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04화 (40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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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별 예선 -->

롤드컵 예선전은 일주일에 걸쳐 진행된다.

참가하는 열두 팀 중 오직 네 팀만이 본선 진출권을 얻는다.

일련의 방식이 얼핏 잔인해 보이기도 하지만.

─롤드컵 예선전 방식 간단 정리.txt

A조 한국+2팀

B조 북미+2팀

C조 중국+2팀

D조 대만+2팀

└너, 너무 간단한데?

글쓴이-어차피 메이저가 올라갈 게 뻔함

└짜고 치는 수준이네ㅋㅋㅋㅋ

└차이가 워낙 심하긴 하지……

실제로도 잔인한 방식이다.

각 조의 조장은 전부 메이저 지역이다.

준메이저 지역들이 열과 성을 다한들 조 1위를 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때문에 이런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준메이저 지역들을 너무 홀대한다.

쟤네는 무슨 맛으로 대회를 보겠냐?

─우리나라 사람들이 월드컵 보는 거랑 비슷할 걸?

16강 가면 좋고, 못 가면 어휴 그럼 그렇지

떨어지면 그냥 재밌는 경기만 골라 보잖아

└캬 솔로몬ㅋㅋㅋㅋㅋ

└하긴 월드컵 우승 못하면 폭동 나는 나라도 있다더라

└브라질?

└축구보다 훨씬 실력 차가 많이 나서 만에 하나도 없지

해외 롤팬들의 관점도 큰 틀에서 비슷하다.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롤드컵 우승해야지!

이러는 나라가 세계에 그리 많지가 않다.

아니, 한국 말고는 없다.

제발 우승 한 번만 해보자고 빌고 또 빈다.

간절함이 다르다 보니 가질 수 있는 자비다.

〈해외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니 이런 이야기까지 있더라고요.〉

KTX 롤러코스터 대 인피니티 E-스포츠의 경기.

클끼리 해설이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를 늘여 놓는다.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신빙성이 높은 정보도 아니지만.

콰아앙!

라인전이 끝나기엔 한참은 이른 10분대.

미드 라인에 루나의 궁극기가 떨어진다.

탈리반 3세도 깃창을 쓰며 돌격한다.

관중석이 소란스러워질 만도 하다.

KTX 롤러코스터의 미드.

다름 아닌 레전설을 향한 총공세다.

구오오……!

일말의 당황도 하지 않는다.

레전설의 자드가 궁극기를 썼다.

루나가 던진 검을 피하며 탈리반 3세를 대상으로 지정한다.

「버거킹!」

얼핏 포커싱이 제대로 되는 듯한 광경이다.

3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딜 욱여 넣으면 된다.

루나가 점멸로 탈리반 3세가 벽 안으로 뛰어든다.

챠라라락-!

하지만 자드는 이미 점멸로 탈출했다.

대신 세 갈래로 쏘아진 표창이 그 중심을 꿰뚫는다.

탈리반 3세와 루나 모두 표창에 갈가리 찢기고 만다.

─KTX 레전설님이 INF 솔리드님을 처치했습니다!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어느새 궁극기 그림자로 되돌아와 있다.

자드의 패시브 평타와 점화가 치명타로 작용한다.

뒤늦게 인피니티 E-스포츠의 미드 애코가 가세를 해봤자.

〈애코는 이런 구도에서 딜을 넣을 수 있는 챔피언이 아니라…….〉

챔피언 자체가 순간적인 폭딜과는 거리가 있다.

차라리 먼저 노려졌으면 좋았을 텐데.

자드가 영악하게 탈리반을 먼저 잡고 말았다.

서걱!

서걱!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탈리반을 너무 깔끔하게 잡았다.

루나와 애코만으로는 딜이 충분치 않다.

자드가 평타로 애코의 살점을 두부 썰듯 도려낸다.

「시공간 회귀!」

생존궁으로 뻘쭘하게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상대의 모든 걸 다 빼고, 킬까지 따낸 자드가 유유히 살아 돌아간다.

〈자드가 왜 이렇게 안 죽지? 얼핏 단순한 슈퍼 플레이처럼 보여도 상대의 딜 메커니즘을 다 씹으면서 피한 거에요.〉

〈레전설의 슈퍼 플레이는 단순하지가 않거든요! 복잡한 맛이 있지 않습니까?〉

-단순한 슈퍼 플레이?

-뭐지 이 어색함은ㅋㅋ

-근데 ㄹㅇ 맞긴 함

-클소리한 줄 알았네

뭔가 강소리와 비슷하지만 타이밍상 납득이 된다.

방금 전 목도한 마당이다.

리플레이로 틀어진다.

