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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81화 (38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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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개념 해설 -->

프로게이머는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좋다.

프로게이머들 중에서도 고하가 나뉜다.

그런 말이 있어도 애초에 다 일반인과는 거리가 먼 괴물들이다.

그 정도는 하니까 게임으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뭐지? 진짜 아…… 반응하려고 점멸에 손 올리고 있었는데."

SKY T1의 원딜러.

황금수염이 허탈하게 중얼거린다.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변명을 하게 된다.

중요한 상황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나온다.

─더블 킬!

KTX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정글러인 뱅기까지 죽었다.

유리했던 교전에서 엄청난 손해를 봤다.

대비를 안 한 게 아니었음에도.

"웬만한 리픈은 다 반응하거든? 예측으로 쓰기는 좀 그래서 아꼈더니……."

"괜찮아. 멘탈 잡아 멘탈."

프로 레벨에서 리픈의 대처법은 정의가 돼있다.

점멸 스턴만 준비 동작 보고 피하자.

어지간한 챌린저 리픈 상대로도 문제가 안된다.

그런데 레전설의 리픈은 무언가 한 타이밍 빨라.

고작해야 0.1~2초 남짓이지만 고수준의 게임에서는 결정타로 작용한다.

스턴을 당한 탓에 불바다 미사일을 피하지 못했고, 리픈의 궁극기에 마무리 당했다.

최소 한 명 이상 잡고 포탑까지 가져갈 거라 그렸던 교전이 180도 뒤바뀐다.

3킬을 내주고 포탑과 용까지 나간다.

어마어마한 대형 사고다.

'……쟤는 상대할 때마다 어이가 없네.'

프로게이머들은 서로 겨뤄볼 기회가 많다.

대회 무대는 물론이고 솔랭에서도 자주.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어처구니가 없다.

레전설에게는 늘 알고도 당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괴리감에 식은땀이 흐른다.

처음에는 실수나 안이했던 거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적에게 당했습니다!

눈 뜨고 코를 베였던 게 맞았다.

다음 용을 2분 앞두고 미드에서 대치 도중.

레전설의 리픈에게 점멸 이니시를 당해버렸다.

"아아아……."

침이 바짝 마르며 생수를 연신 들이키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이미 죽었으니까.

스턴 연계 이후 구리가스가 들어오며 불바다 미사일이 깔렸다.

원딜러는 뭘 해도 살 수가 없는 구도다.

애초에 스턴을 안 맞는 게 최선이었다.

알고도 당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KTX 킹인님이 학살 중입니다!

극도로 말렸던 적 탑라이너까지 풀리게 됐다.

황금수염은 왕린의 눈치가 안 보일 수가 없다.

경기 중에는 일단 하고, 나중에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불문율이지만.

'저 형 성깔에……'

학교에서, 군대에서 규칙이 있다고 그게 다 지켜지겠는가?

원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법이다.

선수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체 생활에서는 유난히 눈치가 보이는 상대라는 게 있다.

그것이 황금수염에게는 왕린.

엄청난 커피 솜씨로 감독에게 총애까지 받고 있는 형이다.

"멘탈 잡아. 방금 전 구도만 안 나오면 아직 할 만하니까."

"네, 형……."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에 황금수염은 안심했다.

이제부터라도 아예 반응할 생각조차 하지 말자.

상대도 점멸 없이는 걸기가 애매한 조합 구성이다.

SKY T1은 운영의 강점을 살려 게임을 풀어가고자 했다.

아직 그럴 만한 저지력은 있다.

성장 기대치와 조합의 시너지라는 버팀목이 있었으나.

쿠웅!

단순한 스턴이다.

점멸 스턴이 아니다.

거리를 내줬다는 생각에 긴장한 황금수염은 실수를 하고 만다.

"……나 플 빠졌어. 예측플 썼는데 아니었네."

"야."

"네, 형!"

"열심히 해라."

하지만 세상에는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게 있다.

점멸도 없고, 잘 크지도 못한 원딜러.

카이팅과 포지셔닝을 잘해도 한계가 명확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녹아버릴 만큼 리픈의 성장이 무시무시하다.

SKY T1은 최대한 분전했지만 원딜러가 없다.

원딜러가 없으면 4AP 조합이다.

─적 더블 킬!

트리플 킬!

KTX 레전설 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바론 앞 한타에서 대패.

이후의 게임은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 죽어버렸기 때문에 바론 스틸도 시도할 수가 없어.

첫 번째 세트를 패배하는데 이른다.

안 그래도 바짝 마르던 입가가 더욱 애타진다.

