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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408화 (40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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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스테이지 -->

내가 중국에서 생활을 꽤 오래했다.

특히 IC의 경우 체계적으로 잡아줬다.

그때 왕 샤오찬형한테 입버릇처럼 해준 말이 있다.

'돈지랄 하는 게 다가 아니라고.'

이 돈 많은 대기업 재벌 2세 양반아.

이렇게 말하면 전혀 욕이 아니네.

아무튼 간에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돈을 많이 투자하는 건 좋다.

스포츠계에 머니 게임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비싼 선수를 적당히 대충 사도 웬만하면 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롤은 조금 달라.'

축구, 야구 등은 역사가 너무 오래됐다.

흔히 말하는 고인물이라서 전문가들이 쌔고 쌨다.

정교함의 차이지 대략적인 견적은 일반인들도 잘 맞춘다.

그에 반해 롤.

역사가 매우 짧다.

무엇보다 규칙이 달 단위로 변한다는 게 너무 크다.

'엄청 잘 나가던 선수가 불과 반년만에 퇴물이 될 수도 있어.'

실제 그런 예가 한 명 있었다.

그 이후로 샤오찬형이 내 말을 잘 듣는다.

롤판은 정말 좀 많이 알고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도 대충 비싼 선수면 밥값은 하지 않을까? 나 돈 많은데.〉

〈아니, 형 그럼 아무 음식 재료나 맛있는 거 섞고 비비면 맛있을 거 같아요?〉

〈그렇네……. 롤판은 그런 면이 있구나.〉

잠깐, 내가 말하고서 말문이 막혔다.

한국에는 비빔밥이라는 음식이 있다.

왕 샤오찬형이 중국 사람이라 다행이다.

경상도 사람이었으면 신이 나서 스깠을 수도 있어.

으데 가서 이런 맛 절때 못 본다 아이가~!

신나게 벌어지는 연회에 정신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진짜 여러가지 문제가 많아.'

아무거나 대충 비싼 거 산다고 세지는 게임이 아니다.

게임 내적인 문제 외에도 발목 잡는 거리가 많다.

이를 테면 언어 차이에 의한 소통 문제라던지.

일단 상대는 그 점에 대해 해소를 했나 보다.

팀에 유일하게 있던 한국 선수가 방출됐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글 하나를 얼핏 봤다.

─Royal Club 이 새끼들은 팀이름값 오지게 하네

대놓고 머니 게임 선언함

타팀에서 잘 나가는 선수들 다 빼온 듯

└FW에서 정글러도 빼옴ㄷㄷ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제일 눈에 띄었던 애?

└카사는 LMS 선수 아니었나

글쓴이-한국 선수 영입하듯이 한 거겠지 뭐

대만 출신의 선수다.

즉, 중국어를 모국어로 구사한다.

사투리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다.

중국팀은 고질점으로 꼽히던 언어 문제.

중어권 Top선수들을 끌어모아 근본부터 해결했다.

이적료로 돈이 얼마나 깨졌을지 대략적인 액수가 짐작이 간다.

'중국 생활을 오래 해봐서 다 알거든.'

머니 게임 하는 구단주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Royal Club은 특히 과한 편이다.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지만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다.

문제를 돈으로 정면 돌파한 셈이니까.

근데 내가 괜히 중국 생활을 오래한 게 아니다.

중국팀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다.

챠라랑!

랄라가 라인을 쭉쭉 푸쉬한다.

작년 이후 서포터보다 라인으로 쓰이는 비율이 높아졌다.

챔피언이 굉장히 안정적이면서 한타가 좋아서 중국팀들이 선호한다.

'적당히 성장해서 우즈 봐주겠다는 의도겠지.'

굳이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너무 당연하다.

랄라 자체가 원딜 키우기의 대표격 챔피언이다.

Royal Club의 팀 색깔이 어떤지는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차하면 상체도 캐리한다.

강력해진 팀원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규모 리빌딩 이후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기는 한데.

샤악!

부쉬를 빠져나가며 찌른다.

리메이크된 끠오라의 Q스킬.

온힛의 효과를 담은 찌르기가 랄라에게 적중한다.

상대는 여유 있게 거리를 줬다.

주위에 적 원거리 미니언이 많다.

변해라를 걸고 반격해올 속셈이 뻔히 보인다.

「느리잖아!」

느려.

이 부스밖에 어떤 해설은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느리다.

나름 정직하지 않게 엇박자로 쓰기는 했다.

그런 심리전이 나에게는 씨알도 안 먹혀서 문제지.

챠앙!

샤악!

변해라를 없던 일로 만들며 다가간다.

근접 챔피언이 원거리 챔피언에게 붙었다.

