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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신 -->
선수들도 충격이겠지만 팬들도 못지 않다.
그토록 열렬히 응원했음에도 결과가 이상해.
지고 이기고를 떠나서 멘탈적인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다
─결승전 KTX 롤러코스터팬 1인칭 시점.Gif
이대로 굳히기만 하면 우승각 잡는……
코돈빈 씨발년아아아아아악~~~~~~~!!!
└진짜 롤러코스터를 타버렸누ㅋㅋㅋㅋㅋㅋ
└바론에서 끈 새끼들 ㄹㅇ 있다
└설마설마 했는데 뺏기는 거 보고 머리 하얘짐
└직관 가서 목청 찢어지고 왔다 ㅅㅂ
그냥 못하고 진 거면 욕하면 된다.
혹은 선수들 열심히 했는데 어쩌고저쩌고 보다듬어 줄 수도 있다.
그거야 사람의 판단과, 성격에 달린 일이니 다른 이가 왈가왈부 할 게 아니다.
문제는 KTX 롤러코스터가 지는 방식이다.
욕할 포인트 잡기 애매하게 절묘한 패배를 선사한다.
팬들 입장에서 진짜 화나고 짜증 나긴 하는데 밉지는 않아.
─정글러도 잘랐고, 이니시도 막으면 바론 스틸 안 당하겠지?
그런데 짜잔! 절대라는 건 없군요.
└형이 거기서 왜 나와ㅋㅋㅋ
└한 10초동안 얼탔다
└레전설 통한의 눈물!
이렇게 지는 경우의 수가 있구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기분이다.
이런 공식을 만드는 사람은 정말 천재일 거야.
KTX 롤러코스터의 경기는 어떤 의미로는 감탄스럽다.
이 상황에서 지는 게 가능해?
순수하게 재미만 놓고 보면 단 한 사람 빼고는 재밌다.
─레전설은 진짜 원통하겠다
천재지변이 무슨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
하늘에서 우르르 꽝꽝! 바론 뺏어가고
길가던 팀원들이 넘어져서 전멸하고
└위기탈출 넘버원도 아니고
└우르르 꽝꽝!
└0%의 확률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1%도 아니고 0%ㅋㅋㅋㅋㅋㅋㅋ
초자연적인 현상이 KTX의 앞길을 막고 있다.
정말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될 정도다.
그런 느낌이 들었던 팬들이 어디 하나둘일까.
약간 애매했던 레전설에 대한 여론.
이 선수 확실히 문제가 있네.
딱히 가라앉은 건 또 아니다.
─근데 레전설은 좀 져도 되지 않을까
달래님이 오빠라고 부르는 거 보고 배알 꼴리더라
└그게 뭐 잘못된 건 아닌데 좀 짜증 나지
글쓴이-그냥 부러운 거지 뭔 짜증이야
└우승까지 했으면 배 아파서 어쩔 뻔했냐
└우주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어요!
물론 일부 여론이다.
그리고 레전설은 글로벌한 선수다.
래딧의 여론은 코돈빈 저 새끼 뭐 하는 새끼냐?
극단적인 예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코돈빈? 텍사스에 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주는 총기에 아주 관대하거든
└빠앙!
└저런 경기가 텍사스나 네바다에서 치러졌으면…… 정말로 사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겠지
└프랑스나 독일은 안전한 줄 알아?
└롤드컵때 두고 봐 LOLOL
무서운 형들이 많은 곳이다.
한국이었다면 이 녀석들 인터넷이라고 센 척하네.
네티즌들의 짓궂음은 국가가 다르다고 크게 차이가 있진 않다.
막 외국이라고 매너 있고, 신사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편견이다.
하지만 다른 점도 당연히 존재한다.
여차하면 진짜 당길 수도 있어.
금속으로 이루어진 묵직한 물체를 구입하는 절차가 간단한 편이다.
혹은 집에 가지고 있는 가정도 드물지 않아.
실제 일련의 이유로 인해 몇몇 나라에서는 우발적인 사고가 빈번하다.
괜히 건드려도 될 만한 형들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 가지 다행인 건 래딧에서만 알고 있다.
편히 자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몰라.
─와, 리프트 라이벌즈 존나 기대된다!
대회 컨셉이 신선하네
스타크래프트 떠오름
└스타크래프트때 팀전 재밌었지
└팀전은 팀전 맛이 있어ㅋㅋ
└ㄹㅇ 개인전보다 팀전 챙겨봄
그 기회가 조금 더 일찍 찾아온다.
* * *
LCK 결승전이 끝나고 단 1주일.
아니, 1주일도 아니고 겨우 5일이다.
실질적으로는 거의 사흘도 쉬지 못했다.
