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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422화 (42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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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급 멸망전 -->

자연스레 격전이 예고되었다.

그도 그럴게 두 팀 모두 강해.

현장의 분위기도 심상치가 않아.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오성홍기가 휘둘러진다.

아니, 아예 대형 국기가 펄럭이고 있는 사이드도 있다.

수천 명이 아득히 넘어가는 중국팬들이 피를 쏟는 마음가짐으로 응원한다.

이건 제아무리 SKY T1이라도 고생하겠구나.

이러다 지면 보통 난리도 아닐 텐데.

한국팬들의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애들 진짜 겁~나 많이 왔네

-아무리 돈 많아도 가기 귀찮지 않나?

-적어도 오늘은 그럴 만함ㅋㅋ

-쟤녜는 지는 순간 Royal Club 해체라ㅋㅋㅋ

필사적일 만도 하다.

역대급 스케일의 멸망전이다!

이긴다면 어마어마한 포상이 따를 테지만 반대로 지면?

내 시선에서 OUT!

구단주가 선언해버렸다.

물론 진짜로 행해질지, 단순한 엄포일지는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져서 좋을 건 없어.

수천 중국팬들이 벨기에까지 건너와 현장을 홈 스테이지로 만들어버린 이유다.

애석하게도 그들의 염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SKY 테이커님이 Royal 사오후님을 처치했습니다!

롤은 숫자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말하는 듯하다.

미드&정글을 중심으로 SKY T1이 승기를 잡는다.

승기의 고삐를 놓지 않으며 사정 없이 몰아친다.

첫 번째 세트는 SKY T1의 승리.

특유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이 돋보였다.

중간 중간 테이커의 슈퍼 플레이가 빛을 발하며 역전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저 빛!

-돼지 체온 40도ㅋㅋㅋ

-르풀랑이 밟으니까 터짐

-원딜은 터트려줘야 제맛이지~

Royal Club도 할 만한 듯 보였다.

라인전을 딱히 못한 게 아니었다.

조합 구성도 꽝 부딪히면 이길 만해.

그 핵심인 우즈가 딜각을 잡지 못했다.

여차하는 순간 측면에서 치고 들어온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SKY T1의 압승이다.

〈SKY T1이 합류도 빠르고, 진영도 좋았어요. 이게 기본적인 운영에서 두 단계는 위에 있다는 증거입니다.〉

〈맞습니다. 경기 내내 보이지 않는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

확실하게 격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 세트 진 걸로 주저할 수가 없다.

Royal Club은 어떻게든 이미지 쇄신을 해야 한다.

이번 롤드컵을 위해 어마어마하게 투자했다.

그 이유를 증명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이윽고 시작한 두 번째 세트.

전 세트 조합의 취약점을 개선했다.

미드 정글 싸움이 밀리지 않도록 신경 썼다.

─SKY 왕린님이 학살 중입니다!

다른 곳이 뚫려서 문제다.

왕린의 끠오라가 탑라인 1 대 1을 압살한다.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고 게임을 뒤흔들고 있다.

〈왕오라! 랫미의 투지를 꺾어버리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조별 리그에서 레전설의 끠오라에게 데였던 랫미 선수인데…… 이러다 트라우마 생기겠는데요?〉

레전설로 인해 임팩트가 다소 묻혔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많이 끠오라를 플레이했으며, 선전을 한 선수는 다름 아닌 왕린이다.

랫미의 나루를 숨도 쉬지 못하게 참교육 시킨다.

-역시 중국인이라 그런지 짱깨 상대법을 알아

-왕린 중국인이었음?

-중국계 한국인이라는 소리는 있던데……

-ㅁㅊ 별의별 루머가 다 있네ㅋㅋㅋㅋ

사이드 라인 주도권을 완전히 뺏겼다.

Royal Club은 고삐를 붙잡힌 채 휘둘린다.

두 단계 이상 높은 운영이 더해지자 변수가 없다.

〈이게 결국 아무리 원딜이 잘하고, 한타 집중력이 뛰어나고, 피지컬이 좋아봤자 발휘할 기회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잔인무도한 SKY T1이 기회를 박탈했어요.〉

클끼리 해설의 설명 그대로다.

우즈는 분명 한국에서도 인정 받는 원딜러다.

이러니저러니 말은 많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해.

그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

SKY T1의 운영에 질질 끌려 다닌다.

원딜러인 우즈로서는 속이 답답해 터질 만도 하다.

세 번째 세트에서는 지적된 단점을 극복하는 듯했다.

침착하게 천천히 후반을 노린다.

그마저도 기회라 볼 수 없었다.

