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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신 -->
2015 섬머 시즌.
대망의 결승전은 충격의 도가니다.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이겼다.
나이즈의 캐리가 예고되었던 네 번째 세트다.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말았다.
─청와대에 코돈빈의 재강타를 요구합니다!
여러분 10만 표 넘으면 재강타 가능하대요!
└가즈아!
└재경기도 아니고 재강타는 뭐야ㅋㅋㅋ
└응, 재강타 해도 코돈빈은 뺏겨
SKY T1의 정글러 뱅기.
바론 스틸이라는 슈퍼 플레이를 해냈다.
갑분싸가 오지게 오며 KTX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장난이다.
게임의 승패에 큰 지장이 가지 않는다.
바론 하나 뺏긴다고 뒤집힐 격차가 아니다.
너무 많이 유리하다.
레전설이 든든하게 잘 컸다.
바론 버프고 나발이고 근처에 접근하기도 전에 찢긴다.
레전설의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있을까?
꿈도 꾸지 말라는 듯 걸음걸이부터가 흉흉하다.
레전설을 제외한 나머지를 다 죽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쿼드라 킬!
SKY 테이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테이커라도 불가능한 미션이다.
라인전이 워낙 터지고 솔킬까지 당해버렸다.
3데스 코리아나가 딜을 넣어봤자 한계는 명확하다.
〈누가 봐도 왕린이 잘리는 그림이었는데…… 뒤에서 테이커가 궁극기 각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소위 말하는 입롤 궁이 터졌다.
왕린을 무리하게 쫓던 KTX 롤러코스터.
코리아나의 점멸 궁에 네 명이 빨려 들어가며.
〈환상적인 입롤 광역 데미지 CC기가 연계됐습니다. 이게 이렇게 들어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KTX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거 같아요. 하늘이 정녕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왜 하필 그 지역에 들어가는 거야!
-한동안 거기서 사고 안 터지나 싶었다……
-(속보)대퍼존 무사고 갱신
SKY T1이 가진 광역기들이 퍼부어졌다.
어처구니 없는 입롤 한타가 일어나고 만다.
레전설을 제외한 네 명이 싸그리 전멸했다.
〈이거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심지어 킬도 테이커가 다 먹었어요.〉
〈아니, 역전인데요? 탑이랑 미드 우르르 몰려가서 1차만 밀어도 글로벌 골드 역전됩니다.〉
이후 게임이 급격히 묘해졌다.
선수들의 성장, 유불리를 떠나 멘탈에 금이 간다.
한 명, 두 명 이상하게 잘리더니 어느새 넥서스가 위험하다.
아무리 인간이 강한 힘을 소유해도 초자연현상 앞에서는 도리가 없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레전설이 레전설을 미친 듯이 했지만 바꿀 수 있는 흐름이 아니었다.
SKY T1이 네 번째 세트를 승리.
1 대 3 같은 느낌의 3 대 1로 최종 우승을 확정지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결과적으로 이겼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역대 결승전을 다 돌아봐도 이만큼 치열했던 결승전이 있었을까요?!〉
〈경기력으로도, 그 밖의 요소로도 정말 역대급이었던 같습니다. 이게 참…….〉
〈KTX가 결국 이기는가 싶었는데 붙잡고 늘어지면서 보여줬어요.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다. 이기는 팀이 강한 거다!〉
중계진의 마무리 멘트와 함께 2015 LCK 섬머가 막을 내렸다.
그 결과에 대해 누구보다 아쉬워 하는 사람이 둘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죽겠구나……."
유럽의 프로팀 H3k 게이밍.
그 숙소 안에서 리모콘을 내려 놓은 듀가 중얼거렸다.
여태까지의 일상이 계속되는 것 뿐이기에 이제 와서 특별히 충격 받을 일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 대퍼팀 패배의 최대 피해자
괜히 언급해서 더 죽고 있음
└래딧에도 또 올라옴ㅋㅋ
└중국 커뮤에도 올라갔던데?
└영원히 고통 받는 듀ㅠ.ㅠ
└그래도 아직 메피스토보단 덜 죽었지!
약간 두 번 죽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말이다.
결승전에서 자꾸 언급되다 보니 조회수가 올라간다.
못 봤던 팬들도, 봤던 팬들도 다시 한 번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
아쉬움을 넘어 한탄을 쏟아내고 있다.
적어도 자신이 있을 때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사실 자신도 버거워하긴 했다.
"그래……, 바로 그거다 레전설. KTX는 원래 그런 팀이야."
-원맨팀 팀컬러
-KTX는 원래 그런 팀이긴 하죠ㅋㅋ
-사스가 원조 소년 가장!
1세대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의 유명 프로게이머.
김영호는 은퇴 후 파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을 하고 있다.
팬들의 권유에 의해 LCK 결승전을 보던 도중 공감대가 형성된다.
골든 마우스, 금뱃지 수상.
스타크래프트 누적 상금 1위.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 승률 1위.
.
.
.
기타 등등 너무나도 많다.
