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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418화 (41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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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초단기 특강 -->

KTX 롤러코스터 대 GOO Tiger의 8강전.

한국의 수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격전이 펼쳐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의외로 경기는 매우 평온하다.

마치 그렇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광경이다.

띠잉!

트와이스 페이크의 점멸 골카가 던졌다.

금속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는 분명 울렸다.

파앙-!

꾸웅-!

시간 차로 차원문을 타고 나타난 바트.

패시브 평타와 Q스킬을 분명 흩뿌렸다.

파아아앙-!

구리가스도 배치기로 미끄러지며 투척한다.

술통 폭탄이 적절한 위치에서 분명 폭발했다.

이 모두가 미드 라인에서 불과 5초도 안되어 일어났다.

〈레전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네, 그렇네요.〉

〈아무 것도 안 맞지 않았습니까? 그럼 아무 일도 없었던 거죠!〉

-뭔데 저거?

-저 정도면 좀 죽어주지;;

-게임 줘까치 하네!

-ㅉㅉ 평타 하나도 못 피함

GOO Tigers의 노림수는 분명 절묘했다.

레전설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려냈을 뿐이다.

리플레이를 통해 일련의 상황이 다시 보여진다.

촤라락-!

라인을 복귀하던 트페가 궁극기를 켰다.

순식간에 합류해 점멸 골카로 적을 묶었다.

레전설의 정화 반응은 칼 같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스펠을 뺐다.

〈바트도 바로 우주의 광선을 날린 게 아니라 평타로 각을 좁히고 쐈거든요?〉

〈결국 다 피했어요. 구리가스의 술통 폭탄도 허공에서 터졌고…… 이러면 GOO Tigers는 턴을 쓴 거죠.〉

클끼리 해설이 유난히 좋아하는 단어다.

턴(turn).

오레노 턴 드로우!

하스스톤, 유희왕 등 카드 게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규칙이다.

자신의 턴에만 주도적인 공격이 가능하다.

턴이 끝나면 수비하는 차례를 가져야 한다.

로드 오브 로드에서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블루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GOO Tigers는 레전설을 잡기 위해 스펠과 주요 궁극기를 투자했다.

하지만 잡지 못했고, 한동안 교전을 하기가 애매해진다.

KTX 롤러코스터가 용을 치는 걸 알고도 막을 수 없다.

-이걸 레친놈이……

-와, 레전설이 혼자 게임 비볐네

-봇 겁나 불리했는데ㅋㅋㅋ

-그냥 걸어가는 레전설 ㅇㅈㄹ ㅅㅂㅋㅋ

초반 스타트를 안 좋게 끊었다.

불리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것도 잠시다.

봇라인의 영향력 이상으로 미드가 게임을 지배한다.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트와이스 페이크의 카드가 빠졌다.

확인한 즉시 점멸로 들어가 찢어버렸다.

상대의 멱살을 놓아주지 않는 농밀한 풀콤보.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진다.

유럽, 그것도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스페인이다.

현장 관람객의 대부분은 현지인이나 유럽인들로 구성돼있다.

즉, 순수한 슈퍼 플레이에 환호한다.

하물며 유럽에서도 그 인기가 대단한 레전설이다.

분위기까지 KTX 롤러코스터 쪽으로 점점 넘어가고 있다.

〈저는 봇은 아직도 GOO Tigers가 유리하기 때문에 돌고 돌아 원점에 왔다. 그렇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균형을 무너뜨리는 한 방이네요.〉

용 1스택이 큰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봇은 여전히 GOO Tigers가 유리하다.

대충 원점에 돌아왔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게 말하려던 클끼리 해설이 조정에 들어간다.

6 대 4.

이것도 당장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금이 갈 것이다.

-용 못 먹으면 아이언카이저 유통기한 오지

-교수님……

-그래도 바트가 한 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GOO Tigers가 꺼내든 바트.

기묘한 차원문 활용으로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 외에도 가진 바 스킬들이 전부 변수 그 자체다.

「고통을 안겨주어라!」

봇라인에서 아이언카이저가 위험에 빠진다.

갈리스타의 궁극기가 품 안에 작렬한다.

쓰렉귀가 파고들며 선고를 목에 걸었다.

이건 꼼짝 없이 죽었다.

백업이 온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분명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우우웅~! 톼앙-!

바트의 궁극기 '운명의 장난'.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 원형의 장판을 발사한다.

이에 맞은 적들과 아군의 시간이 강제로 얼어붙는다.

촤라락-!

약 2.5초 남짓한 시간이다.

