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25화 (42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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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 -->

롤드컵 4강.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팀들이 올라왔다.

8강 이상의 불꽃 튀는 격전이 예고되었다.

이 또한 결과가 나왔고,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졌다.

A조의 결과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였다.

SKY T1 대 Royal Club.

SKY T1이 3 대 0의 완승을 거두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제 드디어 LCK가 최강이라 말할 수 있겠네.

중국놈들 으스대는 꼴 더 안 봐도 되겠구나.

일련의 화제를 제치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게시글의 내용은 다름이 아니다.

생각해볼수록 너무 억울해!

─지금 이 순간 한없이 억울해지는 한 사람

아직도 웃고 있는 코돈빈

└아직도 웃고 있었누ㅋㅋㅋㅋㅋ

└리프트 라이벌즈 끝난 이후부터 쭉 웃고 있던 거야……?

└슼 때문에 '전승'했는데 '준우승' 해버렸자너

└마법의 짤!

지난 리프트 라이벌즈.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에서 SKY T1이 졌다.

Royal Club에게 패배하며 LCK가 준우승하는 참사가 있었다.

SKY T1은 그 설욕을 마친 셈이다.

전승 준우승이라는 피해자만 남게 되었다.

우승 한 번 해보지 못한 코돈빈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겠으나.

─코돈빈은 지금 웃고 있다

헤헤……

그냥 바보같이 웃고 있다

└추천글 치트키ㅋㅋㅋㅋ

└헤헤…… 도, 돈비니…… 이번에는 우승한다

└우리 돈빈이형 또 신났누

└돈빈 톡톡톡 트로피 하나!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2015 LOL 월드 챔피언컵.

롤드컵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로드 오브 로드(Lord Of Lords) 대회다.

선발전을 통과하며 시드권을 손에 넣었다.

우승만 한다면 리프트 라이벌즈는 대수롭지도 않다.

프로게이머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에 획을 긋게 된다.

여기에 따라오는 영광은 고작 상금 정도가 아니다.

전세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져 온다.

몸값이 천정부지 솟아오른다.

활약 여하에 따라 스타 반열에 오르는 것까지 가능한 둘도 없는 기회다.

─KTX가 롤드컵 제패하면 코돈빈 성불하겠네

ㄹㅇ 현세에 대한 미련이 티끌 하나 안 남을 듯

└돈빈이형 제발 우승 한 번만 ㅠ.ㅠ

└LCK도 우승 못했는데 롤드컵이 가능하려나?

글쓴이-대퍼 안 하면?

└대퍼 안 하면 겁나 센 팀은 맞지……

수많은 KTX팬들이 기대했다.

롤드컵에서는 제발 보여주자!

코돈빈도 그간의 억울함과 설움을 풀자!

그런데 조별 리그에서 특유의 기복이 나타났다.

대퍼팀 다운 모습을 보이며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8강 GOO Tigers전을 깔끔하게 승리하며 민심을 회복했다.

─대퍼 안 하는 킅이면 거의 무적에 가까움

지난 섬머 때 슼도 대퍼 덕분에 이긴 거지

실상 경기 내용은 거의 발렸잖아?

결승 가면 이번에는 모른다 ㄹㅇ

└응, 강한 팀이 이기는 게 아니고 이기는 팀이 강한 거야

└이론상 대퍼만 안 하면 무적인데

└그 이론ㅋㅋㅋㅋ

└기복 그 자체!

반대로 말하면 인정을 받는 거다.

대퍼만 안 하면 이만큼 강한 팀이 없다.

KTX 롤러코스터에게 적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결승을 향하는 마지막 관문에서 만난 상대.

다름 아닌 지난 2014 롤드컵의 우승팀이었다.

말하자면 대퍼하지 않는 대퍼팀이다.

숱한 기대 속에서 격전이 치러졌다.

토이치TV전을 승리하며 마지막 이미지 쇄신을 이루어냈다.

─(속보) KTX 롤러코스터 '레전설' 한국 귀화 최종 결정!

외교통상부 난민 신청 수용 및 귀화 허가, 제3의 LCK 태극전사 탄생!

└퇴짜 맞았던 거 허락 떨어졌누ㅋㅋㅋ

└이번엔 진다고 다시 추방하는 거 아니지?

└롤드컵 결승인데 ㅇㅈ해야지

└져도 상대가 한국이라 안전빵ㅋㅋ

난민은 국가사무, 절차상의 난색을 표하던 외교통상부가 드디어 입장을 확고히 했다!

레전설의 한국 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그러한 우스갯소리가 괜한 일이 아니다.

지난 2014 롤드컵의 최대 역적!

서양권 팬들에게는 가히 신적인 존재다.

반대로 한국팬들에게는 이만큼 원망스러운 존재가 없다.

