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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스테이지 -->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경기다.
그만큼 KTX 롤러코스터의 기세는 무서웠다.
해외팬들은 Cloud7조차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다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1cm 텔포ㅋㅋㅋㅋㅋㅋ
-알파카 개새끼야!
-알파카는 알파카새끼입니다만?
-시공간을 초월한 텔레포트……
'그 팀'이 '그 팀'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통하고 있다.
그것 말고는 지금의 상황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
─C7 불스님이 KTX 알파카님을 처치했습니다!
알파카의 제임스가 죽었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끠오라가 궁극기를 건 상태였기 때문에 힐장판이 깔린다.
체력이 1초에 200씩 쭉쭉 차오른다.
한타의 흐름이 180도 뒤바뀌고 만다.
당연히 이기리라 생각했던 KTX 롤러코스터가.
〈아니, 이게 진짜…… 점멸만 쓰면 변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말~도 안되게 죽어 가지고!〉
-'아니'
-은준좌 극대노!
-그 지역의 저주다
-아아, 대퍼해버렸나?
팬들에게는 다소 익숙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레퍼토리가 참신해.
상상도 못한 기괴한 방법으로 한타가 비벼졌다.
하필 경기 시간이 20분이 막 넘은 상황이다.
한타를 대승한 Cloud7이 바론을 챙긴다.
레전설의 트페가 카드를 던져보지만.
〈슈퍼 플레이 여지가 딱히 없는 챔피언이라 힘들죠. 바론 먹혔고,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안이 벙벙한 김은준 해설을 대신해 진작에 체념한 클끼리 해설이 상황을 정리한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리플레이.
다시 봐도 어처구니가 없다.
〈아니, 맏따가 랜턴까지 던져줬는데……!〉
〈원딜이 텔레포트를 드는 일이 흔치 않다 보니 착각한 것 같습니다. 힐을 쓰려다 텔레포트가 나갔고 그 경직 시간동안 끠오라가 마무리를 하네요.〉
-응, 그 랜턴에 텔레포트 탔어~
-역시 대퍼존
-대퍼팀 이 새끼들은 바리에이션이 멈추질 않네
-애초에 제임스 원딜 실화냐고ㅋㅋㅋ
어느 정도 예고는 되어있었다.
알파카가 제임스 원딜을 연습하더라?
해설진들도 밴픽 단계에서는 높은 평가를 했다.
〈포킹과 합류 속도 때문에 운영하기가 진짜 좋거든요. 그렇다고 교전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방금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구도였잖아요?〉
〈종잡을 수 없는 팀 아닙니까? KTX 롤러코스터가 그래서 인기 있는 팀이에요!〉
-KTX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클럽!
-팬 : 와! 대퍼팀ㅋㅋㅋㅋ(피를 토하며)
-용준좌도 체념ㅋㅋㅋ
-애송해라, 삭제이……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야.
너무 강한 팀이고, 웬만하면 이길 것이다.
실제 경기도 깔끔하게 잘 풀어서 이미 이긴 듯한 늬앙스로 해설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우르르 꽝꽝!
천재지변이 일어나며 게임이 뒤집혔다.
Cloud7전에서 승패패의 믿을 수 없는 패배를 경험한다.
─오늘도 롤판의 재미를 위해 희생한 킹 퍼 팀
그저 대퍼
└무엇을 보여주던 수긍이 가는 바로 그 팀ㅋㅋㅋㅋ
└1cm 텔포 말이 되냐고!
└주도적인 패배
└질 때도 그냥 지는 게 아니라 다 이겨 놓고 예능감 발휘해서 웃음 선사하자너~
다른 팀이 졌다면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무슨 프로게이머가 저런 실수를 할 수 있냐?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대차게 까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KTX 롤러코스터.
규합한지 고작 반년이지만 유서가 깊다.
던지는 방면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요즘 어쩐지 잘 나간다 싶었어
전국의 LCK팬들이 킅한테 기대할 때 딱 맞춰서 대퍼할 거 같았음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도 전승 때렸었지
└전승 준우승ㅋㅋ
└슬슬 쿨타임 돌았던 건데 눈치를 못 챘다……
└대퍼팀이 대퍼팀 했을 뿐
어쩐지 최근에 안 던진다 했다.
대퍼팀이 그러면 그렇지.
조리돌림 한 번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도 인다.
레전설 이 새끼 정신 안 차리냐?
한국팀 오니까 일부러 설렁설렁 하는 거 아니야?
─오늘도 애국한 레전설
아, 미국이 아니었나?
└매국노가 아니었어……?
└알고 보니 애국자였던 거임ㅋㅋㅋ
└어제는 한국에, 오늘은 미국에!
└검은 머리의 천조국인이자너~
1년 전에는 북미의 토이치TV 소속으로 롤드컵에 참가했다.
한국팀을 때려잡으며 롤드컵의 우승을 견인했다.
그러다 보니 논란도 인다.
하지만 이게 뭐 엄청난 패배였냐?
묻는다면 그런 또 아니다.
