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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라이벌즈가 끝난지도 어언 일주일.
이례적이게도 화제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있다.
패배가 너무 충격적이고, 반성과 성찰의 여지도 많고…….
그런 건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한 가지가 더 크다.
한 줄로 요약하면 대충 이런 느낌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ㅋㅋ
─???: 분명 결승전에서 이겼는데
어째서……?
└앗, 아아……
└한 번도 진 적이 없지만 준우승했다고 합니다.
└역대급 커리어 전승 준우승!
SKY T1의 패배.
리프트 라이벌즈 준우승.
참가한 한국팀들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하지만 단 한 팀만은 면죄부가 부여됐다.
KTX 롤러코스터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어.
경기력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운 일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이 사무친다.
이번 사태의 진정한 피해자는 따로 있었다.
─코돈빈은 지금 웃고 있다
헤헤……
아직도 바보같이 웃고 있다
└진짜 바보였누 ㅠ.ㅠ
└우승하는 상상하나 봐!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건 까는 거냐 빠는 거냐? 이젠 구분이 안 가네
아니, 우리 돈빈이형도 우승 좀 해야지!
언제까지 불쌍한 이미지로 박혀 있을 거야.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야 말로 절호의 기회였다.
LCK에 속했다는 것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나머지 절반을 3승으로 완벽하게 채웠다.
그러니까 이제 우승만 하면 되는데.
─테이커 개인 방송 중 인성 터짐ㄷㄷ.Gif
코돈빈 선수 인터뷰를 봤는데
뒤에 트로피가 4개가 있는데
다, 다 김영호 선수 거였어……
우승 트로피를 앗아간 장본인이 피해자(롤 최고참 프로게이머/우승 경력 없음)를 조롱하는 모습이다.
└누구 때문인데ㅋㅋㅋㅋㅋㅋ
└너어는 진짜!
└꼭 그렇게 말했어야 했니??
└누구나 한 번은 다 하는데 코돈빈만 못한다는 그ㅋㅋ
그 우승을 도저히 하지 못하고 있다.
알음알음 나오던 이야기가 점점 현실감을 더한다.
스타크래프트 시절 임요한의 라이벌이었던 그와 닮아간다.
─???: 드디어 코돈빈 전승 준우승을 했다고?
2002년 KPGA 투어 1차 리그-준우승
TG삼보 MSL 2003-준우승
SKY 프로리그 2005-준우승
그래……, 그러면 된 거야.
└2등 중에서도 2등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보)콩진호는 KTX의 레전드다
└첫짤 콩진호 상대 김은준임?
└은준좌 맞음 ㅋㅋㅋ 저 때 콩진호 저글링에 김은준 개털리고 멘붕 왔었음ㅋㅋ
이런 케이스의 사람이 결코 흔한 게 아니다.
롤판이 팀전이라서 더 어려운 것도 있지만, 팀전이라 한 번쯤 할 만한 것도 있다.
그 할 만한 것을 45개월째 해본 적이 없다.
여러 증거들이 올라오며 신빙성을 더한다.
─님들 코돈빈 우승 0회 아님. 증거 있음
IEM이랑 기타 잡다한 대회에서는 우승함
롤챔스, 롤드컵 영향력 있는 정규 대회만 못함
└이벤트전 우승까지 완벽하게 일치!
└평행이론
└롤판의 콩라인ㅋㅋㅋ
└어쩐지 바론도 체력 2에서 뺏기더니……
맹렬한 속도로 숫자 2와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
롤판에도 이런 선수 한 명쯤 생겼으면 좋겠어.
팬들의 바람과 함께 눈덩이 커지듯 불어난다.
'강타의 신'과 함께 또 하나의 별명이 탄생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우연인지.
전설급 선수의 증언이 이미지에 쐐기를 박는다.
* * *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단순한 우연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곱씹어볼수록 생각의 여지가 많다.
"확실히 관상이라는 게 있긴 있나 봐요. 코돈빈 선수가 진호형이라 많이 닮았어."
-우째 관상이 비슷하긴 허눼
-눈이랑 코가 똑 닮은 거 같아
-KTX의 전통이 안 좋은 방향으로 ㅠ.ㅠ
파프리카TV 김영호의 개인 방송.
일련의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제가 며칠 전에 길을 가다 진호형과 마주친 적이 있어요."
살다 보면 만날 수도 있다.
같은 업계 소속이니 당연하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절묘해.
