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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 -->
세 번째 세트.
5전 3선승제의 딱 중간이다.
앞선 두 세트를 돌아보기 위한 시간을 가진다.
클끼리 해설이 경기 시작에 앞서 이유를 분석한다.
〈제가 커뮤니티 반응도 보고, 여러 생각을 해봤어요. 어째서 SKY T1이 두 세트를 앞서갈 수 있었던 걸까?〉
-'그 커뮤'
-여윽시 프로 롤갤러!
-지금 대퍼팬들 말도 아님ㅋㅋ
결승전 레퍼토리에서는 의외로 흔하다.
한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머쥔다.
3 대 0으로 끝나는 일이 거의 반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하지만 그건 서로 차이가 좀 있을 때 이야기고.
SKY T1도, KTX 롤러코스터도 만만치 않다.
하물며 지난 섬머 시즌의 리벤지다.
─대퍼팬인데 지금 현자 타임 장난 아니다
아니, 대퍼하는 건 좋은데 이겨야지
지면서 대퍼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이런 새끼들 때문에 킅 힘들겠다
└대퍼팬 평균 양심.jpg
└승리랑 재미랑 다 챙겨줘야 하누ㅋㅋㅋ
└레전설도 현자 타임 장난 아닐 듯
첫 번째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까지 패배했다.
2 대 0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팬들로서는 비상이 떨어질 만하다.
뭐, 질 수도 있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아?
경기력은 안정감까지 포함해서 따지는 거다.
특유의 실수가 발목을 잡으며 두 세트 연이어 패배했다.
〈물론 KTX 롤러코스터 입장에서도 억울하겠지만 결국 진 건 진 거고, 돌파구를 찾아봐야 돼요.〉
〈동의합니다.〉
-묵묵한 동의
-지금도 살짝 빡침
-강팀준 대노 직전ㄷㄷ
김은준 해설이 화날 정도였던 두 번째 세트다.
레전설의 초슈퍼 플레이가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바론 뺏기고, 끊기고, 던지고 하면서 게임이 비벼졌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불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첫 번째 세트, 두 번째 세트 전부 큰 틀에서 보면 비슷했다.
탑라인이 너무 밀리면서 게임의 전체적인 주도권을 뺏겼다.
〈이게 최근 메타에서 특히 큰 게 탑캐리가 두드러지잖아요?〉
〈그렇습니다. 역대 롤 메타에서 최고로 탑 영향력이 높아요. 흥했을 때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습니다. 더군다나…….〉
이를 세계에서 제일 잘 살린다고 평가를 받는 선수가 바로 왕린이다.
초일류 바리스타를 보는 듯한 섬세하며 과감한 컨트롤.
그 이상으로 주목 받는 부분이 바로 영향력 행사다.
-왕린이 진짜 잘 돌아다니긴 해
-ㄹㅇ 첫 세트 때도 첨에 야흐오 못 잡았으면 몰랐음
-정글러 콜해서 탑 압박도 잘 주지
-???: 그거 먹고 탑 와
한 마디로 탑이 게임을 지배한다.
모든 교전이 왕린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왕린을 집중 마크하면 되는 거 아니냐?
슈우우웅……!
첫 번째 세트의 리플레이가 틀어진다.
KTX 롤러코스터가 탑을 풀어주기 위해 몰려갔다.
그러자 왕린은 생각지도 못한 제 3의 선택을 했다.
〈나루가 봇라인에 텔을 타며 두 다이브! 여기서 게임이 터졌던 것 같아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 셈이다.
더불어 그 이상으로 치명적인 손해를 봤다.
봇라인이 죽고, 포탑과 용까지 한 번에 나갔다.
그리고 두 번째 세트.
패왕 끠오라의 솔킬 장면이 관중들의 시선을 모은다.
현재 여러 커뮤니티에서 왕린의 폼이 미쳤다고 평가 받는 이유다.
─왕린 선수가 타주는 커피 한 잔만 마셔보는 게 소원입니다
커피 물 조절이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잘 타길래 그런 소리를 듣는지 궁금하네요
이래 봬도 작은 회사 운영하는 입장이라 섭섭지 않게 챙겨줄 수 있습니다만
└이분 가입하신지 얼마 안되셨네;;
└대기업 회장님들도 못 마셔서 안달이 났는데……
└왕린의 커피는 전세계적으로 원탑의 반열입니다
└해외 유명 스타들의 방한 이유 첫 순위가 왕린인 거 모르시나요?
롤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커피 커뮤니티에서도 성화다.
세체바, 세계 최고 바리스타의 명성은 이미 그의 것이다.
이전에는 의심이 있었지만 도전자들을 내리 꺾으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신의 물방울은 오직 왕린의 커피에게만 허락된 수식어다.」
수많은 커피 평론가들이 왕린의 노예가 되었을 정도다.