트페가 궁극기로 합류하기에 충분하다.

바트까지 차원문을 타고 나타나자 전세가 역전된다.

─GOO 도도갓님이 KTX 알파카님을 처치했습니다!

GOO Tigers가 본래 하려고 했던 조합 특색이다.

상대의 공격을 역으로 받아치며 기회를 만든다.

클끼리 해설이 봇라인을 상황을 정리한다.

〈나이즈가 바로 따라오긴 했지만 이미 상황 종료된 후고요. 쓰렉귀 살리고, 봇 타워 막아내는 선에서…….〉

나이즈의 빠른 백업으로 추가적인 손해는 막았다.

하지만 결국은 GOO Tigers가 이득을 본 거다.

다시 경기의 흐름을 반쯤 찾아왔다.

상황 설명이 채 끝내기도 전이었다.

─KTX 레전설님이 GOO 도도갓님을 처치했습니다!

바트가 챔피언이 변수라면, 나이즈는 선수 본인이 변수 그 자체다.

백업을 온 거라 생각했던 나이즈가 사달을 낸다.

〈와아 진짜 정말-!〉

김은준 해설이 목청을 높이는 이유가 있다.

3 대 1이다.

쓰렉귀가 주변에 있기는 하지만 이미 점멸로 빠졌다.

상대가 오히려 당황하리 만큼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더니.

-와, 콤보 넣는 속도 봐

-닉만 가리면 빼박 헬퍼……

-콤보 넣으면서 정화도 스무스하네;

가장 앞에 있던 아이언카이저부터 터트려버렸다.

주위에 있는 적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간다.

트페의 스턴을 풀며 물 흐르듯 박아 넣는 풀콤보.

─더블 킬!

KTX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그냥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설마 여기서 싸우겠어?

그런데 싸웠고, 이겼다.

억지와도 같았던 교전이 성립됐다.

〈레전설 선수는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이걸 어떻게 거기서 킬각을 보고 잡을 생각을 하죠?〉

해설진들이 어이가 없을 만도 하다.

아무리 성장을 잘했어도 원래 숫자에는 장사가 없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이 선수는 겁이 없어도 너무 없어.

특히 클끼리 해설로서는 무안해진다.

〈제가 제시한 건 일반적인 흐름이었거든요. 하지만 레전설 선수는 판단을 달리했고, 역으로 이득을 보는데 성공했습니다!〉

5 대 5까지 다시 조정이 될 뻔했다.

레전설이 또다시 흐름을 가져왔다.

억지 싸움으로 아무튼 이겼다.

재조정의 재조정이 들어간다.

7 대 3.

경기가 사실상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 * *

레전설이 걸어온다.

그럼 걸어오지, 기어오냐?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비웃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현재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시청자들도 그럴지언데 선수들.

새파랗게 질렸다는 표현이 타당하다.

"미안해 형, 잘못했잖아~ 우리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도도갓은 봇라인을 빠르게 푸쉬하고 합류하려 했다.

그런데 부쉬에서 레전설이 튀어나와.

자신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

그 거리가 꽤 된다.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쫓아온다.

장난스레 중얼거리던 도도갓의 멱살이 붙잡힌다.

챠륵!

점멸 속박에 의해 아주 잠깐.

속박이 풀리면 바로 맞점멸을 쓰면 될 일이다.

그 속박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

나이즈의 콤보가 정교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속박을 연이어 박는다.

한 발씩 내딛는 앞무빙은 더 없는 압박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KTX 레전설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결국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다가 죽었다.

점멸을 쓸 수 있었을 때는 이미 늦고 만다.

조금씩 좁혀진 거리가 어느새 코앞이었다.

"무승부로 하자니까 슈벌탱! 인정사정이 없네……."

너무 억지라서 당하고도 황당할 정도다.

이렇게 정직하게 들어오는 게 말이 돼?

상식적으로 전혀 킬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잡힌 것이 사실이다.

레전설의 나이즈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경기가 굴러가는 흐름이 상정했던 바와 다르다.

─GOO 춘봉박님이 KTX 킹인님을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한없이 불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춘봉박의 리픈이 킹인의 끠오라를 잡았다.

GOO Tigers가 믿을 수 있는 한 줄기 동아줄이다.

"교수님의 일등 수제자는 접니다."

"뭐래……, 합류나 잘해."

탑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오랜 프로 경험으로 다져진 역량.

그에 반해 상대는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다.

신인임에도 예사롭지 않은 노련미를 뽐내는 건 맞다.

그래도 결국 신인은 신인이고 허점이 있다.

