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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스테이지 -->
해외팀들이 한국 선수들을 앞다투어 영입한다.
이는 한국 선수들이 겁나 잘해서.
작년 롤드컵에서 효과가 명확히 증명이 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부수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부수적인 요인이 메인이기도 해.'
해외 프론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한국식 운영을 흡수해야 한다.
게임을 체계적으로 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 때문에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진도 다수 영입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코치의 수.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 수십 명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Royal Club의 코치진은 우수하다.
돈을 무식하게 때려 박았을 테니 당연하다.
그런데 교사가 우수하다고 학생까지 잘하는 건 아니야.
봇라인 2차 포탑을 파괴하고 들이댄다.
상대에게 이지선다를 제시한다.
지금쯤 한 해설이 킹각선의 법칙을 부르짖고 있을 것이다.
'혹은 일점돌파를 제시했을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의 문제던 학생이 풀 수 있어야 한다.
잘 가르친다고 100% 다 칼같이 흡수하면 수능 만점자가 속출하겠지.
롤판도 크게 다를 건 없다는 이야기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하물며 현재의 상황.
단 3초만 판단을 망설여도 순식간이다.
포탑 체력을 사과 깎듯 사각사각 깎아버린다.
랄라는 어쩔 줄 모르고 Q만 간간히 날린다.
붙는 순간 여지 없이 죽는다는 걸 안다.
트페도 혼자서는 절대 못 온다.
그 사이 초의 심지는 타들어간다.
상대는 바론쪽 시야가 전혀 없다.
어설프게 밍기적거리다 이니시를 당하고 말았다.
투웅!
구리가스의 배치기 점멸.
2인 스턴이 환상적으로 들어간다.
이후 궁극기 연계는 속이 다 시원한다.
─KTX 달래님이 학살 중입니다!
코리아나의 3인궁이 터졌다.
한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광경이다.
그렇게 바론 지역의 교전이 멸망하다시피 하자.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스플릿을 주저할 이유가 사라진다.
억제탑을 밀고 미니언들과 들어간다.
이를 막아야 할 랄라가 오픈 마인드다.
아군도 바론을 잡는 일없이 합류.
쌍둥이 포탑이 철거되며 넥서스가 밀린다.
Royal Club은 버틴다는 선택지도 결국 고르지 못했다.
'참 오합지졸이 따로 없구만.'
코치진들이 가르쳐줬을 수도 있다.
아니면 말고.
그런데 가르쳐주고 자시고 이전에 본인들이 소화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게임 내 판단이라는 게 시시각각 변한다.
어느 정도 틀은 있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때문에 잘 아는 선수 한두 명이 지휘, 메인 오더를 맡아야 한다.
중국 선수들은 대부분 싸움만 할 줄 안다.
운영을 아는 선수들도 지휘와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선수들을 우즈 본인이 뽑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그럴 듯한 추측도 있는데 너무 과하게 넘겨짚은 거고.'
아무튼 수월하다.
탑으로 운영을 굴리자 손도 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예상했던 그대로다.
너무 그대로라서 안타깝긴 하다.
'때려 박은 돈의 반만 나한테 줬으면 하…….'
나를 돈으로 사려고 하는 겐가!
날 모욕할 셈인가!
어림없는 소리라며 굳은 심지를 보여줬을 텐데 통탄스럽다.
* * *
LPL, 중국쪽 팬덤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세트의 패배.
단순한 1패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완성됐다며? 달라졌다며? 대체 뭐가……?
한 방인지, 두 방 감인지 그 차이인가?
└정말 그걸지도 몰라??
└어휴, Royal Club이 그럼 그렇지
└이 새끼들이 주는 건 기대와 실망밖에 없어
└그렇게 돈이 많으면 레전설이나 영입하던가!
먼지 한 톨까지 탈탈 털렸다.
라인전은 물론 그 이후의 대처도 폭망이다.
2부 리그팀이 털리듯 속수무책 농락 당했다.
제대로 된 의견 통합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아비규환이다.
중국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는 아무 말 대잔치가 열리고 있다.
일반 유저들은 감정이라도 토로하면 속이 조금은 시원해지겠지만.
"밴픽을 수정하라고 왜? 그 이상으로 뭘 더 어떻게 하라고?!"
"자자, 진정하시고……."
Royal Club의 코치진은 초비상이 걸렸다.
대놓고 터진 상황에서 다음 세트를 준비해야 한다.
아예 봄날 개 맞듯이 두들겨 맞아서 총체적 난국이다.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해줬다.
밴픽은 물론 경기 내적인 요소들도.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고, 이런 구도가 나올 수 있고 기타 등등…….