커피의 세계는 왕린의 손에 함락된지 오래다.
이제는 세체탑, 세계 최고 탑솔러라는 영예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왕린 실력이 커피 맛에 비례한다는 이야기가 과언이 아니었네
커피 커뮤니티 가서 자료를 쭉~ 조사해왔음
통계 그래프로 만들어보니까 정확히 비례함
지금 전세계에서 커피맛 정점이라 불리는 것 보면 롤도 정점 찍을 듯
└세체바에 이어 세체탑까지……
└저런 섬세한 손으로 게임을 하니 못할 수가 없지!
└이번 롤드컵 끝나면 중국팀이 28억에 빼간다는 찌라시 있던데
글쓴이-세체바+세체탑이 28억 영입이면 껌값 ㅇㅈ?
꿈이나 과장이라고 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첫 번째 세트와 두 번째 세트를 캐리했다.
MVP를 연속으로 거머쥐며 엄청난 캐리력을 떨쳤다.
세 번째 세트까지 승리한다면 진정 현실이 될 것이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
KTX 롤러코스터가 기대하던 특단의 조치를 취해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현장의 열기가 그냥 터진다.
사람이 내는 소리가 이토록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마치 그러한 광경이다.
〈안 그래도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선수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슈일 정도로.〉
〈월드 스타 아닙니까? 우리가 지금 운이 좋으니까 달래 선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거지 한 1년만 지나면 사인도 못 받을지 몰라요!〉
-용준좌ㅋㅋㅋㅋ
-근데 ㄹㅇ 그렇게 될 각임
-달래 매력 터져!
-어떻게 볼 때마다 더 이뻐지시냐……
KTX 롤러코스터가 선수를 교체했다.
앞선 두 세트가 졌으니 만큼 그럴 수 있는 일.
문제는 그 선수가 워낙 심상치 않으신 분이다.
현장의 관중, 중계진, 시청자 가리지 않고 흥분할 만도 하다.
더욱이 이는 한 가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아니, 애초에 본질적인 교체 이유가 그것이다.
〈킹인 선수가 컨디션 난조를 보이긴 했었죠?〉
〈맞습니다. 달래 선수가 분위기 전환을 해준다면 KTX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큰 기여를 해줄 거라 봅니다.〉
해설진들의 언급대로 탑이 구멍이었다.
그 구멍을 기점으로 게임이 무너진 감이 있다.
킹인 대신 나온 달래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인다.
채팅창에는 이미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다.
지금 달래의 컨디션도 평소라고 보기가 힘들 텐데?
-가수들 공연 한 번 마치면 땀 쏟아지지 않나ㄷㄷ
-공연 때문에 경기 연습도 거의 못했을 듯
-레전설도 뭔가 기운이 빨린 느낌이네……
-힘들 만하지. 전 세트 그렇게 졌는데
공연이라는 게 당연히 장기자랑이 아니다.
오랜 기간 연습을 하고, 호흡을 맞춰야 한다.
상대적으로 대회 연습이 부족해지는 건 추측까지도 필요 없다.
팀의 에이스인 레전설도 지쳐 보인다.
그냥 솔로랭크도 잘하고 지면 힘이 빠진다.
더없이 중요한 결승전 무대인 만큼 그 상실감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와아아아아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이 기다린다.
메르세데츠 벤츠 아레나.
레전설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이 한둘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졌을 뿐, 활약상은 세간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 세트 귤플랭크의 임팩트가 정말 말도 안되긴 했습니다.〉
〈그냥…… 말이 안됐죠 말이.〉
김은준 해설이 혀를 내두른다.
그만큼 전 세트의 귤플랭크는 상상 초월이었다.
〈한타를 혼자 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게 엄밀히 따지면 진짜로 혼자 한다는 건 아니잖아요?〉
팀이 판을 깔아주거나, 협조를 얻어서 캐리를 하는 게 보통이다.
글자 그대로 한타를 혼자 하는 경우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일련의 상식을 붕괴시키는 듯한 장면이었다.
SKY Y1으로서는 등골이 서늘했을 것이다.
위협을 느꼈는지 세 번째 세트는 귤플랭크를 칼밴.
금일 결승전에서 더 이상 밴이 풀리지 않을 게 분명하다.
〈저는 근데 귤플랭크가 레전설 선수에게 100% 어울리는 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의합니다. 귤플랭크가 크기만 하면 정말 좋은 챔피언이고, 레전설 선수가 그 기대치를 정말 잘 이끌어내는 건 맞는데 문제는 초중반이거든요.〉
-초반에 할 게 없으니까
-레전설한테 파밍만 하라는 건 ㄹㅇ 인적 자원 낭비
-초반 강캐 쥐어주고 깽판 치게 해야지!
