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05화 (40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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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별 예선 -->

브라질 롤 포럼.

브라질 롤팬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다.

서양권에서 가장 큰 래딧을 이용하는 유저들도 없지는 않지만.

─멍청한 래딧 녀석들 kkk

우리가 떼로 몰려가면 아무 짓도 못하네

└화력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트래픽 초과시킬 수 있었는데 아까워

└래딧놈들 빡친 거 봤어?

└Erroor 404 난 것처럼 넋이 나갔더라고

└인정을 하지 않으니까 험한 짓을 당하는 거야 kkkk

브라질은 기본적으로 포르투갈어를 쓴다.

영어를 쓸 줄 아는 이는 의외로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가서 교류를 하기 보단 어그로를 끄는 것이다.

왜냐!

말이 안 통하니까!

그리고 브라질 국민성이 많이 파이팅하다.

공격적이고, 과격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다.

특히 자부심이 강하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성적도 거뒀다.

CBLOL, 브라질 롤 리그는 본래 남미 리그에 속해있었으나.

─독립 리그 승격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돼

메이저 지역으로 승격을 받아야 진짜지

시드권 세 장은 욕심이고……

두 장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세 장 받아야지. 우리가 북미나 유럽보다 뭐가 모자라다고?

└적어도 LMS는 박살낼 자신이 있어 kkk

└LCK건 LPL이건 못 이길 게 뭐야!

준메이저 지역 사이에서도 나름 급이 나뉜다.

밖에서 보면 그게 그거 아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남미 지역에서 브라질이 너무 잘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한 강세를 보인다.

결정적으로 브라질이 가장 롤 인기가 두텁다.

같이 경기를 치르기엔 수준 차이 나는데?

월드 스타 호나우두의 후원이 쐐기가 됐다.

독립 리그로 승격하자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그 자부심이 송곳처럼 튀어나왔을 뿐이다.

브라질의 패권을 차지하고 올라온 패인 게이밍.

이만하면 세계 무대에서도 먹힌다고 팬들을 믿는다.

─우승은 살짝 힘들어도 4강까진 문제 없이 들 거 같은데?

그러면 게임사에서도 CBLOL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메이저 리그로 승격해서 6대 리그가 되는 거고

└6대 리그……어감 참 좋아

└실력은 차고 넘쳐. 증명하는 일만 남았지

└이번 롤드컵에서 패인 게이밍이 보여줄 거야!

남미 지역에서 워낙 잘 나가.

북미 대표팀인 CLC도 이겼어.

아니, 이러다가 롤드컵 우승하는 거 아니야?

브라질 롤 포럼에서는 대세 의견이다.

기대를 가진 팬들의 수가 적지가 않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KTX? 뭐야 그 듣보팀은

-레전설이 있는 팀이래

-아, 레전설은 들어본 적 있어

-누가 됐든 패인 게이밍의 적은 아니야 kk

상대가 KTX 롤러코스터라고?

브라질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팀이다.

왜냐!

KTX 롤러코스터는 해외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국제전 경력이 별로 없고, 임팩트 있는 성적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웬만한 해외팬들에게는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레전설이 새로 들어간 팀이야.

아하, 그럼 세겠네!

별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팀의 유명도와 상관 없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브라질에도 레전설의 이름은 나름 알려져 있다.

북미나 유럽 지역 만큼 명성이 깊게 생겨지진 않았을 뿐.

─퍼스트 블러드!

모르는 게 약이다.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아니, 이거 생각보다 좀 빠르게 나왔는데요? 한 번쯤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했는데…….〉

솔로킬.

솔랭에서 들으면 짜증나고, 대회에서 들으면 묵직한 세 글자다.

프로 레벨에서는 솔로킬이 웬만하면 잘 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선수는 보란 듯이 따낸다.

상대가 누구건 가리는 법이 없다.

페인 게이밍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가미가……?

-체력 봐. 한 끗 차이였어

-정말 르풀랑 하는 놈들은 짜증 난다니까

패인 게이밍의 미드라이너 가미.

브라질에서 가장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한다.

브체미를 넘어서 세체미를 노려봐도 되지 않을까?

브라질 팬들은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초장부터 체면을 구겼다.

한 끗 차이의 실수였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KTX 레전설님이 PNG 가미님을 처치했습니다!

등골이 서늘해진다.

상상도 못했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적수가 없고, CLC를 상대로도 캐리했던 가미가 불과 5분만에 연이어 누웠다.