이를 대부분 한국에서 스카웃된 코치진이 맡는다.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일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저한테 따져봤자 아무런 소용 없어요~. 저는 전해 들은 대로 전달했을 뿐이니까요."
애꿎은 통역사에게 큰 소리를 치고 말았을 정도다.
통역사도 사정을 알기 때문에 너스레를 떨며 손을 젓는다.
수석 코치 이호석은 평소 이 정도로 격앙해 소리친 적이 없다.
'이 미친개 녀석이…….'
미친개는 Royal Club의 에이스 우즈의 별명이다.
좋은 쪽의 의미지만 코치진들에게는 다르다.
정말 미쳐버린 개처럼 말을 안 듣는다.
밴픽에 문제가 없음에도 이의를 제기해왔다.
레전설의 탑 스왑을 지적하지 못한 점 말이다.
그런데 그걸 나중에 안다고 문제가 있어?
"다시 전해줘. 탑이 터진 건 스왑 문제가 아니라 랫미의 실수 문제고, 그 이후에 운영의 아귀가 안 맞아서 손해가 더 커진 거라고."
이호석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밴픽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이 못 푼 거다.
이걸 받아들여야 지도가 가능하다.
그 지도를 받기가 싫다.
통역사에게 전해 들은 우즈가 거만한 표정으로 무어라 지껄인다.
다시 전해 들은 이호석은 혀가 바짝 마른다.
"듣기 싫으니까 남은 시간 안에 빨리 방법 짜내랍니다."
"……."
미친개 녀석이 진짜로 미쳤나?
턱 끝까지 올라온 말을 공기와 함께 삼킨다.
업계가 좁고, 이곳이 외지인 이상 참아야 한다.
이호석은 우즈에게 감히 반론을 제시하지 못한다.
감히, 감히다.
구단주의 총애를 받는 우즈는 일반 코치는 물론 수석 코치 자신보다 위에 있는 존재다.
다행히 이호석은 군필자 출신이다.
까라면 깐다는 상부의 명령에 익숙하다.
이를 자신보다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한다는 게 아니꼽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 * *
한국의 많은 팬들이 KTX 롤러코스터의 승리를 기원했다.
리프트 라이벌즈에서의 패배.
우즈에 대한 악감정.
그 결과를 놓고 보니 약간 민망하다.
중국이 엄청난 준비를 해왔어?
돈을 물처럼 쏟아 부었다고?
긴장 좀 해야겠는데~.
이러다 우리 막 지는 거 아니야?
경기 시작 전에 나오던 이야기들과 대조된다.
─Royal Club 이 새끼들은 개그맨인가?
센 척은 존나 하고 원 펀치 쓰리 강냉이 당하네ㅋㅋ
└갓전설 하드 캐리!
└너무 쉽게 이겨서 민망하다ㅋㅋㅋ
└구단주 현자 타임 빡세게 올 듯
결과를 까고 보니 압승도 이런 압승이 없다.
거의 예선전 수준으로 완벽하게 찍어 눌렀다.
같은 메이저 지역, 그리고 우승 후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이러다 Royal Club 쫄딱 망하는 거 아니야?
불우한 이웃을 돕는 듯한 감성이 솟아난다.
안타깝게도 그런 공감 능력이 부족한 인간이다.
─찐따가 대학 데뷔하려고 빼입고 갔는데ㅋㅋ
하필 담당 일찐한테 딱 걸린 거임
└우즈 교육 담당
└'그 쓰레기'
└우즈 멘탈 터져서 마지막에 갖다 던진 거 봄?
└돼지쉑 멘탈은 여전한가 보네ㅋ
레전설 하나에게 휘둘리다 끝났다.
어쩌면 그렇기에 다음 세트를 해볼 만할지도 모른다.
깨진 이유 자체는 명확하니까.
〈적당히 휘둘렸어야 했는데 끠오라 하나만 보다가 우리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안절부절 못한다는 게 플레이에서 보였어요.〉
〈동의합니다. 라인전 스노우볼이 정말 최악까지 굴러갔어요. 선수들의 멘탈까지 붕괴시켰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 드네요.〉
-안절부절ㅋㅋㅋㅋ
-나만 느낀 게 아니었구나
-이것이 한국의 '매운맛'이다!
전 세트 끠오라의 임팩트가 잊혀지지 않는다.
해설들의 총평 이후 두 번째 세트가 시작한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끠오라를 밴할 줄 알았는데…….〉
김은준 해설의 예상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하지만 이것이 부끄러운 일이냐?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왜냐!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다 그리 생각했다.
