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90화 (390/443)

###390

<-- 왕 샤오찬 -->

나라를 팔아먹겠다.

좀 많이 애매한 표현이긴 한데.

'중국에 승점 하나 챙겨주면 결과적으로 그런 감이 있지.'

하지만 LMS와의 경기니 괜찮을 터다.

리프트 라이벌즈의 그룹 스테이지.

각팀은 다른 지역의 팀과 한 번씩 겨룬다.

매칭되는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1위팀은 1위끼리.

2위팀은 2위끼리.

1~4위팀들이 각각 그렇게 겨룬다.

'그래서 우리는 IC랑 만났지.'

우리 KTX 롤러코스터는 3위다.

지난 스프링 시즌 5위.

섬머 시즌은 준우승따리.

그 합이 3위에 수렴했다.

마찬가지도 IC도 3위.

섬머 시즌에 죽을 쑨 모양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딱히 놀랍지는 않다.

"스프링 시즌 때는 형 덕분이 너무 컸죠."

"형 나가고 솔직히 휘청하긴 했는데 슬슬 자리가 잡히고 있는 거 같아요."

IC의 미드라이너 쿠키.

오랜만에 만났다.

한 4~5개월 만인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연습실에 혹시 도둑 들었어요?"

"나라는 도둑."

뭔가 어감이 좋은데?

화기애애하게 들어오던 팀원들이 얼어붙는다.

그만큼 지금 IC 게임단의 연습실 상태가 말이 아니다.

"이게 다 더사이가 부족하기 때문이야."

"선 정리까지는 오바죠. 무슨 선이 무슨 선인지 알고. 혼자 개힘들었는데 하나도 안 도와줬으면서……."

뒷말에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거 같아.

양심이 살짝 찔리기 때문에 못 들은 셈 쳐준다.

'추가 업무 하는데 노동까지 하면 수지가 안 맞잖아.'

그리고 머리 쓰는 것도 은근히 힘들어.

내가 책상 각도라던지 얼마나 고심을 했는데.

'군대에서도 생각 없이 일할 때가 가장 편해.'

지금만 해도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생각보다 난장판이 되니 조금 머리가 아프다.

부하가 무능하니 나까지 일이 늘어난다.

"이번에 구단주님이 미치셨잖아."

"아……, 네. 좀 일이 있었죠."

조금이 아닐 텐데?

아무튼 단기간에 합을 맞추기 위함이다.

팀 연습은 자리 배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괜히 원딜과 서포터를 붙여 놓는 게 아니야.'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연인 사이에 흔히 있는 바람 피는 레파토리다.

마찬가지로 몸이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진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닌데 어느 정도 연관은 있다.

눈을 조금만 돌려도 표정이 보이지 않는가?

마음속으로 졸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다들 구단주님의 얼굴을 보면서 게임해."

"네?"

"왜 보기 싫어? 못 생겼어?"

"아, 당연히 그건 아니죠! 그냥 왜인지……."

어지간한 사람은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난다.

프로게이머들이 무슨 승부사도 아니잖아.

포커페이스가 있으면 몇 명이나 있겠어.

사람이 게임할 때는 순수해지는 경향이 있다.

평소 무뚝뚝한 사람도 게임할 때는 달라.

한 번쯤 녹화해서 보면 재밌다.

탑을 저 멀리 구석에 짱박아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어어엉그을러어어어!

탑솔러가 외치면 안타까울 거 아니야.

'뭐, 진짜 외치기야 하겠냐만은.'

갑자기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엔터키를 찾으면 곤란하잖아.

탑이 고통 받으면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다.

아예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서 동정의 여지를 삭제시킨다.

이렇듯 일반 대회 기준에서도 암묵적인 조치가 행해진다.

연습할 때도 은근히 많이 신경 쓰인다.

괜히 안색 안 보고 있다가 게임 끝나고 불려지면 어떡해.

"평소 하던 대로 하지 말고 이 형 페이스를 의식해서 하라고."

구멍.

약간 야한 느낌도 있지만 팀 게임에서는 그런 게 아니다.

한 마디로 못하는 팀원이다.

'이 못한다는 것도 크게 두 종류야.'

그냥 단순하게 실력이 딸린다.

이거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다.

말하자면 PT체조의 마지막 구호 같은 거다.

생략하라는데 꼭 외치는 사람 있지 않은가?

근데 그게 멍청해서 하는 실수가 아니다.

체력과 정신이 혼미하기 때문이다.

'PT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은 저질러.'

딱히 내가 해봐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원래 그런 구조다.

하지만 하다 보면 결국 다 고인물이 된다.

즉, 고인물 프로젝트다.

왕 샤오찬을 팀에 적응시키자.

그러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불가결이다.

"와~ 이거 신종 왕따냐?"

