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91화 (39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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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과정을 보지 않는다.

비정한 표현이지만 부정할 수는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왜냐!

〈제가 예전에 이런 말을 했었잖아요. '스플릿은 우직하게 해야 돼, 형.'〉

-사이ㅋㅋㅋㅋ

-말투가 개웃겨

-ㄹㅇ 딱 동네 바보형 말투

차후에는 프로게이머들도 개인 방송이나 유튜부를 즐겨 하니까 직접 들을 기회가 많다.

하지만 과거에는 당연히 그러지 않았다.

장본인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는 일.

〈그런데 이 말을 했을 때…… 게임을 졌어요. 탑 차이로.〉

〈화가 나셨겠네요.〉

〈네, 무척!〉

우직함과 미련함은 정말 한 끗 차이다.

우직하게 스플릿해서 이득 보는 구도.

반대로 미련하게 안 내려와서 개손해.

같은 말도 상황에 따라서 받아 들여지는 게 다르다.

아무리 옳은 말도 결과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하물며 틀려 보이는 말은 오죽하겠는가?

파바바박!

누구보다 필사적이어야 할 사람이다.

왕 샤오찬의 고르키가 위험에 처한다.

미드를 지키던 도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적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바트의 평타가 이 시간쯤 되면 데미지도 데미지인데 슬로우도 무시 못하거든요?!〉

2015년 초에 나온 챔피언이다.

소환자의 전장에 있는 널려있는 폐지를 주우러 다닌다.

폐지를 많이 주울수록 강해지는 독특한 컨셉 때문에 꺼려졌지만 상향을 먹으며 슬슬 쓰이는 추세다.

홍콩 E-스포츠가 과감하게 꺼내 들어 유용한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벽을 뚫어 이동하는 차원문이란 스킬이 까다롭다.

왕 샤오찬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 넣었으나.

파앙!

벽을 넘어 갑작스레 나타났다.

IC의 미드라이너 쿠키의 얼음마녀다.

〈게 누구 없느냐? 사장님이 부르면 당장 튀어 나와야죠!〉

클끼리의 드립대로 당장 튀어 나왔다.

얼음마녀의 광역기가 제대로 터졌다.

「얼어붙어라!」

보기만 해도 살을 에는 듯한 광경이다.

적 네 명에게 광역딜이 야무지게 무쳐진다.

이미 한타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조차 아니다.

─더블 킬!

IC 왕교장님이 학살 중입니다!

관중석에서 웃음과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1킬 2데스의 오버 데스를 기록했던 사장님!

더블 킬을 따내며 킬세탁에 성공한다.

이게 뭐 잘해서 먹은 킬이냐?

묻는다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굳이 따지면 친구한테 핫도그 한 입만 먹는다고 해놓고 목젖까지 활용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미끼 역할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지분율을 따지자면 1인분 거뜬히 해냈어요?〉

〈으하하…… 사장님 하핰!〉

-웃음준

-강팀준이라 사장님도 좋아하나?

-그냥 텐션이 웃긴가 본데ㅋㅋ

버스를 기가 막히게 타고 있다.

심지어 미드 한타만 이긴 게 아니다.

홍콩 E-스포츠가 미드에서 무리하게 걸려고 했던 이유는.

─레드팀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더사이를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끠오라의 기세가 흉흉하다.

1대1 스플릿 마크가 도저히 안된다.

〈더사이 선수가 사이 선수 짝퉁 같은 느낌이 있지만…….〉

〈하핰…… 짝퉁!〉

웃음보가 터져서 진행이 안되는 김은준 해설을 대신해 클끼리가 말을 한다.

솔로랭크에서 여러모로 유명한 아마추어였다.

근접AD 브루저를 정말, 정말 잘 다룬다.

시그니처 챔피언은 리픈.

하지만 리픈은 대회에서 꺼내기 난감한 면이 있다.

끠오라라는 제 2의 인생 챔피언을 찾았다는 사실을 임팩트 있게 과시한다.

─더블 킬!

HK 지브로님이 IC 더사이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봇라인에서 무려 3 대 1을 했다.

더사이의 끠오라가 짐승처럼 날뛴다.

굳이 사생결단을 내려야 했나 싶은 느낌은 있었지만.

와아아아아-!

멋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들이박았다.

이후의 게임은 딴 건 둘째 치고 기세에서 압도 당한다.

IC가 홍콩 E-스포츠에게 승리.

설마 하던 사고가 결국 터져버렸다.

