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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공연의 인기 이유는 여러가지 있다.
일단 달래도, 걸즈데이도 유명하다.
달래는 해외 활동이 오히려 메인일 정도다.
특히 롤팬들은 모를 수가 없다.
은퇴를 하지 않은 유일한 현역 女선수.
실력은 작년 롤드컵 우승으로 보증 받았다.
올해 롤드컵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걸즈데이 또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작년 롤드컵 공연 이후 해외팬이 많이 붙었다.
해외 투어도 다녔고, 그 결실이 방금 공연이다.
인상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오늘 결승전 관람 온 이유의 반을 찾았다!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 래딧 등에서도 반응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반응을 누구보다 열심히 찾아보는 한 남자.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콘서트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이 기다리고 있다.
SKY T1과 KTX 롤러코스터의 선수들이 등장한다.
와아아아아아아-!
함성 소리가 그냥 쏟아진다.
사방팔방 한 사이드에서만 수천 명씩 외쳐댄다.
선수들의 긴장감이 사무칠 만하다.
-조오오올라 많네
-한·한전이라 흥행 ㅈ망일 줄 알았는데
-달래갓이랑 레전설이 다 살린 듯 ㅇㅈ?
-ㅇㅈ 안 하면 에바참치꽁치지
국내로 한정하는 게 아닌 해외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런다면 이견이 아예 갈리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프로게이머 레전설.
북미에서도, 중국에서도, 유럽에서도 한 따까리 했다.
현지 팬들의 마음으로 사로 잡았다.
이만한 영향력을 가진 프로게이머는 전무후무하다.
하지만 아직 정점을 찍지는 못했다.
서로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SKY T1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테이커 선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 결승전 때 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사실 지난 LCS 섬머 결승전이 워낙 변수가 많았잖아요?〉
-그 변수
-그 시간?ㅋㅋ
-변수 그 자체였지
-아, 떠올리기만 해도 화난다……
무언가 사정이 있어서 경기를 띄엄띄엄 봤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결과가 도저히 안 믿길 만하다.
아니, KTX 롤러코스터가 졌어?
우르르 꽝꽝!
천재지변이 휘몰아쳤다.
마지막까지 역전을 노린 SKY T1도 훌륭했지만, KTX 롤러코스터로서는 억울한 결승전이었다.
그만큼 양팀이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오늘 결승전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물며 두 팀의 관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앙숙이었다.
「2년 전, 그리고 섬머 시즌, KTX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간 SKY!」
직육면체 모양의 대형 모니터가 경기장 상공에 떠있다.
그 화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해외팬들은 모를 수 있는 SKY T1과 KTX 롤러코스터의 역사.
지난 섬머 시즌 이상으로 케케묵은 인연이다.
어떻게 보면 SKY T1 전설의 희생양 역할이기도 했다.
2013년도 참사의 당사자가 아직도 KTX 롤러코스터에서 숨 쉬고 있다.
〈그때 비가 왔죠. 아직도 비가 오면 몸서리칩니다. 잃은 게 너무 많거든요.〉
서로에게 할 말이 많다.
그래서 하고 있다.
사전 인터뷰가 진행된다.
비가 유난히도 많이 내렸던 2013년도 섬머 시즌의 결승전.
코돈빈으로서는 잊을 수가 없다.
준우승 탓에 롤드컵도 놓치고, 팀의 공중분해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최악의 결승전이었다.
SKY T1한테도 최악의 결승을 만들어주고 싶다!
강려크한 코돈빈의 사전 인터뷰가 한국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응 대본
-바보형이 저럴 리가 없지!
-국어책 읽기 실화?
-근데 레전설 어디 가고 코돈빈?
팀의 중심이 레전설이다 보니 착각하기 쉽다.
KTX 롤러코스터의 프랜차이즈 선수는 코돈빈이다.
원년 멤버인 만큼 자연스럽게 주장 또한 맡고 있다.
사전 인터뷰의 팀대표로 나왔다.
평소와는 다른 강렬함!
시청자들의 의아함은 합리적 의심이다.
근데 원래 사전 인터뷰가 대본 없이 진행하기 힘들다.
반쯤 트래쉬 토크라서 과감함을 요구한다.
하지만 마음가짐까지 대본인 건 아니다.
〈오늘이야 말로 듀 선수를 위해 그 악마를 혼내주도록 하겠습니다!〉
코돈빈 선수가 의지를 불태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테이커의 피해자.