그 시점에서 딜교환이 성립될 리 만무하다.

결국 랄라는 점멸이 빠진다.

자신의 타워 안쪽까지 피신했다.

이대로 도망갈 수 없다는 듯 보라색 창을 날려오지만.

'느리다고.'

가벼운 아랫 무빙으로 피한다.

라인도 당겨져 있기 때문에 못 온다.

랄라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귀환을 타야 한다.

'탑은 아직 참교육이 안되어있네.'

미드가 아닌 탑으로 출전했다.

순수 중국팀이 가지는 두 약점.

하나는 바로 탑라인이 약하다는 점이다.

중국에는 쓸 만한 탑솔러가 별로 없다.

미친 듯한 정신병 걸린 딜교환에 내성이 없다.

나를 상대로 아직도 반반 파밍을 꿈꿨을 만도 하다.

* * *

이미 한 번 붙어본 두 팀이다.

그것도 불과 한 달 전인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당시에는 KTX 롤러코스터가 Royal Club을 큰 격차로 압도했다.

〈하지만 순수한 힘 대 힘의 대결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잖아요?〉

〈KTX가 필살기성 전략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정상적인 승부라 보기 힘듭니다.〉

LPL 해설진들은 자신만만하게 떠들었다.

당시에서도 사실 진 게 아니다.

지긴 했지만 안 졌다.

아무튼 그렇다.

나름의 논리를 전파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를 믿는다.

왜냐!

사람은 진실을 쫓는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걸 믿기 때문이다.

-그때 꼬그모&랄라 썼었던가?

-강타 들고 엄청나게 성장했지……

-꼬그모 포식귀 시너지가 너무 사기였던 때야!

중국팬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정론으로 통한다.

실제로 그럴 듯한 근거도 있다.

꼬그모와 극적인 시너지를 발휘한 아이템.

배부른 포식귀는 대회 직후 너프를 먹었다.

「배부른 포식귀」

공격 속도: +40%

기본 공격 적중 시 50의 마법 피해를 입힙니다.

2번째 기본 공격마다 적중 시 효과를 추가로 적용한다.(원거리는 4번째마다.)

기본 공격 속도를 줄이고, 적중시 효과도 반감시켰다

원거리는 쓰지 말라는 대놓고 저격 너프다.

그만큼 당시 꼬그모 화력이 말도 안됐다.

더 이상 쓸 수 없는 전략이다.

팀 전력도 비교할 수 없게 강화됐다.

그러니까 이제는 Royal Club이 밀리지 않아.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LPL팬들의 굳은 믿음을 꿰뚫는다.

탑라인이 아예 아작을 내고 있다.

레전설의 끠오라가 두 다이브!

〈아니, 어? 이걸…….〉

LPL 해설진이 얼을 탄다.

그 사이에도 시간은 지나간다.

리플레이를 통해 탑 상황이 비쳐진다.

챠앙!

과감함 그 자체다.

포탑을 끼고 있는 랄라.

레전설의 끠오라가 궁극기를 켜며 찌른다.

상하좌우 네 방향에 생긴 약점.

첫 번째로 찌른 위치가 상(上)이었다.

상대가 벽을 끼고 숨을 여지를 주지 않았다.

결정적이었던 건.

-변해라를 막았어……?

-자꾸 심리전을 쳐발리네

-레전설이야 레전설! 보고 반응했어도 이상하지 않아!

-?!궁 터트리는 속도 봐

순식간에 사방을 찔러 궁극기를 터트렸다.

원형의 힐 장판이 체력을 회복시킨다.

포탑이 가하는 데미지 이상으로.

그 힐 장판 위에서 철저하게 농락한다.

랄라는 궁극기를 쓰며 나름 버텼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 나있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랄라를 잡고 포탑까지 밀었다.

탑의 레벨 차이가 순간적으로 3까지 벌어졌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LPL 해설진들이 말을 고른다.

〈어…… 저는 그렇게 치명적인 실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랄라는 잘 커도 못 커도 1인분이 가능한 챔피언이고, Royal Club은 스플릿에 대한 억제책이 있잖아요?〉

Royal Club의 에이스는 여전히 우즈다.

랄라는 우즈의 캐리를 뒷받침 해주기만 해도 된다.

끠오라가 스플릿을 노릴 테지만 Royal Club은 이를 대비해 놨다.

-그래서 트페를 꺼낸 거구나?

-탑이 강한 LCK팀을 저격하는 전략이지

-트페가 궁이 있으면 함부로 스플릿을 돌 수 없어

트와이스 페이크.

사이드 라인 지원에 특화된 챔피언이다.

봇라인 시팅과 더불어 운영 단계에서도 탁월하다.

