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03화 (40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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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별 예선 -->

2015 롤드컵.

그 개최지는 미국도, 중국도, 한국도 아니다.

〈게임팬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롤판 1년 중 최대 축제라고 할 수 있죠.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이 이곳 유럽 프랑스, 르 독 풀먼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바로 유럽이다.

세계 LOL의 5대 지역 중 하나로 손 꼽힌다.

까~마득한 시즌1 이후 처음으로 다시 롤드컵 개최지에 선정되었다.

와아아아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란스럽다.

현장의 수많은 관중들이 환호한다.

같은 숫자인데도 유난히 시끄러운 건 기분 탓이 아니다.

-덕 중의 덕은 역시 양덕

-프랑스 형님들 유쾌하누ㅋㅋㅋ

-조별 리그인데 벌써 저렇게 많이 왔네

물론 사람마다 개인 차라는 게 있다.

한국 사람이라고 무조건 게임을 잘하고, 우크라이나 사람이라고 무조건 이쁘고, 프랑스 사람이라고 미술과 음악을 사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라는 게 괜히 박히는 것도 아니다.

서양권 팬들, 특히 라틴 계열 사람들은 유난하다.

현장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불난 집에 기름이 부어진다.

〈G5! 최근 유럽에서 떠오르는 신흥 강호죠. 특히 미드라이너인 퍽스 선수가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선전을 하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유럽에 연고지를 가진 만큼 현장 팬들의 환호가 이는 것은 반쯤 필연이다.

해외 지역에 관심을 쏟기로 유명한 김은준 해설이 부연 설명을 붙인다.

그럼에도 한국 팬들이 보기에는 낯설다.

해설들이 이러저러 설명은 해주는데 솔직히 꼭 알아야 할지 고민이 인다.

나중 가면 사천왕처럼 억억억 쓰러지거든.

작년까지만 해도 분명 그러했다.

-아 올해는 진짜 모르겠다……

-레전설 개새끼

-똥줄 탄다 ㅅㅂ

역시 E-스포츠 강국 하면 한국이지.

2013년도 테이커가 우승을 차지했었잖아.

더 이상 여유를 가질 만한 입장이 아니게 됐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한국팀들을 응원해서 북돋아줘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감은 있지만.

와아아아아아-!

이례적이다.

KTX 롤러코스터.

해외에는 그다지 이름이 알려진 팀이 아니다.

왜냐!

롤드컵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아무리 해당 지역에서 잘해도 해외팬들은 잘 모른다.

그럴 텐데도 이만한 환호.

단순히 프랑스 사람들이 활동적이라서라고 보기엔 너무 열렬하다.

귀를 기울여보면 알게 된다.

〈레전설! 세 글자가 똑똑하게 들려오고 있어요!〉

〈맞습니다. 해외에서 워낙 많은 활동을 했고, 성적은 전설적이라는 수식어가 가히 부족함이 없죠? 서양권 팬들에게는 특히 더 사랑 받는 선수입니다.〉

물론 우승을 차지한 지역은 북미다.

하지만 북미도, 유럽도 같은 커뮤니티를 공유한다.

래딧의 여론이 레전설에게 워낙 호의적이길 넘어 우상적 존재다.

-우승 실패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역시 왔구나

-믿고 있었다고 Shit-!

-레전설은 한국 가서도 고생하는구나 LOLOLOL

때문에 근황은 래딧에도 속속들이 알려진다.

KTX 롤러코스터가 어떤 팀인지.

도저히 믿기지는 않으나 납득할 수밖에 없다.

LCK는 해외 방송사들과 협약을 맺고 송출을 하고 있으니까.

대표적으로 몬테소리라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외국인 해설자가 있다.

애초에 지금 이 자리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 가지의 사실을 방증한다.

〈네,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 조별 예선전! 작년과 마찬가지로…….〉

진용준 캐스터가 설명을 간략하게 늘여 놓는다.

준메이저 지역의 여덟 팀들과, 메이저 지역의 3위 팀들이 예선전을 치른다.

작년 LCK 3위팀인 삼선 블루는 개최국 특권으로 치르지 않았지만 올해는 유럽이므로 얄짤이 없다.

와아아아아-!

얄짤이 없게 탈탈 털어버린다.

이윽고 시작된 조별 예선전 첫 번째 경기.

KTX 롤러코스터 대 버팔로 댄스가 맞붙는다.

버팔로 댄스는 SEA 동남아시아의 대표팀이다.

이름은 굉장히 독특하지만 저력을 갖춘 팀이다.

준메이저 지역에서 몇 안되는 강팀이라 손 꼽힐 정도로.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철저한 격의 차이를 선보인다.

