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26화 (42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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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

이름부터가 비싸 보이는 이 경기장은 실제로도 굉장히 세련됐다.

2015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의 마지막 종착지로서 부족함이 없다.

수용 인원 2만 명에 추가 좌석 5천 석.

결코 작다고 말하기 힘든 대형 경기장이다.

그럼에도 현장에 관람 온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여기는…, 베를린…, 직관충…, 질문 받는다……

독일 누나 이쁘다……

서유리 누나도 이쁘다……

사진은…, 사람…, 많다…, 실패……

└헐 그 서유리?

└이름하야 열파참!

└리픈 코스프레했네

└후, 달래 여신님은 안 하시나

현장의 열기가 몹시 뜨겁다.

코스프레 등의 이벤트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는 당연히 곧 열릴 롤드컵 결승전 관람이다.

독일의 현지 팬들은 물론 인근 국가 팬들의 수도 엄청나다.

EU로 하나가 된 유럽은 국경의 개념이 희미하다.

옆 나라에서 오는 건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만한 수와 반응도 납득이 된다.

그것을 포함해도 충분히 신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 방송사 특파원들이 취재를 하는 것도 그럴 만하다.

"독일 수도 베를린의 슈프레 강, 그 맞은편에 지어진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입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마이크를 손에 쥔 남성 기자가 취재 중이다.

9시 뉴스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특별한 무대다.

2015 LOL 월드 챔피언컵은 이미 대중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결승전의 9시 뉴스 보도는 사실상 예고된 일이었다.

문제는 그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현장 시민들까지 인터뷰하는 등 취재가 본격적이다.

「토마스 힌덴부르크/독일인 팬」

"밤새 예약해 39번 번호를 받아 앞줄에서 보게 됐어요. 정말 기뻐요."

「테오도어 바디스/폴란드인 팬」

"라이브를 직접 본다니 아직도 믿을 수 없어요. 생각도 못했어요!"

투박한 통역과 함께 뉴스 화면에 나갈 예정이다.

독일인은 물론 옆나라 폴란드인까지 찾아왔다.

찾아온 현장 팬들의 기대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내용.

금일 대회의 취지와는 약간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얼핏 보면 통역을 잘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경기장 안은 이미 2만 명이 넘는 관중들로 발 디딜 틈 없습니다. 미리 예약표를 끊지 못한 팬들만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데요. 이들은 취소된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이른 아침 현장에 찾아온 것입니다."

기자의 목소리가 살짝 비장하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심각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현장 팬들의 마음은 심각함 그 자체다.

드넓은 도보와 차로, 주차 공간 등이 협소하게 보일 정도다.

그 이상으로 진국인 건 경기장 내부다.

이미 경기장 안의 좌석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드리 만큼 빼곡하다.

만약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본다면 엄청난 장관일 것이다.

단순한 관람 목적이라면 인원 이상으로 사람이 북적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무리 롤드컵 결승전의 기대가 높더라도 이만한 인파를 설명할 방도가 없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무언가 시작됐는지 관중들이 환호가 대기를 울린다.

단순한 음성을 넘어 진동의 영역에 도달했다.

뉴스를 볼 시청자들로서는 감이 안 잡힌다.

무엇이 대체 저들을 열광하게 만드는가?

한국의 E-스포츠가 잘 나가는 건 들었는데 저 정도야?

한 가지 더, 한국 하면 최근 잘 나가는 산업이 존재한다.

발걸음 무거운 공중파 뉴스에서 취재에 목을 메는 이유가 있다.

* * *

2만+5천석의 관중석은 가득 채워진지 오래다.

취소되는 표를 기대하고 찾아온 팬들.

채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아쉬움만 삼킨다.

다행히 유도리 있는 현장 대처로 입석 입장이 진행 중이다.

현장 스태프에 따르면 벌써 5천 명이 넘어가는 관중이 추가로 입장했다.

비록 서서 볼 수밖에 없겠지만 종아리의 아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가 있다.

와아아아아아아-!

누군가 소리만 들었다면 이거 설마 펜타킬 떴나?!

착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의 함성이다.

아직 경기가 시작은 커녕 선수들 입장도 안 했다.

독일 베를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가 들끓는다.

