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33화 (43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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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락-!

다리우트의 도끼가 무서운 기세로 휘둘러진다.

주위에 있던 미니언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마술처럼 사라진다.

그 패도적인 모습에 끠오라가 눈치를 보며 쭈뼛댄다.

혼자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군을 부르는 것 뿐이다.

"그거 먹고 탑 와."

"……."

팀원들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 있다.

픽밴과 갱킹 모든 것을 몰아준 이유.

사이드 라인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린다.

현재의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기는 하다.

하지만 앞선 두 세트를 견인한 MVP의 오더다.

하물며 왕린도 아무런 생각 없이 콜부터 하는 게 아니다.

그거 먹고 자꾸 오라고 하면 정글 입장에서도 화난다.

정글러가 아닌 서포터인 탑캔치한테 한 소리다.

와구와구-!

탑캔치가 궁극기로 거미여왕을 삼킨다.

진짜로 먹고 탑을 온다.

순식간에 두 명이 합류하며 3대1의 구도가 이루어진다.

"천천히 천천히! 상대 아직 멀었어!"

유일하게 있는 글로벌 궁극기로 변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상대도 두 번은 당해주지 않을 것이다.

이 한 번에 모든 것을 걸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콰락-!

거미여왕 먼저 들어가 도끼질을 뺀다.

그럼에도 체력이 쭉쭉 빠진다.

워낙 잘 큰 탓에 평타 한 방, 한 방이 매섭다.

하지만 줄타기.

어그로 핑퐁으로 시간을 번다.

그 사이에 끠오라와 탑캔치가 상하로 포위를 마쳤다.

사면 초가에 몰린 다리우트.

제압만 하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썩어도 준치라고 끠오라만 키우면 사이드 라인 주도권이 보장된다.

샤악!

왕린의 끠오라가 파고든다.

순식간에 두 개의 약점을 터트린다.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 또다시 찌르기로 약점을 노리는 척.

「느리잖아!」

세 번은 당하지 않겠다.

반격을 사용해 다리우트의 끌기를 상쇄한다.

나름대로 고심을 해 걸은 심리전이었으나.

콰락-!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뿐이다.

쿨타임이 돌아온 도끼날이 원형으로 베어 가른다.

반격에 의해 데미지는 상쇄됐지만 체력 회복 효과는 그대로다.

다리우트가 질기게 버틴다.

그 사이 거미여왕은 하늘에서 내려온다.

한 타이밍 늦은 끌기가 세 명의 멱살을 잡아챈다.

우지끈!

콰락-!

그대로 도끼날을 휘둘러 두 동강 낸다.

탑캔치가 부랴부랴 다리우트를 삼키기는 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근본적인 해결이 전혀 안된다.

애꿎은 끠오라가 궁극기를 터트리는 시간만 지나가고 말았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어디선가 도끼 찍히는 소리, 아니 게임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잘 성장한 다리우트의 무시무시한 진면목이 침 삼키는 것마저 잊게 만든다.

정말로 게임이 터졌다는 방증까지 외쳐진다.

〈괴물……! 짜릿할 걸? 나라는 괴물!〉

-괴라는 나물ㄷㄷ

-Nara is monster

-괴물이 나왔다=게임이 터졌다

괴물은 인外의 존재다.

1인분, 2인분을 따질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혼자서 트리플 킬을 내고 막무가내로 미쳐 날뛰는 다리우트를 어찌할 수단이 없다.

─KTX 레전설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현장 유럽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진다.

관중석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다.

그만한 임팩트를 현재진행형으로 펼치고 있음이다.

반대로 왕린의 끠오라.

완전히 폭삭 망했다.

기본적인 코어템인 티아매트도 안 나와 파밍조차 버겁다.

〈끠오라가 이렇게 망하면 마치 이랠리야처럼 할 게 사라집니다.〉

〈이상한 탑챔프요?〉

〈네, 이상한 탑챔피언처럼 되는 거죠. 크하핰!〉

-이랠 까는 기계ㄷㄷ

-끠오라 망하면 할 거 없는 건 맞지

-왜 하필 이랠ㅋㅋㅋㅋ

적절한 비유다.

끠오라는 1대1 특화 챔피언.

역할면에서 이랠리야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다행히 이랠리야와 달리 유통기한은 없다.

약속의 2코어만 갖추면 최소 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로 성장 차이가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리우트가 뚜벅이라는 약점도 있고, 스플릿 단계에서 제약이 많아요. 그래서 갈수록 프로씬에서 선호도가 낮아지는데…….〉

이렇게 잘 크고, 이렇게 다대일 잘하면 답 없는 챔피언이라는 사실은 솔로랭크나, 프로씬이나 변함이 없다.

