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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419화 (41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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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초단기 특강 -->

가히 충격적이었던 게임이다.

첫 번째 세트를 요약하자면 단 한 줄.

롤 커뮤니티는 물론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냥 걸어가는 레전설.Gif

정직한 제목, 정직한 짤방

└이젠 슈퍼 플레이도 귀찮아서 그냥 걸음ㅋㅋㅋ

└응, 평타 못 피했음

└어휴~ 퇴물이네 평타도 못 피하고

└10레전설이면 피했다 ㅇㅈ?

레전설이 걷자 적들이 쓰러진다.

마치 모세의 기적을 방불케 한다.

보는 이들을 전율하게 만드는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는 예고하는 것이다.

KTX 롤러코스터가 완승을 하겠네.

하지만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승리로 쌓아나가는 것도 있지만, 패배로 배우는 것도 있거든요? GOO Tigers, 패배 한두 번에 흔들릴 팀이 아니에요.〉

두 번째 세트의 밴픽이 진행 중이다.

김은준 해설의 목소리가 잔뜩 고양돼 있다.

그도 그럴게 당연히 탑이나 서포터라고 생각했던 챔피언이.

-여윽시 교수님!

-나 이거 강의에서 본 적 있음

-애초에 교수님이 안 찍는 강의가 있기는 하나?ㅋㅋ

E-스포츠 학계 일타 강사다.

여러 분야에서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신다.

그 수많은 강의들 중에는 도도갓의 진심 또한 섞여있다.

「이거 좋다니까~ 믿어봐 츄라이! New메타 원딜 캐낸!」

「원딜, 아직도 고민하나요? 라인전부터 강력하게~.」

「도도갓 원딜 캐낸 : No방송! 미방영분 단독 공개!」

강렬한 썸네일과 제목 어그로.

자칫 조회수 몰이용 영상이라 오해 받을 만하다.

하지만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대회 무대에서 증명한다.

〈어, 다리우트? 이러면 캐낸이 탑이 아니죠?〉

〈원딜 캐낸! GOO Tigers가 조커 픽을 꺼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보다 보니까 저도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요.〉

김은준 해설의 원딜 캐낸의 역사를 설명해준다.

캐낸은 옛날부터 종종 조커 픽으로 기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뜸했는데 갑자기 등장하자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심지어 탑캐낸을 카운터 치기 위해 KTX가 말화이트를 가져갔었어요. 이거 난리 났습니다.〉

〈캐낸이 탑인 줄 알았는데 원딜이었던 거 아닙니까? 원딜 갔으니 탑 다시 뽑을 수 있는 거잖아요!〉

진용준 캐스터의 짤막한 정리대로다.

캐낸이 원딜로 갔으니 탑을 다시 뽑을 수 있다.

상대가 카운터로 준비한 말화이트를 역으로 카운터친다.

〈바위는 도끼로 쪼개버리겠다! GOO Tigers의 조합이 정말 매섭게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뚝배기 브레이커ㄷㄷ

-또 솔킬 보여주나?

-캬~ 춘봉박의 다리우트!

KTX 롤러코스터 입장에서는 착각할 만도 하다.

최근 캐낸 제 2의 전성기라 불릴 만큼 픽률이 높아졌다.

자주 보이게 된 픽이라 상대의 노림수를 인지하지 못했다.

고질라가 서폿 캐낸을 안 하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탑 캐낸으로 오겠지.

그런데 뜬금없이 원딜로 가며 탑 라인 상성이 불리하게 조성됐다.

GOO Tigers 팬들로서는 가히 반가운 일.

이전 세트의 설욕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낙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무섭다.

〈문제는 결국 미드에요. 물론 당연히 GOO Tigers도 생각이 있겠지만 굳이 열어줘야 했을까 그런 생각이 없지 않아 드는데요?〉

-강팀준 화남ㄷㄷ

-방금 전까지는 해맑게 웃더니

-이분 최소 나루

원딜 캐낸의 기용은 신의 한 수로 작용한 게 맞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밴 단계부터 채팅창이 시끄러웠던 이유다.

김은준 해설의 어조도 살짝 화가 나 있을 만하다.

GOO Tigers라고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웬만큼 임팩트 있었어야 꿈이라도 꿔보지.

강해도 보통 강했던 게 아니다.

그냥 걸어오기만 해도 무서워!

저 나이즈를 대체 어떻게 막아야 할까?

저러다 걸어오지 않고 막 뛰어 오기라도 하면 어떡해?

〈파사딘!이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근거가 있는 좋은 밴픽으로 완성될 것 같습니다.〉

-??

-우두루급 태세 전환

-GOO Tigers가 준비를 잘했네ㅋㅋ

-교수님 명강의 총출동!

하지만 김은준 해설의 보증이 떨어진다.

아, 나이즈를 열어준 이유가 있었네!

