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73화 (37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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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 교수님 -->

파앗!

르풀랑이 자랑하는 이동기.

뒤틀림이 두 번 연속으로 사용된다.

그 놀라운 도약 거리는 화면의 절반을 가볍게 좁힌다.

─KTX 레전설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외마디 비명조차 남기지 못한다.

대신 관중들의 함성 소리는 쏟아진다.

-교수님!

-레전설 이 녀석 학고 먹고 싶니?

-뭐 맞지도 않았는데 터져버리네ㄷㄷ

밟고, 표식을 던지며 사슬로 터트린다.

그것을 매우 잘 성장한 르풀랑이 했다.

원딜러 한 명 정도는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모르피나가 블랙 실드를 걸긴 했는데 얇아요. 얇습니다.〉

〈아무래도 서포터라서…… 점화까지 더해지면 뚫릴 수밖에 없죠.〉

모르피나는 르풀랑의 카운터다.

마법 데미지를 흡수하는 블랙 실드.

암살을 확정에 가깝게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극도의 성장 차이 탓에 뚫리고 만다.

그것도 아주 가볍게.

안정감을 그려왔을 게임이 다이나믹해진다.

─KTX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레전설이 훑고 지나가면 풀 한 포기 남지 않는다.

그렇게 딜러가 사망하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미드가 탱커를 했기에 생기는 결점이다.

〈GOO Tigers도 준비해온 픽이라는 사실은 느꼈습니다. 실제로 라인전 느낌이 나쁘진 않았잖아요?〉

클끼리 해설이 총평을 한다.

확실히 픽의 의미는 보여주었다.

레전설을 상대로 1대1 라인전을 잘 버틴다.

고작 버티는 것 가지고 왜 야단법석이야?

그런 소리를 하기에는 너무, 너무 날카롭다.

안정감의 대명사 SKY T1의 김지범까지 뚫렸을 정도로.

〈버티고 버텨서 라인전 끝나면 탱커 역할을 하겠다. 그런데…… 경기가 진행되면서 나온 결론은 그래도 역시 미드는 데미지가 필요해.〉

〈사실 이러한 연구가 처음은 아니에요. 과거에도 딜탱을 섞는 미드 초가트가 사용된 적이 있었으니까요.〉

안 쓰이게 된 이유는 이하동문이다.

레전설을 너무 의식한 픽 아니냐?

결과적으로 실패한 픽이 되었다.

첫 번째 세트의 결정적인 패인.

도도갓 혼자 짐을 짊어질 수 없었다.

챔피언도 팔 짧은 부시안이라 애매한 면이 있더라.

─도도갓을 집요하게 노리는 레풀랑.Gif

死신 그 자체ㄷㄷ

└와웅~

└무슨 인형뽑기 마냥 쏙쏙 골라 뽑네

└인형뽑기ㅋㅋ

└존나 억울하게 죽는다

레전설이 크자 지켜줄 수가 없다는 것이 크다.

앞라인이 든든하면 뭐해?

인형뽑기 뽑듯이 정확하게 긋고 빠져나온다.

탱커들은 멀뚱멀뚱 쳐다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모르피나의 실드가 뚫린 시점에서 급격히 무너진다.

잘 큰 부시안이 게임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못했다.

─부시안으로는 캐리를 못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억울하다 ㅅㅂ

└정설이었누ㅋㅋㅋ

└과목을 잘못 선택했자너~

└교수님 말씀이면 새겨들어야지!

└르풀랑 저렇게 크면 부시안으로 답 없긴 함……

커뮤니티에 안타까움을 동감하는 목소리가 올라온다.

부시안이 뭘 할 수가 없는 구도.

도도갓의 못했다기 보다는 그냥 어쩔 수 없는 재해다.

자연재해.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속수무책이다.

레전설의 르풀랑에게 대체 몇 번을 죽은 건지 모른다.

〈르풀랑 없어! 괜찮아, 르풀랑 우리 편이야. 코치진이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도복치

-진짜 그렇게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윽고 시작한 두 번째 세트의 밴픽.

클끼리 해설의 애드리브 자막이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상황도 그렇고, 살짝 풀린 듯한 동공이 킹리적 갓심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괜찮다.

베테랑 프로게이머에게 멘탈은 기본이다.

팬들로서는 걱정이 들지만 이내 도도갓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온다.

장난끼 넘치는 미소.

이는 자신감의 반증이기도 하다.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챔피언이 밴픽창에 올라갔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가장 잘 다루는 챔피언을 해야죠! 도도갓 하면 역시 애씨.〉

〈한국에서 애씨 가장~~ 잘 다루는 선수 아닙니까?〉

-애씨 학계 1타 강사!

-도도갓 애씨면 믿을 만하지

-애씨 잡으면 가볍게 이겨주는 편이야~

선수마다 시그니처 챔피언이라는 게 존재한다.

