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99화 (39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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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승 준우승 -->

갑작스럽고 느닷없고, 졸연하고…….

온갖 단어를 차용해도 부족하다.

그냥 말이 안되는데 원래 세상이 그러하다.

살다 보면 가끔 이해가 안되는 일이 터진다.

돌이켜 보면 그 팀은 원래 그랬다.

슈퍼팀 탄생!

─(속보)슈퍼팀 탄생!

「슈퍼팀 탄생! 레전설, 알파카, 맏따 KTX 합류! 코돈빈 재계약 확정!」

└치트키 시발ㅋㅋㅋㅋ

└SKY T1 나와!

└와, 질 수가 없겠다~

└시즌 53245238번째 슈퍼팀 탄생!!

이제는 하나의 유머로 쓰일 정도다.

강력한 우승 후보가 탄생했다.

슈퍼팀 탄생!

LCK팬들의 관심이 쏟아질 만하다.

와, 이거 끝장 났네.

SKY T1 어떡하냐ㄷㄷ

그 실상은 시트콤 탄생이었다.

─이제 슬슬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시트콤 배우들 같음

롤판의 재미를 담당하는 킹-퍼팀

└LCK 먹여 살리는 팀이잖아ㅋㅋㅋ

└KTX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클럽!

└다른 팀 가면 간판 먹을 킹인맏따가 묻히는 팀

└재능충들 앞에서 그냥 일반인된 거지 뭐

팀에 속한 선수들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하는 짓도 하나하나 따져보니 범상치 않아.

규합된지 고작 4개월 만에 손 꼽히는 인기팀이 됐다.

심지어 그 전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에 약간 재밌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런 게 아니라 컨셉을 정해 놓고 경기를 하는 느낌이다.

─대퍼팀은 언제 봐도 한결 같다

섬머 시즌, 기량 좀 올라서 우승하나?

싶었는데 결승전 가서 희한하게 집어 던지고ㅋㅋ

리프트 라이벌즈, 드디어 우승을 거머쥐나?

싶었는데 전승 준우승을 해버리고 시발ㅋㅋㅋㅋ

└초-심

└늘 상상을 뛰어넘음

└과정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결과에서 뒤집힌다는 게 포인트지!

└롤판의 다크나이트……

마치 시트콤처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일상이다.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는 KTX 롤러코스터.

최근 일약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정말 시트콤 탄생이 되는 것인가?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 공표되었다.

한 명, 한 명이 도저히 심상치 않다.

─기사펌)KTX 엔터테인먼트 여성 멤버 영입 발표!

KTX 롤러코스터는 롤드컵 선발전을 앞두고 후보 선수를 추가로 영입했다.

어떤 선수가 영입 대상인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나 그 결과는 반전이었다.

잠재적 은퇴를 했던 두 여성 선수가 KTX 롤러코스터에 합류 의사를 보인 것이다.

└진짜 시트콤 팀이었누ㅋㅋ

└성비 맞추려고 영입한 거자너~

└웬만해선 그들이 던지는 걸 막을 수 없다!

└남자 넷 여자 둘 동물 하나ㅋㅋㅋ

프로게이머의 은퇴라는 건 개인 차가 심하다.

고작 한 시즌만에 은퇴한 선수도 있고, 1세대임에도 아직도 활동하는 앰빠따, 코돈빈의 예도 있다.

그렇기에 선수 본인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아, 메타도 안 맞고 은퇴해야 하나……?

몇 달 지나면 슬럼프 극복하지 않을까?

극복한 선수도 있지만 못한 선수도 적지 않다.

때문에 E-스포츠판에서는 잠재적, 혹은 사실상 은퇴라는 표현을 쓴다.

해당되는 두 여성 선수는 분명 그러했다.

다시 복귀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뭐지? 여신님이 롤판 복귀할 이유가 있나?

혹시 일이 안되시나?

먹고 살기 팍팍하나?

아닐 거 같은데……

└내가 여신님 팬카페 17인인데 최전성기 맞으심

└와 17인ㄷㄷㄷ 무릎 꿀고 채팅칩니다

└홍보용?

└슬슬 롤드컵 다가오니까 해외 진출 발판 삼으시나

불과 2년 전만 해도 잘 나가는 여캠이었다.

2년 전에도 잘 나가는 여캠이긴 했다.

하지만 여캠은 어디까지나 여캠.

그 틀을 벗어던지고 스타가 되었다.

운도 좋았고, 본인의 노력 또한 빛이 났다.

그런데 이제 와서 프로게이머로 돌아간다?

─레전설이 얼마 전에 달래 찾아가긴 했는데

갑자기 유리야 납치해서 데리고 감

리야를 줄 테니까 우리팀에 들어오라고

└유리야는 왜 납치해?

