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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급 멸망전 -->
롤드컵 8강전이 전부 막을 내렸다.
A조부터 D조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
하지만 한 팀은 살아남고, 나머지 한 팀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 결과에 대해 당연히 왈가왈부가 많다.
아쉬워하는 팬들도, 그 선을 넘어 욕하는 팬들도.
결국 시간 문제고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타협하게 돼있다.
─GOO팬인데 이제 어디 응원해야 할지 고민이다
KTX 잘하는 건 인정하는데 왠지 밉다
적당히 좀 잘하지 교수님이 얼마나 강의 준비 열심히 해왔는데 후……
└명강의 중에 갑분싸 오졌자너ㅋㅋㅋ
└레전설이 나이즈 기대치를 너무 잘 끌어내는 듯
└그럼 SKY T1 응원하면 되는 거 아님?
└준결승은 한국인이면 응원해야지!
8강이 끝났다는 건 4강 매치업이 확정되었다는 소리다.
수많았던 변수들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낸다.
가장 이목을 모으는 조는 다름이 아니다.
롤드컵 4강, 준결승전의 첫 번째 경기.
8강 A조의 승자와 B조의 승자가 맞붙는다.
그 두 팀은 과거에도 한 차례 겨루었던 적이 있다.
「리프트 라이벌즈 중국 우승. Royal Club, 테이커 잡아내며 SKY T1 무너뜨려.」
「Royal Club, 에이스 결정전 끝에 승리. 리프트 라이벌즈 우승 좌절.」
「오만했던 패배자, 절박했던 승리자……. 자존심 구긴 LCK.」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
2015 리프트 라이벌즈.
LCK, LPL, LMS의 삼파전이었다.
한국팬들은 당연히 우승을 예상했다.
그 결과는 아쉬움이 사무칠 수밖에 없었다.
SKY T1이 Royal Club에 패배하며 LPL에게 우승을 내줬다.
─슼팬인데 긴장된다 긴장돼……
Royal Club한테 또 지는 건 아니겠지?
└리프트 라이벌즈 때처럼
└지금 기세 보면 슼이 이기지 않을까?
글쓴이-그때도 뜬금없이 깨졌잖아……
└불안하긴 하지. 이번엔 무조건 이겨야 되는데
안 그래도 관심이 쏟아지는 한·중전.
그 기대치가 하늘을 뚫을 만도 하다.
한국팬들은 리프트 라이벌즈의 설욕을 외치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에서도 두 팀의 대결이 최대 화젯거리다.
원한이 있는 건 Royal Club도 마찬가지다.
「롤드컵 우승 좌절…… Royal Club, 한국팀 SKY T1 K에 아쉬운 패배.」
「13억 중국인들의 응원 닿지 않았나? Royal Club 준우승 그쳐.」
「준우승 인터뷰 우즈曰 패인은 경험 부족, 내년에 보여주겠다.」
재작년 2013년도 롤드컵의 조연이었다.
Royal Club과 중국팬들은 패배를 잊지 않았다.
이번 롤드컵 4강전의 매치가 불타오르는 한 가지 이유다.
그보다 더 큰 이유.
믿기지 않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래딧을 통해 한국에도 일련의 소식이 전파되었다.
─Royal Club 구단주: SKY T1전에서 패배하면 스태프 전원 해고!
최근 래딧에서 화제가 되는 소식입니다
Royal Club 구단주가 개인 제트기로 타고 롤드컵 4강전을 지켜볼 예정이다
만약 SKY T1전에서 패배하면 스태프를 전원 해고한다
승리시 각각 100만 위안(약 1억 6천만원) 지급 예정
└상남자식 엘리전ㄷㄷ
└별창남도 아니고 1억 6천 미션 기모띠하네
└중국 구단은 갑부들 장난감이라던데 진심일 거 같아서 무섭다
└저거 루머가 아니라 ㄹㅇ이었네ㅋㅋㅋㅋㅋ
중국팀들의 구단주, 혹은 대표는 재벌 2세(푸얼다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 만한 이야기다.
차원이 다른 투자가 가능한 이유다.
하지만 긍정적인 작용만 있는 게 아니다.
구단주의 입깁이 크다.
그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도 이따금 야기된다.
─중국 구단주들은 풋볼 매니저 하는 느낌이라 지들 ㅈ대로네
대회에 선수로 나갔던 놈도 그렇고
이번 사태도 그렇고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망하면 리겜하는 거자너ㅋㅋㅋ
└ㄹㅇ루다가 게임하는 감각일 듯
└연봉 많이 준다고 갔다간 멘탈 터지겠다
└Royal 선수들이랑 코치들 불쌍해서 어쩌냐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반발이 인다.
