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32화 (43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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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설이 걸어온다 -->

가히 충격적인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게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

그 명성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제가 왕린 선수의 커피를 마셔본 적은 없습니다.〉

클끼리 해설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기려 한다.

마치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아니다.

사실은 마셔본 적이 있다.

〈예전에 사석에서 왕린 선수에게 물어보니 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엄청나게 기대감에 부풀었죠.〉

당연히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꿈과 희망이다.

억만금을 줘도 마실 수 없기로 소문이 난 왕린의 커피다.

얼마나 잘 말길래 세체바 소리를 들을까?

기대하고 있던 클끼리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가 들고 온 건 고작 종이컵과 맥심 화이트골드였으니까.

-인스턴트 커피 타줘 버리기ㅋㅋㅋ

-이거 먹고 떨어져!

-왕린 카리스마 너무 넘치는데?

-근데 너무하다…… 한 잔 좀 타줄 수도 있지

물론 그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가수가 뭐 대수야?

노래 한 곡만 불러줘, 이런 질문이나 다름이 없다.

해주는 건 선의지, 결코 당연한 게 아니다.

거절을 한다고 기분 나쁠 리 없다.

문제는 해주는 방식이다.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인스터트 커피라니?

화가 날 만도 한 일이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하나가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직관 중인데 클끼리 꽤 열받은 듯

선수부터 시작해서 스태프까지 머리 박고 얼차려 중임ㄷㄷ

└본인 현장 스태프인데 ㅇㄱㄹㅇ이다

└클끼리 무섭누

└와, 인성 쓰레기네. 잘생기면 다냐?

└용준좌 없으니까 클끼리가 빠따 잡네ㅋㅋㅋㅋ

퍼즈 등으로 경기가 지체되었다.

현장 책임자들을 혼내는 줄 알았다.

당시에는 그런 줄 알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날 인스턴트 커피로 농락해?

나라는 괴물을 보여줘?

그토록 화가 났던 클끼리를 단숨에 진정시켰다.

〈저는 그 한 잔을 도저히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에서 왕린 선수가 가진 커피 실력의 편린을 보았어요.〉

고작해야 인스턴트 커피.

맛이 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어?

어째서 왕린이 커피물조절장인이라 불리는지 단 한 잔으로 증명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90ml 정량!

극한의 커피물조절과 절묘한 기법이 더해졌다.

수많은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논란을 낳으게 될 이야기가 방금 전 클끼리의 입에서 나왔다.

─왕린의 커피는 이미 정(定)과 형(型)의 틀을 벗어났다

나는 지금껏 원두의 기대치를 최대치로 끌어내는 줄 알았다

방금 전 클끼리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커피물조절장인은 심(心)의 경지에 들어선 걸로 보인다

└오오……

└마음만으로 커피를 움직인다는 그!

└신두합일의 경지에 들어선 것인가?

└뭔 개씹소린지 모르겠는데여;

어쩌면 정말로 커피를 통해 득도한 걸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야에 오롯이 파고들어 깨달음을 얻는다.

왕린의 커피는 분명 그만한 격찬을 받을 만하다.

─KTX 레전설님이 SKY 왕린님을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롤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레전설의 다리우트가 왕린을 솔로킬 내버린다.

클끼리 해설이 씁쓸하게 말을 잇는다.

〈이 정도로 커피를 잘 타는 선수니 게임도 잘하는구나! 그런 감탄을 했었는데 사실 엄밀히 따지면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기는 하죠.〉

-바로 손절

-사실 당연히 없기는 하지

-왕린빠들 싹 다 버로우행ㅋㅋㅋㅋ

-무슨 바리스타 이능력물도 아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 번째 세트.

레전설과 왕린의 정면 승부가 이목을 모았다.

그 과정은 가히 파란만장했으나 결과는 일목요연하다.

예상을 뒤엎고 레전설의 다리우트가 왕린의 끠오라를 잡았다.

그로 인해 커뮤니티는 다시 불타오른다.

─성지글 썼던 놈들 버로우행ㅋㅋㅋ

왕린이 레전설 솔킬 딴다

(※실제로 한 말)

└느그 왕린이 솔킬~

└아니, 이건 에바참치지;;

글쓴이-쥐구멍에서 기어나왔누ㅋㅋ

└근데 이건 진짜 판정이 어이 없긴 했음

해설진들도 바로 캐치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어, 끠오라가 왜 저러지?

왜 움직이지를 않지?

리플레이를 통해 그 이유가 확인된다.

혹시나 하고 제기되었던 가능성.

나름 前프로 출신인 클끼리 해설이 판정 이야기를 꺼낸다.