조별 리그는 결국 통과만 하면 된다.
─오히려 액땜 잘했다고 생각하면 되지ㅋㅋ
지금 저 짓거리를 8강, 4강, 결승에서 한다고 생각해봐
방금 잠깐 상상만 했는데 뒷목 잡히네……
└아, 뒷골 땡겨
└액땜한 거였누ㅋㅋㅋㅋ
└그렇게 말하니까 그럴 듯한데?
└적어도 1cm 텔레포트는 안 하겠지
안타까운 패배인 건 사실이다.
전세에 큰 지장이 가진 않는다.
패배를 교훈 삼아 긴장한다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팬들은 그럴 수 있다.
너무 의기소침하지 마라.
지금까지 잘했으니 한 번의 실수로 기죽을 필요 없다.
정말이지 훈훈한 팬문화가 아닐 수 없다.
고작 시작에 불과했다.
* * *
비틀즈는 몰라도 그 횡단보도는 안다는, 애비 로드(Abbey Road).
11번째 앨범명이기도 한 애비 로드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전설적인 명소다.
그 애비 로드가 있는 런던에서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이 함께 하고 있다.
와아아아아-!
웸블리 아레나가 들썩인다.
그 팀이 경기에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Cloud7전은 역으로 이슈가 되어 전세계 팬들의 귀추를 주목시킨다.
〈함성이 뜨겁다 못해 따갑네요. 약간 부끄러운 듯한 건 기분 탓이겠죠?〉
〈KTX 롤러코스터가 Cloud7에게 패배하는 바람에…… C조의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KTX 롤러코스터가 워낙 압도적이다.
잔잔하리라 예상되었던 C조에 때 아닌 태풍이 불어 닥쳤다.
Cloud7이 KTX 롤러코스터를 잡아내며 이변의 씨앗을 뿌리고 말았다.
본선에 올라갈 상위 두 팀.
과연 어느 팀이 될지 알 수가 없어졌다.
중국과 북미는 오늘 경기의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를 나누게 된다.
〈참고로 Cloud7은 Royal Club에게 졌어요. 어떻게 보면 먹고 먹히는 상성 관계 성립된 것 같습니다.〉
〈아앜, 상성 관계 으하핰!〉
-김은준도 해탈했네ㅋㅋㅋㅋㅋ
-어이가 하도 없다 보니까
-진짜 질 수가 없는 건데 졌어!
물론 씨앗일 뿐이다.
그 씨앗이 싹틀 확률은 한없이 낮다.
KTX 롤러코스터가 어떤 팀인데 설마 또 말도 안되게 지겠어?
─퍼스트 블러드!
이윽고 시작된 유럽 3시드 G5와의 첫 번째 세트.
레드팀 정글 지역에서 사달이 일어난다.
구리가스가 배치기로 블루 벽을 넘었다.
〈어, 어? 넘었어요?〉
〈이러면 쳐야죠. 냉큼 쳐야죠! 야, 일로 와봐. 너 배치기 없지?〉
-이게 웬 떡!
-초반부터 던져주네ㅋㅋ
-이건 코돈빈이 설계한 거지
-여윽시 위대한 정글러!
클끼리의 물음대로 배치기가 없다.
대기하고 있던 코돈빈의 리심.
깔끔하게 선취점을 가져온다.
〈코돈빈 선수가 완벽하게 예측하고 들어갔습니다. 강가에 와드가 깔려있었기 때문에 구리가스는 아무런 의심 없이 벽을 넘었어요.〉
코돈빈은 그 와드의 위치를 알고 있었고, 때문에 와드 방호로 드래곤 벽을 넘어 블루에 잠입했다.
요행이 아닌 근거가 있는 판단.
심지어 그 근거는 하나가 아니다.
봇라인이 실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압박을 하고 있다.
만약 블루 지역에서 싸움이 난다?
KTX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약팀이 가진 세세한 약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
봐주지 않겠다는 KTX의 의지가 불타오른다.
알파카의 테러스티나가 결자해지 한다.
─KTX 알파카님이 G5 잰코스님을 처치했습니다!
상대 정글이 없으니 마음 놓고 교전을 걸어도 된다.
맏따가 기가 막히게 킬견적을 그렸다.
즉시 앞점프로 호응하며 퉁퉁퉁!
〈점멸로 잡고 점프 리셋해서 빠져 나옵니다!〉
〈우와 이걸! 이걸 또! 미쳤는데요?! KTX 지난 경기의 설욕 벌써 하나요!〉
정글 솔킬에 이어 봇라인까지!
김은준 해설의 목소리 톤의 찢어질 만하다.
불과 3분이 안되어 2 대 0의 스코어로 KTX가 리드하는 듯했으나.
─트리플 킬!
G5 믹티님이 학살 중입니다!
갑작스레 분위기가 또 싸해진다.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인어.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어차피 너 서포터잖아.
〈킹어! 빛어! 갓어! 인어는 2대2 싸움에서 생각 이상으로 미친 듯이 강합니다. 넘실거리는 물결이 두 번 튕기면서 1 대 2를 이겼어요.〉
정말 아무도, 해설자도, 시청자도, 선수들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리플레이로 보자 명확해진다.
