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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86화 (38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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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샤오찬.

드넓은 중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초거대기업의 재벌 2세다.

재벌 3세나 4세도 아니고 2세?

나이가 겨우 20대 후반인데?

의아할 수도 있는 일이다.

'중국은 역사가 짧아서 그래.'

흔히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보다 역사가 긴 나라 아니야?

다른 나라는 몰라도 중국 역사는 인정해야지.

그런데 그 역사 지워진지 오래다.

중국에서 입에 담으면 큰일 날 분, 큰일 날 사건으로 인해 없어졌다.

한국 사람으로서는 쌤통인데 언급하면 나라는 존재도 없어질 수 있어서 민감한 부분이다.

아무튼 그 이후 공산주의 체제가 쭉 이어졌다.

그러다가 불과 30년 전에 개혁·개방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다시 기업이 생겼기 때문에 재벌 3세나 4세가 아니라 2세다.

하지만 아직 20대 후반.

한창 게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나이다.

평범한 사람이면 하거나 보면서 즐기겠지만 이런 분들은 산다.

게임단을, 혹은 선수를.

그래서 잠깐 엮였던 과거가 있다.

친분이 있어서 오랜만에 만난 김에 밥이나 먹으러 가고 있다.

"님이랑 연관되면 저 어느 날 갑자기 훅 갈 거 같아서 불안하단 말이에요."

"안 그래. 요즘 세상에 무슨~."

"자신 있으면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다니지 말던가!"

앞뒤에 듬직하신 분들이 세 분이나 계신다.

이 분들이 계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도 처음에는 간지라고 생각했어.

'근데 같이 다니다 보면 진짜로 살 떨려.'

중국은 혼모노 미친놈들이 많다.

물론 지로보 센세의 명언대로 어느 나라던 미친놈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인구가 하도 많은 중국이라 그 미친놈의 수가 더 많다는 부분이다.

한 번은 길을 걷다가 행인 한 명이 갑자기 칼을 꺼내서 덤벼왔다.

혹시 무공 배운 거 아니야?

보디가드들이 하도 간단하게 제압해서 장난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사람이 가끔 있어서 고용하는 거지."

"그건 맞아요."

왕 샤오찬이 악덕 기업의 아들이라 복수를 하는 건가!

약간 흥미진진해질 뻔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냥 단순히 잘 사는 사람이 너무 부러워서.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게 동기의 전부였다.

빈부 격차가 큰 중국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감탄할 일이 아닌 게 이러다가 나도 한 번 찔리면 어떡해.

"에이, 그런 사건은 많이 생겨야 1년에 두세 번이야."

"아무렇지 않게 셀 수 있다는 것부터 대단한 사람 같습니다 형은."

그런 왕 샤오찬과 형동생 하는 사이다.

나보다 무려 5살이 더 많다.

중국도 나이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다.

한국과 아주 큰 괴리감이 느껴지거나 하진 않아서 지내는데 큰 불편은 없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이 형이 돈을 너무 막 써.

뭐 필요하다고 하면 건물 채로 사다 준다.

'한 마디로 미친 새끼야.'

돈 쓰는 스케일이 다르다.

이를 테면 피로를 푸는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

큰 거 바라는 게 아니라 안마 의자나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거의 완성됐어. 이제 너만 오면 돼."

"형이 일반인 시선을 이해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미친 거 같아요."

일단 그날 부로 층이 하나 늘었다.

사우나 시설이 있는 빌딩 층 하나를 인수했다.

우리가 5, 6층을 쓰고 있었는데 5, 6, 7층이 게임단 거주 구역이 됐다.

'그 정도면 미쳤다고도 안 해.'

딱 거기까지는 예상했어.

이 형이면 그냥 사서 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근본적인 해결이 안된다며 빌딩을 하나 세우기로 했단다.

그런 창의적인 방법이 있었구나~.

그 빌딩이 현재 완공 직전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어쩌다 뱉은 한 마디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소름 돋는다.

"형, 알아요? 내가 그래서 계약을 안 했던 거에요. 무서워서."

"평생 직장 생겼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그렇게 과민반응이야."

시설 좋고, 대우 좋은 신안 염전 같잖아!

평생 묶여 살면 어떡해.

대우해준 만큼 나도 잘해줘야 될 거 같아서 부담이 하늘을 찌른다.

실제로 잘해주기도 했다.

중국에 있을 때 여러가지 많이 도와줬어.

게임단 자리 잡는 것도 도와주고 방송 플랫폼도 많이 키우고.

"재미삼아 하던 일인데 생각보다 잘되니까 용돈 벌이는 되더라."

"용돈벌이요?"

"그 정도 되지."

이래서 계약을 안 했던 거다.

