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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 -->
토이치TV.
작년 롤드컵의 우승팀이다.
그런 만큼 한국에서도 관심이 대단했다.
올해 롤드컵 최대의 난적은 토이치TV가 되지 않을까?
「강세는 여전했다. 토이치TV NA LCS 섬머 우승, 롤드컵 1시드 확정!」
「토이치TV, GOO Tigers 꺽고 조 1위…… 롤드컵 제패 2관왕 노리나?」
「레전설이 없어도 강했다! 토이치TV 연전연승, 포나틱 꺾고 4강!」
올라온 여러 기사들이 한국팬들의 관심을 대변한다.
작년 롤드컵 우승팀인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해외팀 중 가장 위협적인 우승 후보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토이치TV는 아직도 이전처럼 강팀일까?
당시 우승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레전설이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일련의 떡밥이 정~말 오래 오갔다.
여러가지 그럴 듯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결국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의견은 다름이 아니다.
─토이치TV가 작년에 겁나 상상초월하게 셌던 건 맞는데
솔직히 레전설빨이 반이었음
나머지 선수들한테도 잘하긴 하지만 삼선 레드가 안 밀렸지
└이제는 해체된 팀 ㅠ.ㅠ
└레전설만 아니었어도 ㅂㄷㅂㄷ
└근데 북미 1시드인 것 보면 섬머 우승한 거고 아직도 잘 나가는 팀이다 아님?
글쓴이-북미 우승팀을 언제 인정해준 적이 있다고ㅋㅋ
당시 우승의 주역이었던 레전설이 팀을 나갔다.
그렇다면 북미잼 시절로 회귀한 거 아니냐?
의구심이 불거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물며 이번 롤드컵은 강팀들이 즐비하다.
한국도, 중국도, 유럽도 설욕을 준비해왔다.
現토이치TV의 에이스 비역슨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지난 롤드컵에서 레전설을 겪었다. 무엇을 걱정하겠나?〉
단 한 줄의 인터뷰로 전세계팬들의 불안을 떨쳐버렸다.
그 증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별 리그 D조 토이치TV의 2경기.
GOO Tigers를 잡으며 실력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켰다.
조 1위로 가뿐하게 본선에 진출했다.
포나틱을 잡으며 준결승전을 확정지었다.
그러고서 4강에 올라가 만난 상대.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이러니한 건 토이치TV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정말 잘 안다는 게 플레이에서 보여요. 레전설이 뭘 하려고 하면 자꾸 정글이 주위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레전설이 또 알죠?〉
〈맞습니다! 치열한 심리전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런 경기는 보통 한타 페이즈 때…….〉
롤드컵 4강 B조의 경기.
게임 전문가들도 고개를 휘휘 저을 만큼 예측을 불허한다.
작년 우승의 주역이 몸담은 KTX 롤러코스터와 작년 우승팀 그 자체인 토이치TV가 맞붙는다.
경기의 내용이 얼마나 치열한지.
잔뜩 신난 김은준 해설의 어조가 방증한다.
약팀이 죽 쑬 때는 놀라울 정도로 말이 없어지지만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입에 모터가 달린다.
와아아아아아아-!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도 결국 결과는 나오기 마련이다.
벨기에의 브뤼셀 엑스포.
1만 5천의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목청을 높인다.
-알파카 알파카 새끼야아!
-죽으면 게임 끝난다
-아니, 와아아아아아아
-이맛알ㅋㅋㅋㅋㅋㅋㅋ
진행되고 있는 첫 번째 세트.
손이 덜 풀렸는지 집중력에 허점을 보인다.
그것도 있겠지만 원체 좀 잘 끊기는 선수다.
토이치TV가 혼자 다니던 알파카를 노렸다.
한국팬들의 등골에 식은땀이 나게 만든다.
그렇기에 인기 있는 선수고, 동물이다.
─KTX 알파카님이 학살 중입니다!
모든 스펠과 생존기를 극한으로 활용했다.
심지어 생존에 그치지 않았다.
아군의 백업을 활용해 따냈다.
돌출돼있던 쓰렉귀를 잘랐다.
상대는 역으로 수세에 몰리고 만다.
전세가 180도 역전되며 한타가 일어났다.
〈알파카 슈퍼! 슈우~퍼 플레이!〉
〈다 잡아야죠! 다 잡아! 이미 한 명 잘랐고 4 대 5거든요?〉
알파카의 슈퍼 플레이가 역으로 기회를 만들어낸다.
게임의 승기를 확 가져올 수 있는 순간이다.
마치 그렇게 보이는 광경이었는데.
─더블 킬!
ToichiTV 비역슨님이 학살 중입니다!