지금 이 순간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과 선수들의 마음까지 클끼리 해설이 대변해준다.

콰락-!

휘둘러지는 도끼날이 너무 무섭다.

대놓고 봇라인을 밀며 뚜벅뚜벅 걸어온다.

최근 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파급을 일으키는 밈이다.

─그냥 걸어오는 레전설이 무서운.EU

보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은 모르는데

레전설만 아는 킬각이 있음

└미친ㅋㅋㅋㅋㅋ

└앗, 아아……

└솔랭에서 저랬으면 튕긴 줄 알 듯

└당해보며 뇌정지 오겠다ㅋㅋㅋㅋ

각이라도 보여야 사리거나, 대비를 하지.

아무런 징조 없이 걸어오니 뻔히 보면서도 얼타게 된다.

괜히 따라하다 신고 당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 커뮤니티 사이트의 실정을 누구보다 열심히 챙겨보는 해설자다.

〈레전설이 걸어온다 도망가!〉

-ㅋㅋㅋㅋㅋㅋ

-이 드립을 쓴다고?

-추천글 다 보는구나

-진짜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네ㅋㅋㅋ

뚜벅뚜벅 걸어오는 레전설을 막을 수가 없다.

* * *

SKY T1의 조합은 수비적이다.

안정감을 기본으로 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따라 필연적인 약점을 갖게 된다.

「대적할 자 없는 이 힘!」

망했을 때 딜이 부족하다는 부분이다.

무리하는 레전설을 잘 포위하기는 했다.

생각보다 딜이 나오지 않자 상황이 묘해진다.

콰락-!

점멸과 함께 휘둘러진다.

단 한 방.

테러스티나의 체력바가 토막 난다.

깜짝 놀라 궁극기로 밀쳐냈다.

탑캔치도 황급히 탈진을 걸었지만.

콰직!

단두대는 타겟팅, 그리고 고정 데미지로 박힌다.

테러스티나가 위에서 아래로 쪼개진다.

아군이 살릴 잠깐의 시간도 없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참사다.

문제는 ing.

미사일 탄환에 밀려나며 포지션이 매우 적절해졌다.

콰락-!

도끼날이 휘둘러진다.

체력이 뭉텅 차오른다.

빠르게 끝날 거라 생각했던 진압이 본격적인 한타가 된다.

─적 트리플 킬!

KTX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SKY 김지훈님이 KTX 레전설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잡아서 다행이라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스테릭이 터지고, 체력이 차며 잡지 못할 뻔했다.

4 대 1의 상황에서 세 명을 데려가는 기염을 토한다.

"아니, 이게 이렇게 되네……."

"이건 힘들겠다."

입에 침이 바싹 마른다.

하지만 결국 잡기는 했다.

뱅기가 한 건 해준다면 미래를 볼 수 있을 텐데.

─적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봇라인의 반대편.

낭보는 들려오지 않았다.

뱅기가 바론 스틸을 노려봤지만 실패로 끝이 났다.

경기의 향방이 아예 무너져 내린다.

SKY T1으로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시도다.

일련의 방법 외에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콰직!

콰직!

마지막 한타는 한 씬의 공포 영화였다.

도끼 살인마에게 한 명씩 살해 당한다.

게임 시간 25분.

SKY T1은 충격적인 패배를 맞이하게 되었다.

"얘들아, 내가 무슨 말할지 알지?"

경기장 바깥은 열광의 도가니다.

반대로 부스 안은 심각함 그 자체다.

박다균 감독이 지난 세트의 피드백을 조목조목 짚는다.

하지만 결코 타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패배가 충격적이었던 거지 전황은 여전히 유리하다.

2 대 1의 스코어로 앞서있고, 한 세트만 따내면 우승이다.

애초에 이조차도 상정 내.

반반+α를 베이스로 깔고 가려했다.

레전설이 레전설을 해봤자 고작 한 번의 실점이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어."

커피 매니아로 이름이 높다.

커살커죽, 커피에 살고 커피에 죽는다.

마찬가지로 롤에도 한없이 진지한 남자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커피 타령을 할 사람은 아니다.

"왕린이 실수한 것도 있고, 아쉬운 것도 있는데 일단 뭐 하려고 하면 안될 거 같아."

훌륭했던 '타천사의 눈물'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경기 내에서 탑 차이가 두드러지게 났다.

아예 손을 쓸 여지가 없을 정도로.

차라리 안정적으로 갔다면 여지가 있었다.

적어도 저렇게 괴물 같이 성장하진 못했을 테니까.

과정이야 어찌 됐든 왕린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

"나루나 파이어뱃으로 반반 해줘. 해줄 수 있지?"

