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83화 (38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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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개념 해설 -->

세 번째 세트의 밴픽에서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왜 아링을 하는 거지?

한 해설의 기분이 묘해진다.

〈아링……? 갑자기 아링이 왜 이렇게…….〉

-김은준 저격ㅋㅋㅋ

-표정 썩었어!

-아링포비아 ㅂㄷㅂㄷ

SKY T1이 아링을 가져갔다.

이전 세트는 KTX가 그러더니?

김은준 해설이 불편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럴 만도 한 상황이다.

〈테이커 선수가 자존심이 무척 세거든요. 픽을 교환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에요.〉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종종 있다.

SKY T1의 미드라이너 테이커.

자존심과 챔피언폭 넓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는 선수다.

그런데 두 번째 세트에서 만족할 만한 경기력이 안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겼을 뿐 과정은 너무 허망했다.

설욕을 하고 싶다는 픽 의도는 어렵지 않게 상상이 가지만.

〈사실 레전설 선수가 달래씨를 위해서 아링을 픽했던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장난스러운 농담이다.

분위기를 파악 못한 말도 아니다.

채팅창도, 관중석도 만약 그랬던 거라면 재밌겠네.

두 사람의 친분은 익히 유명하니 말이다.

아링 코스프레를 하고 나온 달래를 위해 픽했다.

당황스럽게도 웃음기가 가득하던 표정이 가라앉았다.

〈무관심한 성격이라서 딱히…….〉

〈확실히 게임 관련해서는 정말 진지한 면이 있는 선수죠. 제가 헛말을 한 것 같습니다.〉

-레전설 이 새끼가?

-'그 쓰레기'

-안되겠네. 혼 좀 내주자 애들아!

그 천벌을 받은 것인지.

테이커가 아링으로 초반 선전.

황금수염의 하드 캐리로 SKY T1이 세 번째 세트를 승리했다.

끝난 직후 장난스러운 질문이 있었다.

어느 팀이 최종 우승을 하면 좋을까요?

클끼리 해설의 물음은 사실 대답하기 난감한 부류다.

〈다른 쪽 팀에 몰매 맞고 그러는 건 아니겠죠?〉

〈제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는데……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흑기사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감히 여신님께 해코지를 하려고!

-클끼리 이 쉑 안되겠는데?

-해설 인생 3년차 대위기ㅋㅋㅋ

해설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근거로 A팀의 승산을 높게 본다.

차라리 그런 거라면 모른다.

분석이 아닌 응원은 반대쪽 팬들에게 원망을 사기 십상이다.

다행히 갑분싸 되는 일없이 질문을 받아준다.

따지고 보면 한 번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첫 세트 시작 직전 쯤에.

〈잘난 척이 심해서 졌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는데 반쯤 장난으로 한 말이에요.〉

〈반이요?〉

〈레전설 선수가 사석에서 얄궂긴 한가 봐요.〉

-진짜 미친 새끼 아니야??

-어떻게 달래 여신님한테……

-김은준 또 표정 관리 안되네ㅋㅋㅋ

잘난 척이 심하다.

그래서 졌으면 좋겠다.

반만 장난인 이유가 있을 만도 했다.

〈축하한다고 메세지 보내면 답장으로 ㅇ 한 글자 보내고, 잘했다고 보내면 ㅋㅋ 정도?〉

〈지금 눈빛이 진담인 것 같은데요? 하앜크큭…….〉

〈그러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떤 의미로든 대단한 선수에요 레전설.〉

세종대왕님이 백성들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 한글을 간단하게 창제하셨다.

그 대단한 이점이 현대 사회에서 부작용으로 작용한다.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짧게 끊어 쓰고 있어.

그 극한이 많이 묻어 나는 듯한 선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굳이 해명을 들어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채팅창에서 때려주고 싶다는 여론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인과응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훈 오빠와 많이 티격태격대는 사이긴 한데 그래도 이겼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SKY T1 선수분들이 졌으면 한다는 건 아니고…….〉

〈심정 충분히 알겠습니다! 외모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고우세요~.〉

〈아무리 장난을 치는 사이라도 이렇게 중요할 때는 응원해주고 싶은 게 진정한 친구잖아요? 두 분의 우정이 아름답습니다.〉

-와, 마음씨 너무 고우셔

-쓰레기도 감싸주시다니 도덕책……

-여신님과 장난 치는 사이 개부럽다 ㅅㅂ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일타이피 양쪽 팬들을 전부 사로잡았다.

이미지 관리가 무척이나 잘되며 안 그래도 높았던 주가가 더욱 상승한다.