└레전설이 레전설했겠지

└그게 복선이었다고……?

└말도 안돼. 그냥 식스맨용 아닐까?

무수한 추측들이 난무한다.

갑작스럽고 느닷없는 것도 정도껏이지.

상식선에서 이해 자체가 되지 않는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진짜는 진짜다.

KTX 롤러코스터 선수진에 이름을 올렸다.

정말 경기를 뛸지 이목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

「모델 달래, 프로게이머 복귀 임박? 소속사 입장 발표는 아직.」

「전설적인 女프로게이머. 1년의 공백 메울 수 있을까?」

「전문가曰 롤드컵 시즌에 맞춘 식스맨 가능성 추측!」

엄밀히 따지면 식스맨이 아니라 식스우먼이다.

그런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인기가 웬만큼 많으면 그냥 환영할 만한 일이겠으나.

─진짜로 모르겠다…… 달래님 오랜 팬으로서 걱정돼

레전설이 뭔 개짓거리를 했는진 모르겠지만 난 반대야

괜히 나갔다가 욕만 먹을 확률이 커

연예계 활동에도 차질이 있을 테고

└돈으로만 따져도 천문학적인 손해일 듯

└너무 거물이 돼서ㅋㅋ

└뭐야, 실화였음?

글쓴이-실화니까 진지하죠ㅋㅋㅋ

작년과는 아예 사정이 다르다.

지상파에는 심심하면 출연한다.

해외 활동도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병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가 만만한 일들이 아니다.

연예계 일은 물론이고 프로게이머도.

─달래 여신님이 진짜 재능충인 건 맞음

섬머 결승전 본 사람이면 인정하겠지

근데 그렇다 쳐도 현프로들 따라가려면 연습 장난 아니게 필요할 걸?

└롤 프로들도 매 시즌 수천 판씩 하잖아

└웬만한 대회도 아니고 롤드컵을ㅋㅋ

└차라리 LCK나 리프트 라이벌즈면 몰라도……

└그 재벌 2세처럼 재미삼아 한두 판이면 환영인데ㅋㅋ

기대치는 충분하다.

경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보여준 적도 있다.

작년 롤드컵 우승 멤버이니 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할까?

하지만 공백기는 쉽게 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속사정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여든다.

* * *

요즘은 프로게이머들도 방송을 많이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업계의 시각이 프리해졌다.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적극적으로 계약에 나서기도 한다.

특히 우리 KTX 롤러코스터.

토이치TV를 메인 스폰서로 두고 있다.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한 달에 일정 시간의 방송을 해야 한다.

이게 불합리하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연봉을 2억 받는다.

이중 절반 가량을 스트리밍 사이트가 대신 내주는 구조다.

강요라기 보단 이 또한 업무의 일환이다.

-레전설 씹새끼야!

-달래 협박 사건에 관해 변명하실 부분 있나요?

-하다하다 지인까지 협박하네ㄷㄷ

'이런 걸 업무 스트레스라고 하는 건가…….'

최근에 들어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

안타까운 오해가 생겨버린 듯하다.

그런데 나보고 뭐 어쩌라고.

"아니, 지가 들어오겠다는 걸 왜 나한테 따져? 대가리 자르기 전에 입 닫아요."

-레전설 막말 파동

-'그 발언'

-와, 프로게이머가 인성 실화인가요?

-사스가 부업 프로게이머……

아니, 부업이고 본업이고 나발이고 간에 나도 황당하니까 묻지 마.

그러니까 일주일 전의 일이다.

* * *

보기 좋은 떡.

달래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쉽게 볼 수 있는 위인이 아니시다.

'튕기기는 오지게 튕겨요.'

무슨 매니저를 통해서 연락을 하고 어쩌고저쩌고.

대통령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절차가 있어 무슨.

아무튼 험난한 과정을 넘어 접견했다.

"어, 리야 언니도 왔네?"

"왜? 보낼까?"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이다.

오는 길에 쪽팔리다고 해서 내려줬다.

아직도 맨발인 리야가 뒤에서 오들오들 떤다.

신발도 없는데, 지갑도 없는데!

유리야의 심정이 다분 이해는 된다.

근데 집주인이 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

"리야 언니 무슨 일이야? 이 나쁜놈한테 무슨 꼴 당했어?"

"달래야아아앙!"

두 처자가 끌어안고 있다.

눈물 나는 상봉이 연출된다.

얼핏 보면 언니와 여동생인데 실제 나이는 그 반대다.

'참 볼 때마다 난감해.'

리야 언니 너무 어색하잖아!

그리고 왜 언니가 안겨서 울고 있어.

보기 좋은 떡으로 감싸 안아주자 이내 진정이 된다.