ToichiTV 비역슨 님이 KTX 알파카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우르르 몰려가던 KTX 롤러코스터.
비역슨의 베루가가 공허의 지평선을 깔았다.
2초가 넘어가는 광역 스턴에 제대로 휘말린다.
그 위로 스킬들이 아름답게 연계된다.
토이치TV가 다시 역습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일어난 한타는 결과적으로 토이치TV의 승리로 끝났다.
-여윽시 대퍼팀!
-고공점 찍자마자 급강하
-갑자기 롤러코스터를 태운다고?
-미친 롤코력ㅋㅋㅋ
불안한 시작을 끊고 말았다.
다전제 첫 번째 세트의 승리를 내줬다.
'그팀'이 '그팀' 했다는 반응과 함께 설마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다가 진짜 지는 거 아니겠지……?
오랜만에 대패해서 반갑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럴 상황이 아님!
└팬들도 미쳤어ㅋㅋㅋㅋ
└미친놈들아 지금 지고 있다고!
└아, 제발 다큐 잠시만 찍자
그래서 찍었다.
2세트, 3세트 연속 승리.
상대는 만만하지 않았다.
KTX는 더 만만하지 않았을 뿐이다.
가끔 큰 실수를 하는 결점은 있다.
기본적인 경기력은 익히 증명해왔다.
접전 끝에 2 대 1로 스코어를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이윽고 시작한 네 번째 세트.
-아니, 다큐 너무 오래 찍는데?
-이긴 거 같으면 적당히 좀 하지
-가는 곳마다 킬이여~
-크트 너무 완벽한 거 아니냐……
초반 라인전에서 우세를 점했다.
이후 운영까지 완벽하게 굴리고 있다.
바론 지역 한타에서 대승하고 바론까지 가져왔다.
이 의미는 어느 때보다 크다.
게임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니, 이번 준결승전의 승자를 가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커뮤니티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올라올 것 같아요. 이거 설마 대퍼하는 거 아니야? 여기서 또 비벼져서 마지막 5세트 가는 거 아니야? 저는 딱 잘라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찾아볼 수 있는 변수가 거~의 없어요.〉
-이걸 맞췄다고?
-클끼리 실시간 눈팅 하누ㅋㅋㅋㅋ
-근데 이건 ㄹㅇ 예측할 필요도 없음
-대퍼팬들 대퍼 부르짖는 중!
엎치락뒤치락 끝에 네 번째 세트에 도달했다.
KTX 롤러코스터가 2 대 1로 승점을 앞서고 있다.
경기의 내용 또한 한타를 대승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KTX라면 또 모른다.
대퍼해서 지고, 최종 접전에 가도 이상하지 않다.
클끼리 해설이 일련의 가능성을 부정하려던 찰나.
-왔다 대퍼 타임ㅋㅋㅋ
-피드백 빠른 거 미쳤네ㄷㄷ
-아차! 잊고 있던 그들의 한타!
-아…… 안심이야. 내가 알던 대퍼팀인 걸?
바론을 먹고 여유 있게 미드를 압박하고 있었다.
천천히 포탑 부수고 억제탑 밀면 되겠네.
아주 조금 조바심을 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쳐도 실낱 같았다.
없던 일로 넘어가도 됐었을 빈틈이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비역슨이 움켜 잡았다.
「얼어붙어라!」
비역슨의 얼음마녀가 슈퍼 플레이를 해내고 만다.
서릿발길과 앞점멸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KTX 롤러코스터가 하필 잠깐 뭉쳐있었다.
얼음마녀의 광역딜과 CC기가 그림처럼 들어갔다.
그리고 본인은 궁극기와 조냐로 5초나 버틴다.
이상적인 이니시로 갑분싸를 예고하던 그때.
「다대기!」
매콤한 한 마디가 이니시의 맥을 끊는다.
래전설의 야흐오.
상대의 집중 견제로 성장이 지체되었다.
이를 특유의 슈퍼 플레이로 한 땀 한 땀 풀어냈다.
어느새 3코어가 완성된 야흐오의 칼날이 스친다.
토이치TV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포커싱 했으나.
〈살았어요! The 킹갓 엠퍼러 레전설!〉
〈와~! 이게 스테릭 터지면서 순간적으로 안 녹았습니다. 그게 너~~무 컸어요!〉
한 턴 버티며 살아나간다.
그 사이 5초가 허무하게 지나간다.
생존기가 빠진 얼음마녀를 마무리하며 검에 폭풍을 모은다.
「다대기!」
일직선으로 쏘아진 회오리가 쏟아져오는 적들을 가른다.
두 명의 적이 하늘에 붕- 떠버린다.
그 위를 야흐오가 알차게 쪼갠다.
