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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82화 (38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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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개념 해설 -->

그야말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팀.

그 세 글자가 전혀 손색이 없다.

〈운영, 잘라 먹기, 마지막 슈퍼 플레이까지 완벽했어요.〉

진행되고 있는 2세트 경기.

김은준 해설이 가쁜 숨을 붙잡고 말을 잇는다.

리플레이를 통해 당시 상황이 다시 한 번 재현된다.

샤락!

슈웅~!

아링의 매혹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자르의 반응도 눈부셨다.

「잊혀진 제국은 영원하리라!」

0.1초의 경직도 없는 듯한 정화 사용.

이후 날아가 부딪히며 궁극기로 밀쳐냈다.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선의 선택인 건 맞다.

도망간다는 선택지를 고르는 순간 진다.

바론 먹히고 답이 없어진다는 것을 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판단은 훌륭했으나.

〈아링이 워낙 잘 커서 못 버텨요. 이를 커버하는 과정에서 우르프도 궁극기가 빠졌습니다.〉

〈여기까지는 진짜 완벽했는데…….〉

양팀의 미드라이너가 죽었다.

얼핏 SKY T1도 괜찮은 교환이네.

제압 골드가 상당히 쏠쏠하게 들어온다.

문제는 바론에 있다.

레전설이 벌어낸 10초 남짓한 시간.

그 사이에 KTX는 바론 버스트를 해서 잡았다.

─블루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확실하게 아무런 방해 없이 잡는 듯했다.

하지만 엄밀히, 엄격하게 따지면 있긴 했다.

하늘에서 우박처럼 내려오는 귤플랭크의 궁극기.

〈아니, 이게 당연히 애코가 먹는 줄 알았거든요?〉

〈제가 봤어요! 순간적으로 2까지 떨어졌습니다!〉

-단 2!

-코돈빈 개새끼야아아!!!

-하다 하다 귤플랭크 궁에 스틸을 당하네 와;

세 명이서 쳤기 때문에 체력 손실이 적지 않다.

SKY T1의 봇듀오가 KTX를 압박한다.

부활한 랙싸이가 궁극기를 탔다.

─더블 킬!

SKY 황금수염님이 학살 중입니다!

추가적인 손실로도 이어졌다.

존재감이 삭제돼있던 황금수염.

트리플 킬을 먹으며 킬 세탁을 마쳤다.

〈강타를 천천히만 썼어도 귤플랭크 궁에는 정말…….〉

〈어떻게 2가 남죠. 2가? 하필 2가?〉

〈2는 금기어입니다. E-스포츠에서 금기어에요!〉

-콩의 얼굴이 보여……

-코돈빈 왠지 닮았다고 생각했더니

-제발 숨 좀 쉬어 코돈비이이인!!

변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방적이던 경기다.

그래도 KTX면 비벼질 가능성이 있다.

양팀 팬들이 다른 의미에서 서로 기원을 했다.

결과적으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과정으로.

왕린의 귤플랭크가 바론을 스틸하며 면죄부를 얻는다.

─블루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생존한 인원에서 앞선다.

SKY T1이 마침 젠된 용을 가져간다.

분명 압도적으로 벌어졌던 글로벌 골드가.

〈지금 꿈을 꾸는 느낌이긴 한데 틀림없는 현실이에요. 결국 SKY T1이 급격하게 따라붙었습니다. 1분 전과는 상황이 180도 달라요.〉

로드 오브 로드에서 가장 중요한 두 오브젝트다.

한꺼번에 가져가니 불리함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글로벌 골드를 따라잡기를 넘어 오히려 앞서게 됐다.

그나마 변수라고 꼽을 수 있던 사이드 라인 스플릿조차.

콰광쾅!

나무통 세 개가 연달아 폭발하며 미니언을 삭제시킨다.

그 사이에 낑겨 있던 끠즈도 함께 휘말린다.

단 한 방 맞았을 뿐인데 1/3 피.

어마어마한 위력을 뽐낸다.

〈탑끼리는 아직 성장 차이가 나요. 그럼에도 저 정도로 박히는 게 귤플랭크입니다.〉

〈금은 장식 머리띠까지 갖춰져서…… 이제는 솔킬각도 안 나올 거에요.〉

바론을 기점으로 경기가 기울어졌다.

심지어 아직 바론 버프가 파릇파릇하게 살아있다.

「융단 폭격이다!」

업그레이드 된 귤플랭크의 궁극기가 포탑 주위를 수놓는다.

그리고 앞에서는 강화된 미니언이 덮쳐.

수성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바론 버프가 끝날 때쯤 되자 포탑 상황이 오히려 우위다.