'사실 쉰 것도 아니고 하루이틀 생각하는 시간 가지다가 바로 연습에 임했지.'
만약 우승했으면 여유 있게 쉬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팀 분위기가 참 팍팍해.
참고로 감독과 코치가 닦달한 게 아니다.
그냥 스스로가 다들 찔려했다.
바늘로 콕콕 찔러주고 싶었어.
아니, 이건 내 속마음이고 진지하게 따져도 그럴 만하다.
'다음 대회가 코앞이니 말이야.'
롤드컵이 아니다.
롤드컵의 일정은 조금 더 뒤에 잡혀있다.
그 사이에 한 가지 새로운 대회가 존재한다.
리프트 라이벌즈.
각 지역 리그별 1~4위 팀들이 모여 겨루는 지역별 팀전이다.
본래는 없었던 대회지만 윈터 시즌의 폐지와 함께 신설되었다.
'선수들 일 자리 차원에서도 나쁘진 않긴 해.'
대회의 취지도 좋고, 컨셉도 괜찮다.
근데 아직 시범 단계라 페이가 별로 안 세.
딱 그것 빼고는 만족하며 참여하러 가고 있는 대회다.
"스타크래프트때 팀전 진짜 재밌긴 했어."
"팀이 3 대 0으로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 그게 개대박이었지~."
이미 비행기를 타고 중국 상해에 도착했다.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서 픽업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도중 팀원들의 대화가 귀에 들린다.
'맞아. 개꿀잼이었어.'
개인 리그는 사실 엄청난 팬심이 아닌 이상 잘 안 챙겨 보게 된다.
결국은 이번에 누가 우승했냐?
걔 떨어졌어? 어디까지 갔어?
딱 이 정도의 관심이지만 팀에 대한 충성심은 꽤 오래 간다.
일반 스포츠들의 지지층이 두터운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롤도 비슷한 대회가 생긴다면 반길 일이다.
그 고인물이 한 분 계셨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잖아.
당시 사건의 당사자가 입을 연다.
"그때 영호가 너무 잘해서 질 거란 생각은 안 했어. 질 상대도 아니었고."
"어, 감독님 김영호 선수 아세요?"
"알다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코돈빈을 쳐다본다.
우리 KTX 롤러코스터의 감독님이시다.
이재훈 감독님은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고이셨다.
다른 말이 아니라 KTX 롤러코스터라는 팀에 고이셨다고.
"코돈빈 병신! 김영오는 께이띠 어씀미다."
"그렇구나. 알고 있었는데 깜빡했어~."
당시 KTX 롤러코스터 스타크래프트팀의 감독을 맡고 계셨다.
당연하게도 김영호 선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고 욕으로 타박 하는 건 심하긴 했는데.
'그러다가 강타 쓰는 것도 깜빡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날이 돋친 알파카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나도 하마터면 한 마디 할 뻔했잖아~.
사람 한이라는 게 생각보다 오래 가.
물론 팀의 패배는 모두(나 빼고)의 실수다.
그러면서도 내심 코돈빈 강타 좀 쓰지.
사람 속마음은 들어봐야 아는 거다.
'여하튼 오랜만이긴 하네.'
중국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업무를 보던 나라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 같긴 했는데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한국 복귀 이후 첫 국제 대회의 장소가 하필 중국이다.
하필까지는 쓸 게 아니지만 마음이 지금 착잡하다.
우승을 못한 게 한에 겨워서라기 보다는.
『흑막을 거두는 자』
얼마 전, 퀘스트가 떠올랐다.
어이가 없지만 눈앞에 떠올랐다.
이전에도 한 번 비슷한 게 있기는 했다.
'유리야를 키웠었지.'
RPG에서 약캐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이 녀석도 레벨업 하면 사람 노릇하겠지.
만렙 되면 갑자기 사기캐 되는 거 아니야?!
그런 기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후로 RPG하게 되면 '사기캐'부터 검색해보는 이유다.
뜻밖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나름의 성과는 보여줬다.
'성장을 시킨다면 바스트랑 히프에 포인트를 찍고 싶었는데.'
정신적인 성장밖에 안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심지어 레벨업도 몇 번한 정도로는 티도 안 나.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수많은 사건을 겪었다.
한 번 키우고, 두 번 키우고 몇 번을 고쳐 키워도 부족함이 없는 녀석이다.
앞으로 쭉 깨달음의 인생을 살았으면 싶다.
좀 깨달으라고 빡대가리야!
'……나도 아직 정신 수양이 부족하네.'
유리야를 떠올리면 혈액 순환이 빨라지는 일이 생긴다.
저혈압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한 마리 키워도 좋을 거 같아.