〈이제 곧 경기이니 진지한 질문도 하나 드려볼게요. 프로 정글러로서 바라보는 코돈빈 선수…….〉

〈역시 강타 싸움은 5 대 5죠.〉

〈아니, 당신 말고요 크크크큭.〉

특출난 외모와 본판을 뛰어넘는 코스프레.

예쁜 초대 연예인이라고 오해 받을 수 있다.

실상은 롤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前프로게이머다.

클끼리도 캐치하지 못한 킬각을 짚었다.

해설자들과는 가진 시각 자체가 다르다.

과연 코돈빈이 어떠한 부분을 보완하는 게 좋을까?

〈강타 빼고는 거의 다 완벽하게 잘하시는 거 같던데요?〉

〈동의합니다.〉

〈저도 동의해요. 자타공인 강타 빼고 다 잘하는 정글러!〉

-이걸 두 번 죽인다고?

-알고 말씀하신 거 아니겠지?

-진짜 누가 봐도 그렇게 보이나 보네ㅋㅋㅋ

반대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아무리 잘해도 강타를 못 쓰는 건 정글러로서 치명적이다.

대회 무대에서 벌어지는 교전 대부분이 오브젝트 싸움이기 때문이다.

강타 싸움을 지면 이겨도 큰 이득을 못 보고, 질 때는 손해가 배가 된다.

선수의 실력이 아닌 징크스 문제라 극복하기도 힘들다.

KTX 롤러코스터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저는 언제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네 번째 세트의 밴픽이 진행되고 있다.

김은준 해설이 묘한 이야기를 꺼낸다.

KTX 롤러코스터의 심상치 않은 픽.

〈그 언젠가가 결승전이 되는 것은 반쯤 필연이었죠.〉

〈반…… 하앜크큭.〉

-김은준 왜 이렇게 웃음보 터졌냐?

-반만 나와도 터지네

-텐션 보소ㅋㅋ

GOO Tigers도 조커 카드를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다.

마찬가지로 KTX 롤러코스터도 그럴 수 있다.

특히 레전설이라면 할 만도 한 챔피언이다.

〈리메이크 나이즈……! 최근 솔로랭크에서 악명이 자자하거든요.〉

악명이 자자하다.

해석이 필요한 이야기다.

무섭다, 너무 강하다 이런 게 아니라 나쁜 평판.

-갈리스타, 카시오가피…… 그리고 나이즈

-헬퍼 챔피언 하나 추가됐지

-헬퍼 나이즈한테 콤보 당해봄? 욕 나온다

얼마 전도 아니다.

꽤 한참 전에 리메이크가 되었다.

가장 기본 챔피언 중 하나로 손 꼽히는 나이즈.

스킬 매커니즘이 복잡하게 바뀌었다.

장인 유저들조차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한동안 고인 챔피언 취급 받으며 묻혀있었는데.

─헬퍼가 나이즈 쓰니까 완전 미쳤더라

스킬 콤보 한 번 당하면 그냥 녹아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고 죽음

갈리스타보다 더 무서워ㄷㄷ

└헬퍼 나이즈는 생각도 못했네;

└나이즈가 잘 쓰면 좋다는 건가

└교수님이 강의 한 번 안 해주시나?

└이런 건 로봇 교수님이 강의해줘야지ㅋㅋ

아이러니하게도 헬퍼가 쓰면서 주목 받게 됐다.

콤보만 제대로 돌리면 센 챔피언이 맞구나?

김은준 해설의 예상은 굉장히 합리적이다.

와아아아아아-!

KTX 롤러코스터의 팬들의 함성 소리가 쏟아진다.

레전설이라면 소화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얼마 전 웃픈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피지컬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헬퍼로 오인 받아 제재가 내려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앜크큭.〉

〈그만 좀 웃어요! 이 중요한 결승전에서 뭐 하는 거야 이 양반이!〉

원래 사람이 한 번 웃기 시작하면 멈추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보다 못한 진용준 캐스터의 타박.

그런데 확실히 실소가 나온다.

부계정으로 헬퍼 전용 챔피언만 했다.

초고승률로 챌린저를 찍으니 주목 받게 된다.

헬퍼로 오인한 게임사에서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일련의 이야기를 해설자들이 모를 리가 없다.

롤판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가장 관심을 가지는 직업이다.

그 데이터를 근거로 나이즈의 픽을 추측해낸 김은준 해설.

〈지금 이 기세 뒤집으려면 이 정도 카드 나와줘야죠. 저는 이 판단 충분히 근거 있고, 유의미한 변수를 가져다 줄 거라고 봅니다.〉

표정을 가다듬고 픽에 대한 평가를 되짚는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어떠한 경기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겨야 한다.