귤플랭크가 가진 근본적인 약점이 지적된다.
1코어가 완성되기 전에는 활약하기가 애매하다.
레전설이 레전설하는데까지 시간이 너무 걸린다.
그렇기에 세 번째 세트의 선택에 팬들의 이목이 모인다.
레전설이 과연 공격적인 챔피언을 기용할지.
문제는 이에 한 번 데어봤다는 사실이다.
〈SKY T1이 랄라 가져가네요. 이거는 십중팔구 미드 랄라죠?〉
〈탑이나 서포터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데,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봤을 때 김지훈 선수에게 안정감을 더해주는 랄라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세트부터 색깔이 확연했다.
천천히 갈수록 우리가 더 좋아.
경기를 통해 일련의 사실을 증명해왔다.
안정감의 대명사 김지훈.
랄라라는 픽으로 장점을 더한다.
그 사이 캐리를 하는 건 탑라인이다.
왕린이 사이드 라인 주도권을 휘어 잡는다.
안전하게 운영적 이득만 쌓아나가도 된다.
가만히 있으면 상대가 실수를 해주니까.
-치졸하게 하네……
-ㅂㄷㅂㄷ
-LC게이식 운영
-근데 뭐 롤드컵 결승인데 무리수 안 두는 게 맞지
KTX 롤러코스터의 팬들로서는 부들부들하다.
하지만 상대의 전략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약점을 제대로 파고드는 노림수다.
이에 대응책을 짜낼 수 있을지.
탑의 선수 교체가 의미를 만들 수 있을지.
과감한 선택이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다리우트! 달래 선수가 솔로랭크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는 챔피언입니다.〉
〈예선전에서도 보여줬었죠. 사정 없이 도끼로 머리를 꽝! 꽝! 내려찍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ㄹㅇ루?
-진짜 여왕님ㄷㄷ
-예선전 안 봤는데 으아악-!
-달래님 라인전 강캐 좋아하심
최근 솔로랭크에서는 공포 영화를 찍는 챔피언이다.
단두대를 내려 찍을 때마다 피의 이슬로 사라진다.
롤드컵에서도 초기에는 고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픽밴 빈도가 낮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뚜벅이 챔피언이라는 근본적인 약점.
더해서 명확한 카운터의 존재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진다.
SKY T1이 또다시 꺼내들었다.
그도 그럴게 이전 세트에서 이미 보증을 받았다.
〈왕린의 끠오라! 일명 왕오라가 나왔습니다.〉
〈물론 쉬운 상성은 아닙니다. 라인전은 분명히 다리우트가 세고, 코어템 나오기 전까지는 끠오라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두 번째 세트를 캐리한 일등공신이다.
킹인을 상대로 무참하게 라인전을 터트렸다.
끠오라로 다리우트를 상대하는 정석을 선보였다.
다리우트와의 거리 조절이 절묘하다.
궁극기를 걸고 사방에서 한순간에 터트린다.
특유의 라테아트와도 같은 섬세한 컨트롤이 돋보였다.
킹인이 실수를 한 것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전에 왕린이 워낙 잘했다.
아무리 선수가 바뀌었어도 다시 다리우트를 기용하는 게 자충수가 되지 않을지 우려가 쏟아지던 그때.
와아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 또다시 환호가 쏟아진다.
먼젓번 것보다 훨씬 더 큰놈이다.
그도 그럴게 가능성은 있었다.
〈이거 설마 레전설이 탑을 가나요?〉
〈레전설 선수가 코리아나를 즐겨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물론 마지막까지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관심이 과하게 집중된 나머지 차마 잊고 있었다.
그룹 스테이지, Royal Club전에서 보여준 바가 있다.
레전설과 왕린의 정면 승부가 일대 파란을 예고한다.
* * *
SKY T1의 부스 안.
상대의 깜짝 라인 스왑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커뮤니티와 중계 플랫폼의 채팅창은 난리가 났지만.
'역시 그렇게 나오는가.'
한국 최고의 명문팀이다.
상대가 사용했던 전략은 모조리 분석했다.
탑과 미드의 스왑도 예상 내였고, 그 또한 포함해서 짜여진 밴픽이다.
그 이전에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녀석이라면 반드시 정면 승부를 걸어오리라.
만반의 준비를 마친 왕린이 살기등등한 얼굴로 세 번째 세트에 임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커피 파트는 쓸 내용이 없는 게 아니라 전부터 쓴 거고
안 쓰면 오히려 캐릭터 설정 붕괴가 되겠죠
최종 보스 분위기로 등장하는 만큼 조금 깊게 나올 수는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