인터뷰 자리가 전세계 E-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모은다.

─화제의 IC 새 원딜러 왕 샤오찬 딜량

적팀 서폿보다 낮음

└접대롤ㅋㅋㅋㅋㅋ

└여왕벌도 울고 가겠누ㅋㅋㅋㅋㅋㅋㅋ

└재벌집 아들내미의 롤 프로씬 맛보기 게임!

└팀운 ㅈ망겜 ㅇㅈ?

당연하게도 독특한 참전이라고 MVP를 주는 일은 없다.

생각보다 잘한 거지 절대적인 기준에서 1인분은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의 구단주이기 때문에 인터뷰 자리는 참석이 가능하다.

〈드디어 꿈을 이뤘네요.〉

〈아~ 선수 데뷔가 꿈이셨군요? 앞으로도 록시…….〉

〈오늘이 마지막 승리이자 출전이었습니다. 저 왕 샤오찬은 지금 이 자리에서 공식 은퇴를 선언합니다.〉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고 뿌듯하게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라면 뭔가 서글프고, 괜히 안타깝고 그래야 하는데…….

아나운서조차 표정 관리를 실패하고 말았다.

「IC 게임단 주 왕 샤오찬, 리프트 라이벌즈 첫 승리!」

「프로게이머가 꿈이었다. 왕 샤오찬, 충격(?)적인 은퇴식.」

「롤 프로 리그서 팀원들에게 버스 받고 승리한 중국 재벌 2세.」

돌고 돌아서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결국 이겼다.

한국의 여론은 아주 곱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죽일 놈 분위기도 아니다.

─돈이 겁~~나 많으면 저런 돈지랄도 가능하구나……

진짜 E-스포츠라서 가능했다

축구나 야구, 농구 이런 거였으면 그냥 불가능했지

└발에 채어서 죽을 걸?

└스포츠 선수들 개무서움 ㄹㅇ

└성공한 롤창 이러려고 했는데 그냥 재벌 2세였네

└뭔가 좆같으면서 부러운 새끼다

누구나 상상은 해보는 일이다.

만약 내가 프로게이머 대신 대회에 나간다?

흔히 말하는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를 시전한다.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인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를 때나 덤빌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를 실제로 하고, 결국 승리까지 따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존경스럽다.

* * *

리프트 라이벌즈.

엄밀히 따지면 중요성이 딱히 높지는 않다.

'롤드컵만치 상징성이 있는 대회는 아니니까.'

물론 그룹 스테이지의 1위는 무시할 수 없다.

자존심 싸움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LCK가 1위를 확정했다

즉, 나머지는 2/3위 싸움이다.

근데 이게 큰 틀에서 의미가 없다.

만에 하나 한 지역이 전패를 한다?

'이기든 지든 준결승행이거든.'

안전빵이 철밥통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왕 샤오찬도 아주 생각 없이 출전한 건 아니다.

물론 도둑이 집 주인 배려해주는 수준이지만.

'그래서 내심 지기를 바랬는데…….'

확 마 망신 좀 당해보라고.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었다.

그렇다고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은 또 없어.

프로게이머들도 무조건 이긴다는 표현은 안 쓴다.

초강팀과 약팀의 대결도 변수가 존재한다.

특히 우리팀은 참 그런 게 많았지.

"살 떨리더라~. 물리면 진다는 각오로 광클 겁나 했지."

"좋으셨겠어요 아주."

경기 승리 후 인터뷰와 은퇴까지.

적잖이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아주 흥분감에 가득 차있다.

'연예인 먹은 썰 같은 걸 풀 때도 이렇게 발랄하진 않았던 거 같은데.'

아무튼 이겼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은퇴도 했으니 더 이상의 참사는 일어나지 않겠지.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코치형들도 고맙다고 사정을 하셨다.

현재 또다시 IC의 숙소에 와있다.

제집 마냥 들락거리니 내통이라도 하나?

양심 찔리는 느낌이 있는데 그래도 뭐 어쩌겠어.

"저도 입장이 있어서 리프트 라이벌즈 기간 동안은 더 안 오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래, 끝나고 밥이나 한 끼 먹자. 시간 비워둘 테니까!"

이 형이 바쁜 형이다.

바쁜 사람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다.

IC의 구단주임과 동시에 연예기획사 사장이기도 하고, 영화 산업도 하고 여러가지 많이 한다.

사실 그조차도 자질구레한 짓에 지나지 않는다.

저 형이 아버지가 하는 걸 물려 받는다?

