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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스포츠계에서는 공공연한 이야기다.
LPL의 급격한 성장.
정상적인 투자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있다고 해도 최소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기업들이 투자에 깐깐한 게 어찌 한국만의 일일까?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에 수백억씩 투자하기는 꺼려진다.
하지만 푸얼다이 사이의 경쟁 심리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한 줄로 요약하면 현실에서 축구가 아닌 롤로 하는 풋볼매니저.
그 때문에 현재 중국에서는 기형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게임만 잘하면 고학력자 연봉을 뺨칠 수 있다고?
취직 자리 알아보다가 혹시나 해서 쓴 질문인데……
게임 사이트에 이런 질문해봤자 제대로 된 답변 못 받겠지;
└너랑 똑같은 생각 가지고 온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니?
└알려진 것만 최소 3배야
글쓴이-1부 리그? 거기까지 가는 건 너무 힘들 거 같은데
└아니, 3부 리그가??
현재 로드 오브 로드는 중국 10대,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할 바 없는 관심을 모은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E-스포츠 이전에 직장이다.
중국에서 석사 학위를 소지한 직장인 평균 월급이 6194위안(약 100만원).
당연하게도 한국이나 기타 선진국들에 비하면 한참은 아래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는 3부 리거도 그 몇 배를 받는다.
어찌 눈이 뒤집히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으로 따지면 9급 공무원 같은 거다.
너도 나도 해보자며 엄청난 열풍이 불고 있다.
─4부 리거만 돼도 직장인보다는 훨씬 더 받는다니……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 딸 필요가 없네
그냥 게임이나 할까
└그 게임은 쉬운 줄 알아?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배 단위지 배 단위
└1부 리그 탑스타는 1000만 위안도 넘게 받는다던데……
그야말로 꿈이다.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
큰 틀에서는 틀리지 않은 이야기지만 실상은 역시나 조금 다르다.
* * *
원목으로 된 고급 선탠 의자가 눈에 띈다.
선글라스를 낀 두 남자가 이야기를 나눈다.
한 마디로 일광욕 중이다.
부자든 서민이든 일광욕 정도는 즐긴다.
딱히 부의 상징이라고 볼 것까진 아니다.
실외가 아닌 실내에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점만 빼놓고 보면.
중국 부자들 사이에서는 굉장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해수욕장 등 여가 시설을 실내에 만들어버리기.
왜냐!
바깥에는 미세 먼지가 가득해서 숨 쉬는 것조차 곤욕이기 때문이다.
뭐 좀 하자고 어디 가는 것도 귀찮다.
그러니까 빌딩에 만들어서 편하게 이용하자.
미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현세의 극락을 맛본다.
"깔끔한 승리 너무 좋았어 우즈."
"뭘요. 기대해주신 만큼 했을 뿐이죠."
물론 이만한 클라스의 부자가 중국이라고 흔한 건 아니다.
Royal Club의 구단주 차오진핑.
세 손가락은 아니어도 다섯 손가락엔 꼽히는 재벌의 자제다.
그는 열렬한 우즈의 팬이다.
고작 팬심 하나로 Royal Club 인수를 결정하게 되었을 정도다.
처음에는 우즈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1년 전부터는 스탠스가 조금 달라졌다.
"그래도 좀 불안해. 우리팀 말고는 제대로 된 팀이 없잖아?"
"하하, IC가 그나마 믿을 만했는데……."
"그 친구는 안돼~. 아래서 일하는 선수들만 고생이지."
나이대도 비슷해.
좋아하는 것도 똑같아.
친구로 지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틈만 나면 불러서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나누고 있는 화제는 다름이 아니다.
바로 IC의 구단주 왕 샤오찬.
"혹시 구단주님도 나오실 생각 있으세요?"
"이런 정식 리그 말고…… 이벤트전 정도면."
"만약 나오시면 저 우즈가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겨드릴 테니 걱정 뚝 붙들어 놓으셔도 됩니다."
"역시 듬직해~."
프로 무대에 나가고 싶은 욕심.
차오진핑이라고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팀원들을 위해 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참 대견하다.
누구와는 달리 철이 들었네.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으나 꿍꿍이는 조금 다른데 있다.
"나는 말이야 솔직히…… 마음에 안 들어."
"하, 무슨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렇잖아? 선수 입장에서도 뭐야. 어떻게 경기까지 나가서 간섭하려 그래."
그다지 특별할 거 없는 고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악연이 생긴다.