"얘를…… 아니, 언니를 신발도 안 신기고 잠옷 입힌 채로 데리고 온 거야? 미쳤어?"

지도 미쳤네.

지도 당황해서 얘라고 했네.

달래가 화를 내다가 본인도 웃긴지 표정 관리를 실패했다.

-헐 달래? 그 달래?

-달래를 사석에서 만나는 클라스……

-근데 유리야는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는 거임?

-헠헠 여신님 보고 싶어요!

안타깝게도 안된다.

매니저가 소리만 켜놓으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마저도 계속 눈치를 주는 거 보면 오래가지 못할 듯하다.

"빨리 맛있는 거나 내와 봐. 땀 범벅 된 거 보이지? 유리야 업고 오느라 장난이 아니게 고생이었다."

"어휴……, 리야 언니 고생 좀 그만 시켜."

으리으리한데 사네.

드라마에서나 보던 딱 그런 주택이다.

내가 차마 가오가 있어서 놀란 척, 부러운 척 안 하고 있지만 지금 매우 배가 아프다.

일하는 아주머니가 있으신지 차를 내오신다.

하, 인생.

샤오찬형한테 빌붙을 걸 그랬나?

'그러면 나도 이런 인생 살 수 있었겠지?'

밀려오는 후회와 함께 혹시 아직 안 늦은 거 아닌지.

뇌세포가 빠르게 회전할 뻔했다.

그전에 두 처자가 도착한다.

"옷이 날개네."

"저 화났어요오!"

화가 났구나.

근데 보통 화가 많이 나면 그런 말도 안 하지.

살짝 삐진 듯한 리야가 평소와 달리 굉장히 세련되게 입고 왔다.

'확실히 리야가 옷걸이는 좋아.'

달래가 이것저것 입히고 화장까지 해준 모양이다.

딱히 감흥은 없는데 예뻐지긴 했다.

본판이 좋은 것은 사실이니까.

"그럼 식사가 오기 전에 본론을 이야기 해보자."

"웬 식사? 니집 안방이냐"'

"하나 간단하게 만들어 달라고 해줘! 나 배고파."

-더럽게 징징대네

-목소리만 들으니까 감질 난다ㅋㅋ

-여신님 빡침?

-레전설 이 새끼는 뻔뻔함이 패시브네

아니, 하나 만들어줄 수도 있는 거지!

나도 가끔 만들어줬는데.

충분히 요구할 만한 입장이다.

다행히도 아주머니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주신다.

뭘 만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다.

집주인의 체면을 고려해서 간단하면서도 맛까지 챙겨주실 거라 기대한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간단해."

"뭐."

"……우리팀에 들어와라. 잘해줄게."

-미친 새끼ㅋㅋㅋㅋ

-니 같으면 들어오겠냐?

-무슨 멸망전 팀 고르는 것도 아니고

-팀? KTX 롤러코스터 말하는 거임?

맞다.

멸망전팀 아니다.

파프리카TV에 찍혀서 이제 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할 짬도 아니야.'

롤드컵이 코앞인데 멸망전을 논하고 있네.

기발한 창의성에 박수를 보낸다.

달래를 만나러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흑막을 거두는 자』

코돈빈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는 건 차선책에 불과하다.

진짜 방법은 무능한 신에게 들었다.

인과를 비틀 다른 존재의 개입.

나 말고도 한 명이 더 필요하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두 명 있다.

실력까지 감안하면 달래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해줄 리가 없지.'

그냥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러 온 거다.

내가 왜 유리야를 데리고 왔을까?

혼자 고생하기 뭣해서도 있지만 다른 하나가 더 크다.

'내가 무심코 데려올 만큼 쓰레기는 아니야.'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거다.

일단 하나는 인질로 써먹기 위함이다.

내 말을 거부하는 순간 유리야의 처지가 처량해질 수 있어?

"좋아."

"유리야를 때릴 거야.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리야를 왜 때려!

-님들 뭐임? 뭐임?

-헐, 달래님 대퍼팀 들어가시나

대퍼라고 하지 마!

팀이 좀 없어 보이잖아.

그런데 뭐 설마 진짜로 들어오겠어.

말로만 장난삼아 장단 맞춰주는 거지.

'안되면 유리야라도 어떻게 잘 써먹어 보는 수밖에.'

그래서 데려온 유리야다.

우리 리야 만큼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 믿는다.

사정을 얘기하면 "코돈빈 선수 불쌍해요! 저, 저 열심히 할게요. 못하지만 그래도……." 뭐, 이런 식으로 어린 아이 사탕 주듯 쉽게 꼬실 수가 있다.

그렇게 상정하고 온 달래의 집.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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