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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얼다이(富二代).
중국에서 재벌 2세를 뜻하는 단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도 수저 계급론이 있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의 수저 계급론은 이미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쉬쉬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정할 수는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빈부 격차가 심한 중국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그런 푸얼다이의 숫자가 무려 100만 명.
뭐 수가 많든 적든 남의 나라 일이긴 하다.
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들려오니 한국에서도 여론이 곱지는 않다.
─왕 샤오찬이 걔 아니야?
키우는 개한테 애프워치 두 개 채운 애
1500만원 짜리를
└그 기사 본 적 있어!
└미친놈인 줄 알았지……
└미친놈이 맞아 중국 재벌 2세들은
하도 희한한 짓거리를 저지르고 다닌다.
바다 건너 일임에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애초에 바로 이웃 나라라 한사코 벽을 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국 재벌 2세들이 그렇게나 개념이 없구나!
그중에서도 가장 한국에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왕 샤오찬의 기행은 뉴스는 물론 공중파에도 탄 이력이 있다.
「왕 샤오찬, 압도적인 재력 과시…… "생일 맞아 몰디브 섬 빌렸다"」
「재벌 2세의 통큰 치아라 사랑. ‘90억 해약금에 슈퍼카 선물.」
「또 너냐?…… 中 재벌 2세, 클럽서 하룻밤 3600만원 펑펑!」
중국에서 개념 없는 재벌 2세가 무슨무슨 짓을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왕 샤오찬이 했겠지.
찍으면 절반 정도는 맞을 정도다.
왕 샤오찬은 철없는 금수저의 대명사로 한국에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특히 자신의 생일 파티에 유명 걸그룹을 초대해 콘서트를 여는 등.
상상을 뛰어넘는 일반인 시점에서 너무 부러운 짓을 해댄다.
─IC 미친 거 아니야?
선수진에 왜 구단주가 있냐?
└왜? 누구?
글쓴이-나이든 노땅 새끼 말이야
└노땅ㅋㅋㅋㅋ
└뭐야, 저거 왕 샤오찬이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리프트 라이벌즈 1일 차.
갑작스러운 소식이 한국 커뮤니티를 뒤흔든다.
무언가의 착오나 개꿀잼 몰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선수 변경 없이 시작을 하네요. 참고로 왕 샤오찬 선수는 IC의 구단주이기도 해요.〉
〈아니, 이게 아앜……. 구단주가 왜 경기에? 딱히 전략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진 않거든요.〉
-김은준은 볼 때마다 쪼개네ㅋㅋ
-저건 어이가 없어서 웃는 듯
-중국 재벌 2세가 막장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나만 아니면 되에에!
딱히 내 일이 아니다.
바다 건너 중국의 일이다.
대륙이 대륙했을 뿐인데 놀랄 것까지야 없지 않은가?
말로만 듣던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돈만 있으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건지.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샤악!
애씨의 다발 사격이 미니언을 촉촉이 적신다.
IC의 원딜러 왕 샤오찬 선수.
단순히 파밍하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모은다.
〈파밍은 잘하고 있습니다. CS가 조금 밀리는 모습은 있는데…….〉
〈충분히 기대 이상라고 할 수 있죠. 좋아요. 좋습니다.〉
-김은준 포기ㅋㅋㅋㅋㅋ
-이것이 바로 '대륙'이다
-이 새끼들 대퍼팀에 쫄아서 재미라도 줘보려는 거야?
그럴 듯한 추론이긴 하다.
상대가 워낙 세.
우승은 못했지만 전력 자체는 까내릴 바가 없는 슈-퍼팀이다.
IC가 자포자기한 나머지 금수저 구단주 대접이라도 해보자.
돈이라도 벌어보자!
대륙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일말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도 제기된다.
의외로 신빙성을 얻으며 실시간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레전설이 중국에 있을 때 IC에서 활동을 했었대.
─레전설 이 새끼 접대롤 하는 거 아니냐?
적당히 긴장감 있게 경기 해주면서
사장님 나이스샷~
막 이러는 거임
└사장님 나이스샷!
└E-스포츠도 접대 게임이 있어?
└레전설 노후 대비 든든하겠네
└왕 샤오찬 돈 존나 많다던데……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이야기다.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어.
그런데 이미 구단주가 등장한 시점에서 그 다음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과연 오바일까?
의심의 눈덩이가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레전설 이 자식 노후 대비 하나?
큰 그림 그리는 거 아니야?
─더블 킬!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세간에서 떠드는 가능성을 가뿐히 즈려밟는다.
레전설의 리픈이 흉폭하게 날뛰고 있다.
봇라인 다이브로 더블 킬을 따낸다.