지는 순간 결승전이 끝나고 만다.

그 당연한 이유 말고도 한 가지 더.

〈듀 선수의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죽고 있어요!〉

〈현재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보고 있을 거에요. KTX의 승리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겁니다.〉

최소 수천만 번은 죽었다.

2013년 동료의 원수를 갚고 싶다.

코돈빈은 사전 인터뷰에서 당당하게 선전포고 했다.

그 간절함은 SKY T1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규합된 팀에게 왕좌를 내줄 수는 없다.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네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 * *

─퍼스트 블러드!

경기가 시작한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서 사고가 터진다.

〈이거 난리 났습니다. 대형 사고에요……!〉

클끼리의 말미가 비장하다.

사고도 보통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리플레이를 통해 미드 라인이 비쳐진다.

투웅!

뱅기의 구리가스가 갱각을 절묘하게 노렸다.

이것이 관연 틀린 판단이었는지.

딱히 논할 만한 것도 아니다.

〈잡으면 대박이고, 체력이나 점멸만 빼도 만족한다. 테이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으니까!〉

SKY T1의 기본적인 전략이다.

테이커가 라인전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테면 유효갱.

권투로 따지면 잽에 해당하는 갱킹으로 상대의 힘을 빼준다.

안타깝게도 배치기가 한 끗 차이로 맞지 않았다.

나이즈의 옆무빙이 절묘했던 탓이다.

그래봤자 술통 굴리고 도망가면 되지.

그렇게만 해도 체력이 깎인 상대는 기분이 나쁘다.

〈저희가 현실에서 길 가다 부딪히면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가지만…… 소환자의 전장은 아니에요.〉

저는 괜찮습니다, 먼저 지나가십시오.

그런 정중한 인사가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다.

경기 시작에 앞서 평소의 생활 태도가 지적 받기도 했다.

샤락-!

책장을 펼치고 구리가스의 멱살을 잡는다.

마치 그런 느낌으로 두들겨 팬다.

테이커의 코리아나가 지원 사격을 했으나.

─퍼스트 블러드!

KTX 레전설님이 SKY 뱅기님을 처치했습니다!

오히려 앞점멸로 구체를 뛰어넘는다.

구리가스를 향해 스킬쿨을 쏟아낸다.

순간적으로 속박이 무려 세 번이나 들어갔다.

〈나이즈의 패시브가 활성화되면 실드가 생기면서 스킬쿨이 비약적으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너무 막 줄어든다.

딜 사이클을 돌리는 일이 어렵다.

심지어 패시브가 끝나면 현자 타임이 찾아온다.

나이즈가 헬퍼 전용 챔피언이라는 오명이 붙은 이유다.

레전설은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선취점의 사고는 필연으로 연결된다.

─KTX 레전설님이 SKY 테이커님을 처치했습니다!

서로 욕심이 조금 있었다.

특히 테이커에게서 느껴졌다.

저 나이즈를 한 번 따고 싶어.

그 판단이 틀렸다고 하기엔 애매하다.

노려볼 만했고 체력도 제법 깎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아프게 들어와.

〈아니, 와 무슨……! 코리아나가 거~의 풀피였는데 삭제 당했어요!〉

나이즈의 사기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 이전에 플레이어가 너무 잘한다.

가진 바 기대치를 전부 이끌어낸다.

이후 흘러가는 게임은 간단해진다.

나이즈가 책장을 펼친다.

이퀄, 한 명이 죽는다.

─더블 킬!

KTX 정글&서폿의 완벽한 시야 장악.

설계를 해주자 나이즈가 쓸어담는다.

레전설이 미쳐 날뛰며 게임을 캐리한다.

〈이렇게 캐리해도 ㅇ, ㅋㅋ 이러나요? 상상이 잘 안 가는데 크큭.〉

〈까톡으로는 원래 말이 짧은 편이에요. 현실에서는 더 역겨워서 문제지.〉

-춘자 ON!

-너란 쓰레기……

-상남자네 상남자

-방송 초창기 때 진짜 미친놈이었는데 모르는 사람 많네ㅋㅋ

네 번째 세트가 지극히 유리하다.

안 그래도 파악이 잘 안된 챔피언이다.

그런 나이즈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엄청난 성장을 해냈다.

언제 어느 때 어떤 변수가 터트릴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아니, 어?〉

변수,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다.

KTX 롤러코스터와는 악연을 가진 사이다.

2015년 섬머 시즌.

그 왕좌를 향한 질주는 끝내 혹독한 길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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