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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선발전 -->
누군가 말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그래서 지금 두 가지를 동시에 행하고 있다.
'딱히 먹방을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먹방은 일하면서 먹는 거네.
어떻게 보면 개꿀이긴 한데 그것도 힘든 면이 있어.
이래 봬도 나름 프로 스트리머다.
주업이 스트리머가 아니냐는 소리까지 듣는다.
당연히 먹방도 컨텐츠 중 하나로 진행해봤다.
'그게 어려운 건 아닌데 케바케라고 해야 하나.'
신경 약하고 그런 사람들은 체해.
남들 보는 앞에서 먹는 게 적잖이 부담된다.
물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방송용으로는 지극히 부적절하다.
"오빠 나 맛있었어?"
"……니가 나를 먹었겠지."
작년 롤드컵의 재연이다.
갑의 위치에 선 달래가 자꾸 요구한다.
가정교사를 따먹는 망측한 여학생 같은 느낌이다.
'일본의 컨셉 AV에서 많이 본 거 같아.'
혹은 망가에서.
마지막쯤 가면 여자가 무서워진다.
달래와 한바탕 하고 나면 노가다를 뛴 피로감이 쏟아진다.
'이게 참 싫다는 건 아닌데.'
당연히 싫진 않아.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밝힌다는 게 남자다.
아무리 달래와 오래 알고 지냈어도 인정할 건 인정한다.
개쩔긴 해.
그건 맞아.
근데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다고.
현자 타임이 오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한다.
"인간적으로 이틀에 한 번은 오바잖아."
"뭐래. 아재냐?"
이렇게 젊고 팔팔한 아재 봤어?!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예를 들어 내가 유리야를 농락한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죄 짓는 느낌이긴 한데 어디까지나 상상이니까.
아무튼 그런 거면 체력 소모가 별로 없겠지.
꺄아~ 리야는 어서 수청을 들어랏!
'근데 달래는 색녀라서.'
게임 한 판만 하려고 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밤샌 느낌이다.
여기서 그만두면 지는 느낌.
승부욕을 자극하기도 해.
본능에 휘말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게 된다.
체력을 다 빨아 먹는 거 같아.
얘 혹시 서큐버스 아닐까?
"하응~."
엉덩이에 딱히 꼬리가 달려있진 않았다.
대신 야한 신음이 혈액 순환을 자극한다.
잠깐 만졌을 뿐인데 왜 소리가 나는 거야.
'유리야도 이런 소리를 낼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딱히 좋은 건 아닌데 그래야 내 입장에서도 조절이 될 듯하다.
힝힝 거리면 어린 애들 때찌하는 그런 느낌이잖아.
확실히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달래야 집에 몸에 좋은 것 좀 있냐?"
"나?"
"너 말고. 먹을 수 있는 보약."
"나도 먹을 수 있는데."
아무리 앵겨도 키스 이상은 힘들어.
하도 뒹굴다 보니까 몸이 허해진다.
달래랑 있다 보면 일반적으로 이 나이에 느끼지 못할 피로를 느끼곤 한다.
'원할 때, 꼴릴 때 하는 게 딱 좋은 거지.'
시도 때도 없이 하면 진짜로 몸 상해.
근데 얘는 왜 안 상하고 날이 갈수록 피부가 반질반질해지냐.
이 누나 너무 무서워.
[대상의 친밀도가 이미 MAX 상태입니다.]
[당신이 하는 말을 보다 귀담아 듣게 됩니다.]
먼 옛날, 춘향이가 얼마나 고달팠는지 공감대가 형성된다.
아니 춘향이는 결국 수청을 들지 않았나?
어쨌든 간에 보람은 나름대로 거뒀다.
유리야를 레벨업 시켰을 때와 비슷하다.
그때는 Lv.10을 달성하고 나서 특전이었지.
게다가 보상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거였는데.
'고렙 몬스터라 그런지 앙칼지네.'
판타지에서 드래곤을 동료로 만드는 감각이다.
친해지고 나서도 말하는 대로 따르지 않아.
그렇다고 딱히 반항하는 것도 아니다.
"오빠, 물 받아 놨는데."
"먼저 씻어."
"같이 가지?"
같이 씻다 보면 어쩌고저쩌고 해가지고 또 하게 된다.
보기 좋은 떡이 막 동동 떠!
동동 뜬다고 동동주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새우깡 마냥 손이 간다.
이미 몇 번이나 행한 실수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래서 결혼하고 나면 마누라가 무서워지는 건가?'
의무 방어전 기간이 돌아오면 두근두근 한다지.
아마 이유는 다를 텐데 결과는 비슷하다.
딱히 달래랑 결혼한다는 건 아니지만.