〈버티기는 나름 잘 버텼는데 다이브각이 안 나온다는 소리는 또 아니거든요?〉
〈이렇게 미드가 적절히 내려오면 답이 없죠.〉
솔로랭크였다면 봐줄 수도 있는 틈이다.
하지만 대회다.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밥상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대회 게임에서 한 라인의 기량이 떨어진다.
이는 한 마디로 정의하면 구멍이다.
스노우볼이 치명적으로 굴러간다.
─KTX 레전설님이 IC 왕교장님을 처치했습니다!
눈 뜨고 코 베인다.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는 일류 선수들도 이게 뭐지?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지게 만든다.
일반인에 해당하는 사람이 당하자 그냥 불쌍하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과거에 나름 친했다며?
-레전설 미친 새끼ㅋㅋㅋㅋㅋㅋ
-왕 샤오찬 재벌 2세라며 감담 어케 하려고
-저러다 칼빵 맞고 죽으면 보험 처리 되나?
-보험이 문제냐ㅋㅋㅋㅋㅋ
소 잡을 칼로 닭 잡는 꼴이다.
원샷원킬이 되고 안되고 이전에 불쌍하잖아!
아무리 고기가 필요하고, 킬이 필요해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쿠웅!
나름 뒤에서 활 시위만 당겼다.
다발 사격으로 미니언 좀 밀면서 CS 먹으려고.
무심코 한 걸음 내디딘 순간을 봐주지 않는다.
애씨가 궁극기와 점멸이 있으면 뭐 어쩌겠는가?
쓸 찰나의 틈도 없이 갈려버린다.
벌써 리픈에게만 네 번째 죽음.
〈레전설이 말합니다. 형, 내려가. 여기 형이 올 자리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이게!
-와, 존나 벙찌겠다
-세상에는 돈으로도 안되는 게 있다……
거의 작정하고 갈리는 수준이다.
너무 많이 죽어서 이제 돈도 안 준다.
그나마 애씨라서 존재감이 제로는 아닌데.
〈애씨가 CC기도 있고 이니시도 가능해서 소위 버스 타기 괜찮은 원딜이긴 해요.〉
〈그것도 버스가 있었을 때의 이야기죠.〉
전복된 수준이라 애초에 없었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IC의 버스 기사를 찾자면 미드와 탑이다.
IC의 미드라이너 쿠키.
중국 LPL에서 활약이 유난하다.
가장 자신 있어하는 야흐오를 선픽 박았다!
─KTX 레전설님이 IC 쿠키님을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사라졌다.
후픽 리픈에 무참히 박살.
초장부터 솔킬이 나는 과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탑&정글이 선전을 했다.
강력한 라인전 능력을 바탕으로 잘 컸다.
KTX가 봇에서 이득을 봤다면, IC는 탑에서 이득을 봤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블 킬!
KTX 레전설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똑같이 커도 기량이 더 빼어나서 문제다.
레전설의 리픈이 한타를 깔끔히 쓸어버린다.
끠오라가 갖은 반항을 도모해봤지만 눈치 싸움에서 발렸다.
〈끠오라의 반사가 아악……!〉
〈지금 리픈이 힘이 장사에요. 반사 빠지면 2초도 못 버팁니다.〉
얼마 전 리메이크가 된 챔피언이다.
성형을 실패했는지 일러스트는 좀 그래.
좋게 말하면 아이유, 안 좋게 말하면 신봉선 같다.
하지만 외모에 반비례해 챔피언 스펙은 엄청나졌다.
순식간에 솔로랭크 OP를 먹는데 이른다.
더사이의 자신감 넘치는 신규픽 기용은 훌륭했으나.
-더사이는 그냥 리픈이나 하지
-응, 리픈도 레전설이 더 잘해
-와~ 어디 갔나 했더니 더사이 LPL 갔구나?
중국팀인 IC의 소속이지만 한국 선수다.
한국에 있을 때도 상당히 유명했던 솔로랭크 고수.
인성 문제로 한국 데뷔가 불분명해지자 고민 없이 중국으로 갔다.
역시나 인성과 반비례해 실력 하나는 살아있네.
라인전 단계에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다.
안타깝게도 그 둘 다 상위 호환인 상대팀 선수에게 밀리고 있다.
─KTX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게임은 아주 가벼운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애씨는 게임 내내 미니언처럼 죽어나갔다.
─마이(0/8/0): 나 서유리인데
애씨(0/8/2): 난 왕 샤오찬ㅎㅎ
└둘이 쿵짝 맞는 거 보소
└천생연분ㅋㅋㅋㅋㅋㅋㅋㅋ
└마! 애씨는 그래도 2어시 했다
└리픈 궁이 열파참이냐?