〈저는 SKY T1이라는 팀이 무서운 이유가 그래서라고 생각합니다.〉

소강 상태.

한동안 교전이 일어날 기미가 없다.

클끼리 해설이 거시적인 설명을 중얼거린다.

〈첫 번째 세트에서는 테이커 선수가 캐리했고, 두 번째 세트는 왕린. 그렇게 MVP를 탔잖아요?〉

〈탑도 미드 캐리력이 엄청나죠!〉

〈그런데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 두 선수가 캐리를 안 해도 SKY T1이라는 팀이 굴러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부분입니다.〉

어느 팀이든 주로 캐리하는 선수가 존재한다.

개인일 수도 있고, 복수일 수도 있다.

SKY T1의 경우 그것이 상체.

그렇기에 간혹 오해를 받는다.

하체는 상대적으로 약점이구나.

만약 그랬다면 SKY T1은 운영이 아닌 극단적인 스노우볼로 팀의 성향을 바꿨을 것이다.

─SKY 황금수염님이 Royal 랫미님을 처치했습니다!

원딜러의 기량을 신뢰하고 있다.

황금수염의 테러스티나가 또다시 킬을 먹는다.

과감한 앞점프로 랫미의 쇈을 끊는데 성공했다.

-갓금수염ㄷㄷ

-수염이 빛난다!

-수염 깔끔하게 깎고 온 것 보소

-수염만 밀면 클라스가 변하시는……

SKY T1의 원딜러 황금수염.

그는 더할 나위 없는 활약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 이유다.

─황금수염 조별 리그 KDA 실화냐ㄷㄷ

27킬 1데스 44어시스트로 1위

KDA 순위표에서 2~6위 다 합쳐도 64.3인데 지 혼자 71 찍음

└와, 미쳤네

└딱히 사리면서 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아무리 롤이 KDA가 다가 아니라도 이건 진짜;

└요즘 검은수염 봉인하고 제대로 빡겜 하고 있음

물론 녹아웃 스테이지로 올라오며 점차 깎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신 나간 KDA를 보유하고 있다.

KDA가 그리 중요한 지표는 아니지만 원딜러에게는 나름 유의미한 가치를 가진다.

탑·미드·정글이 워낙 유명하고, 탑급 기량을 가졌다 보니 존재감이 묻힐 뿐이다.

여지껏 일반 시청자들의 눈에는 잘 안 띄었다.

게임 전문가들에게 이전부터 에이스 선수들 못지 않는 평가를 받아온 이유를 이번 롤드컵에서 여실히 증명 중이다.

〈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앞점프 하고, 앞점멸 하면서 할 때는 하는 선수잖아요~?〉

〈그렇습니다. 심지어 3세트는 미드가 김지훈 선수라 둘의 시너지가 한타에서 폭발할 겁니다.〉

평소에는 보험으로만 활용하는 감이 있다.

상체가 워낙 초중반에 날뛰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드가 김지훈일 때는 다르다.

조합의 특색이 확연히 바뀐다.

원딜러인 황금수염의 비중이 높아진다.

구태여 초반에 일을 낼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만 커도 한타 캐리할 자신이 차고 넘친다.

─트리플 킬!

SKY 황금수염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Royal Club도 우즈한테 잘 몰아줘서 방심할 단계는 아니다.

해설진들의 우려를 보란 듯이 잠식시킨다.

SKY T1이 승리의 종지부를 찍는다.

〈우즈가 302인 건 당연히 변수죠! 그런데 그 변수를 Royal Club만 가지고 있던 게 아니에요!〉

〈황금수염! 빛났습니다. 우즈도 프리딜 잘했지만 그 이상으로 잘 넣었고, 결국 SKY T1이 마지막 한타를 승리로 장식하는 그림입니다.〉

매 세트 거듭할수록 현장의 온도가 떨어진다.

마지막 한타를 패배하자 이미 일어나는 관중들도 보인다.

아쉬울 중국팬들의 마음과 전혀 상관 없이 SKY T1이 Royal Club을 찍어 누른다.

『승리」

넥서스를 부수며 SKY T1이 결승전 진출을 확정짓는다.

리프트 라이벌즈에서의 패배?

한 번의 우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깔끔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만회한다.

고무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롤드컵 기준으로 12연승, 전승으로 결승전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대단해요.〉

〈SKY T1이 또 한 번의 전승 우승, 그리고 롤드컵 2회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향해서 한 발 더 내딛었습니다.〉

-작년 윈터 때 전승 우승했었지……

-누구는 전승 준우승하는데

-이놈들 때문에!