선수들이 얼마나 고생하는데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니냐?
아무리 중국에서 푸얼다이의 행패가 일상이라고 해도 경우가 심하다.
하지만 구단주 입장도 생각해볼 만하다.
납득은 아니어도 이해는 된다.
큰 돈을 투자했더니 성과는 커녕 더 나빠지는 거 같아.
─Royal Club 구단주도 똥줄 탈 만함
리프트 라이벌즈 우승하길래
어? 여기서 좀 더 투자하면 롤드컵 먹는 거 아니야?
그래서 돈 쏟아부었더니 위태위태함ㅋㅋ
└그래도 준결승이면 많이 올라온 거 아님?
글쓴이-내전해서 올라온 거라 지들끼리도 여론 분열됨ㅋ
└아, WA도 중국팀이지
└심지어 겨우 이겼으니까
안 그래도 조별 리그에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구단주로서는 화도 나고 어이가 없다.
이 자식들이 나를 봉으로 아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이다.
인생사 모 아니면 도.
이기면 그간의 만회와 더불어 100만 위안, 패배시 신뢰도와 직장을 잃는다.
아무튼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더 없는 꿀잼이다.
역대급 스케일의 멸망전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 * *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나라다.
벨기에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할 수 있다.
알려진 것이라 해봤자 편의점 맥주인 호가든, 스텔라 맥주 정도.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중계 무역으로 개꿀 빨 수 있는 그런 위치 말이다.
EU, NATO, WEU 등 국제 기구가 있는 유럽 정치의 중심지다.
그 벨기에의 브뤼셀 엑스포.
롤드컵 4강 무대가 치러질 장소다.
현장에는 이미 1만 명이 훌쩍 넘는 팬들이 찾아와 북새통을 이룬다.
〈게임팬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지금 이곳은 2015 LOL 챔피언컵 4강 대결이 펼쳐지게 될 벨기에 브뤼셀 엑스포 특설 경기장입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한국 중계가 시작된다.
지난 주 치열했던 8강 무대가 결국 끝이 났다.
한 주 돌아 바야흐로 4강전이 막을 올린다.
〈8강에서 많은 스토리가 만들어졌고, 결과적으로 유럽팀들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경기를 펼쳤던 만큼 아쉬움이 조금은 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은준 해설위원이 지난 8강 경기들을 총평한다
유럽팬들로서는 아쉬울 수 있는 결과를 맺었다.
유럽에서 열리는데 유럽팀들이 다 떨어졌어.
하지만 그만큼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애초에 홈 그라운도 이점도 적지 않은가?
결정적으로 올라올 팀들이 올라왔다는 느낌이다.
SKY T1 대 Royal Club.
금일 치러지는 4강 A조의 격전이다.
뜨거운 현장의 열기가 그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1만 5천석에 달하는 관중석이 전부 매진 될 만도 하다.
-캬 매치업 미쳤네
-딱 맞춰서 치킨 시켰음 ㅍㅌㅊ?
-제발 착하게 만들어주자
-슼오빠들 파이팅이에요!
4강 첫 경기를 치르는 양팀 모두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8강 A조에서 올라온 SKY T1.
8강 B조에서 올라온 Royal Club.
인기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팀들의 단두대 매치다.
이만한 열기는 굳이 예고랄 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하물며 두 국가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매년 한 번씩은 있는 연례행사죠.〉
〈연례행사……하앜크킄.〉
〈연례행사 맞지 않습니까? 한·중전은 이쯤 되면 거의 역사와 전통이에요!〉
한국과 중국의 대결.
지난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수많은 한국팬들이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이는 중국팬들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넘실거리는 빨간 국기와 함성 소리가 심상치 않다.
지난 2014년의 롤드컵.
한국에서 열렸음에도 중국팬들이 더 많이 경기장을 메웠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떻겠는가?
커뮤니티에는 생생한 현장의 상황을 전하는 글들이 보인다.
─사진有) 직관충이다……
짱깨들 오성홍기 휘두르고 국가 부르고 난리도 아님
나도 일단 따라 부르는 중ㄷㄷ
└왜 따라 불러 미친놈아ㅋㅋㅋㅋ
└언럭키 이완용 씹ㅋㅋㅋㅋㅋㅋㅋ
└안 불렀으면 칼 찔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에서 조선족들 칼 갈고 있자너~
└착한 따라 부르기 ㅇㅈ한다
└이새끼 맵리 미쳤네ㅋㅋㅋㅋㅋ
관중석의 절반 가량이 저 멀리 중국에서 온 Royal Club의 팬들이다.