이해하지 못한 시청자들이 주의 깊게 다시 본다.

상대의 주요 스킬들을 피하거나 씹었다.

순간적인 위치 변화로 얼타게 만든다.

─KTX 달래님이 INF 코코팝님을 처치했습니다!

감탄스러운 리플레이가 끝났을 즈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은 또 다른 장면을 연출 중이다.

뚜벅뚜벅 다가온 달래의 거미여왕이 애코를 다이브 치고 빠져나온다.

-여왕님 등장ㄷㄷ

-의문사잼

-앙 깔끔띠!

자연스럽게 지나가듯 잡았다.

정말 그러한 느낌으로 네츄럴했다.

KTX 롤러코스터가 조별 리그 예선전 전승을 거의 확정 짓는 분위기다.

〈전승이라고 하니까 참 그게 떠오르는데…….〉

〈전승 준우승 으하핰!〉

〈적어도 이번 롤드컵은 팀전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가히 압도적인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전승 준우승이라는 변수도 없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딱 한 번만, 한 번만 레전설을 잡고 싶다고 해요. 이기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클끼리 해설이 앞서 하려고 했던 말을 잇는다.

인피니티 E-스포츠는 LLN의 대표팀.

LLN은 멕시코, 파나마 등의 남미 지역이다.

─정말 승리 따위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레전설이나 한 번 잡고 정신 승리하자!

└Real루다가

└승리는 불가능하지

└defer라는 걸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defer는 정말 기묘하긴 하더라!

해외에도 알려진 안타까운 사연이다.

하지만 우연도 실력이 있어야 잡을 수 있는 법이다.

래딧의 LLN 게시판.

여론은 포기 보다는 애초에 넘보지도 않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유명한 선수 한 번이라도 잡아보자.

정신 승리라도 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그조차.

─KTX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미드를 찌를 틈도 더 이상 없다.

이전의 3인이 최초이자 최후의 시도였다.

이제는 지나가다 보이면 죽는다.

와아아아아-!

프랑스의 르 독 풀먼.

약 1천 석의 관중석은 매일매일이 매진이다.

특히 KTX 롤러코스터의 경기날이면 이토록 성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이니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LLN팬들이 그릇된 애정으로 한 번 잡아보고 싶은 것도 이해가 되는 광경이다.

〈하지만 잡혀주질 않아요 매몰차게. 그러면서 킬은 킬대로!〉

경기는 현저한 차이로 마무리된다.

예고되었던 대로 깔끔한 전승이다.

KTX 롤러코스터가 조별 리그 예선전 4전 전승.

〈KTX 롤러코스터가 예선전 1라운드의 A조 1위를 확정 지었습니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긴 한데 이를 바라시는 팬분들이 워낙 많죠.〉

반대쪽 B조에서는 소란이 펼쳐지고 있었다.

* * *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 게임 기타 등등…….

국제 대회가 펼쳐질 때면 늘 소란이 뒤따른다.

여러 나라가 얽히는 만큼 어느 정도 필연이기도 하다.

최근 서양권 최대 규모의 커뮤니티 래딧은 전쟁터다.

이른바 인터넷 침공이다.

한 나라의 팬덤이 지독할 정도로 어그로를 끌고 있다.

─CLC's nuts! CLC's nuts! CLC's nuts! CLC's nuts!

─Pain에게 CLC는 너무 Eazy한 상대야 LOL

─롤드컵은 브라질이 먹을 테니 손가락이나 빨라고!

.

.

.

CBLOL, 브라질의 롤챔스를 의미한다.

준메이저 지역에서는 가장 고평가를 받는 리그다.

유명 스타들이 거액을 투자하며 주가가 치솟고 있다.

축구의 황제 호나우두.

간첩도 웬만한 아싸가 아니면 알 듯한 거물이다.

그를 필두로 유명 스타들이 E-스포츠에 투자를 했다.

굉장히 좋은 일인데 문제는 국민성이다.

국민 정서상 국제 대회를 상당히 민감해 한다.

불어난 자부심이 안 좋은 쪽으로 싹 트고 말았다.

─브라질놈들은 롤드컵이 월드컵인 줄 아나?

기껏해야 예선전 한 세트 이기고 날뛰고 있어

└기껏해야 예선전에서 쳐발렸죠?

└변명 추해 LOLOLOLOL

└WOW, 벌써 개떼 같이 몰려들었네

월드컵 시즌만 오면 뉴스가 올라온다.

브라질에서 축구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과장 하나 없이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과도한 팬심이 롤드컵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조별 리그 예선전 B조.

브라질의 패인 게이밍이 CLC에게 한 세트 따냈다.