파사딘은 전통적인 AP 하드 카운터다.

실제로 나이즈 상대로 승률이 좋다.

라인전도 괜찮고, 왕귀력은 그 이상이야.

아무리 너프 먹고 조정이 돼도 파사딘은 파사딘이다.

〈그 뿐만이 아니죠?〉

〈맞습니다. 저는 봇듀오가 굉장히 인상적인 게…….〉

각 선수마다 장단점이 있고, 성향이 있다.

도도갓이라는 선수 겸 교수.

그가 가진 독보적인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바로 넓은 챔피언 폭과 유연한 사고방식이다.

이는 익히 보여줬고, 현재 밴픽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간다.

〈도도갓 선수가 이런 독특한 챔피언들을 옛날부터 잘 다뤘어요.〉

〈그러고 보면 파랑 이즈도 도도갓 선수가 대회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잖아요. 그때는 아직 제가 현역 시절이었는데…….〉

-클끼리 현역이면 시즌2~3이네

-교수님 조교수 시절ㄷㄷ

-새싹부터 다르셨구나~

봇라인에서 기용되는 독특한 원딜러들.

우르고자, 아이언카이저, 파랑 이즈 등은 다 스킬샷 위주다.

도도갓은 높은 스킬샷 적중률을 바탕으로 굉장히 잘 다룬다.

그리고 이런 챔피언들 특징이 후반보다 초중반이다.

파랑 이즈도 왕귀캐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상은 2~30분에 큰 이득을 못 보면 유통기한이 찾아온다.

마찬가지로 원딜 캐낸도 상하기 전에 재미를 봐야 한다.

〈초반 라인전을 세게 가면서 스노우볼을 봇라인 스노우볼 굴리는 걸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입니다.〉

〈서포터도 바트에요. 차원문 열리면서 튀어 나오면 방금 전 세트에서 보셨다시피 정신 못 차리잖아요?〉

그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불안할 수 있는 후반 캐리는 파사딘에게 맡겼다.

의외성을 찌르면서도 완성도 높은 조합을 구성했다.

GOO Tigers가 KTX 롤러코스터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 * *

롤이라는 게임이 상성이 참 중요하다.

과장 조금 포함하면 상성 반, 실력 반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특히 성장형 챔피언들은 그런 경우가 많지.'

스킬 구조라는 게 맞물린다.

이를 테면 상대가 가져간 파사딘.

내가 스킬을 쓰기 위해 다가가는 순간에.

푸웅-!

허무의 마격을 날려 반격해온다.

씌워지는 마법 실드가 상대를 보호한다.

딜교환으로 이득 보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나이즈로 파사딘 말리려다가는 마나가 먼저 달아.'

저 마법 실드와 더불어 7개의 포션.

초반부터 작정하고 존버하면 건들기도 지친다.

결국 맞파밍 구도가 돼버리는데 이러면 누가 이득이냐?

파사딘이 나쁠 게 없다는 소리다.

상대는 나이즈를 열어주고 교활한 밴픽을 꾸렸다.

교수님 강의를 수강하고 싶어질 만큼 발상이 뛰어나다.

'이론적으로 존경할 만한 분이긴 해.'

하지만 세상은 이론이 아니다.

인생은 실전이다라는 말이 괜히 있을까?

틈이 없다면 억지로 비집어 열면 될 일이다.

구루룩-!

불쑥!

적 정글 랙싸이 갱킹을 찔러온다.

땅굴을 파고들어 와 점멸 에어본.

맞점멸 반응을 하긴 했으나 상대는 만족일 것이다.

파사딘이 압박 받지 않도록 스펠만 빼도 된다.

그러면 내가 행동할 수 있는 반경이 좁아진다.

노림수 자체는 교수님의 애제자답게 훌륭하지만.

챠륵!

챠자장!

점멸을 일부러 최대 사거리로 안 썼다.

아쿠아볼을 최대치로 튕기기 위함이다.

코앞에서 쓰면 나 자신에게 되돌아와 상대를 세 번 연속으로 가격한다.

패시브에 의해 스킬쿨이 계속 돌아온다.

연속해서 속박을 걸며 딜 사이클을 잇는다.

나이즈의 풀콤보가 최대치 그 이상으로 랙싸이의 체력바를 녹여버린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체력이 온존하다고 한들 걸린 이상 피할 수가 없다.

상황이 묘하다는 걸 파사딘이 뒤늦게 파악했다.

앞점멸로 달려들어 열심히 해보지만 늦었다.

마지막 평타로 랙싸이를 잡고 깔끔하게 빠져나온다.

'죽는다는 상상 자체를 안 했을 수도 있는데.'

상정하지 못할 수 있는 일이다.

일반 나이즈의 딜 사이클이라면 많이 나가야 반피다.