글로벌 골드도 3천 골드 가량 더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조합의 성장 기대치 또한.

〈이런 구도가 돼버리면 아링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챔피언입니다.〉

-아링포비아가 또……

-시동 걸렸죠?

-옆에 아링 본인이 있는데ㅋㅋ

권위 있는 아링포비아 김은준 해설의 입에서 한 소리가 나온다.

서로 조합이 탄탄해질수록 활약할 수 있는 각이 안 나와.

데이터에 근간한 건설적인 비판인 건 분명하지만.

〈혹시 저도 싫어하세요?〉

〈잠깐만요. 사람들이 저를 자주 모함하는데 전 아링도, 달래씨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아링이 중후반 정식 한타에서 다른 미드라이너보다 힘을 못 받는 챔피언인 건 맞아요.〉

〈그거라니까요! 그거!〉

-왜 화를 내ㅋㅋㅋㅋ

-감히 김은준 앞에서 아링 코스프레를!

-아링 코스프레가 아니라 아링 그 자체자너~

잠시 말문이 막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

당사자와 똑같이 생긴 분이 바로 옆에 앉아 계시다.

컨셉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코스프레를 하고 왔다.

픽 단계부터 나왔던 이야기지만 까이니까 한층 더해.

해설하기가 유난히 눈치 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김은준 해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아링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초중반까지는 더없이 매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임이 이 지경이 되자 애매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아링이 발버둥을 친다고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와아아아아-!

경기장의 군중들 절반 가량의 함성 소리가 높다랗다.

기분 탓이 아니다.

여성팬이 많기로 유명한 SKY T1이다.

우연찮게 잡은 승기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으며 굳혔다.

〈KTX로서는 통한의 한 판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체력이 딱 2가 남아서…….〉

〈첫 세트도 그렇고, 두 번째 세트도 그렇고 정말 어떤 의미로는 예상을 뛰어넘는 승부가 펼쳐지고 있네요.〉

못 다 한 이야기가 좀 많다.

바론 이후 워낙 급격하게 흘러갔다.

다른 말을 할 여유가 거의 없었을 정도로.

경기가 끝나고 총평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결국은 이런 초강팀, 그리고 변수 창출이 능한 스타급 선수들의 대결은 예상이 큰 의미가 없다. 방증하는 듯한 한 판이 아니었나 정리해봅니다.〉

-가장 강력한 변수는 코돈빈

-거기서 바론 스틸 당하고 게임 비벼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누가 코돈빈 입에 산소 호흡기 좀 달아봐아!!

정말 숨만 쉬어도 이길 것만 같은 게임이었다.

숨을 못 쉬어서 질 거라고 어떻게 예측을 해?

커뮤니티에 수많은 의문글이 올라오고 있다.

─뭐야? KTX가 졌어??

경기 꿀잼이길래 잠깐 편의점 갔다 왔는데

훈제 닭다리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바로 왔는데……

대체 무슨 사고를 쳐야 방금 게임이 뒤집힐 수가 있는 거지?

└초 자 연 현 상

└(강타의 신이 휩쓸고 지나간 모습이다)

글쓴이-혹시 나 때문 아닐까? 월드컵 때도 나 안 보니까 졌었는데

└응, 그건 아니야

어쩌면 그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왠지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지는 사람들.

징크스를 가진 이들이 원기옥을 모아서 기적을 이루어냈다.

차라리 그런 거라면 선수들의 입장도 편할 것이다.

KTX 롤러코스터의 부스 안은 초비상이 걸렸다.

SKY T1도 전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SKY T1도 찝찝할 거에요. 이겼지만 이긴 기분은 아닐 거거든요.〉

〈누가 먼저 멘탈을 잡느냐가 큰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예상을 불허하는 결승전이 진행되고 있다.

* * *

SKY T1 대 KTX 롤러코스터.

LCK의 결승전은 전세계적인 관심사다.

작년 롤드컵 이후 거품이 꺼졌다는 이야기가 있긴 있어도.

─WOW…… LCK 결승전 장난 아니게 재미있는데?

정글러가 강타가 없어!

└정글러가 강타가 없다니 말이 돼?

└LCK에는 강타를 안 드는 메타가 왔나?

└바론 스틸 당한 걸 비꼬는 소리일 거야 LOOOOL

└한국은 탑의 나라잖아. 한국의 탑솔러라면 노리고 쏜 걸 걸지도 몰라!

여전히 강국으로 취급 받는다.

특히 이번 LCK의 결승전.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는 라인업이다.

테이커도, 레전설도 해외 인기가 상당한 선수들이다.

그런데 경기까지 박진감 넘치게 진행돼.

서양에서 가장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게임 커뮤니티인 래딧에서 화두가 뜨거울 만도 하다.