구단주의 선수 데뷔?
레전설의 접대 게임?
무수한 루머가 난무했지만 결국은 웃픈 해프닝으로 끝났다.
후폭풍만을 남기며.
「IC게임단 구단주 리프트 라이벌즈 참가…… 스포츠 정신 中의 자본」
「논란의 푸얼다이 왕 샤오찬, 돈으로 프로 데뷔? 선수들은 무슨 죄?」
「재벌 2세도 가차 없다! 리프트 라이벌즈 첫 승리, 레전설하다!」
안 그래도 한국에서 이미지가 굉장히 안 좋은 중국 재벌 2세다.
기사들이 신나서 주르륵 써내려지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 내에서의 일이다.
「왕 샤오찬」
30분 전。
데뷔전 져버렸다……
레전설 너무 잘해!
가볍게 SNS로 심정을 토로한다
어찌 보면 이리도 철없을 수 있을까?
프로게이머가 장난도 아니고 돈만 많으면 다인 줄 아냐?
-와, 진짜로 참가했어?
-이겼으면 더 멋있었을 텐데!
-승률 0% 프로게이머??
현지 중국인들의 반응은 장난스럽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애초에 승산을 볼 경기가 아니었어.
중국 내에서 레전설의 위상이 워낙 드높다.
그에 반해 IC는 잘 쳐줘야 3, 4위권 팀이다.
결정적으로 그 IC를 레전설이 만들었다.
「IC Gaming」
5시간 전。
구단주가 미쳤나 보다
자신이 원딜러로 나가겠대
레전설에게 삼고초려 할 생각인가 봐
-진짜로……?
-미래에서 왔어요. 실화였습니다
-?!앞으로 두 번 남은 거야?
IC라는 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실력적으로도, 전략적으로 패색이 짙다.
그러니까 레전설에게 눈물 공세라도 해볼래.
장난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지만 원래 푸얼다이가 그러하다.
푸얼다이 중에서 왕 샤오찬은 애교스러운 수준이다.
중국에서 왕 샤오찬은 이미지가 굉장히 좋다.
왜냐!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중국에서 왕 샤오찬 정도는 무개념의 축에 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왕 샤오찬 같은 인생을 하루만 살아봤으면 좋겠어
취미 생활에 마음대로 돈 쓰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게이머들의 꿈과 이상 같은 삶이지
└딱히 문제도 일으킨 적 없고 호감이야
└괜히 국민남편이라고 불리겠어?
갑질, 막말, 폭행, 범죄, 마약…….
재벌 2세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골치다.
특히 중국은 신흥 부자들이 많아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한국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 할 일이 없는 나라다.
대륙 스케일답게 아예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왕 샤오찬의 이미지가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난이 심한 거지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야.
더군다나 훈훈한 외모에 고학력자로 배운 사람이다.
푸얼다이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초특급 다이아 수저다.
엔터테이먼트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로 유명하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미워할 수가 없는 유쾌한 도련님이다.
'최고의 신랑감', ‘국민 남편' 같은 호감적인 별명이 잇따른다.
─그런데 왕 샤오찬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저런다고 레전설이 돌아와?
그냥 1승 날린 꼴이지
└딱히 중요한 대회도 아니잖아?
글쓴이-한국은 몰라도 LMS는 꺾어야지. FW 기세 봐
└어차피 졌을 거라는 말도 있지만 아쉬운 1패이긴 해
└만에 하나 결승전도 못 올라가면……
물론 부정적인 여론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이미지가 좋은 사람도 안티는 있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왕 샤오찬의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왈가왈부가 생긴다.
이러다 리프트 라이벌즈 대만한테조차 지면 어떡해?
아직은 점화되지 않은 불씨다.
하지만 만약 점화가 되면 어물쩍 넘어가기는 힘들다.
국가 대항전.
중국은 이에 상당히 민감한 성격을 지닌 나라다.
비난의 화살이 언제까지고 피해가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이윽고 터져버린 하나의 필연.
리프트 라이벌즈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 관중들이 갑작스레 고요해진다.
작은 탄식과 침 삼키는 소리만이 가느다랗게 들린다.
지난 IEM의 준우승팀 WA.
SKY T1에게 압도적으로 무릎 꿇는다.
========== 작품 후기 ==========
#까먹고 있었는데 내일 반반무입니다
금요일 밤7시에서 다음 날 7시까지였나
그 때문에 규정상 0시 업로드가 안돼요
제 글인데 제가 손 볼 수가 없어요
규정이 그러하니 기다려주셔야 될 거 같습니다
오전7시 7분에 예약을 걸어 놓을게요
#328~330에 나왔던 피로라-〉끠오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