이후 폭주한 브라질 팬들이 래딧에서 어그로를 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참 귀여운 사건이다.

하지만 그 송곳이 이쪽을 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팀들이 스크림 경기에 5000$를 요구하고 있다!

페인 게이밍의 미드라이너 Gami.

그는 인터뷰 도중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한국 LCK팀들이 스크림을 대가로 금전을 요구한다.

E-스포츠 업계에서 스크림 관련 사고는 굉장히 민감한 일이다.

힘에서 앞선다고 대전료를 받으면 밑도 끝도 없다.

대가가 없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Best Comment]- 이것이 한국팀의 강함의 비결인가? : p

[Best Comment]- LCK와의 스크림 문제는 오늘내일 일이 아니지

[Best Comment]- 한 경기가 내 월급이라니!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브라질 대표팀의 선수다.

과격한 브라질 팬들에 의해 부풀려지기까지 한다.

래딧에서는 논란이 일어났고, 한국에 대한 비난으로 한동안 들썩였다.

「스크림 대전료 5000$? 한국 게임단 관계자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축.」

잠자코 있기에는 큰 소란이다.

래딧의 소식을 전해 들은 LCK 관계자들은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결국 근거가 없는 허위 비방으로 밝혀졌지만 상처가 없다고는 보기 힘들다.

[Best Comment]- 브라질애들은 한국 싫어하나? 토이치TV에서 어그로 끄는 것도 모자라서 한국팀 이미지 나빠질 이야기를 증거도 없이 막하고 다니네

[Best Comment]- 선수들 페이스북에도 Gami〉〉All 이런 식으로 도배함ㅋㅋ CLC 포나틱은 자기들 상대도 안되는 줄 알고 있고

[Best Comment]- 쟤네는 대체 왜 근자감을 가지냐? 그냥 어이가 없네

토이치TV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매체의 경우 외국인들도 한국 페이지에 많이 들린다.

그러다 보면 이따금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하기 때문에 논란이 안됐다.

알고 보니 브라질 사람들이었네?

국내 커뮤니티에도 일련의 사건이 알려진다.

수많은 팬들이 KTX 롤러코스터의 1위를 바란 이유다.

* * *

롤드컵 조별 리그의 예선전.

A조부터 D조까지 모두 1,2위가 정해졌다.

조 1위를 못한 팀들로서는 매우 아쉽겠지만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

〈각 조의 2위까지는 2라운드에 진출하기 때문에 오늘 이기면 본선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3위는?

-공항 가야지 별 수 있나

-이겨서 국위환향 합시다!

-근데 어지간하면 변수 없을 거 같은데ㅋㅋ

진용준 캐스터가 2라운드의 룰을 대략적으로 설명한다.

각 조의 1위는 타 조의 2위와 맞붙게 된다.

그 승자가 본선에 진출하는 구조다.

하지만 예상대로 각 조의 1위는 전부 메이저 지역.

2위팀들이 붙어봤자 어차피 또 발리겠지.

타당한 추측이나 한 가지 변수가 있다.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이야기다.

B조 만큼은 상당한 접전이 이루어졌다.

해설진들이 해당 이슈를 짧게 짚고 넘어간다.

〈패인 게이밍이 CLC를 잡으면서 일약 이슈덤에 올랐죠?〉

〈그렇습니다.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었는데…….〉

브라질의 대표팀 패인 게이밍.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팀이다.

선수들도, 팬들도 문제가 좀 많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실력적인 면은 인정 받고 있다.

그도 그럴게 CLC를 상대로 한 세트 이겼다.

브라질팬들이 소위 풀발기를 해버린 이유다.

〈A, C, D조는 메이저 지역이 전승. 확실하게 준메이저 지역과의 실력 차이를 보여줬거든요.〉

〈페인 게이밍이 경기력이 아직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포텐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B조에서만 이변이 일어난 셈이다.

여러 해외 전문가들에게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준메이저 지역 중 가장 강함은 물론, 메이저 지역과도 비벼볼 만하다.

그 이상이다.

브라질팬들은 아예 자신들이 최강이라 주장한다.

신빙성이나 근거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그렇게 믿는다.

〈때문에 오늘 경기를 굉장히 많은 팬분들이 기대하고 있어요.〉

〈운명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거든요?

브라질팬들도 기대가 많겠지만 한국팬들도 마찬가지다.

대놓고 한국을 비난하는 논란까지 일어난 참이다.

얼마나 잘난 실력을 가졌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마침 KTX 롤러코스터가 A조 1위.

그리고 페인 게이밍은 B조의 2위.

딱 알맞은 시점에서 마주치고 만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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