"만나서 그냥 인사하고 지나쳤는데…… 생각해보니까 의아한 거야."
-콩진호를?
-캬……전설의 만남
-선후배 사이 친하면 좋줴^^
보통 만나도 행사장에서 마주친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적은 처음이다.
그때 일을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날로부터 딱 이틀 후에 KTX 롤러코스터의 준우승 소식이 들렸어요. 또 말도 안되게 졌다고 하더라고."
-허허……
-심지어 지지도 않았음ㅋㅋㅋㅋ
-정보)3승 0패를 했다고 한다
-3승 0패인데 어떻게 짐?
지는 방법이 무려 있었다.
그 어려운 일을 기어코 해냈다.
자랑스러운 KTX 롤러코스터의 전통!
시대가 지났음에 여전히 지켜나가려 한다.
그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사람마다 갈리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도 진호형 있을 때는 팀전 우승을…… 못했거든요."
-저 녀석이 롤판의 콩진호여?
-팀전 준우승의 전통!
-김영호도 극복을 못한;;
-황신의 가호는 무적이지!
스타크래프트에서 실력만 따지면 가장 압도적인 선수다.
그런 김영호조차 이루지 못한 업적이 있다.
콩진호 데리고 팀전 우승하기.
"참 아이러니한 일이긴 해요. 진호형 공군 에이스 가니까 이듬해 바로 우승을…… 한 게."
-어쩔 수 없지. 우주의 의지인데
-놀랍게도 저게 실화라는 거
-살아있었나? 2의 의지가!
-콩 까지 마요!
스타크래프트판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밈이다.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칠리 콘 카르네가 울려 퍼지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속담이 차기 세대의 E-스포츠 로드 오브 로드에도 이어진다.
"저는 이런 거 안 믿는데 이번 일은 신기하네요. 이틀 정도 휴방해야 될까 봐요."
-이틀ㅋㅋㅋㅋ
* * *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번에는 좀 심하다.
전승을 하고도 준우승이라니.
만약 아무것도 몰랐다면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정말로 이건 우연이라는 두 글자로 설명할 수가 없네.'
무능한 신이 했던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신적 존재가 인과를 뒤틀어 결과를 바꾸고 있다.
만약 우리팀이 출전을 했어도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졌겠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SKY T1에게 미안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긴 하는데 2초만에 잊었다.
생각할수록 머리 아플 일 같아.
"헤헤……."
코돈빈은 웃고 있다.
리프트 라이벌즈에 다녀온 이후로 웃음기가 헤퍼졌다.
그 웃음이 옆에서 지켜보기에 마음 아픈 부류라서 문제다.
'딱히 우승을 한다고 유리야를 소개시켜 주는 일은 없을 건데.'
이전에 약속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유효기간이 한참은 지났다.
만약 지켜준다 쳐도 내가 아니라 코돈빈이 캐리를 해야지.
그리고 남 주기에는 약간 아까운 떡이기도 하다.
누구랑 사귀면 엉덩이 팡팡 때릴 수가 없잖아.
나도 그 정도의 사리분별은 하는 남자다.
"돈빈아, 형이 미안해. 우리가 출전한다고 좀 더 주장할 걸 그랬다."
"아니에요. 만약 제가 했어도 바론 뺏기고 해서 졌을 거에요~."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이라서 문제다.
이재훈 감독이 코돈빈을 독려하고 있다.
자책을 하며 그때 우리가 SKY T1 대신 나가야 했는데.
코돈빈은 어차피 졌을 거라며 통탄에 빠졌다.
선수로서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듯하다.
어떻게 하다하다 전승 준우승까지 하다니?
황신이 당신을 수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명을 해준다고 납득하지는 않겠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제 곧 다음 경기가 코앞이야.'
LCK 상위권 팀들은 일정이 참 빡세다.
서머 시즌이 끝나자마자 리프트 라이벌즈, 그 다음은 롤드컵…… 선발전이다.
우승을 못해 직행 티켓이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상태가 말이 아닌 코돈빈이 제 경기력을 낼 수 있을까?
그것도 문제지만 선발전을 통과한 후가 더 문제다.
코돈빈이 어찌저찌 제 기량을 찾았다 쳐도.
'또다시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우승을 방해하겠지.'
고질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황신의 가호.
최근 SNS와 커뮤니티 등에도 파다하다.
-헐, 레전설 방송 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승 준우승 납시오!