* * *
롤드컵 선발전은 그야말로 격전이다.
살아남은 한쪽만이 올라가는 단두대 매치.
경기의 치열함이 평소 LCK와 비할 바가 아니다.
롤드컵 진출 그 마지막 티켓이 걸려있다.
롤드컵 본선만 올라가도 어마어마한 영광이다.
그리핀도르 대 가짜에어 블루윙즈의 4·5위전은 그 반증이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팀이 등장한다.
또다시 살아남은 한쪽만이 올라갈 수 있다.
수문장의 등장과 함께 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진다.
와아아아아-!
챔피언컵 포인트 3위.
시즌3 중반 이후로 시들시들하긴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팀 중 하나다.
-우리 매라 하고 싶은 거 다 해!
-소원이다. 제발 맛밤 롤드컵 좀……
-부활한다면 이번 시즌이 진짜 각인데
맛밤 게임단은 두터운 올드 팬층을 보유했다.
악성이라도 이야기도 있지만 팀에 대한 사랑은 거짓이 아니다.
수많은 팬들이 현장까지 나와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한다.
롤드컵에 진출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말로 치열하거든요. 프로게이머로서 롤드컵 만큼 영광스러운 자리가 또 없어요!〉
〈그렇습니다. 팀, 그리고 개인적인 영광도 있겠지만 사실 타산적인 부분도 무시 못하거든요.〉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대답하듯 말한다.
김은준 해설이 짚으려는 바.
한 마디로 몸값이다.
롤드컵 직후는 바로 재계약 시즌.
모든 선수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이때가 성수기다.
마치 직장인들의 휴가가 여름철에 몰려있는 것처럼.
프로게이머의 롤드컵 진출 경력 유무는 최소 수천 만원의 가치가 가진다.
비유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해외 프론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
─요즘은 LCK에서 선전하고 해외 루트 밟는 게 프로들 대세라던데
한국에서 주는 거랑 페이의 단위가 다르다더라
최소 몇 배
프로 하는 친구한테 들었음
└ㄹㅇ?
└한국이 돈을 적게 주나
글쓴이-그냥 외국이 돈을 획기적으로 부름
└이런 글 쓰는 놈 특)인증 못함
실제로 공공연하다.
작년 삼선 갤럭시의 공중 분해 이후 기정사실화되었다.
애초에 돈을 많이 주니까 가지.
안 주면 가기가 망설여지지.
꼭 해외에 가기 위한 발판이라기 보다는 커리어를 쌓을 기회이기도 하다.
LCK가 아무리 잘 나가도 한국 우승과 세계 우승은 격이 다르다.
해외에서 주가가 올라가면 국내에서도 당연히 올라간다.
〈하지만 그것도 선발전을 통과해야 가질 수 있는 기회에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희도 감히 예측하지 못합니다.〉
엊그제 치러진 4·5위전.
많은 이들이 그리핀도르의 승리를 예상했다.
젊은 피이기도 하고 감독인 피맥인 인기가 많다.
BJ출신이라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단기간에 급부상하다 보니 기대도 높았다.
물론 상대하는 팀도 만만치는 않지만.
-가짜에어는 전투력 측정기 느낌이 있지
-전투력 측정기ㅋㅋㅋㅋ
-나루토의 카카시 같은 팀
-카카시는 너무 쓰레기 아님?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게 사실이다.
전략 자체가 워낙 뻔하다.
그 뻔한 전략을 뚫어낼 수 있냐, 없냐.
강팀들은 뚫어내고, 약팀들은 못 뚫더라?
이번 시즌 대체적으로 증명된 팩트다.
그렇기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와아아아아-!
상암 E-스포츠 경기장에서 팬들의 함성이 쏟아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특정 인기팀이 출전할 때면 예고되는 일이다.
맛밤 게임단인 인기팀인 만큼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다르다.
가짜에어 블루윙즈.
늘 병풍처럼 깔아주기만 하던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갱붐이…… 벽을 넘었어요!〉
강빈 해설이 깜짝 놀라 소리친다.
단 한 줄로 표현되는 슈퍼 플레이다.
벽을 넘은 갱붐은 주사위를 굴려 6이 나온 송, 배부른 듀, 강타 있는 코돈빈과 함께 등장하면 롤판의 균형이 무너지고 게임이 붕괴된다는 전설적인 존재다.
와아아아아-!
그 전설을 목도했기 때문.
그것도 있겠지만 순수하게 응원이 간다.
갑작스런 조연의 반란이 E-스포츠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양팀의 경기가 예상 이상으로 치열하게 흘러간다.
결국 5전 3선승제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경기장 팬들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아니, 이게 진짜…… 치열함이 예고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접전이 될 거라고는 솔직히 예상을 못했잖아요?〉
-아니준
-그래서 강팀준은 어디 응원?