"……알겠습니다."

그거 먹고 탑 와!

왕린도 이런 오더를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감독의 허락과 경기의 상황이 맞아 떨어졌을 때로 한정된다.

이전 세트에서 제대로 말아 먹었다.

그런 만큼 또다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거의 왕린이었다면 멘탈 문제 때문에라도 경기가 힘들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후우……."

콜드 블루를 삼키며 흐트러진 정신을 진정시킨다.

그렇게 커피물조절장인이 여운에 잠겨있는 사이.

"아무래도 나와줘야겠다."

식스맨의 기용.

KTX 롤러코스터가 변수를 만든 방법이다.

하지만 이를 쓸 수 있는 건 SKY T1도 피차일반이다.

안정감의 추구와 왕린 몰아주기로 인해 기용되지 못했다.

그 본인으로서는 속이 타들어 갈 일이다.

박다균 감독도 내심 미안해 하고 있었다.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테이커.

벤치에서 일어나 본래 있어야 할 장소로 향한다.

* * *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얼핏 SKY T1의 압승으로 끝나는 듯 했으나.

〈이래야 결승전이죠! 이래야 KTX고, 이래야 SKY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용준 캐스터 잔뜩 흥분해 외친다.

압도적인 탑 차이가 또다시 승리의 열쇠가 되었다.

그 방향이 반대가 되었을 뿐이다.

레전설의 다리우트가 하드 캐리!

임팩트 면에서 앞선 두 세트를 씹어 먹었다.

분위기를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다.

SKY T1의 최고 MVP인 왕린을 정면으로 꺾은 셈이니까.

와아아아아아-!

하지만 이는 완전한 정답이 아니다.

SKY T1의 최다 MVP.

따질 것도 없다.

왕린이 가장 많이 MVP로 선정됐다.

통계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만약 이 통계에 허점이 있다면?

〈왜냐! SKY T1은 두 명의 미드라이너가 있기 때문이죠!〉

강빈 해설이 짚은 그대로다.

실제로 래딧 등에서는 지적되었다.

식스맨 제도.

미드라이너가 두 명인 탓에 출전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만약 제한되지 않았다면 누가 더 위일까?

그 여론은 확실하게 치우쳐졌다.

SKY T1의 진정한 에이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빠르면 이번 세트에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거든요?!〉

클끼리 해설이 당황스럽다는 듯 외친다.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지켜볼 때라고 여겼다.

SKY T1의 기본적인 전략.

해설진들이라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니다.

방송 편의상 적나라하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간단합니다. 김지훈 선수는 SKY의 방패! 테이커 선수는 칼입니다.〉

-캬 드디어……

-LC게이식으로 간 볼 줄 알았더니

-슼 결승전 오지게 준비해서 온 게 보임

방패가 아닌 칼을 들었다.

더 이상 수비만을 일관하지 않겠다.

해석이랄 것도 없이 간단한 이야기다.

앞선 세트와는 향방이 180도 달라질 거란 건 불보듯 뻔하다.

네 번째 세트의 밴픽이 막을 올린다.

초강수를 준비해온 건 KTX 롤러코스터도 마찬가지였다.

와아아아아아-!

다리우트의 임팩트는 아직도 떠나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슈퍼 플레이 밥 먹듯이 하는 선수다.

그렇기에 KTX의 패기 넘치는 선픽은 팬들의 환호를 받을 만하다.

〈다리우트도 멋졌지만 레전설 선수하면 역시! 야흐오가 가장 떠오르는 게 사실이에요.〉

-레전설 콤보 지리지

-야흐오 선픽 패기 보소!

-진짜 레전설이니까 가능한 선픽이다

그가 들어야만 진가를 발휘한다는 챔피언이 나왔다.

최근 메타에서 아자르만 자르면 꺼낼 만하다.

딱히 카운터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근거를 덧붙이는 김은준 해설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한 가지 고려하지 못했을 뿐이다.

괴물들의 혈투.

〈내 앞에서 감히 야흐오를 해? 테이커가 말하고 있습니다!〉

〈테이커의 리픈…… 아니, 두 선수의 챔피언폭이 워낙 넓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네요.〉

나라는 괴물, 너라는 괴물!

칼춤 한 번 춰보자.

레전설의 도전장을 마다하지 않는다.

흔히 보기 힘든 픽이 나왔다.

미드 리픈.

야흐오를 응징하기 위한 최적의 픽이다.

서로가 초강수의 초강수의 초강수를 부딪힌다.

마치 그렇게 되어가는 듯 보였다.

한 수 앞섰을 뿐이다.

〈잠깐만요. 이러면…… 야흐오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데요?〉

〈정체성 혼란 푸하핰!〉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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