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00화 (40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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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선발전 -->

상암 E-스포츠 스타디움.

한동안 한산했지만 최근 다시 열기를 찾고 있다.

롤드컵을 코앞에 두고 선발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팬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2015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 한국대표팀 선발전, 그 첫째 날 경기 보내드리겠습니다~.〉

LCK를 대표해 롤드컵을 출전하는 팀은 한국 국가대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권위 있는 국제 대회인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시작한다.

딱 세 장 있는 롤드컵 출전 티켓.

그 마지막 장을 겨룬 승부의 장이다.

커뮤니티에서 간단한 정리글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LCK 롤드컵 출전권 현황.txt

SKY T1 섬머 시즌 우승- 1번 출전권 획득

GOO Tigers 챕피언컵 포인트 1위- 2번 출전권 획득

3번 출전권 두고 2~5위팀들이 경쟁 예정임

└크~ 빡세다

└SKY T1 우승으로 GOO Tiger가 꿀빠네

└KTX가 우승했으면 선발전 치러야 했지ㅋㅋ

└위기의 대퍼팀……

2015년부터 LCK 섬머 시즌 우승팀은 롤드컵 직행 권한을 가진다.

나머지 두 티켓은 챔피언컵 포인트의 획득량으로 정해진다.

올 한 해 동안 대회에서 성적이 좋았던 팀들 말이다.

쭉 따져 보니 GOO Tiger가 1위다.

스프링 시즌 준우승, IEM, 섬머 시즌도 3위까지는 갔다.

그보다 약간 부족한 2~5위 팀들은 불가피한 경쟁의 시작이다.

〈월챔 아닙니까 월챔?〉

〈그렇습니다. 뜨거웠던 리프트 라이벌즈를 뒤로 하고 새로운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 왔습니다.〉

월챔, 롤드컵을 의미하는 또 다른 단어다.

아무튼 같은 말이다.

프로팀들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성화다.

막대한 상금!

영광스러운 명예!

일단 가기만 하면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LCK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롤판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

그 이전에 설욕의 자리이기도 하다.

-롤드컵에선 제발ㅠ.ㅠ

-리프트 라이벌즈 너무 암이었다

-전승 준우승!

-한 판도 안 졌는데 준우승ㅋㅋㅋ

리프트 라이벌즈의 굴욕.

되갚아주길 원하는 팬들이 많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새로운 환기를 원한다.

와아아아아-!

LCK의 젊은 피 그리핀도르가 입장한다.

챔피언컵 포인트 5위.

선발전 자격을 간신히 얻었다.

와아아아아-!

이에 맞서는 가짜에어 블루윙즈.

나름 노련한 LCK의 판독기다.

중위권에서 상위권 사이를 오가는 약간 부족한 강팀이다.

〈오늘부터 3시드 선발전이 시작합니다.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팀이 롤드컵을 세 번째로 진출한 자격을~~ 얻게 됩니다!〉

1시드와 2시드는 이미 확정이 됐다.

남은 3시드를 두고 2~5위팀들간의 경쟁이다.

4위팀인 가짜에어 블루윙즈 대 5위팀인 그리핀도르의 대결.

지난 포스트 시즌과 마찬가지로 이긴 팀이 올라가는 구조다.

단 한 팀만이 살아남아 롤드컵 진출권을 얻는다.

그 과정은 당연히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정말 너무 잔인하긴 해요. 더 여러 팀이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그러면 롤드컵이라는 특별한 자리가 퇴색되잖아요?〉

〈동의합니다. 오늘부터 펼쳐지게 될 5전 3선승제의 매치업 굉장히 치열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자신들이 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갈 수 있는 팀은 단 하나 뿐이다.

마지막 시드권을 두고 선발전이 막을 올린다.

* * *

참 그냥…… 모르겠다.

사람을 엿 먹이는 희한한 방법을 궁리한 건지.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는 절대 아닐 거 같은데.'

아닐 걸 알면서도 삼키게 된다.

그 이상의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유리야를 데리고 경기를 치를 수는 없지 않은가?

-유리야는 왜 넣은 거에요?

-팀 명단에 깍두기 있는 거 실화?

-요즘은 프로게임단도 쩔해주나요

채팅창에 의문들이 올라올 만도 하다.

쩔이라니.

만약 그거라도 받고 무럭무럭 큰다면 얼마나 좋을까?

'Lv99에 2차 전직하니까 똥캐가 막 갓캐가 되는 거지.'

실제로 그런 게임이 드물지 않다.

메이플스토리 할 때도 초보자때 10렙 찍기 귀찮다고 8레벨에 마법사 고르면 나중에 좆된다.

보스 레이드에 껴주지도 않고 사냥도 혼자 해야 되고 개고생해.

참 마시멜로 실험 같은 게임이다.

아무튼 그 일말의 가능성.