우리나라 삼선에 비빈다고 보면 된다.

'과장을 빼도 그 정도지.'

한국으로 따지면 이재용이다 이재용.

젊고 풋풋한 이재용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이재용이 롤을 연습해서 대회에 참가한다?

하도 일방적으로 털렸다.

속수무책으로 능욕 당했다.

그러다 보니 오해할 수가 있는 부분이다.

'이 형이 티어가 낮지가 않아.'

다이아3이면 기본기는 있는 티어다.

그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

나름 이 분야를 알고, 해보고, 그 다음에 도전한 거다.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

직접 발로 뛰고 해보니까 성공할 수밖에 없는 거지.

워낙 금수저라 성공하는 것도 있지만 그걸 제외해도 성공할 만한 사람이다.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니까 나도 도와줬던 거고.'

최소한의 양심이라 쓰고 변명이라 읽는 부분이긴 하다.

일단 그렇다는 이야기다.

부자들의 돈 놀이에 끼어들면 머리가 이리도 아프다.

참고로 이번 일 도와줬다고 차를 하나 뽑아주겠대.

그 차가 흔히 보기 힘든 차다.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솔직히 일반인들이 아는 건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끽해봐야 부가티잖아.'

그런데 알고 보면 그건 빙산의 일각이다.

시계도 롤렉스가 끝이 아니라고 하지?

스포츠카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한 대 뽑아 준다길래 거절했다.

타고 다니는 순간 구설수에 오를 거 같아.

괜찮다고 하니 통장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부자들이랑 놀아주는 게 장난 아니게 돈이야.'

흔히 LPL이 프로게이머들의 꿈의 시장이라고 불린다.

그 실상은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

연봉도 지나치게 부풀려진 감이 있다.

잘 나가는 프로들이 보통 1~2억이다.

하지만 손 꼽히는 애들은 수십 억이다.

팬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격차겠지만.

'그게 다 부자들이랑 놀아주는 값이라는 거지.'

구단주를 프로 무대에서 막 이기게 해준다.

그런 어려운 컨설팅까지 안 해도 된다.

그냥 순수하게 놀아주기만 해도 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

나 빼고 테이커의 예를 들어보자.

만약 테이커가 중국에 간다?

주업무는 LPL에서 선전하는 게 아니다.

부자들이랑 듀오하고, 버스 태워주고, 노는 거다.

그렇다고 역겨운 대우를 당하는 것도 아니고, 좋으면 좋았지 나쁠 일은 특별히 없다.

'개꿀이긴 해.'

하지만 한 가지.

착각할 수 있다는 게 크다.

흔히 화류계 여성들 이야기 있지 않은가?

'돈 많은 부자랑 놀면 지들이 진짜 그 급인 줄 안다고.'

물론 비유의 대상이 참 얄팍하다.

아무리 그래도 프로랑 그런 여자를 비교하는 건 좀 아니지.

그런데 정말 그런 비유가 합당한 경우도 있다.

천만원? 그거 내 밥값이야~.

이런 역겨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없던 사람이 돈을 엄청 벌면 뇌가 썩어 문드러진다.

'나처럼 자기 주관이 확고한 사람이 아니라면.'

빠지기가 쉽다는 건 솔직히 인정한다.

선악과의 맛은 맛보지 않은 사람이 논할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 선수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데.

* * *

리프트 라이벌즈 4일차.

그룹 스테이지는 결과가 나왔다.

LCK가 1위, 나머지 지역이 2/3위다.

2/3위인 LPL과 LMS는 준결승전을 가진다.

현재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는 그 어느 때보다 함성이 드높다.

우즈! 우즈! 우즈!

평소 부부젤라를 부는 것 같던 시끄러운 함성과는 다르다.

하나의 단어로 통일돼 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우즈 선수가 결국 다 쓸어 담았어요. 역시 중체원!〉

〈프로 선수들이 한두 해가 지나면 폼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즈 선수는 정말 더 진화하는 거 같아요 여러모로.〉

한국의 해설진들도 격찬을 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GOO Tigers를 격파하며 화제를 모았던 플래시 울프.

3세트에서 EDC를 꺾으며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결국 에이스 결정전에서 무너졌다.

마지막 5세트에서 Royacl Club에게 패배하고 만다.

패인이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두 글자다.

우즈! 우즈! 우즈!

작년 롤드컵에서 주가가 급락했었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며 얼굴에 먹칠.

근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LPL이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짓는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자존심 매치가 성사되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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