순수 라인전 솔로킬 세 번이 연달아 터진다.

레전설의 이랠리야가 랄라를 속수무책 찢어버리고 있다.

〈뭔가 아무거나 대충 고른 느낌이 있는데 근거가 있는 픽입니다.〉

-그냥 진짜 아무거나 고른 거 같은데ㅋㅋㅋ

-픽으로도 인성질

-'그 쓰레기'

-재밌으면 됐지 깐깐한 놈들 많네

김은준 해설의 설명대로 유명한 상성 관계다.

탑랄라 후픽으로 이랠리야는 종종 나왔다.

미드라고 쓰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이상한 탑 챔피언 하나가 미드로 나와서 불편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러진 않으시네요?〉

〈저 이랠리야 싫어하지 않습니다.〉

-(울컥)

-클끼리 팩폭ㅋㅋ

-'이상한 탑 챔피언'

-이랠포비야가 또……

이랠리야와 아링을 혐오하기로 유명한 김은준 해설이다.

일방적인 편파가 아니라 나름대로 근거와 이유를 갖췄다.

스킬 구조가 단순해서 솔로랭크에서는 먹히지만 대회 무대에서는 카운터 플레이가 용이해.

〈이렇게 뭘 해도 이길 만한 전력 차에서는 꺼내도 상관없습니다.〉

괜히 입을 다물고 있던 게 아니다.

챔피언마다 쓰기 쉬운 구도라는 게 있다.

이렇듯 상대적 약자에게 이랠리야 만큼 무서운 챔피언이 또 없다.

촹!

촹!

버팔로 댄스의 정글과 서폿이 미드에 갱킹을 왔다.

오긴 왔는데 뭔가 좀 어설퍼.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미니언을 타며 상대의 스킬을 피한다.

쫓아오는 상대에게 역질주 해버린다.

스턴에 걸린 랄라가 토막이 난다.

─KTX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기어코 적 서포터 모르피나까지 잡았다.

속박을 맞히기는 했지만 뭐 어쩌라고.

패시브 강인함에 의해 없던 일이 된다.

〈이렇게 삼종신기 타이밍에는 슈퍼 플레이에 능한 챔피언입니다. 물론 그 이후로 급격히 힘이 빠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뒤에 사족은 왜……

-본인 스스로 설명하면서도 불편했나 봐

-여자 챔피언만 싫어함ㅋㅋ

-여혐준이 또!

삼종신기 타이밍에 제대로 굴릴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챔피언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는 모습이다.

그렇게 고작 20분.

KTX 롤러코스터가 버팔로 댄스에게 승리를 거둔다.

뭔가 보면서도 미안함이 드는 격차로 가뿐하게 찍어 눌렀다.

〈소위 그 시간이 찾아올 틈도 없이 순식간에 끝내버렸어요.〉

〈그 시간이 아앜 그 시간…… 만약 왔어도 큰 무리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예선전이라 크게 난이도가 있진 않아서.〉

3시드로 출발한 이상 불가피하다.

예선전을 치르며 천천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이 압도적이고, 팀의 색깔 또한 잘 살린다.

해설진들도 크게 여유로운 분위기다.

새로운 선수 달래도 팀에 잘 섞이는 모습을 보인다.

조냐를 상태를 보이던 강빈 해설도 고양된 어조로 거든다.

〈KTX 롤러코스터가 섬머 시즌 준우승을 머물긴 했지만 사실 전에 진 거는 아무 소용 없어요. 오늘 여기서 이기면 국위환향하는 거에요!〉

〈……금의환향.〉

-국위환향?

-국위선양 잘못 말한 거 아님?

-둘 다인 듯ㅋㅋ

-역대급 강소리……

롤챔스, 리프트 라이벌즈 안타깝게 혹은 어쩔 수 없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롤드컵이야 말로 세계적인 축제다.

활약 여하에 따라 국위선양도, 금의환향도 충분히 할 수가 있다.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대회는 전무후무하다.

그만큼 세계 E-스포츠팬들의 이목이 모인 자리다.

강빈 해설의 신조어를 정정한 진용준 캐스터가 말을 잇는다.

〈한국대표팀 KTX 롤러코스터의 깔끔한 승리! 보내드리면서 저희는 바로 다음 경기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롤드컵 개막전이 성황 리에 진행된다.

* * *

최근의 일상은 더없이 바쁘다.

사실 바쁜 시즌이니 일상은 아닌데 아직 난이도가 낮다.

롤드컵의 조별 리그 예선전은 경기를 치르는 게 미안할 정도다.

'한국 서버 다이아, 마스터 양학 하는 거 같아.'

