파밍만 하고 있다.
나로서는 답답해지는 구도다.
섣불리 들어가기에는 분노가 걸린다.
생각 이상으로 왕린의 분노 조절이 절묘하다.
'분노 조절은 왕린과 상극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과거부터 그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
때문에 개노답 삼형제의 첫째로 매겨줬다.
삼형제 중에서도 첫째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실력 자체는 인정해줄 만하다.
이래 봬도 인정 잘 안 하는 사람이다.
단점을 극복하며, 장점인 실력은 더욱 개화시켰다.
이전 세트의 패배가 마음에 걸릴 텐데도 불구.
교전 없이 견제와 파밍만을 지향한다.
확실하게 성장을 했다는 방증이다.
「슈슈파나!」
나를 상대로 도발까지 일삼을 만큼 많이 컸다.
하지만 너무 많이 신낸 것도 사실이다.
응징의 시간이 찾아왔다.
나루의 생존기가 돌아오기까지 앞으로 5초.
본래라면 문제되지 않을 짧은 틈이다.
유틸성이 무척 좋은 챔피언이니까.
「발암을 맞아라!」
그 근간부터 흔들어준다.
나루의 부메랑을 흡수한다.
아예 던지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버린다.
평타 또한 당연히 막힌다.
자연스레 3타의 발동을 늦춘다.
나루의 당황함이 모니터 너머로 느껴진다.
사각!
싸캉!
단순한 샌드백에 불과하다.
질풍보로 따라가 사정 없이 벤다.
어느새 모여있는 칼끝의 회오리가 이승과의 하직을 예고한다.
「다대기!」
그 매콤한 외침.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
나루는 불과 1초 가량 남은 생존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쓴다.
'야흐오가 너프가 많이 돼서.'
안타깝게도 초반 기본 스펙이 안 좋다.
무리해서 따라갔다간 역관광을 당할 수 있다.
샌드백처럼 맞던 나루의 분노 게이지가 가득 찼다.
꾸웡!
포탑 안에서 울부짖는다.
분노가 빠지는 시간을 기다린다.
반대편에서 코돈빈의 랙싸이가 대기하고 있다.
─KTX 달래(코리아나)님이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물론 상대의 백업을 감안해야 한다.
미드에서 미아핑이 찍힌다.
하지만 방방 뛰어봤자 탑에 오려면 한참은 걸린다.
앞선 딜교환으로 걸레짝이 된 나루다.
점멸까지 빠진 이상 변수가 없다.
속전속결, 빠르게 토막낸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랙싸이가 점멸 에어본.
회오리를 연계하자 그대로 터진다.
하늘에서 채 내려오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한다.
'딱 봐도 사리면서 반반 가겠다는 의도 같은데.'
미드와 봇쪽에 힘을 실어주겠다.
상대의 조합에서 그 의도가 뻔히 읽힌다.
상대적으로 탑에 대한 투자는 낮아진다는 소리다.
왕린이 잘 버틴다면 문제될 게 없는 이야기.
이렇듯 딜교환에서 작살내자 없는 각도 만들어진다.
이전 세트와 달리 108갱도 안 와서 다이브각이 쉽게 잡힌다.
'올 수 있는 타이밍도 아니었지.'
아래쪽에서 위치가 확인되었다.
확실하게 근거를 갖고 친 다이브다.
당연하게도 정글러를 상대만 부르리란 법은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휘익!
휘익!
다시 탑라인에 도착하자마자 내디딘다.
질풍보의 스택을 쌓으며 적의 눈을 교란한다.
실낱 같은 틈이 보이자마자 순식간에 파고든다.
휘리링!
에어본을 띄우며 딜교환을 하고 빠져 나온다.
아주 격하게.
살을 주고 살을 취한다.
이를 두 차례 반복한다.
'거의 미친 짓이긴 해.'
솔로랭크에서 야흐오가 많이 죽는 이유다.
딜교환을 자주 하면 킬각도 많이 내준다.
안 그래도 몸 약한 챔피언으로 미친 짓이다.
한 번쯤 미쳐봐도 될 일이다.
나에게 점멸이 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구태여 설명하기도 깝깝한 부분이다.
휘리링!
점멸을 사용해 반응할 틈도 없이 띄운다.
분노는 차있지만 아직 작은 상태인 나루.
너프된 야흐오 이상으로 기본 스펙이 허약하다.
모든 챔피언들 중에서 가장 낮을 정도다.
대신 크고 우람하게 변신하면 그 반대가 된다.
근데 원래 요즘은 악당들도 변신할 시간을 안 주는 게 대세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악당이 된 기분이 되는데…….'
어디까지나 비유가 그럴 뿐이다.
두 번 썰어내며 공중에 다시 한 번 붙든다.
절반 이상 남았던 나루의 체력이 벌써 바닥이다.
나루 입장에서는 영원과도 같을 시간이다.
내려오기만 하면 역관광을 치겠다.
그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공중에 뜬 상태 그대로 찢어발긴다.
내려오기 직전에 그어지는 평타.
가볍게 내리쳐 양단하고 빠져나온다.
포탑 다이브다.
미니언 손실까지 더해진다.
한순간 나루와 2레벨 차이가 난다.
투웅!
포탑 다이브다.
그렇기에 생기는 손실도 있다.
어느새 튀어나온 구리가스가 배치기 점멸.
─적에게 당했습니다!
연계되는 콤보에 그냥 사망한다.
컨트롤이고 나발이고 죽는 각이다.