과거의 동료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눈물을 자아낼 만하다.
그런데 그 말 섬머때 했다가 못 지킨 걸로 아는데?
괜히 가만히 있던 듀만 더 죽게 만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피도 눈물도 없이 물어왔다.
〈이번엔 가능합니다. 저만 믿으세요.〉
〈그동안 믿어왔는데요?〉
〈한 번만 더 믿어주세요…….〉
-너무 절실한데?
-돈빈이형 ㅠ.ㅠ
-그 악마한테 지지 마!
-불쌍한 코돈빈에게 모든 것을 앗아간……
E-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적어도 코돈빈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다.
자신의 모든 우승을 저 SKY T1과 테이커!
설움이 북받칠 만도 한 일이다.
이에 맞서 테이커가 뼈를 찌른다.
악마를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코돈빈 선수가 지금까지 쭉 준우승만 해오셨는데 우승은 아직 못했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전통을 유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 전통ㅋㅋㅋㅋ
-너어어어어는 진짜 나빴다!
-사탄: 아,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센빠이 미쵸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전통이라는 게 비효율적인 점도 많다.
멀리서 찾아볼 것도 없이 제사라던지, 성묘라던지.
쓸데없이 풀 깎고, 제사 음식 만들고 왜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라지면 또 아쉬운 문화인 것도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코돈빈의 준우승 업적!
그 전통을 이어가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선언해왔다.
〈정말 잔인무도하네요. 결과론적인 관점이지만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SKY T1이 지면서 전승 준우승까지 했던 코돈빈 선수인데.〉
〈전승 준우승 푸하핰!〉
김은준 해설이 잘생긴 얼굴로 호쾌하게 웃는다.
당사자로서는 도저히 웃을 일이 아니다.
정말로 복수의 화신이 될지도 모른다.
양팀의 사전 인터뷰가 끝이 난다.
화면이 다시 무대 정중앙으로 옮겨간다.
자랑스러운 LCK의 선수들이 우뚝 서있다.
〈Ladies and~~ Gentlemen!~~~~!!〉
유럽에서 열리는 롤드컵이다.
EU LCS의 캐스터가 마이크를 크게 울린다.
2015 한 해의 마무리를 결정할, 양팀의 운명을 결정한 롤드컵 결승이 막을 올린다.
* * *
SKY T1.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강팀이다.
2013 LCK Summer 우승
2013 LOL 챔피언컵 우승
2014 LCK Winter 우승
2015 LCK Spring 우승
2015 LCK Summer 우승
LCK 우승만 무려 네 차례에 이른다.
한국 최초의 롤드컵 제패로 이루기도 했다.
잡다한 거 다 빼고 주요 대회만 따져도 이 정도다.
한국을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한다.
어지간한 상대라면 걸림돌도 되지 않겠지만.
"정신 똑바로 차려. 인게임에 들어가면 변수가 무조건 있다고 생각해."
SKY T1의 박다균 감독.
선수들이 부스 안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매서운 피드백이 시작된다.
한 번 겨뤄본 만큼 어째서 무서운 팀인지 안다.
없는 변수도 만들어내는 기괴함.
저 레전설은 어떻게 예측이 불가능한 선수다.
'될 선수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박다균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그를 알아왔다.
어떻게든 친분을 만들어두려는 시도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고고한 늑대였고, 무리를 이루지 않았다.
그렇게 잊혀졌어야 할 이름이다.
복귀를 한다고 했을 때 코웃음 쳤다.
늦어도 너무 늦었어.
어느새 그는 자신과 동등한 입장에 섰다.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다.
적으로서의 그를 존중하기에 최선을 다한다.
"변수 포함해도 우리가 이긴다는 생각으로 임해. 만약에 레전설한테 1데스 하면 걔는 뭐 하려고 하지 말고."
예측이 안된다?
그조차도 포함해서 전략을 짜면 된다.
추가적인 스노우볼만 막으면 운영 단계에서 무조건 이득을 본다.
SKY T1은 대 KTX 롤러코스터전에서 확고한 방향성을 짜왔다.
상대는 기복이 심한 팀이다.
평균적인 기량과 운영의 정밀함은 자신들이 위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간단한 방안으로 귀결된다.
굳이 위험 부담이 높은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
반반 운영으로 가면 안정적인 자신들의 승산이 더 높다.
반반을 가면 승률 또한 반반.
