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13화 (41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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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스테이지 -->

롤드컵 조별 스테이지 7일 차.

사실 이제 이미 대부분 결과가 나왔다.

김은준 해설이 답지 않게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있다.

〈갬빗이 많이 말리는 모습이네요. 초반 실수만 아니었으면 할만 했을 거 같은데…….〉

-김은준 왜 이럼? 약팀 까는 기계 고장 났네

-약 먹었나? 아니면 너무 깐다고 뺀찌 먹었나?

-갬빗 빠돌이자너ㅋㅋㅋㅋ

나라마다 수준 차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참가하는 팀들 중 운 좋게 온 팀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수준이 떨어지는 팀들이 존재하게 된다.

그런 팀들이 나올 때마다 누군가 한 명이 조냐를 탄다.

김은준 해설이 급격하게 말이 없어진다.

그런데 오늘은 의아할 정도로 바른 말, 고운 말만 해주고 있다.

〈너무 편파하는 거 아니에요? 평소처럼 쓴소리도 해줘야지!〉

〈저는 갬빗의 상황을 알기 때문에, 선수들이 노력하는 걸 알아서 차마 그럴 수가 없습니다.〉

-곧 죽어도 편파라고는 안 해ㅋㅋㅋㅋ

-다른 팀들은 노력 안 해요??

-앗, 아아……

본인은 갬빗 게이밍빠가 아니다, 잘하는 팀빠다.

그렇게 해명하고는 있지만 너무 대놓고 티가 난다.

SNS에 갬빗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등 증거가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본인도 슬슬 받아들이기로 했는지 적극적으로 갬빗 게이밍의 패배를 두둔한다.

〈네, 저 갬빗빠입니다. 인정할게요. 지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갬빗 게이밍.

롤 초창기에는 모스코5라는 이름의 팀이었다.

팀명도 바뀌고, 선수들도 바뀌었지만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만큼 김은준 해설이 좋아할 만하다.

이번 롤드컵에 LCL 지역의 대표로 참가했다.

LCL은 독립 국가 연합, 대략적으로 동유럽 지역이다.

준메이저 지역 중 유일하게 시드를 하나 가지고 있다.

유럽 리그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갈라져 나왔다.

그 과정에서 시드권을 하나 챙겨오게 됐다.

하지만 역시 실력은 준메이저 지역.

〈WA가 2세트 무난하게 챙기며 본선 진출에 크게 한 걸음 다가가네요…….〉

〈왜 이렇게 침울해요?〉

-마! 물어본다 안 카나?

-갬빗이 져서 ㅠ.ㅠ

-근데 못하면 져야지ㅋㅋㅋㅋㅋ

-강팀준 프리딜 안 맞은 것만 해도……

B조는 대략적인 결과가 보이고 있다.

WA와 오리겐이 1,2위를 두고 아옹다옹 한다.

가장 꿀조라는 이야기가 있어 갬빗의 본선 진출 가능성을 기원했던 김은준 해설로서는 아쉽게 됐다.

반대로 가장 빡세다는 이야기가 있는 A조.

유럽의 1위팀인 포나틱이 속해있다.

북미의 3위팀인 CLC는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잘하는 팀이다.

〈사실 순위라는 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진 않아요. KTX 롤러코스터만 해도 3위로 올라왔고.〉

-그래서……

-아아, 그랬던 건가

-레전설 씹새끼!

다소 비유가 잘못되긴 했다.

굳이 따지면 타이밍이 안 좋았다.

그걸 Royal Club은 꺾은 전 날에 했어야 했는데!

바로 어제 또다시 대퍼를 하며 '그 팀'이 '그 팀'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는 와중이다.

반대로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팀도 있다.

SKY T1의 선수들이 등장한다.

〈현재 조별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워요.〉

〈LCK 1위팀 다운 위엄을 뽐내야죠! SKY T1!〉

경기력으로 현장의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현장 팬들의 환호가 대단하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아.

와아아아아-!

유럽이다.

당연히 유럽팀에 대한 환호가 조금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유럽의 자랑, 유럽의 1위팀!

포나틱이 등장한다.

-ㄹㅇㄱ

-이래서 ㄹㅇㄱㄹㅇㄱ 하는구나

-아니, 뭔 소리인가 했는데 진짜 러이갓 있네ㅋㅋㅋㅋ

한 1초 잠깐 훑어보면 착각할 만하다.

포나틱의 새로운 미드라이너 캡즈.

외모가 굉장히 흡사하게 생겼다.

한눈에 알아봤는지 채팅창이 북적인다.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둘의 비교가 한창이다.