-슼친놈을 막을 수가 없다ㄷㄷ

4강 A조 SKY T1 대 Royal Club.

한·중전은 결국 한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격차가 생각 그 이상, 그리고 결정지어지자 중국의 여론은 불타오른다.

* * *

Royal Club의 패배.

사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예 못 올라간 것도 아니고 준결승이다.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다음을 기약할 만도 하다.

「Royal Club 결승 진출 좌절……, 또다시 SKY T1을 넘지 못했다.」

「'결국 새드엔딩' Royal Club의 두 번째 도전, 또 4강에서 멈췄다」

「구단주 차오진핑 팀 해체 가능성 언급. 바람 앞에 촛불 Royal Club!」

문제는 그 기약이 벌써 3년째다.

희망고문만 계속 하니 팬들도 지친다.

차라리 입이라도 안 털었으면 또 모르겠는데.

─우즈 자식은 또 뻔뻔하게 방송 키고 수금하겠지?

개인 방송에서 온갖 자신 있는 척은 다 하더니

뭐가 레전설이, 테이커가 별 게 아니야?

└미친개가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지. 그거 빼면 없지만

└그 개자식 사료나 그만 줘

└Royal팬놈들이 또 우르르 몰려가서 괜찮다고 할 걸

└Royal Club이 해산되는 게 먼저 아닐까???

우즈의 인성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자국 내에서도 곪아 터졌지만 뭐 어떡해.

이외에 한국에 대적할 만한 스타가 없다.

애초에 중국은 웬만하면 인성 관련으로는 그러려니 한다.

하도 미친놈이 많은 동네다.

실력만 받쳐주면 이후로도 쭉 문제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실력의 밑천이 보여서 문제다.

심지어 그 뿐만이 아니다.

팀내의 불화설까지 터져버린 형국이다.

─기사) 마라샹궈曰: 팀에 있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겠다

Royal Club의 탈락이 확정된 당일.

마라샹궈는 홀로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카사 영입 이후 벤치로 물러나게 된 것.

위급할 때만 자신을 찾는 팀원들에게 실망.

두 가지 요인이 복합된 결과로 추측되고 있다.

└마라샹궈는 억울할 만해

└꼭 마지막 세트에서만 기용하더라

└조별 리그에서도 마라샹궈가 나와서 G5 잡아줬지

└우즈와 싸워서 벤치로 밀려났다는 설이 있던데 설마……

마라샹궈와 우즈.

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익히 알려진 찌라시다.

어디까지나 찌라시라 공공연한 정도였지만 보다 확실시됐다.

우즈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지게 된다.

Royal Club의 에이스란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단순한 팬들의 비난이면 모를까 구단주의 신뢰까지 잃어버렸다.

"……."

구단주와의 1 대 1 대면.

평소였다면 친분을 위한 자리다.

상류층의 문화도 배워보는 뜻 깊은 시간이다.

차오진핑의 싸늘한 시선이 현실을 깨닫게 만들어준다.

자신과는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다.

도저히 같은 세상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

짧았던 꿈이 끝난다.

"우즈."

"아, 예……."

"잘해야지. 어째서 못했던 거야?"

"그러니까 그게……."

누군들 잘하지 않고 싶을까?

변명을 대기에는 너무나 추한 입장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요구했고, 차오진핑은 이를 들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최소 접전이라도 펼쳤어야 변명거리라도 생길 텐데.

KTX에도, SKY에도 무참하게 발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내가 진짜 많은 생각을 했어. 근데 결국 우즈를 자를 수는 없겠더라고."

차오진핑 이상으로 우즈를 대우해주는 구단주는 없을 것이다.

아니,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한 달 전이었다면.

폼도 잔뜩 떨어졌는데 팀내 불화설과 대외적인 비난까지 쏟아진다.

그런 문제아를 굳이 영입하고 싶은 괴짜는 드물 것이다.

있다고 쳐도 정상적인 대우와는 거리가 멀겠지.

우즈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차오진핑은 보다 저렴한 대우로 충직한 충견을 얻는다.

적어도 지금의 대화로 손해를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SKY T1 대 Royal Club.

4강 A조의 경기가 끝이 났다.

중국 내에서는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불어 닥친다.

하루이틀로 끝날 소동이 아니다.

한동안은 화재 진압이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한 중국의 사정이야 한 셋째쯤 친다.

롤드컵은 여전히 성황 리에 진행 중이다.

아니, 이제부터야말로 진정한 시작일지 모른다.

참 아이러니하다.

일각에서 그러한 이야기가 제기되는 이유가 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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