선 정리까지 끝날 즈음.

뒤늦게 주인공이 도착했다.

자리 세팅을 정말 예쁘게 바꿔 놨다.

'이게 바로 학익진이지.'

예쁘게 쌈 싸먹는 그림이다.

엄밀히 따지면 역방향이겠지만 여하튼.

"부담되시면 그만 두셔도 되고요."

"한다! 한다! 더러워서 한 번 해본다."

본인에게도 자극이 되는 효과가 있다.

인생 너무 쉽게 쉽게 치트키 치지 말고.

한 번 부담도 좀 받아봐야 선수들 마음가짐도 더 이해하는 거지.

'사실 이해 안 해도 앞으로도 쭉 잘 먹고 잘 살 테지만.'

약간 좀 그런 게 있다.

남이 너무 날로 먹으면 살짝 배가 아파.

이 형은 너무 날로 먹어서 배도 안 아프긴 하다.

그런데 내 분야 발을 담갔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구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루 가량 맛만 살짝 보여줄 예정이다.

* * *

리프트 라이벌즈.

치러지는 기간은 단 5일이다.

그중 3일이 그룹 스테이지다.

LCK, LPL, LMS.

세 지역의 다채로운 격돌이다.

롤드컵처럼 팀을 골라 응원할 필요가 없다.

〈단적으로 우리나라는 우리나라팀을 응원하면 돼요. SKY팬이든, KTX팬이든…….〉

〈We are the World!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팀전이거든요.〉

-짱깨, 섬짱깨 싹 다 죽여버리면 되는 거지

-그냥 이기면 짜새임

-국뽕 오른다 ㅇㅈ?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위 아더 월드다.

평소에는 각각 갈라져 있는 팬덤들.

다 뭉쳐서 LCK 응원하면 된다.

같은 나라는 같은 팀이다.

리프트 라이벌즈의 기본 개념이다.

이틀 차인 지금 진행된 결과를 놓고 보자면.

〈흔들린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LCK는 결국 LCK에요. E-스포츠 최강국 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프링 시즌, 섬머 시즌 지나면서 다~ 극복하지 않았습니까~?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절대 없어요 LCK!〉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대로 서러웠다.

레전설 씹새끼야!

너만 아니었어도…… 어?

부정적인 여론도 있긴 했으나.

─KTX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아군이다.

한국팀으로 돌아와 잘 해주고 있다.

대만 3위팀 홍콩 E-스포츠를 박살내버린다.

〈LMS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여러 지역들이 뭉쳐 있잖아요?〉

〈대만, 홍콩, 마카오……. 한국에는 시즌2 롤드컵을 우승한 대만의 TWA가 가장 알려져 있지만 현지에서는 홍콩과 마카오도 강력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털리고 있으니 그다지 와 닿지는 않는다.

일단 김은준 해설의 설명에 의하면 그러하다.

같은 3위팀이라는 사실이 무색한 게임이다.

-KTX 3위 카드는 사기긴 하지ㅋㅋ

-우승을 했어야 했는데……

-리프트 라이벌즈라도 우승 가즈아!

기복이 심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 팀이다.

KTX 롤러코스터.

개인 기량은 여전히 먼치킨급 괴물이다.

레전설도 돋보이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만만치 않다.

─KTX 코돈빈님이 학살 중입니다!

코돈빈의 거미여왕이 봇라인에서 더블 킬.

날카로운 갱킹과 스킬 활용이 돋보였다.

하나 빼고 잘한다는 평가는 과함이 없다.

우우우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관중들의 야유가 빗발친다.

아니, 못한 것도 아니고 잘했는데 대체 왜?

갱킹을 당한 홍콩 E-스포츠가 못마땅한 건가?

〈한국팀이 야유를 받는 거 같아서 기분이 묘하긴 해요.〉

〈사실 스포츠 분야에서는 굉장히 흔한 일이죠. 부부젤라 사건이라던지 유명하잖아요?〉

함성 소리가 너무 크나?

그래서 스피커에 울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악기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악기.

남아프리카 공화국 팬들이 한 헛짓거리다.

결국은 경기장 내 반입이 금지되는데 이른다.

그 이유는 소음으로 경기를 방해해서다.

혹시 지금도 비슷한 상황인가?

전혀 아니다.

-중국 새끼들 게임 방해하는 거 보소

-저거 코돈빈 욕하는 거래

-코돈빈을 왜?

-코돈비이이인!

1일차인 어제부터 왈가왈부가 많았다.

중국 관중들이 KTX의 경기를 훼방한다.

야유를 해서 방해하려는 시도 아니냐?

─(중국인 야유 관련)저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입니다

한국어가 조금 서툴러도 봐줘요

현재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방해 이야기는 루머입니다

.

.

.