3만 명이 넘어가는 팬들이 열성적으로 환호하다.

현장의 분위기가 이토록 고취될 만도 하다.

〈이번 롤드컵 결승전 공연은 특별할 거다. 관계자 분께 얼핏 들은 바는 있어요. 애석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매번 하는 말이잖아요?〉

클끼리 해설이 자신의 인맥을 살짝 자랑한다.

관계자 입장에서는 대박일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예산으로 이 정도의 공연을 준비했다!

공개되지도 않은 예산의 액수를 추측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그런 걸 추측하는 사람은 살면서 본 적이 없다.

팬들에게 중요한 건 대체 누가 오느냐?

〈저도 약 열흘 전에 들었습니다. 듣고서 어안이 벙벙했어요.〉

〈그렇잖아요? 차라리 휴식기를 가지고 있었을 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 누구보다 바쁠 입장인데…….〉

일반 팬들에게는 일주일 전에 전파되었다.

해설진들은 열흘 정도 전에 알았다.

미리 들었음에도 믿겨지지 않는다.

정말일지 기대를 하고 왔다.

-세상에

-연습에 지장 없나?

-아니ㅋㅋ 너무 기대되는데

-달래갓과 걸즈데이의 콜라보라니……

현장에서는 외국 유명 밴드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롤드컵 결승전의 초청 가수다.

초청 가수는 아직 한 팀 남았다.

작년 롤드컵에서 활약했던 걸즈데이.

외국팬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한국 걸그룹이다.

K-POP을 좋아하는 유럽팬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먼 걸음을 서슴지 않았다.

한 명이 추가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번 공연은 롤이라는 컨셉에 걸맞게 다섯 명이다.

걸즈데이도 걸즈데이지만 나머지 한 명이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달래 선수가 콜라보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고 하죠?〉

〈맞습니다. 이 바쁜 형국에 걱정은 되지만 기대가 더 높은 것도 사실이에요.〉

뭇 남성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도 하다.

어느 쪽도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연예인이다.

E-스포츠 팬들을 위한 특별 공연을 한다니?

단 한 가지만 빼놓고 대만족이다.

설마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

그렇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달래 선수가 후보이기 때문에 경기 진행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문제는 본인 스케줄인데, 팬들의 기대와 응원 덕분에 소화할 수 있었다고 기사에서 보았습니다.〉

〈분명 같은 무대에 사는데도 갑자기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존재가 된 거 같아요 달래 선수가.〉

〈하앜 대단한 크큭.〉

-은준좌ㅋㅋ

-근데 ㄹㅇ 클끼리 말이 맞지ㅋㅋ

-탑급 연예인이면 페이가 대체 얼마야

-공연 한 번에 억 단위로 오갈 걸?

그러다 보니 영입 초기 말이 많았다.

아니, 대체 왜 복귀하지?

복귀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받는 페이 면에서 비교 자체가 안된다.

레전설이나 테이커라 하더라도 탑급 연예인 입장에서는 정말 푼돈 벌이다.

그런 비유가 가능할 정도의 격차다.

물론 소속사와 나눠 가지고 하면 줄어든다.

하지만 달래의 경우 해외 활동도 많이 하고, 개인 쇼핑몰도 대박을 치는 등 금전 면에서 아쉬울 게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게임사 입장에서 달래가 선수로 뛰는 게 홍보가 겁나 잘되니까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속 계약한 거 아닐까?

└나도 그런 거 같음

└ㅇㅇ 큰 그림 그린 듯?

└전속 계약이면 너무 좋겠다!

└만약 실화면 평생 롤만 하다 늙어 죽는다 ㄹㅇ

커뮤니티에는 그럴 듯한 이야기가 올라온다.

그보다 더 화제를 모으고 있는 건 다름이 아니다.

앞선 외국 밴드의 공연이 성황 리에 끝나며 차례가 찾아온다.

* * *

청천벽력과도 같다.

살아 생전 롤에서도 경험해본 적이 드문 뇌정지를 현실에서 경험했다.

'시발련아!'

마음 같아서는 외치고 싶다.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하다가는 화병 걸릴 거 같아.

하지만 이게 표면적으로는 화를 낼 일이 아닌 게.

"나도 콘서트 보고 싶다."