안타깝게도 있을 리가 없겠지.

"그냥 힐러야 힐러 내 멘탈 회복용."

-또 때리려고?

-유리야 때리지 마!

-명불허전

-근데 왜 명단에 넣었냐고

대회 규칙이 의외로 세세한 게 많다.

이를 테면 애완동물을 반입할 수 없다.

자질구레한 부분까지 규정이 되어있다.

하지만 유리야는 The Human.

고로 부스 내 반입이 가능하다.

사실 꼭 선수 자격일 필요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까.'

갑자기 달래가 나 안 한다고, 바쁘다고.

그 날이 온 것처럼 손바닥 뒤집으면 어떡해.

아무리 안전해도 보험은 함부로 해약하면 안된다.

"유리야 연봉은 얼마 받냐고요? 창의적인 소리 하시네."

당연히 없다.

애초에 우리팀은 후보 선수가 없다.

주전 선수를 뽑는데 구단이 매우 무리를 한 결과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따져도 유리야에게 돈을 쓰겠니?

내 억지로 선수 명단에만 넣었을 뿐이다.

물론 보수가 아예 없지는 않아.

"대신에 내가 사료…… 가 아니라 밥을 맛있는 걸 사주지."

-사료……?

-'그 발언'

-유리야 열정 페이ㄷㄷ

-속보)레전설, 유리야 애완동물 취급해

사람이 살다 보면 말실수를 할 수도 있는 거지!

피곤하게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고 있어.

유리야가 얼마나 많이 먹는지는 알아?

'등골이 혀. 혀 그냥.'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이나 종류 별로 먹이고 싶은데 꼴에 입은 고급이다.

있는 집 자식이라 어릴 적부터 맛있는 걸 먹고 자랐다.

분양 받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야. 노가리 까냐?〉

"야? 완전 세상 거꾸로 돌아가네. 오빠라고 안 해?"

〈꼬우면 하지 말등가~.〉

갑질을 당하고 있다.

또라이년 하나가 내 인생 꼬이게 만들고 있다.

내가 말년 병장 때도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없었는데.

"하, 하겠습니다."

〈필요 없어.〉

"씨발년아!"

-여신님한테 ♡년이래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만 사냐ㅋㅋㅋㅋ

-만신 드립ㄷㄷㄷ

개빡치네 진짜.

KTX 롤러코스터로의 영입 제안.

그냥 안될 거 알고 꺼내본 말이다.

아니, 안될 수밖에 없잖아?

'근데 본인이 한데.'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대답했거나, 장단만 맞춰준 거 같아서 내가 방송 끄고 또박또박 설명했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네 잘난 생계에 지장이 갈 수 있다.

나도 업계 짬을 하루이틀 먹은 게 아니다.

설명을 부족하게 했다고는 생각 안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 큐 안 돌려?〉

"들르그씀므드."

〈어금니 풀어라?〉

"제가 감히 어금니를 깨물었을 리 없지 않습느끄."

-어금니 부숴지겠는데?

-레전설 이 새끼ㅋㅋ

-아예 개기질 못하네

-쫄? 쫄?

쫄았겠냐?

당장이라도 맞짱 뜰 자신 있다.

사자는 토끼를 잡는 데도 전력을 다한다.

'내가 토끼야.'

저년 존나 세단 말이야!

고등학교 때 떴다가 비겼어.

나이를 먹은 지금에 와서는 철없을 적의 추억이다.

자존심을 접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아무리 푸른 눈의 백룡이라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다.

상대가 판 엎고 배째라고 했을 때.

〈그만 할까? 손톱 상할 거 같아.〉

"으아아아오오아아아우아아아오오오~!"

-레전설의 기묘한 울음 소리

-어떻게 저런 소리를 내지?ㅋㅋ

-'그 동물' 과 함께 살다 보니……

-(화를 내지 못하자 정신이 나간 모습이다)

살면서 이 정도로 화가 난 적이 손에 꼽다.

평소 즉각즉각 푸는 편이다 보니 관리가 안되네.

'내가 고혈압 걸리면 다 저년 때문이야.'

하겠대.

지가 하겠대.

KTX 롤러코스터 측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왜냐!

팀에 후보 선수가 없다.

하지만 롤드컵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달래가 들어오면 홍보 차원에서도 엄청나다.

굳이 좋은 경기 안 해도 돼.

팀에 있기만 해도 입소문이 절로 난다.

'KTX에서 만세삼창을 불렀겠지.'

천문학적인 액수를 주고 전속 계약을 했냐?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챙겨줬지만 달래 입장에서는 변변찮을 텐데.

"왜 들어와서 나를 힘들게 만드냐?"

〈니가 리야 언니 갈구는 만큼 돌려주는 거야.〉

"못 참겠다. 맞짱 까자 그냥!"