롤드컵 연속 우승을 좌절시킨 장본인이다!

매국노라는 이미지가 괜히 씌워진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 결승 진출로 면죄부가 주어졌다.

─???: 왜 칭찬하는 것이지?

너희들은 숨을 쉬었다고 칭찬 받나?

└돈빈이형이야……?

└지금까지 소름 돋는 연기였던 거임ㄷㄷ

└완전 바보인 줄 알았는데

└동네 바보형처럼 생겨서 의심도 안 해봄

팬들에게 살짝 모자라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돈빈 하면 그렇고 그런 이미지가 있었다.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대활약을 해냈다.

위대한 정글러!

그가 가진 또 하나의 별명이다.

제대로 증명하며 더할 나위 없는 임팩트를 떨쳤다.

따라서 이어질 결승전 또한 기대가 모인다.

위대한 정글러 모드로 캐리하는 거 아니야?

그러기에는 하나의 징크스가 발목을 잡는다.

─???: 돈빈아 형도 결승은 매번 갔어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둬라

└아니, 형 요즘 너무 자주 오는데?

└포스트 콩진호 씹ㅋㅋㅋㅋㅋ

└진호형은 인정하자나ㅋㅋㅋㅋㅋㅋ

└잔인하다.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 ㅠ.ㅠ

말하자면 롤판의 콩진호다.

코돈빈은 준우승의 아이콘으로 찍혔다.

안 그래도 그런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난 리프트 라이벌즈의 전승 준우승으로 확정되었다.

물론 지나고 나니 해프닝이다.

아니, 우승이 좀 오래 걸렸을 뿐이지~.

그동안 활약도 했고, 선전도 했고, 실력도 있으니 당연히 언젠가 하는 거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콩진호 선수도 현역 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롤판 너의 이름을! 관련 기사의 베스트 코멘트에는 반응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Best Comment]- 우승한 게이머가 모두 콩진호를 결승에서 만난 건 아니다. 그러나, 콩진호를 결승에서 만난 게이머는 모두 예외 없이 우승했다는 걸 명심해!

[Best Comment]- 정보) 콩진호는 KTX의 레전드다

[Best Comment]- 정보) 임요한은 SKY였다

[Best Comment]- 돈빈이형…… 이 악마들에게 지지 말고 화이팅……

응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힘이 없을 만도 하다.

이게 참 한 마디로 웃프다.

부정을 하기에는 증거가 너무 명백해.

하지만 아직까지는 또 모르는 게 사실이다.

과연 콩진호와 코돈빈의 평행이론이 성립할지.

아니면 정말 웃고 넘어갈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을지.

많은 것이 걸린 결승전 무대가 예정된다.

* * *

독일의 베를린.

롤드컵 결승전이 치러지는 장소다.

유럽 국가들 중 가장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분단의 아픔을 함께 한다는 것에서 참 많은 공통점이 있다.

'뭐, 사실 딱 거기까지긴 하지.'

여행지로는 그다지 각광을 못 받는다.

어떻게 보면 얄짤이 없는 부분이긴 한데 세상사가 원래 그렇다.

나라 자체가 실용주의적이다.

한 마디로 노잼이다.

─베를린 관광 가면 뭐해요?

여기 뭐 있음?

└베를린에 관광을 가는 병신도 있음?

└대체 뭐 하려고 감?

글쓴이-롤드컵 결승 치르려고

└미친놈 니가 무슨 레전설이냐?

여행 커뮤니티에 글 하나 올렸더니 격한 반응이 터져나온다.

생각보다 너무 격해서 당황했다.

여행 매니아들에게는 그렇게 선호되는 장소가 아닌 듯하다.

'따져보니 없지 않아 있긴 했는데.'

베를린 장벽이라던가

공룡 화석이라던가 있기는 하나 보다.

하지만 단기간에 알찬 재미와 보람을 뽑아내는 그런 명소는 딱히 없는 삭막한 도시다.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소리다.

그리고 여행은 원래 장소 이상으로 동반자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고른 똥강아지다.

"리야야."

"네."

"엉덩이 때려도 돼?"

"히잉…… 왜요. 왜 자꾸 때리려는 거에요!"

착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함이다.

마음의 안식을 위한 희생양이 되다니!

리야로서는 몹시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근데 뭐 언제는 이유 있이 때린 게 아니잖아.'

정말로 마음이 착잡한 시기이기도 하다.

준결승과 결승은 1주일의 텀을 가진다.

선수들의 현지 적응과 준비를 위한 배려다.

팬들로서도 아, 너무 길다.

기다리는 것이 고달플지 모른다.

그런데 그건 선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야.

'수능 보기 전의 1주일 같은 거지.'

1주일 가지고 대체 뭘 하겠냐고!