-김은준은 별명이 대체 몇 개야ㅋㅋ
해설진들도 마찬가지다.
양팀이 워낙 운영을 좋아하는 팀이다.
그러다 보니 원사이드하게 끝나진 않겠지.
그 정도야 자연스럽게 예측하는 짬과 분석력이 있다.
하지만 명경기가 나올 거라고는 차마.
그만큼 현재 경기력이 눈에 띈다.
〈솔직히 맛밤 쪽으로 많이 기울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가짜에어도 저항이 만만치 않아요!〉
스코어만 보면 박빙이다.
경기 시간이 20분이 가까워지는데 0킬.
선취점도 나오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노잼 경기, 이 새끼들 연금 박았네, 공무원 철밥통 같은 경기하네.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수 있지만 최근 나온 경기들이 워낙 다 공격적이었다.
이런 순수 운영전도 가끔 보면 재미가 또 있다.
콰광쾅!
그리고 나름 근거도 있는 시간 끌기다.
갱붐의 귤플랭크가 나무통을 터트린다.
그야말로 존버의 대표격 챔피언이다.
〈13레벨, 지금 13레벨 기다리고 있습니다.〉
13레벨 귤플랭크.
나무통 터트리기가 굉장히 용이해진다.
이를 기점으로 한타 기여도가 달라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가짜에어 블루윙즈는 조금 밀리고 있지만 조급해 하지 않는다.
갱붐의 성장을 기다리고 있다.
충분히 기대할 만한 선수다.
〈갱붐 선수가 경기력이 바짝 물이 올랐다는 게 보여요. 왜냐! 미드를 막으면서 궁극기 지원도 절묘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죠!〉
-왜냐!
-킹냐!
-갓냐!
현재 경기력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삼종신기가 나온 이후부터는 라인 클리어 능력이 굉장히 좋다.
궁극기 지원까지 포함하면 상대의 공세를 최대한 늦추는 게 가능하다.
「융단 폭격이다!」
그 간절함은 결국 의미가 있었다.
눈앞에 놓여진 한 번의 기회.
놓치지 않고 점멸을 썼다.
콰광쾅!
점멸로 벽을 넘으며 나무통을 터트린다.
그 위에는 이미 엄호 포격이 깔려있다.
어마어마한 광역 피해가 한타를 지배한다.
〈제대로 터졌어요! 한타 싹 쓸어 담았습니다. 굳이 언급하긴 좀 그렇지만 벽도 깔끔하게 잘 넘었죠?〉
-또다시 벽을 넘다!
-하필 친정팀을 상대로……
-와, 맛밤을 두 번 물 먹이네
-갱붐 이노오오옴!
길게 이어진 장기전이다.
운영을 좋아하는 양팀의 성향, 마지막 5세트.
두 가지가 맞물리자 정말 손이 떨릴 정도로 교전이 안 일어났다.
참은 만큼 더욱 달콤한 과실이다.
가짜에어 블루윙즈가 한타를 대승한다.
넥서스까지 밀고 들어가며 승리를 확정 짓는다.
와아아아아-!
맛밤 게임단의 팬들로서는 아쉽다.
갱붐 저 자식 얼밤에 있을 때는 벽을 못 넘더니!
오늘은 왜 자꾸 벽을 넘어서 한계를 돌파하려 하냐?
하지만 순수하게 박수를 쳐줄 만도 한 일이다.
항상 카카시 같던 가짜에어가 선전하고 있다.
결과를 떠나서 명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오이오이 마지카요……
-키사마 제법 하는 걸?
-야레야레, 벽을 넘은 갱붐은 못 당하겠다니까?
맛밤 게임단의 팬들조차 인정을 한다.
경기가 끝나자 주변에서는 무수히 많은 악수 요청이!
항상 조연으로, 전투력 측정기로, 늪롤의 대명사로 씹히던 가짜에어 블루윙즈가 드디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가짜에어 블루윙즈가 강적 맛밤을 꺾고 롤드컵 선발전 최종 라운드에 진출합니다!〉
최종 라운드.
가짜에어 블루윙즈 대 KTX 롤러코스터전이 성사된다.
승리가 원체 기쁜지 가짜에어 선수들이 팬들과 사진을 찍는다.
"우오오오옷! 이 자식들! 꽤 하잖아!"
"맛밤 이겼으니까 꼭 올라가셔야 돼요!"
"갱붐 녀석 이래 봬도 한타는 LCK내 최상위 랭크랄까?"
덕담을 주고받는 훈훈한 관경이 연출된다.
커뮤니티와 SNS에 올라가며 일약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사진이 표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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