가장 잘 다루는 18번.

그것이 도도갓에게는 애씨다.

시즌2에는 물론이고, 안 좋은 취급을 받던 시즌3에도 가끔 꺼내 활약을 했다.

특히 최근 리메이크가 된 이후로는 미쳐 날뛴다.

전판에는 생존기의 부재상 안 꺼냈지만.

〈이번에는 상체에 딜이 충분하기 때문에 유틸형 원딜러를 골라줄 만하죠.〉

〈도도갓 선수의 애씨는…… 궁도 백발백중으로 소문이 났지만 딜각도 엄청 잘 잡아요. 꺼낸 것만으로도 GOO Tigers 승산이 10% 오른 느낌입니다.〉

클끼리 해설의 호들갑이 얼핏 과장으로 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유명한 강의가 있다는 걸 모른다면 말이다.

자극적인 썸네일이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재미, 강함 난 둘돠~ 도도갓 애씨, 스킨의 중요성.」

「그냥 진짜 보고 따라만 하세요. 애씨 궁 명중률 백발백중! '롤의 주몽'.」

「애씨가 도도갓했다ㅋㅋㅋ 쏘면 다 맞는 궁부터 카이팅까지 완벽한 얼굴 천재 원딜러!」

자극적인 게 어디 썸네일 뿐일까?

특유의 실력이 바탕된 고품질 강의는 기본이다.

애씨 학계 1타 강사라는 이야기는 결코 드립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스킨부터가 역시 프로젝트 애씨! 이 스킨을 써야 딜이 20% 더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입딜까지 넣으면 사실상 VF소드 하나 더 들고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인데…….〉

-클끼리, 김은준도 교수님 강의 보는구나!

-롤강의는 역시 교수님이지~

-입딜은 ㅇㅈ해야 돼

프로게이머들도 보는 강의라니 궁금해서라도 찾아보게 된다.

한 번 찾아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자랑한다.

심지어는 이번에는 라인 상성도 앞선다.

KTX 롤러코스터가 가져간 부시안.

초반 교전도 좋고 무난하게 괜찮은 픽이다.

하지만 팔이 짧아서 애씨처럼 사거리가 긴 챔피언에게 약하다.

와아아아아-!

당연했을 예상이 뒤집히고 만다.

상암 E-스포츠 스타디움이 소란스러워질 만도 하다.

설마 부시안이 원딜이 아니야?

KTX 롤러코스터가 고르키를 픽했다.

너희만 포지션 변경할 줄 아는 게 아니다.

말하기라도 하듯 기묘한 조합을 선보이고 있다.

〈요즘 미드에 별의별 챔피언이 다 등장하고 있는 시기이긴 한데요. 일단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두고 봐야 한다.

과연 어느 챔피언이 미드에 갈지.

이전 세트도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다.

미드 끠즈일 확률이 높지 않겠냐?

요즘 탱으로 쓰이긴 해도 기본은 미드다.

거의 끄트머리쯤 스왑을 하며 놀라움을 주었다.

마찬가지의 상황이 팀만 바뀌었다.

KTX 롤러코스터의 전체적인 조합.

픽이 완료되기 3초를 앞두고 결정된다.

-아니, 미드 부시안……?

-부시안은 캐리를 못하는 게 학계의 정설인데

-레전설 양아치야? 교수님 말씀을 안 듣네!

-과목 선택 잘못한 거 보소

그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요즘은 미드에 별의별 챔피언이 다 등장한다.

이즈레알, 파루스 등 원딜은 진작에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상대가 르풀랑.

부시안은 르풀랑에게 죽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 증명을 방금 전 세트에서 몸으로 해버린 참이다.

어째서 미련한 선택을?

의문과 기대 속에서 두 번째 세트의 막이 오른다.

* * *

미드에서 원딜을 한다.

지난 시즌만 해도 특이한 선택이었다.

'아니, 원래부터 있기는 했어.'

이즈레알 같이 출신이 불분명한 노란 머리.

솔로랭크는 물론 대회에서도 미드로 나왔다.

최근에는 미드 파루스 등 범위가 부쩍 넓어졌다.

부시안이라고 못 쓸 이유가 있을까?

쓰기로 작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르풀랑을 상대로 라인전을 이겨.

파앗!

르풀랑이 2레벨을 찍자마자 들어온다.

QW에 의한 일방적인 딜교환.

침묵이 사라졌어도 데미지는 여전하다.

맞는 순간 거진 반피가 나간다.

사거리가 짧은 부시안의 특성상 거리를 안 주기도 힘들다.

즉, 안 맞으면 그만인 이야기다.

하아!

타, 탕!

들어온 순간 교차하듯 튀어나가 두들긴다.

꿰뚫는 불길로 한 번 더 패시브를 돌리자.

퍼엉!

르풀랑이 본체와 분신으로 갈라진다.