아무튼 생각해보면 필연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납득은 된다.
〈초월적인 힘이 우승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뭐?"
퀘스트가 뜨고 다음날 당사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신이라는 게 있었다.
잠깐 공기처럼 잊고 살았다.
이래서 공기의 소중함을 깨달으라는 거겠지.
'근데 솔직히 다 잊고 살잖아.'
무능한 신의 오피셜에 의하면 너무 빠르다.
단계별 학습을 안 하고 수능 만점부터 받았다.
대충 그런 느낌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버렸다.
그 바람에 포인트 획득량이 미터기를 뚫었어.
언어를 포함해 배울 만한 거는 거진 다 배웠어.
전성기 피지컬을 끌어오는 것도 패시브화된지 오래다.
잊고 살았던 공기의 신, 아니 E-스포츠의 신에 의하면 흑막이 있다.
거대한 의지가 KTX의 우승을 거부한다.
농담처럼 들리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신이 있습니다. KTX는 예로부터 황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악한 신이 아니고 오히려 수호신에 가깝다.
하지만 한 가지 짓궂은 면이 있다.
인과를 뒤틀어 2위를 시킨다.
"그 황신의 가호를 가장 짙게 받은 인물이 콩진호라는 분이구나."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KTX 롤러코스터 게임단의 선배님이셨다.
이런 말하긴 뭣한데 좀 듬직한 선배님을 원했다.
이를 테면 임요한이라던가.
물론 다른 선배님도 계신다.
이재훈 감독님이 말씀하신 김영호.
스타크래프트의 끝판왕격인 존재다.
"……그 김영호도 콩진호를 데리고는 우승 못했다고?"
〈그분은 황신의 화신격인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논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실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에이, 프로 생활을 10년 넘게 했는데 어떻게 우승을 못해.
심지어 스타크래프트는 대회 종류도 많아서 커리어 하나쯤은 쉽게 쌓잖아.
방송사의 과도한 이미지 메이킹.
그 희생양격인 선수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선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골치 아픈 가호가 코돈빈에게도 깃들었다니…….'
사실 나쁜 이야기만은 아니다.
RPG게임으로 따지면 이런 느낌의 버프다
「황신의 가호」
절대 1위가 될 수 없는 대신 2인자가 될 수 있다.
얼핏 안 좋아 보이지만 곱씹어볼수록 괜찮다.
반에서 2등만 해도 어디 가서 공부 잘한다는 소리 듣지 않는가?
프로게이머도 준우승이면 어디 가서 어깨 좀 당당하게 필 수 있다.
'근데 이게 장기간 활동을 할수록 생각보다 크게 작용을 하는 거지.'
우승을 하고 싶은데…… 안돼.
콩진호 선수가 받았을 고통이 이해가 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코돈빈도 황신의 가호를 짙게 받았다는 부분이다.
그 대가로 두 선수가 고통 받고 있다.
하나는 끊임없이 죽고 있는 듀.
다른 하나는 바로 나였다 시발!
"그 말도 안되는 대퍼가 다 황신의 가호 때문이다? 완전 저주잖아! 존재 이유가 뭐야?"
〈신들은 자신에게 해당되는 분야의 인과를 뒤틀 수 있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개입했던 것처럼요.〉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네.
확실히 있어도 될 만한 존재들이다.
내 사정에 따라 평가가 바뀌는 감이 있는데 원래 사람이 다 그래.
한 가지 다행인 건 콩진호 선수 만큼 짙지는 않다.
인과를 비틀 수 있는 다른 존재의 개입.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바로 나처럼?"
〈그렇습니다.〉
"근데 못 이겼는데?"
실력이 부족하나?
아닌데.
내가 말하긴 뭣하지만 나는 충분히 미친 듯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으로 잘하라고 하는 건 학대야.
인권위에 고소 들어가는 수가 있어.
어쩔 수 없는 필연이 존재했다.
〈반드시 두 명이 필요합니다.〉
"왜 하필 2명이야? 3명은 안돼?"
〈안됩니다.〉
두 번째로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정도로 진지한 이야기란 거겠지.
하지만 애초에 3명 이상은 못 구한다.
'나로 인해 극단적으로 인생이 변화한 사람이라.'
함께 한다면 흑막을 거둬낼 수 있다.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이 둘 정도 생각난다.
그런데 그게 말마따나 쉬운 일도 아니니 일단은 나 나름대로 해볼 생각이다.
최근 그 고민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눈앞에 사람들이 굉장히 북적이는 건 아마 시각의 착각이 아닐 것이다.
"나의 영원한 친구! 어서 돌아와 중국에!"
오랜만에 돌아온 중국 땅.
약간 불편한 얼굴이 보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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