아무튼 포나틱은 갬빗 만큼이나 유서 깊은 유럽의 강팀이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강팀이고, 1시드로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섬머 시즌 우승팀이라는 확실한 증거겠죠.〉

〈맞습니다. 전체적인 성적은 SKY T1이 유리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에요.〉

-은준좌 눈 예리해진 거 보소

-실수하는 순간 국물도 없다!

-너무 편파 해설 아니냐ㅋㅋㅋ

아직 안 했기 때문에 편파는 아니다.

그리고 두 팀 모두 워낙 강팀에 속한다.

생긴 게 러이갓 같은 거지, 실력까지 러이갓이진 않다!

〈베이비 테이커, 혹은 레전설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어린 나이임에도 실력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입니다.〉

〈믿고 쓰는 덴마크산 미드이기도 하죠.〉

비역슨, 프로즌, 윅드 등 한국에도 유명한 서양권 미드라이너 중 태반이 덴마크 출신이다.

이 정도면 우연이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뛰어난 미드라이너들이 나타난다.

캡즈는 그 새로운 일원.

현재 유럽에서는 굉장히 주목 받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상대는 베이비가 아니다.

─퍼스트 블러드!

어른 테이커, 아니 진짜 테이커가 교육적 지도를 실시한다.

우리 테이커는 이렇게 하는 거야.

〈우리 테이커라고 하니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한데 아무튼 땄습니다. LCK 선취점!〉

르풀랑을 패기 있게 꺼내든 건 좋았다.

딜교환도 적극적으로 잘 시도했다.

그저 먹혀들지 않았을 뿐이다.

클끼리 해설이 LCK의 득점을 축하한다.

-얏빠리 센빠이!

-믿고 있었다고 젠장!

-근데 캡즈도 꽤 잘하네

-응 LCK한테는 안돼~

결국 경기는 SKY T1의 2 대 0 완승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승리는 아니었다.

방증하듯 김은준 해설이 뿔나 있지 않다.

〈저는 어느 정도 접전이 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완벽했습니다. 특히 테이커가 날이 날카롭게 서있어요.〉

〈굳이 캐리를 안 해도 되는 판이라 잠잠했을 뿐이지 탑과 봇도 언제든 캐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잖아요?〉

엄밀히 말하면 SKY T1의 승산이 높았다.

그래도 승부는 붙어봐야 아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 느낌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싱거웠다.

〈일단 한국, LCK가 본선 진출권을 하나 확정지었습니다. 다음 보내드릴 경기는 Royal Club 대 G5…….〉

-다음 경기도 압도적일 듯

-중국팀 중 에서는 Royal이 SKY급 입지니까

-어휴, 우즈 자식 살판난 모습 봐야 하나……

다른 조들도 어지간하면 큰 이변이 있지는 않았다.

세세한 이변 정도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예상 내.

단 한 조만은 마지막까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 * *

영국 런던의 SSE 웸블리 아레나.

고요하다.

쥐 죽은 듯하다.

잠시 후 한 사이드의 관중석에서만 함성이 쏟아진다.

─G5 퍽스님이 Royal 우즈님을 처치했습니다!

조별 리그 C조의 마지막 경기다.

분명 마지막이 되어야 했을 경기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엄청난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퍽스 The 제너럴! 퍽스 장군님이 퍽퍽퍽! 내려치니까 우즈 사라졌습니다!〉

〈흔적도 안 남았어요~!〉

-퍽퍽!

-개뚜들겨 맞네ㅋㅋㅋㅋㅋ

-우즈쉑 참교육 꺼ㅡㅡㅡㅡㅡㅡㅡㅡㅡ억

약팀으로 분류되던 팀이다.

그도 그럴게 유럽의 3시드로 올라왔다.

KTX처럼 천재지변격인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실력이 딱 3위야.

지금까지 보여준 실력도 그냥 그렇다.

굳이 따지면 KTX 롤러코스터를 상대로 한 세트 이기긴 했다.

그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그렇든 아니든 따질 상황이 아니다.

우즈가 신나게 뚜들겨 맞고 있다.

「버거킹!」

리플레이가 송출된다.

퍼스가 꺼낸 미드 탈리반 3세.

우즈의 핑크스를 향해 뛰어들어 내리친다.

〈탈리반이 거인의 히드라, 일명 거드라를 갖춰서 퍽퍽퍽! 손맛이 찰집니다.〉

〈퍽퍽! 으하핰.〉

-김은준 개쪼개네ㅋㅋㅋ

-퍽퍽!

-퍽스는 닭 먹을 때 퍽퍽살만 좋아하나?ㅎㅎ

-이봐욧!

첫 번째 세트만 해도 완패였다.

역시 Royal Club이 무늬만 강팀은 아니구나.

담당 일찐들에게 당한 거지 다른 애들 상대로는 역시 잘하네.

Cloud7전을 완승하며 체면을 다소 회복했다.