〈타이밍이 어, 설마 지금? 옵저버가 예측을 못한 거 같죠?〉

〈이럴 때 달래 선수가 있어주면 참 좋은데…….〉

-레전드 초대석ㅋㅋㅋㅋ

-해설도, 옵저버도 못 보는 킬각!

-달래 아니면 못 맞추자너 ㄹㅇ

-???: 잡았죠?

사실 한국팬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광경이다.

구태여 설명까지 붙여야 하나?

레전설이 레전설했다.

실력 차이로 찍어 눌렀을 뿐이다.

이를 모르는 브라질팬들로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뭐지??

저렇게 무력하게 당하는 가미는 본 적이 없다.

첫 번째 세트는 KTX의 일방적인 주도 하에 끝났다.

─첫 번째 세트는 운이 너무 안 좋았어

일단 트페가 르풀랑 상대로 상성이 밀려

그리고 초반에 한 끗 차이로 죽은 게 커

└가미가 잡았다면 반대의 구도가 나왔을 거야

└운도 좋은 녀석

└지금부터도 충분히 역전 가능해

└가미 다운 플레이로 풀어나가면 돼!

스타 플레이어라고 플레이 성향이 다 비슷한 게 아니다.

가미는 단독 캐리보단 팀 시너지에서 빛을 발한다.

소위 말하는 소프트웨어가 좋은 타입이다.

트와이스 페이크라는 선택 또한 이에 기인했다.

적절한 궁극기 활용으로 게임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택이 됐다.

같은 실수를 또 저지를 만큼 우둔하진 않다.

이윽고 이어진 두 번째 세트.

왕도인 아자르로 안정감을 추구하려 했지만.

─퍼스트 블러드!

챔피언이 바뀐 거지 사람이 바뀐 건 아니다.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듯 자연스럽다.

또다시 미드에서 사달이 터졌다.

서걱!

리플레이를 통해 다시 보여지고 있다.

자드가 라인을 천천히 태우며 몰아간다.

미니언 웨이브가 포탑에 도달했을 즈음.

구오오……!

정확하게 6레벨이 찍히며 다이브 한다.

5레벨인 아자르가 반항했으나 실패.

고스란히 킬을 헌납하고 말았다.

〈흔히 레전설 선수 하면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슈퍼 플레이라는 게 메카닉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완벽한 설계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전 세트에 비해서는 다소 늦었다.

하지만 결국은 같은 결과에 도달한다.

레전설의 캐리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

-aff! 가미 컨디션 안 좋나

-갱킹도 아니고 솔로킬은 너무 심한데;

-왜 저러는 거지?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몰라?

브라질 팬들로서는 비상이 걸린다.

롤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여기서 지면 국위환향도 못하고 돌아와야 한다.

조별 리그에서 그토록 활약을 했다.

메이저 리그고 나발이고 다 박살을 내주겠다.

자신만만했던 페인 게이밍이 예선전에서 초죽음이 된다.

─KTX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홀로 미친 듯이 무쌍을 찍는다.

존재감이라는 면에서 비교를 불허한다.

세계 최고라 불리는 선수가 얼마나 한 기량을 가졌는지.

우물 안 개구리던 브라질의 롤팬들에게 그 실상을 알려준다.

〈가미 선수가 브라질에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고, 예선전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어요. 하지만…… 같은 프로들 사이에서도 격이 나뉘는 게 엄연한 사실입니다.〉

조금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해외 선수의 수준을 낮게 얕잡는 거 아니냐?

그런 말을 하기에는 이미 한국의 여론도 딱히 곱지는 않다.

클끼리 해설은 여론을 굉장히 많이 신경 쓰기로 유명하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 당연히 읽어봤고, 안다.

평소보다 조금 과격하게 짚어나간다.

〈1부와 2부 사이에 벽이 있고, 1부에서도 또 벽이 몇 개씩 나뉩니다. 패인 게이밍이 브라질 리그에서는 인정 받는 팀이지만 국제 무대에서 인정 받으려면 아직 한참은 더 고생을 해야 할 듯합니다.〉

-한참 더 굴러야지ㅋㅋ

-듣보잡의 최후는 정해져 있다

-크~ 클끼리 말 잘하네

-미 드 차 이

첫 번째는 어라?

두 번째는 꿈틀했다.

세 번째는 미동조차 없는 느낌이다.

완벽하게, 철저하게 부숴버렸다.

이것이 상대팀에게 막 원한이 있다.

그래서라기 보다는 순수한 실력 격차.

와아아아아아-!