차라리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나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는 또 그래.

괜히 마음만 착잡~해진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불과 4일 뿐이다.

"리야야, 여기 어디야?"

"이 길요? 엉덩이 너무 아팡…… 잠시만요."

리야와 함께 베를린 거리를 걷고 있다.

장소를 물어보자 뇌와 엉덩이에 살짝 버퍼가 왔나 보다.

핸드폰으로 열심히 찾아보는데 사실 딱히 알고 싶지는 않다.

'알아봤자 한 5분 지나면 까먹을 걸.'

엉덩이 때린 걸 무마할 겸 그냥 물어봤다.

리야와는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갈 예정이다.

참고로 베를린에서는 리야도 행동 제약이 풀렸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다.

소매치기 정도만 주의하면 괜찮다고 한다.

그래서 맛집 탐방이라는 임무를 줬고 충실히 수행했다.

"저기요 저기요. 저 집 가봤는데요. 막 안에는요……."

"맛."

"맛있어요! 근데 조금 짜요. 소시지가 막 엄~청 커 가지고~."

쫑알쫑알 늘여 놓는다.

유리야의 특기 분야다.

소시지가 조금 짜지만 굉장히 크고 묵직해서 씹는 맛이 있다고 한다.

'내 것에 비하면 조금 아쉽겠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이네.'

리야와 함께 도착한 식당 안.

메뉴를 주문하자 역시나 아쉽다.

내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애송이들을 갖다 준다.

그 애송이들이 묵직하다며 리야가 호들갑이다.

어쩌다 내 걸 보면 환장하겠네.

나이프로 툭툭 끊듯이 써는데 괜히 내가 아픈 듯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소시지가 아주 노르스름하게 익어서 겉이 탱탱해.'

맛있게 오물오물 씹는다.

입술 사이로 육즙이 조금 새나왔다.

그걸 보니까 기분이 조금은 묘해진다.

처음 알고 지내던 적에 비하면 밤톨 만큼은 성숙해지긴 했다.

"리야야, 아헤가오 더블 피스 해봐."

"그게 뭐에요??"

"……좋은 거야."

이걸 못 받아준다고?

설명하기가 살짝 난감하다.

진심으로 모르는 듯 소시지를 마저 먹는다.

'그래, 평생 모르고 살렴.'

그게 더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짓궂은 시청자들이 물어볼 수도 있다.

그때는 내 익명성을 보장해줬으면 싶다.

미투 당하긴 싫으니까.

"근데 여기 물 안 갖다 줘요."

"알면서 왜 안 시켰어?"

"까먹었어요."

지가 제일 많이 먹으러 와놓고 까먹었다고 한다.

유리야이기 때문에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참고로 독일 식당은 물이 따로 안 나온다.

'물이 겁나 비싸서 차라리 맥주랑 가격이 또이또이하다고는 들었는데.'

진짜 그러니까 약간 당황스럽긴 하다.

아직 대낮이지만 맥주 한 잔 땡길까?

안타깝게도 나는 이후 연습을 위해 맨정신을 유지해야 해서 눈물을 머금고 물을 시킨다.

"저도 물요!"

"닥쳐 넌 맥주야."

"히잉…… 왜요. 저 술 못 마셔요."

맥주가 무슨 술이야?

그냥 보리 탄산 음료수지.

그리고 이런 게 다 경험이다.

'성인인데 술 한두 잔 정도는 마실 줄 알아야지.'

꼰대 같은 소리라고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그런 경우가 생겨.

아, 내가 술 한두 잔만 마실 줄 알았다면.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되거니와 애초에 술 자체가 맛있다.

나중에 술이 이렇게나 맛있다는 건 몰랐어요오! 인생의 절반 손해 봤어!

부르짖는다고 지나간 인생이 돌아오지 않는다.

선배로서 인생의 가르침을 주는 거다.

"이 기회에 한 번 마셔봐."

"선배는 제가 술 마시는 게 좋아요?"

"어."

"그럼…… 그럼…… 배운다는 심정으로 마셔볼게요."

리야가 맥주잔을 두 손으로 들어 찔끔찔끔 기울인다.

얘가 아예 술이 안 받는 체질도 아니다.

달콤한 칵테일은 가끔 마신다.

먹여봐서 잘 안다.

'안타까운 과거 사연이 하나 떠오르네.'

오래된 기억이라 구체적이진 않아졌다.

이대로 잊혔으면 싶다.

리얼루다가.

나도 마음 같아서는 한 잔 마시고 싶다.

'하아…….'

한 가지 예정에 없던 일이 생겼다.

그 방향이 절대 좋은 쪽아 아니야.

롤드컵을 나흘 남겨두고 고민에 잠긴 이유다.

달래가 탈주를 선언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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