캐리 중이었던 왕린이 얼마나 불같이 화를 낼지.

"준식아."

"네, 형."

"잘하자."

"……네, 노력하겠습니다."

의외로 담백하다.

이따금 왕린이 타주던 커피의 맛처럼.

SKY T1은 박다균 감독의 주도 하에 피드백을 마쳤다.

킴지훈과 테이커의 교체.

밴픽의 방향성 수정.

그리고 봇라인을 보강해야겠다.

"솔직히 말해봐. 지금 멘탈 아슬아슬하지?"

"네 살짝……."

선수 입장에서 스스로 말하기 뭣한 부분이다.

님들 저 멘탈 깨짐~.

다음 경기 잘 안될 거 같음~.

어지간히 얼굴이 두꺼워도 하기 힘든 말이다.

이를 체크하는 것도 코치진의 역할이다.

점멸 실수에서 너무 뻔히 보였다.

"다음 세트는 봇도 케어를 해주는 방향으로 갈 거야. 1세트 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해보자."

SKY T1은 현재 LCK의 모든 팀 중 식스맨 제도를 가장 잘 이용하고 있는 팀이다.

식스맨, 팀이 여섯 명!

그런 뜻이 아니다.

몇 명이든 서브 멤버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식스맨 제도다.

SKY T1의 경우 테이커라는 칼, 킴지훈이라는 방패.

미드가 바뀌면 팀의 색깔까지 바뀐다.

패배 후 침체돼있는 분위기 전환도 꾀할 수 있다.

이전 세트랑 달리 받쳐주기만 해도 되겠구나.

황금수염은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제가 귤플랭크 해서 봇에 지원하는 식으로 해볼까요?"

"아직 숙련도 문제 있지 않아?"

"챔피언 자체가 좋아서 다루는 문제도 없습니다. 이번에 교수님 강의도 수강 했고……."

왕린도 나서서 봇에 힘을 실어준다.

이는 저격적인 요소도 섞여있다.

최근 귤플랭크의 주가가 높다.

아이템이 갖춰질수록 너무 세.

만에 하나 레전설이 귤플랭크를 한다?

캐리력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레짐작인 감은 있지만 본인이 한다니까.'

가져와서 최소 나쁜 카드는 아니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두 번째 세트가 시작한다.

* * *

첫 번째 세트는 고단했다.

초반 탑라인 교전이 잘 안 풀렸던 탓이다.

하지만 이후 게임을 비빌 기회가 몇 번 있었고.

'리픈으로 원딜러만 한 3~4번 족치면 대부분의 게임은 끝나.'

무난하게 족치며 게임을 승리할 수 있었다.

상대가 4AP라서 더더욱 쉽게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세트는 상대의 조합 밸런스가 만만치 않아.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상대 또한 만만치가 않다.

미드라이너가 교체됐다.

'성향이 완전히 달라.'

킴지훈이 묵직한 방패라면 테이커는 날카로운 창이다.

뭐, 상대가 어떤 성향이건 딱히 가리는 편은 아니다.

수비적이든, 공격적이든 큰 틀에서는 비슷해.

가드가 느슨한 시점을 노린다.

공격성을 역이용해 카운터 친다.

허점을 파고든다는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하다.

하지만 까다로운 쪽을 뽑자면 역시 후자 쪽이다.

방패는 두들기다 보면 언젠가 열리기 마련이다.

창은 내가 찔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후웅!

미혹의 물방울이 미니언을 스치며 되돌아온다.

만약 아자르까지 스쳤다면 킬각.

노려보려 했으나 쉽게 안 준다.

괜히 무리하다가는 역으로 당할 공산이 있다.

사실 그보다는 다른 한 가지 이유가 더 크다.

탑라인이 워낙 잘해준다.

「점심 시간이네!」

킹인의 끠즈가 탑을 무섭게 압박한다.

던져진 상어가 끄트머리에 맞았다.

─KTX 킹인님이 SKY 왕린님을 처치했습니다!

솔킬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로 연결된다.

근데 이건 킹인이 엄청 잘했다기 보다는.

'귤플랭크 숙련도가 겁나 미숙하네.'

끠즈 궁을 맞고 바로 귤로 풀었다.

귤이 만병통치약 느낌이라 어지간한 건 푼다.

하지만 끠즈 궁은 예외고 그 탓에 더 쉬워졌다.

점화텔 끠즈라서 다이브가 엄청나게 강하다.

킹인이 이전 세트의 실수를 만회한다.

이는 코돈빈의 덕분도 적지 않다.