상대가 섣불리 사이드 라인을 푸쉬하기 힘들어진다.

궁극기로 순식간에 합류하여 끊어 먹을 수 있다.

LCK팀들이 장기로 삼는 스플릿을 저격한다.

촤라락-!

트페의 궁극기가 발동되며 상대의 위치를 투시한다.

확인하고 즉시 원거리를 한순간에 이동한다.

라인을 밀던 끠오라의 뒤를 잡았다.

카드부터 날리는 건 하수(下手)다.

골드 카드를 날리는 척 평타 캔슬.

대신 세 갈래 카드가 끠오라를 향해 날아간다.

끠오라가 가진 반격기를 빼내기 위한 페이크다.

분명 훌륭한 심리전이었다.

통하지 않았을 뿐이다.

─KTX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상대가 하수나 중수나 고수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페이크를 무시하며 찌른다.

궁극기를 발동한다.

오체분시가 되는 느낌으로 순식간에 토막이 났다.

부랴부랴 날린 골드 카드.

반격에 당연한 듯 막혔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LPL 해설진이 강제 조냐 상태에 들어간다.

* * *

원래 롤에서 상황에 대한 해석은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포지션이 5개고, 사람마다 또 성향이 다르다.

LCK 해설진의 해석은 이러했다.

〈끠오라가 너무 잘 컸습니다. 심지어 레전설의 끠오라에요.〉

끠오라의 핵심은 반격.

한없이 사기고, 한없이 무능한 그런 스킬이다.

-난 못 쓰겠더라ㅋㅋ

-잘못 쓰면 자체 경직이지

-이론상 씹사기 스킬이긴 한데……

이론상 사기인 거랑 자신이 쓸 수 있는 건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하지만 레전설은 쓸 수 있고 그래서 했다.

레전설의 끠오라가 미쳐 날뛴다.

〈와아-! 방금 두 선수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오간 심리전이 미쳤는데요!?〉

〈트와이스 페이크! 페이크의 달인이거든요. 그 달인의 손을 덥썩 잡았습니다. 어디서 감히 밑장 빼기야!〉

-밑장 빼기ㅋㅋㅋㅋ

-손모가지 날아가부는 거지

-저 짱깨가 타짜를 봤으면 안 걸었을 텐데

중국인인 만큼 못 봤을 수도 있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클끼리의 드립대로 레전설이 한 수 위였다.

「커져라~♬」

부랴부랴 달려온 랄라가 궁극기를 쓰기는 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트페는 죽는다.

만약 골드 카드가 먹혔다면 CC기가 연계되며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으리라.

〈그냥 끠오라가 아니라 레전설의 끠오라에요. 이런 난전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합니다.〉

〈올 테면 와보라는 거 아닙니까? 그만한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선수거든요!〉

자신감이 될 것이냐, 교만이 될 것이냐.

한 끗 차이의 승부의 장을 이겼다.

굴러가는 눈덩이가 가속화된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사이드 라인의 균형이 무너졌다.

미드라이너인 트페가 비고 말았다.

꾸준히 툭툭 두들겼던 1차 포탑이 코리아나에 의해 파괴된다.

〈저희가 굳이 말씀을 안 드려서 그렇지 코리아나가 더티 파밍 병행하면서 무난하게 크고 있다는 것도 Royal Club에게는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달래갓!

-1인분 무난하게 하네

-이런 게임은 미드가 든든하게 크기만 해도 좋지!

레전설이 탑으로 갔다.

그러면 미드는 누가 갈 것이냐?

이 논제에 해답을 던진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전술적으로도 '아, 당연히 레전설이 미드겠지' 이 틀을 깼다는 거 자체가 엄청난 거에요.〉

〈특히 최근이 탑캐리 메타라…… 레전설 선수가 혼자 날뛰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어요.〉

2015년의 후반.

탑 캐리가 대두되던 시기다.

그리고 캐리하면 그 누구보다 자신 있어하는 선수다.

〈끠오라 약속의 2코어 갖췄습니다. 지금까지도 무서웠지만 앞으로는 더욱! 무서워질 테고 Royal Club은 이에 대한 확실한 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괴물 아닙니까? 괴물!〉

〈……네, 괴물이죠.〉

-그냥 평소처럼 괴물이라고 하지

-하도 우려먹는다고 까니까 의식한 듯ㅋㅋ

-나라는 물괴!

-용준좌 날카로워~

레전설의 끠오라가 괴물 같이 성장했다.

상대가 상정해두었던 답안지를 찢어버렸다.

중국에서도, 해외에서도 그토록 무섭다고 칭송 받던 완성된 Royal Club이 손도 쓰지 못하고 무력하게 무너져 내린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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