〈끠오라가 궁극기를 터트리기 위해 마지막 약점을 찔렀습니다. 각도는 분명 예리했고, 맞았다면 끠오라가 이겼을 거에요.〉

끠오라의 주력 스킬인 찌르기는 적을 맞히면 쿨타임이 60% 줄어든다.

상대를 무한으로 추격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반대로 맞히지 못하면.

우지끈!

찌르려는 끠오라를 정확하게 낚아챘다.

다리우트가 잡아끌자 찌르기가 캔슬된다.

「진정한 힘을 목도하라!」

궁극기를 터트리기는 커녕 찌르기 쿨타임도 돌려받지 못했다.

패시브가 활성화된 다리우트에게 농락 당한다.

〈왕린 선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끗 차이 아닙니까? 맞았으면 역으로 왕린 선수가 잡았던 거거든요!〉

때문에 커뮤니티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거는 레전설이 뽀록 제대로 터진 게 아니냐?

찌르기를 캔슬시키지 못했다면 예상대로 흘러갔을 것이다.

일련의 논란을 보란 듯이 종식시킨다.

콰락-!

레전설의 다리우트가 탑라인을 거세게 압박한다.

솔로킬까지 따이자 끠오라는 감히 덤빌 엄두를 못 낸다.

하지만 1 대 1이 그렇다는 거고 정글러가 가세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니, 갱을 또 오네 ㅡㅡ

-솔랭에서 이러면 탈주할 듯

-원래 왕린이 정글콜 자주 하지

-???: 그거 먹고 탑 와

유명한 이야기다.

정글러를 마치 노예 부리듯 한다!

솔로랭크에서도 그 악명이 자자하다.

그러다 보니 착각할 수 있는 일이다.

단순히 정글러에게 의지하는 게 아니다.

정글러가 갱킹을 오는 최적의 타이밍을 잡아준다.

휘익!

이번에야 말로 실뭉치를 맞혔다.

스턴을 걸자 끠오라가 득달같이 뛰어든다.

초일류 바리스타의 라테아트 같은 섬세함이 뿜어져 나온다.

샤악!

써컹!

그 짧은 시간에 세 방향을 정확하게 터트렸다.

마지막 상단을 향해 칼을 내지르기만 하면 되는데.

우지끈!

끊긴다.

그리고 도끼가 휘둘러진다.

두 명의 적을 베어 가르며 잃었던 체력이 뭉텅 차오른다.

거미여왕의 새끼 거미도 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이미 스킬쿨도 전부 돌린 마당이다.

끠오라에게 전적으로 기댄다.

마지막 약점 하나만 터트리면 되잖아?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느껴질 만도 하다.

유일한 이동기가 고장이 났다.

이동 속도가 극한으로 떨어졌다.

안 그래도 최악인 상태에서 피가 줄줄 샌다.

「대적할 자 없는 이 힘!」

붉은 분노로 가득 찬 다리우트가 내려찍는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단두대를 피할 수 없다.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다.

─더블 킬!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거미여왕도 똑같이 이슬이 되어 사라진다.

연이어 내리찍힌 단두대가 생명을 철저하게 박탈한다.

보는 이, 해설자들로 하여금 감탄사와 환호성을 쏟아지게 만든다.

〈아니, 와 무슨-! 이러면 노린 게 맞죠오?!〉

〈끠오라의 스킬 매커니즘을 박살냈습니다! The 킹갓 엠퍼러 레전설!〉

-클끼리 저거 존나 미네ㅋㅋㅋ

-킹갓 엠퍼러!

-왕과 신과 황제를 동시에 가지신……

-미쳐버렸다;;

완벽했을 갱각이 또다시 비틀어진다.

비틀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갱승으로 연결시켰다.

무난했을 게임이 한순간에 피바다가 되고 만다.

〈저게 탈리반 깃창 점멸처럼 타이밍만 노리면 되는 건지, 아니면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아무튼 진짜 대단한 선수입니다.〉

〈오늘 결승전 유무랑 상관 없이 솔로랭크에서 다리우트가 미쳐 날뛰겠네요. 필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럴 만한 임팩트를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ing, 현재진행형이다.

저 다리우트를 어떻게 막을지 이제는 사이즈도 나오지 않는다.

솔로킬에 이어 정글까지 불렀는데 참패.

왕린으로서는 굴욕이다.

세계 최고 바리스타라는 타이틀이 빛을 바랜다.

아니, 애초에 비유 자체가 의문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달래 선수도 춤을 굉장히 잘 추기 때문에 게임을 잘한다고도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커피에 춤까지 크흐하핰!〉

〈의외로 맞을 수도 있는 거에요 정말!〉

진용준 캐스터의 맞장구대로 정말일 가능성이 1%는 있다.