"바로 바깥에서 공연하는데 부스에서 뭐 하는 짓이냐……."

다른 팀원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재 경기를 앞두고 부스에서 자리 세팅 중이다.

오히려 공연을 직관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하다.

그다지 문제 될 게 없다는 소리다.

애시당초 달래는 후보 선수다.

그렇다고 경기를 생으로 빼는 것도 아니고 끝나면 다시 오겠다고 말도 했다.

'계약 문제 때문에 통보가 늦기는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사과도 받았다.

그리고 사전에 말이 오갔었다.

선수 생활을 가능한 우선시하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달래가 오기 전부터 이미 완성이 돼있던 팀이다.

롤드컵 규칙상 식스맨 있어야 하니 받았던 거다.

본직업이 연예인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혹시 콘서트 끝내고 오면 코스프레 한 채 경기하려나 헤헤~."

"집중하심시오 코돈빈!"

"너나 그만 좀 힐끔힐끔 봐~."

그러니까 이런 즐기는 분위기가 나온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실상을 말할 수가 없는 나로서는 심정이 착잡하다.

'아오, 그놈의 비지니스!'

달래는 오늘 결승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차라리 코돈빈을 뺏으면 뺐지.

경기 전날 갑자기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다던가.

코돈빈이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콘서트를 훔쳐본다.

황신의 가호가 무겁게 다가온다.

달래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리야야."

"네!"

"그냥 불러봤어."

그 빈자리를 리야가 채울 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

안타깝게도 연습 자체를 아예 안 했다.

애초에 로스터에 포함돼있지도 않다.

'어떻게 해서 출전을 시켰다 쳐도 코치진이 반대할 테지.'

파프리카 프릭스와 달리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어찌저찌 설득을 할 수 있는 것도 조별 리그 정도다.

어차피 로스터에 없어서 불가능한 만약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참고로 오픈 부스다.

해외 경기장을 많이 전전해서 알지만 기본적으로 다 오픈돼 있다.

경기를 진행할 때는 헤드셋과 특수한 저주파로 소리를 차단하지만 아직은 쓰지 않았다.

콘서트에 대한 반응이 열렬하다.

오픈 부스라서 쏟아지는 함성이 적나라하게 들려온다.

별로 관심은 없는데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하나 살짝 훑어보니.

'기지배 풀메 떡칠에 옷도 얇게 입어서 씻고 갈아입고 오는데 한참 걸리겠네.'

아링 하지도 않으면서 또 코스프레 쳐하고 앉았어.

아홉 개의 꼬리를 털 한 가닥씩 뽑아서 고통 주고 싶다.

일어나는 분노를 속으로 삭히고 당장의 경기에 집중한다.

제딴에는 최대한 빨리 올 거다.

그렇게 보고 시퍼쪄여 우쭈쭈.

화를 자극했지만 오래 걸리거나 여차하면 못 올 수도 있다.

황신의 가호인지 뭔지 정면돌파 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와아아아아아아-!

온 사방에 사람이 정말 개미떼처럼 바글거린다.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 뿐.

서서 구경하거나 사진 찍는 사람도 정말 많다.

콘서트에 푹 빠져있는 듯 사람들의 초점은 한 점에 고정돼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노력하는 건 맞아.'

분명 스케줄이 한없이 압박이었을 게 분명하다.

대학교 동아리 OT때 간단한 댄스 준비하는 것도 진짜 벅차다.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되는 정식 무대를 불과 일주일만에 해낸 셈이다

애초에 우리가 결승전을 못 갔다면 이런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달래도 어떤 심정으로 말을 꺼냈을지 이해한다.

참 세상일 마음대로 굴러가는 게 없는 듯하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갈채가 들려온다.

굳이 목을 올려 확인할 필요도 없다.

콘서트가 막을 내렸다.

앵콜을 할 리는 없을 테니 준비해야겠지.

'롤드컵 결승이라.'

재작년, 뜻하지 않은 요행을 잡아 프로게이머의 인생을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로부터 벌써 2년이 지났다.

롤드컵 결승도 두 번째다.

하지만 중압감이 다르다.

지금껏 겪어왔던 어느 경기 이상이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팀원들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무대 위로 나갈 시간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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