물론 엄밀히 따지면 다르겠지만 대략적인 느낌이 비슷하다.

전체적인 수준이 챌린저급인 팀들이 없을 정도다.

작년에는 상대를 안 해봐서 처음 알게 됐다.

심지어 5인큐다.

만에 하나라는 답이 있겠냐고?

기본 실력 차 탓에 바론을 세 번 정도 뺏기는 일이 생겨도 이긴다.

무려 그 정도의 격차다.

'그렇다고 봐주면서 할 수도 없으니까.'

가능한 빨리 경기를 끝낸다.

그 탓에 멘붕한 선수도 봤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악수를 청해온다.

해외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준메이저 지역에도 이름이 알려진 듯하다.

뭐라고 알려졌는지까지는 굳이 찾아보지 않겠다.

왠지 찾아보면 안될 거 같아.

그 과정에서 달래도 경기를 뛰면서 현장감을 되찾았다.

'섬머 시즌 우승을 못한 탓에 고생을 하게 되긴 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감이 있다.

실전 테스트는 몇 번을 해도 부족하다.

마쳤으니 한시름 덜었고 앞으로는 더 덜을 예정이다.

달래가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서 살았다.

그보다 최근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다름이 아니다.

요즘 들어 이 나이에 느끼지 않을 것을 느끼는 기분이다.

'확실히 나이 드신 분들이 괜히 정력제를 찾는 게 아니야.'

평소에는 먹을 기회도 없고, 따로 찾지도 않는다.

어쩌다 먹어도 솔직히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어.

장어도 맛으로 먹지 정력 때문에 먹은 적은 없다.

최근에는 안 먹으면 죽을 거 같아서 살기 위해 챙겨 먹는다.

먹었을 때랑 안 먹었을 때랑 차이가 너무 극명해!

프랑스에 와서까지 찾게 된다.

"달래야, 매니저 누나한테 보양식 좀 좋은 걸로 부탁 드린다고 전해줘……."

"내 매니저거든?"

"그만 좀 빨아 먹던가 그럼!"

"데헷~!"

나도 매니저분께 미안해 죽겠다.

그리고 민망해.

프랑스 온 이후로는 장소가 없다.

달래가 워낙 요구가 잦은 편이다.

호텔 가기는 주위가 신경 쓰인다.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할 수는 없으니까.

'차 안에서 해결을 해야 하잖아!'

당연히 주의를 하지만 흔적이 안 남기는 힘들다.

치우다 보면 정말 욕지거리가 나올 거야.

물론 매니저 누나는 사정을 다 아신다.

그 사정 말고 이 사정.

그런데 사정을 안다고 해도 화날 만하다.

어린 노무 새끼들이 대낮부터 미쳐 가지고.

작작 좀 하라면서 속으로 씹었을지 모른다.

나도 작작 좀 하고 싶은데 얘가 안 놔줘.

"연습 열심히 하잖아?"

"그렇긴 하지. 맞아, 잘해줘서 고마워."

자신의 욕구에 정직한 만큼 일도 열심히 한다.

사정을 모르면 와, 이렇게 성실히 살 수 있구나.

그런 감탄을 내뱉는 사람이 무척 많을 것이다.

적어도 달래팬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지금 약간 소름 돋았는데 원래 그런 게 사람이다.

사생활은 적당한 선에서 문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케네디도, 간디도 사생활은 그렇고 그랬다고 하지.'

현실에서 갑자기 '순순히 금을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는 것보다 100배는 건전하다.

연예인들도 뒤에서는 다 그렇고 그렇다고 하더라.

달래한테 들어보니 별별 일이 다 있다.

업무 특성상 일반 직업에 비해 머리가 많이 아프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방향으로 휘는 애들도 생긴다.

그런 짓을 할 바에야 자신처럼 푸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

"스트레스 제때제때 안 풀면 나 정신병 걸려."

"탑 할 때처럼?"

"웅."

뭐, 이해하기 쉬워서 편하네.

억지 같아 보여도 틀린 말은 아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일 처리 효율도 떨어진다.

달래의 경우 보통 사람들보다 극단적이다.

저 만한 정신병자가 절대 흔할 리는 없잖아.

자신의 문란함을 합리화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성욕의 수치는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의지가 된다고 하니 못해줄 건 없는 일이다.

나 하나 고생해서 팀이 잘 된다면 희생해야지.

요즘 들어 내 본업이 스트리머인지, 프로게이머인지, 달래의 애인인지 헷갈린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대의를 그 무엇보다 우선시했다.

나 자신의 안위와 자존심은 잠시 접어두고 롤드컵 우승을 바라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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