춘봉박의 솔킬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교수님, 뭉쳐서 한타 하면 가능성 충분히 있어 보이는데요?"

글로벌 골드도, 포탑 상황도, 게임 주도권도 상대가 우위다.

비원딜인 아이언카이저도 유통기한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조합의 불리를 의미하진 않는다.

끠오라는 분명 주도권을 잡았을 때 그 어느 탑 챔피언보다 무섭다.

반대로 주도권이 없을 때는 굉장히 애매한 처지로 전락한다.

정면 한타에서는 의외로 무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방금 전 솔킬은 의미가 크다.

끠오라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춘봉박이 먼저 합류할 수 있는 구도에서 이니시를 건다.

투웅!

조토진의 구리가스가 배치기 점멸로 이니시를 열었다.

갈리스타와 쓰렉귀가 여기에 휘말린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걸기는 했으나.

「아직 갈 때가 아니다.」

알파카의 반응 속도가 미쳤다.

라인전에서는 다소 아귀가 안 맞았을 뿐이다.

여전한 한타 집중력으로 맞점멸 반응을 해내며 쓰렉귀를 꺼내온다.

모든 시도는 그에 걸맞는 리스크를 짊어진다.

구리가스가 역으로 위험에 처한다.

이조차도 상정해두었을 뿐이다.

우우웅~! 톼앙-!

바트의 궁극기가 시간을 멈춘다.

2.5초 간의 강제 조냐.

그 사이에 KTX도, GOO도 빠르게 합류한다.

보다 빨랐을 뿐이다.

GOO Tigers가 확신을 갖고 건 한타다.

탑라인 주도권도 춘봉박이 가지고 있다.

텔레포트로 1초 가량 더 먼저 도착했다.

─더블 킬!

GOO 춘봉박님이 학살 중입니다!

교수님의 일등 수제자를 자처하는 그다.

바트를 하지는 못해도 스킬 구조는 숙지하고 있다.

운명의 장난이 풀리는 타이밍에 딱 맞춰 점멸 스턴으로 휘몰아친다.

GOO Tigers 입장에서는 최상의 한타다.

물론 두 명을 완전히 깔끔하게 잡은 건 아니다.

상대의 역공세가 오겠지만 감안해도 충분히 이기는 그림이다.

─KTX 레전설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한 명 뚜벅뚜벅 걸어오기 전까지는.

나이즈의 손에 스치자 한 명씩 찢겨나간다.

─적 더블 킬!

적 트리플 킬!

당연히 반항을 한다.

GOO Tigers도 노력했다.

그 노력을 가차 없이 짓밟으며 걸어 들어온다.

"슈벌탱! 절대 살려주질 않네. 자비란 없는 놈이야. 무서운 놈이야."

결국 도도갓의 아이언카이저마저 잡히고 만다.

뚜벅이인지라 도망갈 여지가 처음부터 없었다.

최상의 한타 구도를 그렸음에도 패배했다.

─적 더블 킬!

KTX 킹인님이 GOO 조토진님을 처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끠오라도 더블 킬을 먹었다.

이제는 탑라인도 앞선다고 보기 힘들다.

설마 하고 제발 빌었지만 먹혀버린 바론이 경기에 종지부를 찍는다.

"끠오라에 나이즈라 이걸 먹네."

"하…… 나이즈가 너무 세다."

만에 하나 하늘이 도와서 상대가 바론을 안 먹었다.

그랬다고 한들 경기의 승산이 있을까?

레전설의 나이즈는 트라우마에 걸릴 지경이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공포다.

알고도 코 베이는 진귀한 경험.

이건 그보다도 더하다.

"밴을 해야 했는데 다른 게 워낙 많다 보니까 진짜."

"이번 세트는 최대한 버텨만 봐야겠다."

이 정도로 경기가 넘어가면 소위 손에서 떠났다고 말한다.

상대가 던져주지 않는 이상 역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역시 학생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오께~ 이. 뭔 느낌인지 알았어."

도도갓은 첫 번째 세트를 겪으며 전략의 틀을 고쳐 잡았다.

상대가 가진 실력.

아군의 기량.

일련의 데이터가 도도갓의 머릿속에서 축적되고 재정립된다.

교수님이라는 직책답게 뇌지컬의 정점을 달린다.

레전설 그를 정리하자면 한 줄이다.

"레전설……, 모두를 죽인다. 미친 반응 속도, 미친 킬각. 그에게 남은 건 살생 뿐이다. 자비가 없는 남자 노자비맨!"

노자비맨, 그를 공략해야 한다.

도도갓의 눈이 번뜩였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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