조별 리그에서 성적 안 좋았던 거?
체면 구기고 까였던 거?
다 상관 없어 오늘만 이기면 돼!
그렇기에 시간, 돈 안 아끼고 응원하러 왔다.
홈 스테이지가 아니라면 인해전술로 밀어붙인다.
〈SKY T1은 지난 8강부터 정말 적진에서 싸운다는 느낌이 있어요.〉
〈적진…… 하앜크킄!〉
-은준좌 왜캐 터졌냐ㅋㅋ
-현장 ㄹㅇ 적진임
-벨기에에서 오성홍기 휘두르고 있네
-한국애들은 왜 응원 안 가냐!
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채팅 치는 사람도 가지 않았으니까!
이웃 나라도 아니고 저 멀리 잘 알지 못하는 벨기에까지 응원을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13억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
중국 특유의 국가 대항전에 대한 맹렬한 의식.
SKY T1에게는 안타깝게도 Royal Club에게 극도로 유리한 무대가 조성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중국팬들의 함성 소리가 쏟아진다.
Royal Club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한다.
에이스인 우즈가 손을 흔들자 그 함성이 떠나갈 듯하다.
이어서 SKY T1도 입장한다.
곳곳에서 함성 소리가 울리기는 한다.
그 차이가 얼마나 대조적인지.
현지의 편파적인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 *
경기의 개막을 알리는 함성 소리와 북 소리.
대기를 타고 사람의 피부를 떨리게 만든다.
그 고양감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류다.
신체의 긴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다.
그것만으로도도 충분히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런데 저 함성이, 관중이 적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익숙한 일이지.'
익숙한 일이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자신은 여태껏 숱하게 경험해왔다.
신기하게도 기분 나쁜 경험이 아니었다.
오히려 재밌다.
무수한 기대를 받고 있는 상대를 꺾는다는 것이.
─아군이 당했습니다!
자신의 팀원들까지 그렇다는 건 아니다.
팀의 서포터인 우르프가 잘리고 말았다.
라인 스왑 단계에서 평소답지 않은 실수가 나왔다.
그럴 만도 한 일이다.
해외 경기장은 방음 부스를 설치하지 않는다.
이를 대신할 설비가 있기는 하지만 부족한 게 사실이다.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진동.
피부를 타고 관중석의 상황이 느껴진다.
방금 전 실책으로 현장의 관중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이게 가장 재밌는 부분인데.'
어찌 보면 선수들보다 더 난리가 난다.
자신들이 실수할 때면 응원의 함성이 쏟아진다.
반대로 잘할 때면 현장이 놀라울 정도로 고요해진다.
죄인 혹은 악당이 되었다는 느낌이다.
행동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피드백된다.
주눅 들어 실수를 반복하는 선수들을 많이 봐왔다.
스스로 어떻게든 극복해야 될 일.
물론 하고자 한다고 될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과 달리 팀원들은 해외 경험이 적은 편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여느 때와 같다.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할 상황이다.
이를 해낼 수 있는 환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과정이 아닌 결과의 문제다.
틈이 없다면 강제로 만들어낸다.
솔로킬을 따자 현장이 잠시 고요해졌다.
자신조차 잠시 딴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한 분위기다.
이런 무대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열에 아홉은 제 기량의 반도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우승을 위해?
돈이나 커리어를 쌓기 위해?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셋째 혹은 넷째에 지나지 않는다.
'그 팀은 이겼으니까.'
간단한 이유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Royal Club을 완전히 박살 냈다.
자신이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했다.
관중석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진다.
경기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헤드셋을 내려놓자 배가 조금 고프다.
"오늘 저녁 뭐야?"
"회식? 한국 식당 있어서 산채비빔밥 먹으러 가기로 했어."
벌써 1개월이나 지나버린 유럽 일정.
외국 음식이 궁금한 것도 길어야 일주일이다.
신선한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던 참에 잘됐다.
SKY T1의 스태프들이 만찬의 자리를 약속했다.
한 가지가 다소 아쉽다는 것만 빼면.
메뉴가 너무 식상하다.
"아~ 산채비빔밥? 아쉽네. 난 죽은채비빔밥이 더 좋은데."
테이커가 해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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