〈하, 콜.〉

-콜!

-바로 까나요?

-여신님 옥체에 흠집 나며 초상 나는 줄 알아라

-미친 새끼 막 나가네ㅋㅋㅋㅋ

왜 유명해져 가지고 짜증나게 진짜.

그리고 왜 내 편은 없어!

'참자, 참아…….'

속이 부글대긴 하지만 이만한 원군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황신의 저주를 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부적이다.

유리야를 쓰는 것보단 확실히 나아.

"한 번만 참는다. 나 레전설 두 번은 없다."

〈븅신.〉

"……."

-춘자 ON!

-본전도 못 찾죠?

-딜교환 성립 X

-현실 남매ㅋㅋㅋ

기왕 할 거면 좋은 마음가짐으로 하던가!

내가 억지로 강요한 것도 아니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진짜 속을 모르겠어 요즘.'

옛날에는 좀 알았던 거 같은데 최근 오래 안 보고, 외국에도 나가고 그러다 보니까 소원해진 거 같으면서도 부탁하면 들어주고…….

그냥 머리 뚜껑을 열어보고 싶다.

아무튼 의외로 협조적이다.

달래가 다시 선수 생활을 한다.

그간의 공백을 메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동안 현실 게이트를 꽤 오래 타셨다.

─달래의노예(핑크스)님이 위험 신호를 보냄!

때문에 내가 솔선수범 재활을 도와주고 있다.

일단은 써먹을 만큼 키워야 하니까.

근데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빼라니까 곧 죽어도 안 빼.

정신병자가 정신병자 챔피언을 잡았다.

〈꺄~ 달래 무서워쪄염.〉

저러면서 다리우트로 대가리를 찍고 있다.

안 빼고 싸우더니 기어코 갱승을 냈네.

-언냐 걸크러쉬!

-레전설 대가리도 찍어주세요!

-대가리를 찍어 찍어~

-와, 1 대 2 털어버림ㄷㄷ

참고로 내 방송 채팅창이다.

달래는 특별 계약이라 스트리밍 송출이 강제되지 않는다.

'실력은 있어.'

나와 달리 인성은 별로 좋지 않지만 게임 센스는 타고난 편이다.

메타도 달래와 잘 맞는지 생각보다 수월하다.

물론 여기에는 하나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춘자 Lv.1274』

유리야가 약한 이유가 있었네!

레벨이 대체 몇백 배 차이야!

하지만 휴면 계정이다.

본주가 접속하지 않은지 오래됐다.

다시 감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

시스템 덕분인지 생각보다 수월하다.

무능한 신의 안배일지도 모른다.

유리야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쪽이던 편해서 나쁠 건 없다.

(전체)이랠리야(0/3/0): 달래님 저 팬인데 한 번만 더 죽여주세요!

(전체)랙싸이(0/2/1): 하악하악 도끼 스쳤어! 너무 강렬해!

(전체)랄라(1/0/1): 탑정글 리폿 좀요

미친놈들이 하도 많아 가지고 연습이 잘 안돼서 문제지.

옛날에도 없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거의 매판 나온다.

'물소 새끼들은 사라지지를 않아.'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천상계다 보니 애들이 그렇게 쉽게는 포기 안 한다.

진짜 문제는 달래가 내 말을 안 듣는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왜 자꾸 탑을 기어 가냐?"

〈땅바닥을 기게 해줄까?〉

"……아니, 미드 위주로 연습하라고 했잖아."

그래야 다각적 활용이 가능하다.

내가 그렇게 간곡히 부탁했거늘.

이 쌍노무 새끼야!

마음속으로만 살짝 외친다.

〈나 미드 쩌는데?〉

"가슴 말고 미친년아……."

-그 미드ㅋㅋㅋㅋ

-그 미드는 인정하자너~

-대화 뜬금없는데 이걸 이어받네ㅋㅋ

그냥 척하면 착이다.

쩐다는 표현 자체가 쓰임이 정해져 있잖아.

'맞아. 쩔긴 해.'

아니, 뭐라 해야 하지.

그런 게 있다 아무튼.

다 좋은데 나는 진지하게 하는 소리다.

"시간 많이 안 남았다고. 말 좀 쳐들으라고요."

〈공손히 말하면 들어줄지도 모르고~.〉

"……."

아무리 탑과 미드가 비슷한 감이 있다.

포지션 전환이 비교적 쉽다.

그렇다 쳐도 연습이 불가결하다.

기지배가 진짜 영악해 가지고 말을 안 들어.

'얘는 뭐 유리야처럼 강제로 따르게 못하나?'

유리야의 경우는 그런 특수 능력이 부여됐다.

따로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 안 썼을 뿐이지.

내 말을 안 들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달래는 참 억세다.

이 기지배를 어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그때 믿기지 않는 알림이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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