넘실거리는 물결로 알파카를 잡아냈다.
앞점프해서 킬을 딴 건 좋았지만 체력이 너무 깎였다.
돌아오는 과정에서 포탑에 두 대 맞은 결과다.
거기까지는 뭐 그럴 수도 있는 일.
문제는 물결이 튕긴다.
인어 본인에게 돌아와 회복.
또다시 튕기며 맏따의 모르피나에게 데미지.
-빛어ㄷㄷㄷ
-물결 개사기인데?
-알파카 알파카새끼야!
-'그 동물'
우직하게 따라가 평타로 툭툭 치자 이겼다.
1 대 2를 이긴 것만으로도 기염을 토한다.
코돈빈의 리심이 허겁지겁 내려왔다.
〈미니언한테 음파 맞히고 들어가서 레드 묻혔어요. 실피까지 내려갔었는데…….〉
〈하필 물결 쿨이 돌아왔고, 물방울도 맞혔습니다.〉
구리가스를 카정 칠 때 당연히 점멸이 빠졌다.
애초에 웬만하면 잡을 거라 생각했다.
E평 쓰고 방호로 나오면 되잖아.
-아니, 저게 안 죽네
-코돈빈 개새끼야아!
-'그 강타'
-그 강타는 상관없잖아ㅋㅋㅋ
실피에서 마무리가 안됐고 딱 한 대 욕심냈던 게 화근이 됐다.
스킬쿨이 돌아온 인어의 반격.
포탑 데미지에 버티지 못한다.
극도로 유리했던 게임이 기묘하게 비벼진다.
전설적인 명소가 있는 영국의 런던에서 새로운 전설을 쓰고 있다.
* * *
KTX는 약팀이냐, 강팀이냐?
한국팬들은 그 정답을 알고 있다.
이를 잘 모르는 해외팬들에게는 무한한 의문을 가져다주고 있다.
─What? KTX 롤러코스터 엄청난 강팀 아니었어?
지금 보니까 G5한테 지는데?
G5는 Cloud7도 2승으로 잡았잖아
└KTX LUL러코스터!
└잘하는 듯하면서도 기묘한 팀이야……
└한국팬들은 그걸 대퍼라고 부른데
└defer……? 미룬다고?
defer [동사]
미루다, 연기하다.
잠시 미루어두었을 뿐이다.
무엇을? 승리를.
첫 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
이어진 두 번째, 세 번째 세트를 허무하게 가져왔다.
〈첫 세트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주 쉽게 두 번째 세트에 이어 세 번째 세트까지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KTX 롤러코스터가 최종 승리를 따냈네요.〉
〈만약에 한 세트라도 더 졌으면 조 3위였어요. 롤드컵 끝날 뻔했다는 걸 선수들은 알고 있을…… 었겠죠?〉
-김은준 개빡침ㅋㅋㅋㅋㅋㅋ
-허겁지겁 주워 담았다……!
-이 미친 대퍼력!
-KTX, 리버풀, 한화팬이면 매일매일이 즐거울 듯~
전 세트의 패배를 만회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당연하듯 이겨버렸다.
강팀으로서 압도적인 포스를 뽐내며 G5를 찍어 눌렀다.
흔들림이나 실수 하나 없는 완벽한 대승이었다.
「첫 세트의 패배는 희망고문? KTX 롤러코스터 G5전 최종 승리!」
「어김 없이 찾아온 '그 시간' 대퍼 불구하고 승리한 KTX 롤러코스터.」
「[롤드컵 C조]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KTX의 기복과 함께 찾아온 순위 쟁탈전.」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기기는 이겼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지진 않았으니까.
당장 한시름 놓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로 인한 파급 효과다.
한 세트를 내주는 바람에 C조에서는 격변이 일고 있다.
Cloud7은 이미 G5를 2 대 0으로 완파했다.
이에 따라 한 가지 결과가 도출된다.
─KTX 결국 2,3위 전까지 가는 그림인데ㅋㅋㅋㅋ
한 번이라도 2승 박았으면 바로 1위로 진출인 걸
대퍼팀 이 미친 새끼들아!!!!
└그저 대퍼
└The 자연재해
└축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롤드컵 우승하러 간 게 아니라 예능 찍으러 간 거였자너ㅋㅋ
KTX팬들과 대퍼팀팬들은 진작에 해탈했다.
'그 팀'이 '그 팀'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라도?
워낙 일상과도 같은 일이라 화낼 기운도 안 나온다.
그렇게 KTX 롤러코스터가 예능을 찍고 있는 사이.
진짜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주는 팀은 따로 있었다.
SKY T1이 자연스러운 전승으로 A조 1위를 확정 짓는다.
#KTX LUL러코스터- LUL은 LOL(Laughing Out Loud)을 비꼰 변형. 한국어로 따지면 켘ㅋ잌ㅋ팈ㅋ 정도의 어감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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