굳이 설명이 필요 할까 싶다.
그냥 세상에서 스타크래프트 제일 잘하는 선수라고 치면 족하다.
하지만 그런 김영호의 선수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소년 가장이라는 별명에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얼핏 안 좋은 별명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KTX 에이스의 숙명인 거 같아. 레전설 저 선수도 짊어져야지. 뭐, 어쩌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ㅇㅅㄱ
-갓이 말하시는데 인정해야지
-???: 팀이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
소년 가장.
혼자서 팀의 승리를 책임지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와, 이렇게 놓고 보면 영광스러운 칭호 같지만 그 본인에게는 당연히 달갑지 않다.
팀에 자신 말고는 사람이 없는 거 같아.
오죽하면 팀이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
어차피 지니까 자신이 치워야 하니까 너털웃음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롤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법칙이다.
아무리 잘해도 팀이 갖다 던지면 힘들어.
1대1 게임과 팀 게임의 근본적인 차이다.
"팀이 그냥 못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으로 던진다고? 저도 알아요. 저도 롤 다이아 티어에요."
이를 김영호도 모르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니까 스타만 잘하겠지.
하나에 정통하면 다른 것도 금방 배우기 마련이다.
즉, 알고서 하는 말이라는 소리다.
KTX 롤러코스터는 원래 그런 팀이야.
김영호의 선수 시절에도 별별 일이 다 있었다.
"다른 팀에서 강했던 선수들이 우리팀만 오면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거나, 은퇴를 하거나, 부상을 입거나 아오……."
-놀랍게도 저게 실화라는 거
-어쩔 수 없지. 우주의 의지인데
-KTX의 전통이 안 좋은 방향만 닮네 ㅠ.ㅠ
KTX는 원래 그런 팀이다.
유서 깊은 역사가 쓸데없는 쪽으로 작용한다.
* * *
기분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오늘은 왠지 뭘 해도 잘될 것 같아.
반대로 오늘은 일이 잘 안 풀릴 것 같아.
어제는 후자의 기분이 드는 날이었다.
물론 감이지만 내 감이 원래 날카롭다.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묘하게 패배했다.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좋네."
"……뭐? 죽을래?"
"아니, 다짜고짜 뭔 소리야!"
달래가 갑자기 기승전협박을 해온다.
잠깐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나 보다.
"평소에는 끼고 해서 안 좋았다는 소린 줄 알았지."
"뭐 차이가 없는 건 아닌데 더 좋은 거지, 안 좋았던 건 아니야. 아야!"
달래가 옆구리를 찔러온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참.
'그래도 달래가 속이 깊은 아이야.'
평소에는 티격태격 하지만 기분 꿀꿀한 날에는 잘 대해준다.
옛날부터 이 하나는 변하지 않았다.
어제도 갑작스레 납치를 하더니.
"여기 근데 어디냐?"
"호텔."
"호텔인 걸 몰라서 묻겠니?"
결승전이 끝나고 떨떠름해 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막 화를 내고 그런다?
그러면 팀 분위기가 싸해진다.
흔히 말하는 해체 코스를 밟게 된다.
그렇다고 아무 말없이 있는다.
혹은 괜찮은 척 밝게 미소 짓는다.
'역겨워서 그런 거 못해.'
웬만한 상황이면 이런 고민도 안 한다.
설마설마 이런 역전까지는 안 당하겠지.
했던 상상이 현실이 되자 머리가 띵하다.
잠깐 화장실 간다고 바람 쐬러 나왔다.
그런데 눈앞에 알 듯한 누나가 있네.
달래의 매니저 누나가 잠깐 와 달래.
"그리고 떠밀어져서 호텔에 왔지. 아마 숙소는 분위기가 싸하겠지. 너 때문 아니냐?"
"뭐래, 지도 즐겨 놓고."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닌데."
투정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사람이 흥분 상태가 되면 본능적인 걸 원하는 거 같다.
내가 그렇게 껄떡대거나 못해서 안달 난 사람이 아님에도 분위기에 휘말리더라.
'역대 왕들과 영웅들이 간계에 빠지는 이유가 있어.'
달린 이상 알고도 당하게 된다.
막상 자기 상황이 되면 머리가 잘 안 굴러간다.
아무튼 숙소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지금 일부터.
"너는 뭐 스케줄 없니?"
"오늘은 딱히."
"아, 그래."
잘은 모르겠지만 연예인들도 휴일 정도는 있는 거겠지.
왜 하필 오늘 한가해서 말을 끊는지 모르겠다.
'나가기도 뻘쭘한데.'
나가도 딱히 할 게 없다.
숙소에 가면 피드백 같은 걸 할 거다.
경기 끝나고 하는 거야 늘상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못한 게 없다.
잘하면 잘했지 실수한 건 없어.
뻘쭘한 분위기 속에서 화내지도 못하는 얼굴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어딜 가든 고문이구나."
"나랑 있는 게 고문이야?"
성고문 같은 느낌은 없지 않아 있다.
볼 때마다 자꾸 하자고만 해.