나까지 여기에 취해 가지고 재벌 코스프레를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길 가던 암살자가 궁극기 펼치고 달려든다?

'그런 시나리오의 영화 많이 봤어.'

스스로 말하기 뭣하지만 난 악당 포지션이다.

그래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 않기 위해 평소 노력하는 편이다.

이 형 옆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대리 만족 주면서 죽어주는 돈 많은 악당A가 될 거 같아서 참았다.

"요즘은 중국도 그렇게 치안이 사납진 않은데…… 그렇게 따지면 코돈빈 그 선수가 더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코돈빈은 왜요? 형 그 선수 주목해요?"

"야…… 크크. 좀 탐나긴 하는데 우리팀은 개그보다는 진지한 느낌으로 1위를 목표하고 싶어."

역시 사업가답게 관찰력이 뛰어나다.

한눈에 개그 캐릭터임을 파악하셨네.

그런데 잠깐, 지금 뭐라고?

"코돈빈이 왜요? 위험해요?"

"니 말대로 가끔 미친놈이 있잖아."

오랜만에 돌아온 중국.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나 보다.

* * *

최근 중국에는 두 가지 열풍이 불고 있다.

하나는 E-스포츠.

로드 오브 로드가 거의 국민 게임 수준으로 각광 받는다.

안 그래도 인기가 높았지만 지난 2014년의 롤드컵은 기폭제가 되었다.

우리 중국이 이거밖에 안된다고?

자존심을 대차게 긁었다.

「다얼유, 본격적인 E-스포츠 시장 투자…… 시드권팀 인수 결정.」

「진베이, E-스포츠 시장 눈독. 다얼유에 이어 50억 추가 투자」

「높아지는 E-스포츠의 위상, 방송사들 앞다퉈 프로그램 편성!」

14억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 수.

관심이 폭증한 시장은 기업들에게 매혹적인 기회다.

너나 할 것 없이 나서며 단기간에 엄청나게 판이 커졌다.

2014년 말에 있었던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엑소더스 사태가 이로 인해 야기됐다.

중국 내에 쓸 만한 선수가 별로 없어?

그러면 해외에서 사오면 되지!

E-스포츠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이유다.

덩달아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왜냐!

한국이 롤을 가장 잘한다는 인식이 있다.

─LCK 보는데 확실히 수준이 높은 거 같아

LPL처럼 이상하게 던지거나 잘리는 경우가 별로 없어

그만큼 운영을 잘한다는 반증이겠지?

└싸움은 중국 선수들이 빵즈보다 더 잘해??

글쓴이-글쎄, LPL 내 한국 선수들이 싸움 못하는 거 봤어?

└싸움도 운영도 전부 롤의 중요한 요소야

└중국팀들은 싸움만 잘해서 문제지……

지난 2014년의 롤드컵.

충격적인 북미의 우승은 롤판의 균형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LCK의 몰락이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중국에서 한국 선수들이 워낙 활약을 하고 있다.

체계적인 운영은 어느 지역에서도 아직 따라잡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한 선수의 존재 때문이 크다.

─왕 샤오찬은 레전설을 무슨 생각으로 돌려보낸 거야?

얼마를 주더라도 잡았어야지!

여론을 수시로 눈팅 하면서 왜 그랬을까

LCK에서 고통 받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해

└이번에 LCK 준우승하지 않았어? 폼 떨어질 때 잘 보낸 거 같은데?

글쓴이-경기를 보긴 봤니?

└봤으면 레전설을 깔 수가 없지??

└빵즈 선수들은 안 좋아하지만 레전설은 예외야!

한국 선수들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다.

유명하기만 한 게 아니라 평판 또한 드높다.

2014년의 롤드컵 우승 때문도 있겠지만 다른 한 가지.

바로 LPL에서 유난한 활약을 보였다는 부분이다.

그것이 대략 반년 정도 전의 이야기다.

레전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국 간 레전설 굴욕의 준우승? 초자연적 패배!」

「LCK에 돌아간 건 실수다. 레전설 그가 불행을 겪는 이유는?」

「명리학 권위자 사오팡팡, 사주팔자로 분석해본 레전설은…….」

자극적인 정보들이 줄을 잇는다.

인터넷 기사라는 게 원래 그렇지만 중국은 더 하다.

한국 이상으로 경쟁이 빡세서 먹고 살기가 팍팍하다.

한국으로 돌아간 레전설에 대한 관심이 크다.

LCK에서 과연 얼마나 한 활약을 하고 있을지.

보여준 모습이 있다 보니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LCK 결승전 봤는데 레전설은 여전히 미치도록 잘하네

그런데 같은 팀에 코돈빈?