사업까지 겹치는 푸얼다이들은 더더욱이다.
차오진핑은 왕 샤오찬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둘 사이는 과거에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점점 어색해졌다.
이유는 비교.
비슷한 일을 하는데 꼭 녀석만 좋은 평가를 받아.
최고의 신랑감인지, 국민남편인지 하며 서민들의 스타가 되었다.
'철없기만 한 멍청이라는 거 왜 모르는 걸까. 우둔한 서민들은.'
통탄스러운 일이다.
차오진핑이 Royal Club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다.
왕 샤오찬보다 훨씬 수완이 좋다는 걸 실력으로 인정 받겠다.
우즈가 그 길을 하나둘 뚫어주고 있다.
기대에 부응할수록 총애는 더 깊어져 간다.
만약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의 쐐기까지 박을 수 있다면.
"네가 보기엔 어때? 솔직하게."
"결승전 승산이라는 게…… 아시겠지만 제가 이겨도 팀이 못하면."
"그렇지! 이놈들이 제 역할을 해줄지 의문이거든. 마음이 통하네 통해."
물론 차오진핑은 순수한 호의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는 조금 다르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오던 극상류층의 일상.
자극스럽다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굳이 비유를 한다면 꿈.
만약 꿈이 끝나지 않으면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할까?
꿈과 현실의 차이점.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부분이다.
현재 우즈가 가진 Royal Club 내에서의 입지는 정말 무엇을 해도 괜찮다.
호가호위.
사실상의 실권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코치는 물론 헤드 코치조차 감히 말대꾸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만해. 팀 내의 일이든, 그 밖의 일이든."
"생기면 말하겠습니다."
"중체원, 아니 차기 세체원에게 투자는 아깝지 않지!"
구단주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당연하다.
원래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이 일상이 당연하게 되자.
'리프트 라이벌즈를 우승하고 롤드컵까지 가져온다면 나도 웬만한 푸얼다이급은…….'
처음에는 게임에도 방해도 되고 좀 그랬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즐기고 있다.
우즈는 이 또한 업무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큰 돈을 가볍게 받는 것이 익숙해진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하찮게 보인다.
일련의 변화가 언제부터였는지.
그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당연하다.
나는 이 정도 대우를 받아야 하는 특별한 사람이다.
변화라는 건 스스로는 깨닫기 힘든 법이다.
* * *
리프트 라이벌즈는 단 5일만에 치러지는 격전이다.
벌써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현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 이상으로 고무적이다.
〈사방에서 환호성이 대단해요. 현장은 다르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거든요?〉
〈동의합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닌데…… 역시 중국다운 것 같습니다.〉
-동의준
-동의? 어 보감
-작년 롤드컵 결승급인가?
중국은 직관 문화가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조성돼있다.
특히 나라 대항전에서는 그 열기가 사뭇 대단하다.
자신들의 응원이 경기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중국팬들은 굳게 믿고 있음이다.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의 좌석이 가득 채워진 이유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대륙 다운 스케일이 한층 더 유난스럽다.
〈1만 명, 2만 명 정도가 아니잖아요? 5만 명이에요! 5만 명!〉
〈맞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선수들로서는 중압감이 대단하겠지만 힘내 줘야겠죠.〉
홈 스테이지.
편파 응원을 상정해야 한다.
그 고비를 넘어서 더욱 짜릿한 승리를 일구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방식이라서 아직 적응이 안되시는 팬분들도 계시겠지만 어제 맛배기가 굉장히 뜨거웠잖아요?〉
진용준 캐스터가 이러저러 늘여놓는다.
준결승전, 결승전의 방식은 그룹 스테이지와 다르다.
순위와 상관 없이 원하는 세트에 원하는 팀이 나올 수 있다.
이미 어제 치러진 준결승전에 의해 팬들도 웬만큼 감이 잡혔다.
─솔직히 맛밤이나 GOO Tigers
Royal Club에게 먹이로 던져주면 좋은 거 같다 ㅇㅈ?
└ㅋㅋㅋㅋㅋㅋㅋ사악한 새끼
└사탄: 아, 이건 좀 ㅎㅎㅎ
└닥쳐! 우리 교수님을 모독하지 마라
└승리의 맛밤팬들 비추 가즈아!
1~4세트는 기존의 네 팀이 서로의 판단 하에 나간다.
다만 어느 팀이 먼저 나갈지는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변수가 예고될 수밖에 없다.
와아아아아-!