상대가 던져주는 것을 받아먹으면 반을 넘는다.
다전제에서 승률이 5할이 넘는다는 건 필승의 전략이다.
"중요한 거야. 명심해. 뭐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알겠어?"
""네!""
전략 자체는 완벽하다.
생길 변수의 대비책도 고려했다.
밴픽과 분석의 완성도는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긴 했는데.'
지도자는 당당해야 한다.
자신의 하는 말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옳고 그르고는 그 다음 문제다.
지도자 본인도 확신하지 못하는 걸 아래 사람들이 따를까? 믿을까?
생각할 가치도 없는 소리다.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당당히 말했지만 박다균은 침이 바싹 마른다.
레전설이다.
그가 얼마나 한 괴물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다.
아예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변수를 만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퍼스트 블러드!
눈이 꼭 감긴다.
상상은 했던 일이다.
하지만 차마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만약 일어난다면 사상 최악.
경기의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레전설의 야흐오가 김지훈의 카서트를 잡아냈다.
「다대기!」
리플레이 장면이 송출된다.
쏘아진 회오리가 카서트에게 스쳤다.
야흐오가 미니언을 파고 들어가며 딜교환.
토옹!
카서트가 맞받아쳤을 때는 이미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앞무빙을 살짝 다시 밟았을 때였다.
역질주의 역질주로 다시 들어온 야흐오가.
'……탈진이 이때 빠졌구나.'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 기용한 김지훈이다.
라인전 상성과 스펠 또한 최적화했다.
레전설이 그조차 뛰어넘었을 뿐이다.
휘리링!
점멸과 함께 카서트가 띄워졌다.
땅에 내려왔을 때는 이미 체력바가 불탄다.
점멸을 썼지만 질풍보로 따라 들어가 잡았다.
휘익!
휘익!
망령으로 부활한 카서트는 러브샷을 노렸다.
그런데 도망가는 방향이 생각과 달라.
앞이 아닌 뒤였다.
내려오는 미니언 웨이브를 타고 미드 1차 뒤로 빠져 나갔다.
한 끗 차이로 살아 돌아가는데 성공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카서트의 딱콩이 단 하나도 스치지 않았다.
와아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진다.
누구도 상상조차 한 적이 없을 2레벨 킬각.
단단했을 김지훈의 가드가 속수무책 무너졌다.
물론 어느 정도 말리는 것도 감안해서 뽑은 카서트다.
한타에 들어가면 이만큼 좋은 챔피언이 별로 없다.
라인전 단계에서도 불리할 게 전혀 없다.
일단 파밍이 쉽고, 야흐오는 로밍이 별로 안 좋다.
서로 미드에 죽치고 있으면 아쉬울 게 없다는 계산이다.
그 계산이 초장부터 무너져 내리자 분위기가 싸해진다.
─SKY 왕린님이 KTX 레전설님을 처치했습니다!
싸해진 분위기를 다시 원상복구시킨다.
어느새 올라온 왕린의 나루가 레전설을 잡았다.
해설진들조차 위치 파악이 늦었으리 만큼 예상 밖이었다.
'왕린…… 네가?'
나루는 본래 캐리하라고 쥐어주는 픽이 아니다.
AD/AP 밸런스와 조합 안전성을 위한 기용이다.
왕린 본인도 나루를 썩 잘하지 않는다.
챔피언 자체가 왕린과 미스 매치다.
분노 조절은 왕린에게 있어 상극이다.
그의 나루 숙련도는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나루의 숙련도가 물이 올랐다.
아니, 전체적인 실력 자체가 이상의 이상이다.
더 발전하기가 힘들 정도로 완성된 선수가 그 이상으로 잘해졌다.
'커피맛은 그리 변하지 않았는데?'
왕린의 실력은 커피맛에 좌우된다.
그가 우리는 커피는 진작에 정점에 도달했다.
박다균 감독의 의아함이 풀리지 않은 채 경기는 진행된다.
SKY T1이 첫 번째 세트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MVP는 누가 뭐래도 왕린.
헤드셋을 벗어 내려 놓은 왕린은 미소지었다.
"뚜껑을 열어보십시오."
박다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가리켜온다.
커피가 들어있는 보온병을 말이다.
'뚜껑을…… 왜?'
의문 속에 비틀어 열은 보온병의 뚜껑.
놀라운 일이다.
살아있는 거품을 간직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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