사이가 굉장히 안 좋은가 봐

레전설이 캐리하는 판에서 의도적으로 던지더라고

└트롤을 한다고? 대회 무대에서?

└나도 봤어. 일부러 강타를 안 쓰던데

└귤플랭크 궁에 스틸 당하는 건 너무 티났지

└한국 선수들 인성도 별 다를 건 없나 보구나哈哈

의외로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LCK가 LPL보다 수준이 높아서 그런가?

찾아보니 그래서는 아닌 거 같아.

같은 팀의 선수가 거의 트롤이다.

아니, 중국인들이 보기에는 그냥 트롤이다.

실제 중국 프로 리그에서는 별의별 사건들이 다 터진다.

팀원이랑 싸우고 게임을 던진다거나.

비인가 프로그램을 써서 실력을 증진시킨다거나.

놀랍게도 솔로랭크가 아닌 대회 무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레전설과 코돈빈은 불화가 있었던 거야

그리고 코돈빈이 말한 거지

'나는 너랑 경기 하면 이길 생각 없어. 이기는 경기도 일부러 지게 만들 거야.'

류샹쉐이 사건처럼 일부러 던졌을 확률이 커

└한국의 1부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한국은 뭔가 깨끗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납득할 거야

└코돈빈 개새끼!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착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심지어 중국.

예를 들만한 사건들이 터지곤 하는 나라다.

코돈빈에 대한 루머는 의외로 신빙성을 얻고 있다.

중국 롤 커뮤니티 사이트들에는 관련 화제가 뜨겁다.

레전설은 일개 프로게이머라 보기 힘들 정도로 위상이 높다.

〈레전설 사건 봤냐고요? 아, 봤죠. 같은 팀이 완전 쓰레기던데요 쓰레기.〉

〈어딜 가나 시기하는 놈들은 넘치는 거야~. 그런 놈은 빵즈라고 불러도 돼.〉

〈코돈빈 개새끼! 너무 시원하게 깠다면서 상해건물주님이 대나무를 다발로~ 정말 감사합니다!〉

팬더TV.

중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중 하나다.

황동하는 유명 스트리머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크게 왈가왈부 중이다.

-?! 대나무를 1만 위안이나?

-저분 레전설 방송 열혈이잖아

-팬더TV에서 레전설 까면 큰일 나지??

팬더TV는 원래부터 잘 나가는 플랫폼이 아니었다.

오히려 후발 주자로서 업계에서 기를 거의 못 폈다.

플랫폼이 출범한지 겨우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구 수가 많을 테니, 시청자 수도 많을 테고 방송 개꿀이겠네?

응, 경쟁자도 많아~.

안 그래도 많았지만 E-스포츠 판이 커지면서 레드 오션이 됐다.

후발 주자인 팬더TV는 과열된 시장에서 굉장히 고전했다.

그런데 레전설이 짠 하고 나타나며 이것저것 판을 키웠다.

그 낙수 효과를 제대로 받은 팬더TV 스트리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치우쳐져 있다.

〈레전설 오빠 한국에서 고생하지 말고 그냥 나랑 살지. 꺄~ 막 이래.〉

〈팬분들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오빠라면 분명 극복할 거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밍밍은 레전설 오빠 편이에요!〉

영향을 쓸데없이 받은 감도 있기는 하다.

이를 테면 다른 방송 플랫폼에 비해 여캠 비율이 좀 많아.

레전설이 여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컨텐츠를 농밀하게 진행한 탓이다.

* * *

중국 상해에 도착한 KTX 롤러코스터.

현지 적응을 위해 나흘 가량 빨리 도착했다.

이번에야 말로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이미 숙소도 잡았고, 연습도 착착 진행될 예정이다.

예기치 못한 하나의 문제로 조금 지체되고 있다.

정글러인 코돈빈이 컨디션 난조를 호소한다.

"알파카, 성훈이 어디 갔어~?"

"모름미다."

"중국 너무 무서워. 사람들이 자꾸 나 째려보는 거 같아~."

"야칸 척하지 마심시오!"

밖에 나가기만 하면 소름이 돋아.

누군가 자신을 해코지할 거 같아.

살짝 대인기피증의 초기 증세를 보인다.

"성훈이는 왜?"

"중국어 할 줄 안다고 들어서 좀 물어보려고 했죠~."

"성훈이 뭐 친구 만나러 간 댔는데…… 아무튼 오바 하지 말고. 외국이라 낯설어서 그래."

정글러로서의 날카로운 감!

하지만 이번에도 자신이 틀린 거겠지.

코돈빈은 이재훈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섬머 결승전에서 KT가 지길 바랬어요

롤판에도 황신이 하나 생기면 좋았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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