그 정도로 레전설의 끠오라는 압도적이었다.
〈뭐, 나름의 의도가 있겠죠. 3개의 한정된 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밴카드가 아깝기도 하고, 전 세트는 김은준 해설이 짚으신 대로 스노우볼이 과도하게 굴러간 감도 있었으니까요.〉
시청자 입장에서, 중계진 입장에서 위협적이었던 카드.
다음 세트에 밴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과 코치진은 생각이 다를 수가 있다.
단순히 결과론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밴 카드를 따로 소비하면 전체적인 밴픽도 틀어진다.
Royal Club은 끠오라를 살리는 방향으로 갔고 그 결과.
와아아아-!
현장 여기저기서 함성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KTX 롤러코스터가 끠오라를 픽했다.
전판의 그 소름끼치는 슈퍼 플레이를 한 번 더 볼 수 있다.
중국팬들도 소리를 쳤지만 눈치를 준다.
그래서 LCK 팬이세요, LPL 팬이세요?
국제 경기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Royal Club이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팀이고 분명 대항책을 준비해왔을 겁니다.〉
〈맞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라인전 버티기 좋고, 궁지원 가능한 쇈을 가져갈 것 같은데요? 그렇죠.〉
밴픽의 마술사로 불리는 김은준 해설이다.
어디 혹시 스파이짓 하는 거 아니야?
염려될 정도로 밴픽을 잘 맞춘다.
-근데 쇈은 예상할 만하지
-존버는 역시 쇈이자너ㅋㅋㅋㅋ
-아무튼 우즈 봐주겠다는 의도네
챔피언은 다르지만 픽의 의도는 같다.
탑은 어차피 버티고 버틸 예정이다.
그러면서 영향력을 주기 좋은 쇈.
쇈은 끠오라를 상대로 라인전 단계에서는 괜찮은 픽으로 분류된다.
설사 라인전이 힘들어져도 파밍은 가능하다.
먼저 도발 긋는 게 아닌 이상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메타는 원딜 중심이 아니다.
쇈이 나온 이상 필연적으로 딜이 부족하다.
우즈 혼자 부담을 지기에는 애매하지 않나?
〈트페, 랄라 이런 거 하면 우즈 선수가 딜을 혼자 다 넣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죠. 귤플랭크까지 가져가면 딜도 충분하면서 글로벌 궁극기 조합이 탄생하겠는데요?〉
얼핏 들어도 좋아 보이는 조합이다.
실제로도 효율성이 좋다.
팀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합류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심지어 그 뿐만이 아니다.
〈서포터까지 탑캔치! 완전 글로벌 궁극기 조합으로 갑니다?〉
〈이러면 오히려 전체적인 조합 완성도가 Royal Club이 앞서는 감이 드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탑캔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김은준 해설이 높게 평가한다.
듣는 시청자들의 귀가 솔깃해질 정도로 신빙성이 있다.
게다가 세 라인이 글로벌 궁극기를 가졌으니 난전에 얼마나 좋을까?
-이 새끼들 이기려고 가진 거 다 꺼내네
-6레벨 넘어가면 게임 힘들어질 거 같다……
-달래도 딱히 라인전 맞파밍 이상은 힘들어하던데
무난하게 중반만 간다면 KTX 롤러코스터 입장에서는 피곤해진다.
상정해야 할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전에 터트리겠다.
와아아아아아-!
이번에야 말로 진심으로 환호한다.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함성이 멈추지 않는다.
전 세트의 탑끠오라도 분명 멋지기는 했지만.
〈잠깐만요……. 이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죠?〉
〈심지어 정글도 거미여왕이에요. Royal Club 대위기입니다! 배에 힘 꽉 주고 버티냐, 못 버티냐으로 귀결될 것 같습니다.〉
미드로 나올 때 보다 빛나는 선수다.
이윽고 양팀의 조합 셋팅이 마쳐진다.
달래가 탑, 레전설이 미드!
〈미드 리픈! 갱붐 보고 있나?〉
-ㅋㅋㅋㅋㅋㅋㅋ
-빛 전 설
-귤플랭크 일부러 열었죠?
-방금 검색해봤는데 달래님 끠오라도 연습함ㅋ
롤드컵 한국대표팀 선발 최종전.
OP라는 귤플랭크를 보란 듯이 카운터 쳤다.
단순한 조커 카드가 아닌 레전설의 시그니처 챔피언이다.
클끼리가 갱붐의 새로운 추억을 긁어준다.
그 추억을 함께 할 다른 이가 생길지도 모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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