「우리에게 돈!」
몇 명이 맞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의 날카로운 노림수를 흘려 넘겼다.
KTX 롤러코스터에게 다시 주도권이 넘어온다.
갑분싸가 올 뻔했던 한타가 어느새 제 궤도를 찾는다.
─트리플 킬!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여러가지 계책을 짜왔다.
미드를 공략하는 시도
CC기가 가득한 조합.
GOO Tigers가 했던 걸 보다 업그레이드했다는 느낌이다.
이를 소화할 실력도 한층 위였다.
피지컬 뛰어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를 보유한 팀이다.
〈비역슨 선수도 잘했어요. 레전설 상대로 이만큼 선전할 수 있는 미드 꼽으라고 한다면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맞습니다. 실력적인 면도, 연구해온 조합도, 그걸 살리는 과정도 부족한 게 없어요. 패배의 요인을 찾자면 부족했던 게 아니라…….〉
그냥 레전설이 너무 잘했다.
김은준 해설이 침을 잔뜩 튀기며 말한다.
그렇게나 흥분이 될 정도로 양팀의 경기력이 미쳐 날뛰었다.
승자가 정해질 뻔했던 걸 토이치TV가 비비는 듯 보였다.
그걸 다시 잡아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마지막 네 번째 세트의 승자가 정해진다.
와아아아아아-!
현장의 수많은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와 함께 환호를 쏟아낸다.
아쉽다.
아쉬움을 채 삼키지 못했다.
마지막 서양팀의 패배.
토이치TV가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인정한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롤드컵 4강 KTX 롤러코스터 대 토이치TV.
결승전으로 향할 마지막 한 팀이 확정되었다.
한국팬들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뜻 깊은 순간이다.
〈시즌2부터 이어진 한국의 롤드컵 참가 역사! 준우승, 우승, 준우승 차지했지만 같은 지역이 우승, 준우승을 동시에 차지하는 일은 없었어요. LOL E-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결승 내전을 만들었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어찌나 고양됐는지 목소리에서 느껴진다.
〈올림픽 기준으로 하면 금은 확보한 거 아닙니까 이게~?〉
〈역대 최초가 이번 시즌5가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이유가 있다.
작년 롤드컵 이후 부진한 면모를 보였다.
IEM에서도,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도 우승을 실패했다.
LCK 위기설이 대두되었다.
〈이번 시즌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습니까? LCK, 역사상 제일 약한 거 아니냐? 제일 위기 아니냐? 보란 듯이 결승전에 쭉쭉 치고 올라가 LCK의 건재함을 전세계에 알렸습니다!〉
〈저는 김은준 해설한테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크흐하핰!〉
-말 겁나 많아ㅋㅋㅋㅋ
-이렇게 말 많으신 분이 조별 리그에서는 왜……
-강 팀 준
LCK는 토끼다
3등 4등 리그 아니냐?
국제 대회 성적이 자꾸 안 좋다 보니 말이 나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권위 있는 대회.
롤드컵에서 결승 내전이라는 업적을 최초로 이룬다.
잔뜩 흥분해 침을 튀기며 쏟아낼 만도 하다.
반대로 탈락한 토이치TV.
서양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래딧에서는 아쉬운 여론도 인다.
-OMG 결국 져버렸어……
-서양은 결승에 실패했구나 :’-(
-레전설인데 어쩔 수 없잖아?
-레전설이라면 맡길 수 있지!
반응은 당연히 가지각색이다.
색깔 하나로 통일되기에는 워낙 큰 사건이다.
오늘 이후로 여러 이야기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지금 당장은 하나로 귀결된다.
레전설이 레전설했다.
저 괴물을 대체 어떻게 막아?
그리고 그는 서양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KTX 롤러코스터와 토이치TV.
양팀 선수들이 악수를 나눈다.
와아아아아아아-!
경기 종료 직후보다 더욱 큰 함성이 메아리친다.
감격을 선사하고 있다.
레전설과 토이치TV 선수들의 악수 장면이 클로즈업 된다.
서로 친분이 있는 관계다.
더욱이 좋은 승부를 펼쳤다.
가벼운 포옹이 현장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토이치TV의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어제 Royal Club처럼 그냥 무너진 게 아니라 정말 한 치 앞을 모르게 접전까지 갔잖아요?〉
〈예, 동의합니다.〉
-클끼리 동의ㅋㅋㅋㅋㅋ
-역할 거꾸로 됐누ㅋㅋㅋㅋㅋ
-근데 ㄹㅇ 갑분싸 직전까지 갔음
하지만 결국 이겼다.
결과는 언제나 중요하다.
KTX 롤러코스터의 승리로 한·한전이 예고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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