이러니저러니 욕은 먹어도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담당 일찐이 탄생해버렸다.

〈퍽스가 우즈를 전담 마크합니다. 이거 또 점멸 없고, 물리면 이제 또 죽어요.〉

〈애매했던 미드 탈리반의 기용이 신의 한 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미드 탈리반 3세.

아주 가끔 나오곤 한다.

LCK에서도 한 시즌에 한 번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고.

그만큼 독특한 픽이다.

과연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아니나 다를까 라인전 단계에서 상당히 불안한 면모를 보였다.

〈근데 결국 교전을 통해 풀어냈고, 잘 컸어요. 이렇게 되면 할 게 많아집니다.〉

미드에 브루저 챔피언이 나온다.

최근 롤드컵에서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일반적인 미드 누커와 달리 파밍만 하다가는 유통기한이 찾아온다.

주도적으로 교전을 걸어서 이득을 봐야 한다.

현재 경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퍽! 퍽!

퍽스의 탈리반이 사이드 라인을 푸쉬한다.

퍽퍽! 치자 미니언들이 짚단처럼 쓰러진다.

일반적인 스플릿 푸쉬처럼 보이지만.

〈Royal Club이 먼저 모이는데요? 퍽스 대위기?!〉

한국에서 늘상 나오는 말이다.

해외팀들은 운영이 부족해.

허무하게 끊기는 일이 잦다.

이~쿠우!

얼핏 그렇게 보이는 광경이었다.

아니, 누가 봐도 그런 거 같았어.

Royal Club의 카사가 자랑하는 리심으로 분명 잘 배달했다.

─G5퍽스님이 Royal 카사님을 처치했습니다!

G5퍽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순순히 죽어주지 않았을 뿐이다.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하고 있다.

탈리반 3세가 리심을 녹여버리자 전황이 180도 뒤바뀐다.

〈퍽스! 퍽스! 잡았어요. 잡았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살았어요!〉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에~~!!〉

클끼리 해설의 외침이 Royal Club의 원통함을 대변한다.

잘 노렸고, 스킬 연계도 깔끔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레전설 빙의ㄷㄷ

-당신의 유럽의 레전설입니까?

-퍽! 퍽! 대가리 쪼개버리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한국 시청자들.

갑작스레 모여들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만약 G5가 한 세트라도 따낼 수 있다면!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또다시 관중석 한 사이드가 요란해진다.

반대로 나머지 한 사이드는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하고 도시락 싸들고 응원 왔는데 뭐야?

〈Royal Club과 그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혈전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에요. 저희도 까놓고 말해서 압승을 예상하긴 했잖아요?〉

툭 터놓고 말해서 그러하다.

열에 아홉은 Royal Club의 압승을 예상했을 것이다.

나름 롤드컵 준우승 2위팀이고, 그 외에도 보여준 것도 산더미다.

그에 반해 G5.

올해 롤드컵에서 처음 보는 시청자들이 대다수다.

보여준 경기력도 인상 깊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찌 됐든 지금 이기고 있고, 무난하게 조 1위를 확정 지을 뻔했던 Royal Club에게 고춧가루를 팍팍 뿌리고 있습니다.〉

〈팍팍이에요? 퍽퍽이 아니고?〉

-용준좌가 하니까 아재 개그 느낌ㅋㅋ

-팍팍이든 퍽퍽이든 버무려줘야지

-너희도 대퍼 맛 좀 볼래?

-캬~ 착하게 만들어주는 거 보소!

과정이야 어찌 됐든 이기고 있다.

경기력도 포텐이 미친 듯이 터진다.

G5의 퍽스가 또다시 사달을 내버렸다.

─G5 퍽스님이 Royal 우즈님을 처치했습니다!

탑라인에서 일어난 한타.

Royal Club이 참지 못하고 걸었다.

이번에는 거는 구도마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나마 우즈가 열심히 딜을 넣었다.

그 우즈를 퍽스가 잡아내자 끝났다.

한타는 물론 게임이 끝났다는 느낌이 쎄하게 든다.

〈점멸 없는 핑크스를 제대로 물죠. 그냥 이러면 죽어요. 그냥 죽어요!〉

〈그 과정에서 퍽스가 죽긴 죽었지만 할 건 다 했습니다.〉

두 번째 세트를 G5가 잡아낸다.

1 대 1의 동점 스코어.

원래 다전제는 따라잡히는 쪽이 조급해진다.

〈만약에 G5가 3세트를 이기면 Royal Club 집 보내는 거에요. 참고로 지든 이기든 G5는 집 가야 합니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잃을 게 없는 사람 아닙니까? 전세계 팬분들께 보여줄 기회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빅 단두대 매치!

-가즈아아아!

-(속보)우즈 플라즈마 반응

피를 말리는 세 번째 세트의 행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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