└Oh My God…… :O

└프로게이머가 저런 실수를 한다고?

└한국이 많이 휘청인다는 소리는 듣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코리안잼!

주고받는 내용이 칭찬 일색이라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게 한국 사람들의 생각도 크게 다를 건 없어.

볼 때마다 일부러 저러는 건지, 불가피한 실수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코돈빈은 한국에서 손 꼽히는 정글러야

사람마다 판단이 달라도 세 손가락 안에는 꼽혀

지금 이 상황에서 믿어주는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종종 한국 글 쓰는 유학생이구나!

└Um…… LCK 관련해서 네 글은 유익하게 읽지만 솔직히 공감이 안 가

└정글러로서 너무 초보적인 실수야

└초보도 저런 실수는 안 하지 않을까? : p

원색적인 비판이 보일 만도 하다.

래딧에서 레전설은 거의 신적인 존재다.

과장을 약간 포함해도 그렇고, 안 포함해도 크게 다를 건 없다.

북미의 롤드컵 우승.

불가능에 가까운 숙원을 이루어낸 영웅이다.

그런 레전설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일단 까고 본다.

한국 커뮤니티의 여론도 좋지는 않다.

아무리 강타를 못 써도 이번에는 심했다.

다음 세트에서 결자해지 하기를 바라고 있다.

─퍼스트 블러드!

SKY 테이커님이 KTX 코돈빈님을 처치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 번째 세트.

만회는 커녕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테이커의 아링이 유혹-점멸을 적중시키자 뱅기가 칼같이 호응한다.

〈테이커! 아니, 진짜 와……! 이러면 아링 뽑아도 되죠!〉

〈킬 양보까지 너무 깔끔하네요. 테이커&뱅기, 영혼의 듀오라 불릴 만합니다.〉

테이커가 잘했다.

코돈빈이 안이했다.

갑론을박이 오가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전 세트의 패배로 멘탈이 흔들리고 있다.

결국 세 번째 세트는 장기전 끝에 SKY T1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레전설이 반전을 노려보려 했으나 뜻밖의 복병이 있었다.

1, 2세트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황금수염.

─황금수염 1,2세트 부진 이유.jpg

수염 자랐음

└검은 수염 네 이노오오옴!

└지금은 안 자라있는데?

└2세트 끝나고 화장실 가서 깎은 듯

└수염만 깎으면 미친 듯이 강해지는 그는 대체……

절대 저평가를 받을 선수가 아니다.

SKY T1이 워낙 왕린과 테이커 위주로 몰아주다 보니까 어쩔 수 없었을 뿐이다.

잠자코 커서 후반에 하드 캐리한다.

상체가 워낙 치고 박고 있으니 성장하기가 편했다.

3코어 이후 매 한타 캐리 하며 MVP를 수상하는데 이른다.

아링이 MVP를 뺏기자 김은준 해설은 안도의 한숨을 내리 쉬었지만.

─???: 여보세요? SKY죠?

네, 통신사 좀 바꾸려고요

└강팀준ㅋㅋㅋㅋㅋ

└벌써 바꾼다고?

└강팀이면 그냥 다 좋아해!

SKY T1의 세 번째 세트 승리는 의미가 크다.

김은준 해설이 냉철한 분석을 늘여 놓았다.

양팀 선수들의 멘탈이 흔들리는 상태다.

〈그런데 왕린과 황금수염 선수는 결국 붙잡았어요. 반대로 코돈빈과 알파카 선수는 우려가 돼요.〉

차라리 원래 못하고 있었던 거면 모른다.

그런데 1, 2세트 굉장히 활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잘해놓고 우주의 의지가 방해하듯이 져버리니 멘탈이 깨질 만도 하다.

그 여파가 세 번째 세트에 고스란히 미쳤다.

부정을 하기에는 안 할 만한 실수들이 눈에 띈다.

결승전급 무대쯤 되면 베테랑급 선수들도 멘탈 문제를 호소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사실 해설하는 저희들도 정신이 없어요. 당장 다음 세트가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조차 안 갑니다.〉

클끼리 해설의 이야기도 공감이 된다.

오히려 해설 입장에서 포인트를 잡기 힘들다!

선수들의 수준이 워낙 높고, 변수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다 내려놓고 순수하게.

과연 두 팀 중 최종 우승팀은 누가 될까?

조금 익살맞은 질문일 수도 있으나 그렇기에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요?〉

〈해설의 입장이 아니라 재미삼아. 레전설 선수가 고통을 받고 있잖아요? 대답이 곤란한 부분이면 안 하셔도 되고…….〉

클끼리의 물음에 쓴웃음을 달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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