이론 이상으로 극한으로 때려 박으면 대충 이 정도 딜이 나온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하지만 만족하기엔 이르다.

상대의 수비에 구멍을 냈을 뿐이다.

GOO Tigers가 진정 파고들려 하는 건 봇라인과 탑이다.

"아, 출혈 5스택이 미쳤네……. 서로 플 빠졌어요."

킹인의 말화이트가 고통을 호소한다.

미드는 그나마 버티는 상성이지.

탑은 아예 뚫어버리는 깡패다.

다리우트의 점멸Q에 말화이트의 바위 갑옷이 쪼개졌다.

다행히 봇라인은 주도권을 밀리지 않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캐낸이 6레벨을 찍은 후부터는 교전이 열리기 쉽다.

상대는 분명 초중반에 스노우볼을 굴리려 할 테다.

'파사딘은 갈수록 잡기 힘들어질 테고.'

옛날 만큼 궁극기 이동 거리가 사기적이진 않다.

대신 쿨타임이 매우 짧아 딜 넣기가 빠듯하다.

궁 2레벨 기준 대략 3초 가량.

그 3초면 떡을 친다.

* * *

GOO Tigers의 노림수는 찬사를 낳았다.

상대 입장에서 대비하기 어지간히 힘들겠다.

실제로 게임 풀이 또한 의도대로 되는 듯했다.

─KTX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단 한 명을 막지 못해서 문제다.

레전설의 나이즈가 솔로킬을 땄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게 해석이 된다.

〈와아-! 레전설!〉

〈노림수를 가지고 들어간 거였는데 자폭이 돼버렸습니다…….〉

사이드 라인을 푸쉬하는 나이즈를 끊어보자.

GOO Tigers는 설계를 나름 참신하게 잘했다.

다리우트가 텔을 타면서 파사딘이 앞궁으로 공허한 파동을 흩뿌렸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잠깐, 몇 초만 묶으면 다리우트가 온다.

그 몇 초를 도저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가 그래도 파사딘인데 그 시간 몇 초를 못 끌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스킬 콤보가 정말 탁탁탁! 아주 잠깐의 딜로스도 없이 예술처럼 들어갑니다. 녹여버려요. AP챔피언 하드 카운터 파사딘이 녹았습니다!〉

최근에야 대회 무대에 나오면서 사용법이 풀렸다.

일반 유저들도 잘만 쓰면 상당히 괜찮은 챔피언이네.

그렇게 평가 받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아니었다.

헬퍼 전용 챔피언.

그러한 오명을 달고 다녔다.

패시브가 터졌을 때 스킬 콤보의 정밀도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 콤보만 돌려도 그럭저럭 세기는 하다.

하지만 헬퍼가 돌리면 체감상 두 배는 더 박힌다.

레전설이 손에서 그 극한 이상으로 재현되고 있다.

-아니, 파사딘 체력이 2천이 넘어가는데

-미친 1초만에 녹아ㅋㅋㅋㅋㅋㅋ

-평타까지 박는 거 실화냐?

-구로 개억울하겠다

레전설의 나이즈는 다르다.

동의가 절로 나오는 광경이다.

리플레이로 다시 봐도 어처구니가 빠진다.

파사딘의 체력바가 녹아난다.

깜짝 놀라 궁극기 몇 초를 못 기다리고 점멸을 썼다.

이미 죽음이 확정된 후였고 다리우트가 도착했을 때에는.

─더블 킬!

나이즈의 두 번째 제물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인 결과물로 연결된다.

리플레이가 종료됐을 때는 용이 쓰러져있었다.

〈GOO Tigers가 준비한 것도 많고, 실제 게임에서 보여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론은 이전 세트와 같습니다.〉

두 명을 잡고 용까지.

경기의 흐름이 KTX 롤러코스터에게 확 넘어온다.

약팀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클끼리 해설이 현재 상황을 정리해준다.

〈게임 끝날 때까지 이거밖에 말할 게 없습니다. 나이즈 잡아야 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점사해서 잡아야 하고, 못 잡으면 집니다. 나이즈가 딱 3초만 프리딜 하면 한타 끝나요.〉

겨우 3초 가지고?

극후반 원딜러도 토이치 이런 거 아니면 3초는 힘들다.

괴물! 나라는 물괴! 너무 빠져 들어서 과대 포장에 맛 들렸네.

-쓸데없는 지팡이 나왔네……

-저거 데캡 가겠지?

-초극딜ㅋㅋㅋㅋ

방금 전 광경을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본 시청자들은 납득이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다.

그 이상의 미래가 예고되고 있다.

괴물 그 자체가 되어버린 나이즈.

괴물 같은 선수가 그 기대치를 한껏 끌어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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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쥐-〉캐낸 수정

반반무로 수정 제한 묶인 거 풀리면 이전 화도 수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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