가끔 만나서 다행이지 옛날에는 참.
"그러고 보니 어제 해설한다고 하지 않았냐?"
"못 들었어?
"듣겠냐? 건웅도 아니고."
당연한 말이지만 선수들은 해설을 들을 수 없다.
만약 들을 수 있다면 큰일 나겠지.
저 선수 껌이에요 껌!
이런 말하는데 선수가 들었다고 생각해봐.
'화가 많이 날 거 아니야.'
그런 비판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문제될 여지가 있는 건 많다.
와드나 갱킹 타이밍을 듣는다거나.
사실 따질 것도 없이 당연한 건데 지금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피셜, 레전설은 평소에도 쓰레기다. 잘난 척이 매우 심하다. 현실에서도 역겹다. 혹시 나한테 고백할 말 없니?
"딱히?"
"왜 눈을 피해?"
이 쌍노무 자슥아.
혹시나 해서 핸드폰으로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봤다.
화제글이나 다른 거 볼까 두려워서 '달래'만 빠르게 검색했다.
─여신님이 레전설 응원하는 거 보니 짠하네
평소에 그렇게 싸가지 없이 대한다던데
틱틱대다가 질 때쯤 되니까 응원해줌
└여신님 은근 츤데레ㅋㅋ
└물론 이야기만 듣고 판단할 건 아니지만 까톡 자음 답장은 심하더라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할래
└레전설이 레전설했을 뿐!
나쁜 쪽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네.
어디 편파 해설한 거 없나 찾고 있었는데 의외의 상냥함도 보인다.
"평소에도 오빠라고 부르면서 사근사근 해봐. 그럼 얼마나 좋아?"
"니만 좋겠지."
"그건 그래."
그런다고 내가 딱히 달라지지 않을 거야.
유리야의 예가 있으니 고민해볼 것도 없다.
달래 이야기만 듣고 욕하는 애들은 열 받긴 하지만.
"오빠는 졌잘싸 했으니까 너무 기죽진 말고."
달래가 머리를 쓰다듬어온다.
과한 친절이긴 한데 기분이 나쁘진 않아.
나보다 어린 여자한테 어리광 같은 걸 부리고 싶진 않은데.
'달래는 나보다 어리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신기한 일이다.
한 살 차이임에도 초등학생 중학생 돌보는 기분인 누구와는 180도 다르다.
그런데 이 친절함이 약간 섬뜩한 건 기분 탓이겠지.
"너 안전한 날은 맞지 근데?"
"글쎄?"
"왜 아까부터 자꾸 눈을 피하니?"
장난이라고 생각은 한다.
나보다 더 많이 바쁘신 몸이니까.
요즘 얼마나 잘 나가시는지 배가 아플 지경이다.
'이 녀석 때문에 배가 아파서 내 경기력이 1% 내지 2% 정도는 영향이 갔을지도 몰라.'
웬만하면 사촌이 땅을 사도 그러려니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내가 배가 아플 정도면 몹시 잘 나간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배가 부를 일은 없을 거라 믿는다.
무책임하다고 누군가 오해할 수도 있지만 얘는 알아서 잘 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원래 그렇게 하고 싶은 날이 있어.
어제처럼 기분이 많이 꿀꿀할 때.
"졌잘싸…… 오빠, 이거 뭔가 야한 말 같지 않아?"
"음란마귀 들렸냐?"
"졌지만 잘 쌌네 우쭈쭈."
말이 띠껍긴 해도 속이 깊은 친구다.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속이 깊고 좋기는 해. 안 끼니까 더 좋더라고.'
아무튼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살면서 이렇게 운이 안 좋은 경우.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심하다.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공허한 기분으로 멍하니 보고 있던 천장에.
『흑막을 거두는 자』
퀘스트가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결승전의 패배가 너무 충격적이다
저도 웹소설 작가이기 전에 독자이기도 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결 파트라서 당장 한두 번 이기고 지고 보다는 전체적인 완성도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 초점을 둔다는 게 앞으로는 쭉 지다가 혹은 고통을 받다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겠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팀의 컨셉을 보여주는 과정이에요
KT라는 팀을 아시는 분들은 그냥 대퍼만 봐도 빵 터지겠지만 아닌 독자님들도 많잖아요
아무리 현실 설정을 많이 따온다 해도 설명이 부재되면 말도 안되는 거겠죠
이외에 엮는 것이 있어서 아직 이번 5부의 절정에 다다른 건 아닙니다
대략 절반 정도 왔어요
#이전에는 19금 소설이라 지양했는데
이번 건 스토리가 얽힌 거라 썼습니다
딱히 묘사는 없으니 괜찮겠죠?
#우정호 선수 관련을 제가 잘 몰랐습니다
스타판을 잘 모르는 상태로 자료 검색하다가 병에 걸린 사람도 있다고만 얼핏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 문제였네요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했어요
인방충이라는 표현이 있던데
저는 인터넷 방송을 참고 삼아 볼 때가 있지만 빠져서 보고 그러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