레전설을 대신해 미드를 서고 있는 달래.

세간의 우려가 쏟아지는 것도 당연했다.

고될 수밖에 없는 공연 직후.

컨디션 난조를 보여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괜한 기우라고 대답이라도 하듯 라인전을 훌륭히 수행 중이다.

〈전략상의 이유로 부포지션으로 빠졌는데 굉장히 잘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반반만 가도 팀 입장에서는 든든하죠.〉

〈동의합니다. 코리아나가 랄라를 상대로 좋은 픽인 것도 있지만 달래 선수가 그냥 잘해요.〉

-아자르했으면 CS 차이로 벌렸을 텐데

-김지훈 버티려고 랄라했다가 오열ㅋㅋ

-달래 미드가 신이 한 수가 됐네

전세계적으로 손가락에 꼽히는 미드라이너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성향이 극히 수비적.

랄라를 한 탓에 보다 배가 됐다.

레전설이라는 칼을 막아야 할 방패가 헛되이 낭비되고 있다.

서로 맞파밍만 해도 정글러의 동선이 풀린다.

코돈빈이 봇을 찌를 수 있었던 근간이다.

투웅!

구리가스의 배치기 점멸이 아름답게 들어갔다.

마치 그렇게 보이는 광경이었다.

그 직전에 우르프의 탑캔치가 슈퍼 세이브 해냈다.

황금수염을 먹고 점멸로 뱉어냈다.

문제는 본인이다.

연이어 던져진 술통 폭탄을 피할 수 없다.

〈탑캔치가 대신 죽겠네요.〉

〈이거는 희생이라고 봐야겠죠.〉

술통 폭탄에 의해 양분된다.

악! 눈물겨운 희생!

누군가라면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유의미한 죽음이기도 했으나.

─KTX 알파카님이 SKY 우르프님을 처치했습니다!

들어간 킬과 어시스트가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불과 1분만에 변해버린 시국에 대해 클끼리 해설이 총평한다.

〈이게 결국은 대각선의 법칙이 이루어진 거거든요? 그 과정에서 KTX는 봇에서 이득을 봤는데, SKY는 탑이 역으로 터졌습니다. 손해가 너무 커서 SKY T1은 한동안 가드를 굳건히 올려야 될 듯싶네요.〉

-킹각선의 법칙ㄷㄷ

-기분 나쁜 교환 구도라고 안 하네

-이건 누가 봐도 일방적인 손해지ㅋㅋㅋ

전 라인에서 당하기만 했다.

스펠 득실을 따지기도 민망하리 만큼 하늘과 땅 차이다.

순식간에 승기가 KTX 롤러코스터 쪽으로 기울어진다.

하지만 버티고 버티면 미래가 있지 않을까?

애초부터 안정적인 운영을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

굳건하게 올린 SKY T1의 가드를 정면으로 박살내려 한다.

콰락-!

도끼날이 스치자 체력바가 사라지는 마술이 펼쳐진다.

코어템인 새까만 양날 도끼가 갖춰졌다.

체력과 함께 방어력까지 줄줄 샌다.

그 의미는 어느 때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SKY T1이 세 세트 연속 고수해온 전략이 흔들린다.

안정감 있는 운영과 사이드 라인 주도권이라는 발판에 금이 갔다.

─KTX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니, 무너졌다는 표현이 옳다.

상대가 사리는 걸 봐주기만 하는 선수가 아니다.

하물며 앞서 당했던 것.

그대로 되돌려줄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다리우트의 점멸이 한 타이밍 먼저 돌아온다.

이를 완벽하게 활용해 솔킬각을 잡아낸다.

격의 차이를 보란 듯이 과시한다.

〈저런 솔킬은요, 솔킬을 딴 사람이 너무 잘한 거에요. 이게 바로 격차의 차이죠!〉

강빈 해설의 조냐를 오래간만에 일깨워 줄 만하다.

탑라인 1차까지 철거되며 균형이 와장창창 무너진다.

SKY T1이 바라던 안정감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다.

클끼리 해설이 외치던 가드를 정면으로 박살냈다.

앞서 했던 설명을 수습하듯 말을 잇지만 현실이 보다 적나라하게 전달될 뿐이다.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SKY T1이 원하던 그림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코어템이 갖춰지는 후반까지 가는 과정이 한층 더 힘들어질 것 같네요.〉

-해석의 차이: 한쪽 생각이 병신

-후반까지 간다면~: 후반 못 감

-왕린에게 다 몰아줬다가 ㅈ됐네ㅋㅋㅋㅋㅋ

탑캐리 메타.

그 극한이 레전설의 손에서 펼쳐진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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