현장의 열기가 무척 뜨겁다.
레전설로 인해 뜨게 된 팀.
그런 이야기는 있어도 여전히 고정 팬층은 대단하다.
〈중국에서는 IC가 첫 번째 카드로 나오네요.〉
〈참고로 뒤늦게 나왔다고 가위바위보 늦게 내는 것처럼 바꿀 수는 없어요.〉
클끼리의 드립대로 밑장빼기는 없다.
하지만 양쪽 다 생각하는 것은 큰 틀에서 비슷했다.
소위 말하는 버리는 카드.
-혹시 또 사장님 출근하심?
-사장님ㅋㅋㅋ
-김은준 표정 관리 필사적!
LPL 3위팀으로 나온 IC다.
그런데 이건 레전설이 있었을 때가 포함됐다.
빼고 말하면 전력을 높게 쳐주기가 애매하다.
결정적으로 사고를 친 분이 계시다.
LPL 코치들의 상의 하에 첫 주자로 나왔다.
첫 주자는 소위 말하는 맛보기의 느낌이 강하다.
〈네 팀 중에 하나를 예측하는 것보단 세 팀 중에 하나가 더 쉽잖아요?〉
간단한 논리다.
거두절미 첫 번째 세트가 시작한다.
이색적인 팀 매치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모은다.
─어제 LPL 대 LMS 경기 보니까
이게 결국 4팀 경기 같아도 4팀 경기가 아닌 게……
준결승전 경기는 의외로 화제를 모았다.
솔직히 LMS 관심 없잖아.
LPL이 당연히 이기리라 자연스럽게 예측이 갔다.
WA, Royal Club, IC, EDC.
롤판 고인 팬들은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들어본 팀이다.
그에 반해 LMS는 시즌2 우승한 TWA를 빼면 듣보다.
그쪽 팬들에게는 서운할 수 있겠지만 원래 스포츠라는 게 어쩔 수 없다.
강팀은 주목 받고, 약팀은 묻히는 경쟁 사회다.
그런데 예상을 벗어난 선전.
〈FW와 TWA가 한 세트씩 잡아내고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버렸잖아요?〉
〈그렇습니다. 결국 Royal Club이 플래시 울프를 잡으며 에이스 결정전을 성사시켰죠.〉
어제 준결승전의 이야기다.
이를 곱씹어보자면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두 팀만 어떻게든 이기고 에이스 결정전 가면 또 몰라.
팀전이라는 게 동족상잔 안 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꼭 장점만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롤드컵과 달리 한 팀이 무쌍을 찍어도 모를 수 있는 게 리프트 라이벌즈다.
─IC 쿠키님이 학살 중입니다!
한국팬들에게도 익숙한 두 글자다.
과거 KTX 롤러코스터 B팀의 소속.
2014 섬머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아오…… 한국 선수 반칙 아니냐?
-잘하는 선수들이 중국 간 여파지
-쿠키는 KTX에 있을 때도 잘했잖아
보급형 테이커라고도 불릴 만큼 실력 하나는 인정 받았다.
LPL에 가서도 폼이 죽지 않았다.
맛밤을 따끈하게 요리하고 있다.
치지직……!
코코볼의 트와이스 페이크가 불타오른다.
어떻게 무빙을 쳐봤지만 결국 닿았다.
사슬에 의해 표식이 터지며.
와아아아아-!
경기장 수만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를 뒤흔든다.
그만치 임팩트 있는 솔로킬이다.
〈그냥 르풀랑이 아니라 3킬 먹은 르풀랑이에요. 이거는 사슬을 맞은 순간 아……!〉
김은준 해설이 굉장히 안타까워 한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다니.
〈그래도 한 번 깊게 당해봐서 내성이 생겼잖아요?〉
〈아앜크큭…… 내성, 내성!〉
-'그 쓰레기'
-매국 쓰리런ㅋㅋㅋ
-선수들도 먹고 살아야지
열심히 한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다.
다소 아쉬울 뿐이다.
가끔 가다 죽일 놈 소리 나오는 정도.
첫 번째 세트는 LPL의 승리로 끝이 났다.
예상 외의 상황에 LCK 코치진들이 술렁인다.
분위기 반전시키는 게 먼저일지, 아니면 정해진 대로 가야 할지.
고심 끝에 악수 나온다는 말이 있다.
아니, 처음부터 당연했을지 모를 필연이다.
코치진의 근본적인 숫자에서 비교를 불허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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