체력이 40% 아래로 내려갔다는 의미다.

반항도 못하고 줄행랑을 치는 수밖에 없다.

'들어올 때 피하면서 패면 그냥 샌드백이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도 이미 거리를 좁혔다.

표식은 못 터트렸고, 맞딜은 부시안이 세다.

평타가 강력한 원딜 챔피언.

푸슝!

꿰뚫는 불길이 미니언을 타고 르풀랑을 스친다.

봇라인전에서도 유효한 짤짤이 견제다.

미드에서도 고스란히 통한다.

체력이 너무 깎이자 상대는 당황했다.

딜교환을 포기하고 CS라도 챙겨보자.

이동기를 쓴 순간 목숨이 결정 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점멸 대쉬와 함께 총알을 박아 넣는다.

패시브가 빠져서 그냥 두들기면 된다.

뒤늦게 맞점멸을 써봤자 죽었다.

'내가 미드라서 스펠이 점화야.'

보통 미드에서 원딜을 쓰면 생존 스펠을 든다.

애초에 쓰는 목적 자체가 후반 캐리다.

하지만 부시안은 조금 달라.

초반부터 순간딜이 세게 박힌다.

특히 르풀랑처럼 먼저 들어오는 상대.

역으로 받아치며 카운터 먹이기가 좋다.

선취점으로 인해 더욱 기울어진다.

힘까지 벌어지자 찍어 누를 수 있다.

6레벨을 찍고 불의 심판을 쏟아낸다.

「세나찡 복수다!」

드르르르륵~! 총알의 폭우다.

입딜을 하지 않아서 조금 약하긴 하다.

컴퓨터 데이터상으로는 차등 없이 박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5레벨인 르풀랑.

사슬을 쏘며 반항했다.

맞힌 것 자체는 용하지만 의미가 없다.

궁극기 사거리가 워낙 길게 쏘아진다.

물몸인 르풀랑은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전 세트와는 구도가 전혀 다르다.

'탱커 다음은 라인전 강캐로 억제하려는 생각이었나 본데.'

이전 세트에서 타이온 상당히 거슬리긴 했다.

아무리 때려도 딜이 안 박혀.

좀 잡으려고 하면 궁극기로 막 도망가버린다.

그에 반해 이렇게 정직한 샌드백.

공격성으로 살려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라인전을 가볍게 터트리며 눈길을 돌린다.

"용 챙기자 용."

"그럴까? 이번엔 자신 있어~."

전혀 자신 있는 말투는 아니지만 코돈빈이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로 이번에는 모른다.

그럴 수 있는 챔피언을 했다.

─아군이 GOO 조토진(랙싸이)를 지목!

랙싸이가 근처에 어슬렁거린다.

챔피언을 보고 망설였지만 결국 들어왔다.

호구 냄새…… 아니, 이전 세트에서는 스틸을 하지 않았는가?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코돈빈이 이번에는 정말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랙싸이는 결국 점멸만 빠져서 도망갔다.

사실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겁나 말이 안되긴 한다.

'평소에 얼마나 기부 천사처럼 내줬으면 두두 상대로 스틸 시도를 해…….'

세상에서 오브젝트 가장 잘 먹는 챔피언이다.

Q스킬이 사실상 세컨드 강타다.

Q강타를 쓰면 뺏길 수가 없다.

누군가 그런 댓글을 달았다.

사실 별로 기대 안 하고 시행했다.

절대가 없다는 건 이미 여러 번 목도했으니까.

의외로 스틸 당하지 않고 용을 먹었다.

우연일지는 몰라도 일단 당장은 좋은 일.

용스택을 쌓으면 무난한 승리를 목표할 수 있다.

대신 두두는 스펙이 애매하다.

예로부터 두두는 버스형 정글러.

원딜러가 잘할 때나 빛을 보는 챔피언이다.

'그러니까 내가 미드 부시안을 해서 다 때려 패면.'

간단하게 해결된다는 소리다.

미드&정글 싸움은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탑도 상황이 나쁘지 않으니 단 한 라인만 풀면 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봇라인에서 일어난 사고.

애씨 궁이 쓰렉귀에게 적중했다.

모르피나가 점멸 궁과 속박으로 호응한다.

맏따가 단 1mm도 움직이지 못한 채 사망하고 말았다.

'저게 진짜 사기긴 해.'

글로벌 저격 스턴은 애씨의 존재 이유다.

얼마 전 리메이크가 되면 딜링도 강력해졌다.

서포터의 CC기까지 연계되면 방금처럼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나온다.

GOO Tigers의 봇라인이 생각 이상으로 강력하다.

알파카&맏따가 절대 약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

압박을 넘어 킬견적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방명록을 남겨줘야겠지.'

어떻게 해야 봇라인을 풀 수 있을까?

거추장하게 생각할 것이 전혀 없다.

간단한 이야기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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