'그래도 괜찮아.'
야흐오는 원래 죽는 챔피언이다.
* * *
경기 시작에 앞서 늘상 있다.
게임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솔로랭크와 달리 체계적인 운영을 도모하기에 윤곽이 보인다.
물론 경기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핫 포인트는 보인다.
해설자들의 의견이 갈릴 것도 없었다.
〈KTX도, SKY도 난이도가 높은 조합을 꺼냈어요. 그런데 푸는 과정이 SKY가 더 쉬워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옵저버가 미드 라인을 비친다.
테이커의 미드 리픈.
코리아나를 상대로 라인전을 하고 있다.
-와, 겁나 무섭네ㄷㄷ
-저러다 점멸 써서 킬각 잡는 거 아님?
-여신님 사려욧!
무빙 하나하나가 워낙 매섭다.
보는 입장에서는 움직일 때마다 살 떨린다.
하지만 킬각이라는 게 말마따나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테이커의 입장에서는 밴픽이 꼬였다.
리픈을 했는데 상대가 코리아나네?
동실력이었다면 파밍도 버거웠을 상성이다.
〈솔직하게 실력 차가 있다 보니까 코리아나가 수월하게 압박을 못해요. 맞파밍을 하는 게 최선입니다.〉
〈맞습니다. KTX 롤러코스터 입장에서도 그 이상을 원하진 않을 거에요. 이렇게 되면 문제가 탑인데…….〉
SKY T1은 미드를 손해 본다.
테이커가 라인전 단계에서 날뛰지 못한다.
상성 차이 때문에 서로가 맞파밍에서 만족한다.
그렇게만 해도 손해볼 게 없다.
KTX도 똑같은 손해를 보고 있으니까.
해설자들의 예상대로라면 그 이상이 되어야 했는데.
─KTX 레전설님이 SKY 왕린님을 처치했습니다!
의아함이 사무친다.
갑작스레 탑에서 솔킬이 터진다.
다행히 교전이 길어 옵저버가 알아챌 수 있었다.
〈아니, 나루 분노 게이지가 풀인데 거기서 솔킬각을…….〉
〈The 킹갓 엠퍼러 레전설! 자비가 없습니다. 박살 냈어요!〉
-미친ㅋㅋㅋㅋ
-무슨 반피를 순삭하네
-대체 뭘 해야 딜이 저렇게 박히냐?
-레전설 콤보
일반적으로는 도저히 킬각이 아니다.
하필 레전설에게 걸렸을 뿐이다.
순식간에 토막이 나며 죽는다.
자랑하는 변신을 할 틈도 없었다.
나루로서는 억울할 만도 한 일.
다행히 그 원한을 일부 풀었다.
─SKY 뱅기님이 KTX 레전설님을 처치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레전설의 킬각이다.
이를 알아채고 백업 온 뱅기도 정상은 아니다.
그렇게 급한 불은 껐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 문제다.
〈이러면 KTX는 아래서 용 챙기면 되죠?〉
〈탑도 봇도 라인을 밀고 있어서 솔용이 문제 없이 이뤄집니다, SKY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교환이 돼버렸네요.〉
-기분 나쁜 교환 : 일방적 손해
-구리가스 점멸도 빠짐
-미친 탑야흐오인데ㅋㅋㅋㅋ
-근데 상성 꽤 좋아 보인다. 장막 때문에 부메랑이 사라짐
불안을 불러일으키던 기용이다.
탑야흐오가 잘 커도, 못 커도 문제다.
물몸 챔피언이라 언제 어떻게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
해설진들의 지적이 쏙 들어간다.
그래? 그러면 엄청 잘 크면 되지!
말하기라도 하듯 탑라인을 박살 내고 있다.
〈사실 픽의 자유도가 높은 해외 리그에서는 나루의 카운터로 기용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근거는 있었다.
김은준 해설이 데이터에 기반한 설명을 덧붙인다.
하지만 시도가 있었던 거지, 그럴 듯한 결과를 낸 건 아니다.
나루 자체가 워낙 반반 가기 좋은 픽이다.
그에 반해 야흐오는 툭하면 죽는 The Science!
리턴에 비해 짊어지는 리스크가 터무니 없이 크다.
〈이론상 장막이 부메랑을 막아내기 때문인데…… 결국은 야흐오라는 챔피언의 불안정성이 발목을 잡아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진 못했습니다.〉
즉, 그냥 레전설이 잘했다
레전설의 야흐오가 어째서 특별한지.
지금 이 순간 보는 이들 모두 한 마음이 된다.
휘익!
휘익!
한 번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전혀 기세가 죽지 않고 탑라인을 몰아친다.
미니언을 타고 삽시간에 파고들어.
「우리에게 돈!」
한 번의 딜교환을 치명상으로 만든다.
나루의 체력이 어느새 걸레짝이 되어있다.
깜짝 놀라 고민할 틈도 없이 궁극기로 밀치지만.
휘익!
휘익!
미니언을 타고 다시 빠진다.
아주 잠깐의 안심.
또다시 밀려오는 미니언 웨이브를 탄다.
「다대기!」
쏘아지는 회오리에 나루는 점멸을 쓸 수밖에 없었다.
미치기라도 한 듯 움직임이 예상이 불가능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다.
미쳐야 한다.
레전설의 야흐오가 미친 듯이 휘몰아친다.
휘익!
휘익!
걷기만 해도 무서운 레전설이 뛰어온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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