당연한 듯 보여주는 선수다.

세 세트 연속 MVP.

과한 감은 있지만 그만한 존재감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미드 차이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오늘의 인터뷰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MVP 인터뷰가 진행된다.

〈상대인 페인 게이밍이 메이저 지역 팀들 못지 않게 강하다는 소리를 듣는 팀이잖아요?〉

〈아, 그래요?〉

〈그런데 굉장히 수월하게 승리하셨고, 특히 미드 차이가 돋보였는데요. 오늘 경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프게임넷의 김수연 아나운서.

안경 누나라고 불리는 그녀의 질문에도 무뚝뚝하다.

일각에서는 한 번 까여서, 데여서, 그런 말도 있지만 레전설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무튼 경기 내적인 내용도 기대가 된다.

〈듣던 대로 잘하시더라고요. 부담감이 있었는데 오늘 경기가 잘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같은 식으로 말할 수도 있긴 하지만 매번 지어내서 말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조별 예선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쉬어가는 코너 느낌으로 적당히 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여기는 프랑스, 레전설 선수의 인터뷰 만나보았습니다.〉

LCK가 아니다.

전세계인이 보는 롤드컵이다.

김수연 아나운서가 굉장히 당황할 만도 하다.

〈너무 적나라한 감은 있는데 그만한 포부를 가져도 될 만한 선수죠?〉

〈적당히 해도 잘하는 선수니까요.〉

-그 쓰레기……

-레전설 인성 논란 추가!

-꺼라위키 레전설 항목 신의 한 수ㅋㅋ

-근데 오늘은 ㅇㅈ

지나친 자만인 감도 있지만 그만한 발언을 해도 될 선수다.

그리고 오늘은 한국팬들도 원하고 있었다.

해설자들이 가볍게 두둔하며 종료한다.

LCK의 인터뷰는 끝이 났다.

롤드컵, 국제 대회인 만큼 인터뷰가 줄을 잇는다.

북미와 유럽 지역의 방송사들도 각각 따로 진행을 한다.

〈혹시 래딧에서 한국팀들의 스크림 대전료 요구에 대한 논란을 보셨는지…….〉

그러다 보면 민감한 질문도 나오기 마련이다.

영미권에서 오래 생활을 한 선수답게 통역 없이 능수능란한 영어 사용으로 입장을 말해준다.

〈왜 그걸 선수인 저한테 물어보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저는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 몰래 받았다면 제 배가 조금 아플 거에요.〉

-역시 레전설 LOL

-사실 선수한테 물어볼 질문이 아니었지

-레전설이 유쾌하게 넘어 가준 거야!

영미권에서는 나름 먹히는 유머인지 래딧의 반응이 격렬하다.

자기 페이부터 확실하게 따지고 넘어가네.

진지한 입장도 표명할 줄 아는 선수다.

〈코치와 감독님께 들어보니까 그런 건 있더라고요. 저도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적것 있고.〉

〈어떤 이야기인가요?〉

스크림 스케줄을 자신들을 위해 비워 달라.

그러면 거액의 대전료를 지불하겠다.

돈이 많은 LPL팀들은 간혹 제의를 하기도 한다.

적어도 KTX 롤러코스터는 거부했다.

만약 했다고 쳐도 문제될 여지가 없다.

먼저 받는 거랑 상대가 제의한 거는 늬앙스가 전혀 다르다.

〈아~ 전달의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거군요?〉

〈그래서 생긴 오해인진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패인 게이밍은…… 굳이 한국팀에게 돈 주고 깨질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현저한 실력 격차를 경기의 내용과 인터뷰의 확인으로 재차 짚고 넘어간다.

잠시 롤판을 뜨겁게 달아올렸던 화제는 싱겁게 마무리된다.

와아아아아-!

르 독 풀먼이 역대급으로 들썩인다.

서양권 팬들에게는 거의 신적인 존재다.

더불어 브라질 악성팬들에 대한 반감이 더해진다.

틈만 나면 래딧에 도배와 함께 어그로를 끈다.

패인 게이밍의 잘난 코 좀 눌러줬으면 싶었다.

대전료 논란의 해명까지 더해지자 역풍이다.

-돈 주고 깨질 필요래!

-맞는 말이야. 스크림도 엇비슷한 팀들끼리 하는 거지 LOLOL

-브라질놈들 그렇게 까불더니 빈털터리였구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롤드컵의 예선전이 끝나고 본선 무대가 다가온다.

#aff=아! 짱나 (포르투갈어 채팅)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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