-Nara is moster
그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간만에 개인 방송을 켰다.
순식간에 시청자가 몰려들어온다.
외국 시청자들도 관심을 가진다.
"바쁜 시즌이긴 한데 고민이 많아서 켰습니다."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진짜로 고민이 많아.
다행히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코돈빈 롤판의 콩진호된 거 봄?
-김영호한테 공식 인증 받음ㅋㅋ
-ㅇㅅㄱ
-님 코돈빈 끼고 롤드컵 우승 가능하나요?
나도 착잡하니까 묻지는 마!
대부분 시청자가 알 정도면 바로 시작해도 될 듯하다.
모르는 애들을 알아서 꺼라위키 같은 거 찾아보면 되겠지.
"김영호 선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콩진호 선수가 있을 때는 팀우승을 못했다. 이쯤 되면 거의 미션임파서블이죠?"
-미션임파서블ㅋㅋㅋㅋㅋㅋ
-최종병기마저 포기해버린……
-김영호가 안되면 스타 선수 중에는 아무도 안된다는 거지
-KTX의 전통이야~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전통이 되물림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안 좋은 전통이.
꼭 시골 가면 땅은 안 물려주면서 제사는 강요하더라.
'……이게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직도 안 믿겨져.'
하지만 뭐 어쩌겠어.
무능한 신한테 보증 받은 사실인데.
적어도 황신은 유능 그 자체라는 걸 뼈저리게 알았다.
"제가 해결책을 크게 두 가지 생각하고 있어요."
-해결책이 있다고?
-역시 레전설!
-와, 나는 대퍼팬이지만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대퍼팬이니까 포기하지ㅋㅋㅋㅋ
KTX팬과 대퍼팬이 싸우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무튼 간에 정말 진지한 이야기다.
일단 하나는 불가피한,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는 거야.
하필 결승 전날에 퍽치기…… 아니, 변을 당해서 드러눕는다.
그러면 경기를 하기가 힘들겠지?
황신의 가호도 적용이 안되겠지?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탄: 아,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참신한 새끼…… 거기까지 간다고?
-코돈빈이 위험해!
-'The trash'
아니, 내가 뭐 한다고 했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하나인데 오해를 하네.
애초에 결승전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 전까지는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결승이 더 쉬운 경우도 흔하다.
'대진표에 따라서는 그런 경우가 종종 생기잖아.'
불가피한 상황이 일어나면 안되겠지만, 만약 일어나도 나는 팬들을 위해 싸우겠다.
포기하지 않겠다
그 굳은 심지를 표명하고 싶을 뿐이다.
-킹 리 적 갓 심
-이 새끼는 진짜 할지도 몰라
-네~ 일단 증거 영상 찍었꼬요
'뭔 증거 영상이야!'
사람 섭하게 만드네.
그리고 이는 차선책이다.
사실 차선책까지 두기는 싫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좀 달라.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정말 어쩔 수 없다.
우르르 꽝꽝! 천재지변으로 진다고!
일어날 걸 알면 사전에 막는 게 맞지.
"하하, 농담이고요. 진짜는 두 번째에요. 제가 처음부터 두 가지라고 말씀드렸죠?"
-크흠……
-이 새끼 반응 좋으면 진짜로 하려고 했다
-유리야 상대로 했던 적 있지 않았냐?
-아, 그 사건?
과거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기는 했다.
근데 그때는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만약 나까지 포기하면 어?'
코돈빈은 평생 우승 못할 거 아니야.
앞으로 준우승을 몇 번을 더해야 할지 모른다.
나 레전설, 의리 빼면 시체인 남자다.
똑똑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고 그냥 여차할 때 혹시 모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다.
때문에 바로 두 번째 방안으로 넘어간다.
"빠르게 후보 선수를 영입하는 게 어떨까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아직 감독님과 얘기 안 나눴어요."
-레피셜: 코돈빈 방출 예정
-코돈빈 불쌍해 ㅠ.ㅠ
-이게 KTX 롤러코스터의 진실입니다 여러분!
내 방송 시청자가 그러면 그렇지.
그리고 내쫓고 싶어도 못 쫓는다.
코돈빈의 KTX 내의 입지는 그렇다 쳐도.
'운영, 교전 다 되는 그만한 정글 인재가 흔하지 않아.'
코돈빈 이상의 정글러는 구할 수 없다.
그러니까 구하는 건 다른 라인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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