래딧 같은 경우에는 종종 번역글이 올라온다.

아예 즐겨찾기 해놓고 보는 사람도 많다.

왜냐!

영어는 한국인이라면 어느 정도 하니까~.

못해도 요즘은 구글 번역 수준이 높다.

그래서 무슨 화제가 터지면 즉각은 아니더라도 며칠 사이에 소식이 전달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사이트 주소 이름도 보통은 모른다.

〈저도 처음에는 야유인가? 일종의 전략…… 그런 생각도 해봤는데 단순한 오해였죠?〉

〉맞습니다. 참 안타까운 오해죠.〉

-강타 빼면 다 잘하는 정글러인데……

-트롤 아니야!

-근데 ㄹㅇ 처음 보면 트롤이라 오해할 만함

강타를 일부러 안 쓰나?

저거 진짜 트롤하는 거 아니야?

만약 래딧이었다면 누군가 오해를 풀어줬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중국은 극히 폐쇄적이다.

그리고 중국어도 최근에 들어 열풍이 불고 있지만 영어에 비하면 당연히 아는 사람이 적다.

결정적으로 이미 흥분해버린 군중들.

└그러니까 중국애들은 코돈빈은 트롤로 알고 있다고?

글쓴이-레전설과의 불화설이 신빙성을 얻고 있어

└대체 어떻게 얻은 거지

└근데 오해할 수도 있긴 함. 너무 심해서ㅋㅋ

강타를 드럽게 못 쓰니까 그런 오해도 받네.

사실이 알려지자 웃기고 슬픈 해프닝이다.

물론 당사자는 굉장히 힘들 수 있다.

〈코돈빈 선수 MVP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바론 한타에서 임팩트가 대단했는데요?〉

〈일부러 뺏긴 게 아니고요. 한타 이기고 게임 끝내는 쪽으로 오더가 잡혀서……〉

묻지도 않은 부분까지 힘껏 토해낸다.

참고로 국제 대회는 인터뷰 횟수가 많다.

경기보다 MVP 인터뷰가 더 고될 정도다.

한국, 중국, 대만…….

각각의 지역이 전부 따로 진행된다.

방송사의 욕심이기도 하지만 통역 문제상의 필연이기도 하다.

-근데 결국 뺏겼네

-이미 캐릭터 잡힌지 오래임ㅋㅋ

-'그 강타'

강타의 신.

자랑스러운 별명이 전세계에 알려진다.

오해가 풀린다면 좋은 일이겠으나 그렇게 쉽게 풀리면 루머로 고생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방금의 승리로 거~의 확실해졌네요.〉

〈우리나라는 웬만하면 결승 직행할 분위기에요. 첫날의 패배도 사실 사고 같은 느낌이었고.〉

국제 대회에서는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팀들은 유명하다.

유명하기에 전략과 성향 또한 알려져 있다.

그에 반해 LMS의 팀들.

솔직히 이름도 모르는 팬들이 흔하다.

선수명은 아예 기억할 노력도 안 한다.

사전 정보 없이 임하면 프로팀들도 실수할 수 있다.

GOO Tigers도 오늘 경기에서는 만회를 했다.

1패를 제외하면 전승을 깔끔하게 달린다.

─리프트 라이벌즈 일정 정리.txt

1일차- 끝

2일차- 끝

3일차- 내일

4일차- 준결승전

5일차- 결승

└준결승은 뭐임?

글쓴이- 2, 3위 지역 붙는 거지

└우리나라는 안 해도 됨

└이틀 후에 결승만 챙겨보면 되는 건가?ㅋㅋ

한국의 위상을 자랑스레 증명한다.

어지간한 이변이 아닌 이상 이미 1위다.

그 이변에 가장 가까운 KTX도 2승을 챙겨줬다.

아직 하루 남기는 했지만 뭐.

일정이 딱히 빡세 보이지도 않아.

한국팬들은 거만하게 결승전을 기다린다.

와아아아아아-!

하지만 경기장의 사정은 다르다.

리프트 라이벌즈 3일차.

수만 관중들의 환호가 약속한 것처럼 쏟아진다.

당연하게도 현지는 중국이다.

중국팀들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홈스테이지의 이점은 국제 대회에서 늘 고려의 대상이다.

〈아니, 이게 아앜크크……. 이러다가 진짜 정식 선수 되겠는데요? 롤드컵 나오는 거 아니에요?〉

〈아이 엠 그루트. 저는 순수하게 경기의 관점을 논하겠습니다. 알아보니까 왕 샤오찬 선수가 거의 준만수르급! 돈이 많아요.〉

-돈의 힘에 굴복한다고?

-추끼리 크하다……

-(정보)왕 샤오찬은 중국 Top3 재벌의 2세다

망신을 당했던 한 남자가 돌아온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