「이리 오실까?」

탑갱으로 귤플랭크의 점멸을 빼줬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있는 정글 애코를 굉장히 잘 다룬다.

지금도 시간 정지 지대의 위치가 절묘하다.

탑이 무너지자 조급해진 적 미드라이너.

아자르를 향해 코돈빈이 들이닥쳤다.

W스턴을 정화로 즉시 풀어내긴 했으나.

'정화가 빠진 시점에서 죽은 거야.'

3단 대쉬로 다가가 유혹-점멸을 날린다.

절묘한 각도와 타이밍이라 못 피한다.

대신 상대는 궁극기로 맞받아쳐 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알고 있었기에 거리 조절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3티몽 미터를 유지하면 된다.

코돈빈은 의식하지 못했는지 당했다.

「시공간 회귀!」

하지만 궁극기를 사용해 살아 돌아온다.

애코 정글을 픽한 이유를 보여준다.

'이러면 게임은 거의 끝났지.'

봇라인도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상한 스로잉만 조심하면 된다.

소위 말하는 대퍼라 불리는 기현상 말이다.

"킹인 돌리고 우리가 끊어먹기만 하면 돼. 제발……."

맏따의 간절한 오더 하에 착착 스노우볼을 굴러나간다.

운영을 하기에 굉장히 용이한 구도다.

'끠즈가 솔킬 따기 시작하면 진짜 답도 없어.'

무엇보다 내가 아링이다.

시야 주도권을 쥐면 할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많다.

이를 테면 혼자 다니는 원딜러를 잘라 먹는다거나.

샤락!

슈웅~!

원딜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근데 원래 암살자가 잘 크면 원딜러만 보인다.

제일 만만하기 때문에.

─적을 처치했습니다!

고르키는 순간적인 기지로 유혹을 반응했다.

하지만 딜로 찍어 누를 만큼 성장한지 오래다.

돌아오는 물방울과 점화가 더해지며 고르키가 삭제된다.

주도권을 잡고 일련의 암살을 반복한다.

그것만으로도 상대는 골머리를 썩는다.

그런데 봇라인에서는 끠즈가 설쳐.

─KTX 킹인님이 학살 중입니다!

SKY 뱅기님이 KTX 킹인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킬 교환이 되기는 했지만 점멸과 귤플랭크의 궁극기를 뺐다.

경기는 9 대 4의 스코어 이상으로 유리하다.

포탑 상황도 현저히 차이나 글로벌 골드도 압도적이다.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기는 해.'

웬만한 팀의 경기면 이미 이겼다.

보는 입장에서 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팀은 웬만하다는 단어와 거리감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

그 변수의 중심은 현재 경기에서 유난히 잘해주는 팀원이다.

호사다마라고 코돈빈은 과하게 대비해도 부족하지가 않다.

"바론 칠까? 치기만 해도 사이드에서 이득 볼 거 같은데~."

"안돼. 절대로."

"왱?"

왜긴 왜야.

코돈빈 개새끼야!

알파카의 마음속 괴물이 눈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KTX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기다리면 기회가 한 번은 오게 돼있다.

왔고, 놓치지 않고 붙잡았다.

와드를 지우던 뱅기의 랙싸이.

그 순간을 노려 정확히 매혹을 맞혔다.

맏따의 광우스타가 칼같이 호응한다.

점멸 쿵쾅으로 띄우자 확실하다.

"바론이다 이거!"

적팀의 정글러를 잡아냈다.

사이드 라인 주도권도 일방적이다.

그나마 변수를 찾자면 단 하나.

'아자르가 사각에서 덮쳐오는 것만 커트하면 돼.'

지금껏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스틸 당해왔다.

그런 만큼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다.

바론을 치자 아니나 다를까 온다.

상대 입장에서는 유일한 변수다.

바론이 먹히면 억제탑이 거의 확정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오리라 확신을 하고 있었고.

─적을 처치했습니다!

KTX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지옥 끝까지 따라가 테이커의 아자르를 죽였다.

너무 깊게 따라간 탓에 나도 위험하다.

포위 당해서 사면초가지만.

'제압 당해도 여한이 없어.'

사면초가라는 건 상대가 나를 포위하고 있다는 소리다.

즉, 바론을 마크할 병력이 한 명도 있지 않아.

완벽 그 이상으로 먹었다고 생각했다.

크롸라라라-!

바론 백작의 기분 좋은 단말마가 울려 퍼진다.

이것으로 2세트를 잡았다.

확신하고 바라본 채팅창이 조금 이상하다.

'뭐?'

상상을 뛰어넘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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