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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치고 박는다.
게임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그대로다.
두 팀 모두 이번 섬머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해외팀들이 그리핀도르 눈독 들일 만하네ㄷㄷ
피맥빠들 선동인 줄 알았는데 진짜야
특히 정글이 미쳤어
뱅기의 그림자를 보았다……
└미키짱도 잘하는데 타잔이 ㄹㅇ
└헤드 코치인 로크도크가 말한 거니 오피셜이 맞지
글쓴이-헤드 코치가 뭐임?
└한국으로 치면 감독인데 조금 다름. 아무튼 다름
로크도크는 0세대 프로게이머다.
1세대라는 말조차 애매할 정도로 오래 활동했다.
유학파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한국인임에도 해외가 주 활동지다.
선수로서 은퇴한 지금은 북미의 명문 TSM의 헤드 코치.
헤드 코치는 한국 게임단으로 따지면 감독의 역할이다.
문화의 차이상 감독보다는 권한이 작지만 큰 차이는 없다.
즉, 잘 안다는 이야기다.
외국에서 그리핀도르를 그토록 눈독 들인다고?
일련의 소문이 납득될 만한 경기력을 현재 보여주고 있다.
〈약팀들이 강팀을 상대로 비등비등하게 가다가도 결국 무너지는 이유가 한타랑 운영 때문이에요.〉
두 번째 세트가 끝이 났다.
클끼리 해설이 총평을 늘여 놓는다.
현재까지 이뤄진 경기의 대략적인 구도.
라인전 단계에서 그리핀도르가 재미를 봤다.
레전설을 말리고, 봇라인 갱킹에 성공했다.
하지만 탑라인에 보이지 않는 득점이 쌓였다.
〈만약 운영으로 갔다면 KTX가 좋은 구도인데, 그리핀도르가 이니시를 과감하게 잘 열었어요.〉
〈동의합니다. KTX가 킹인을 사이드 돌려서 이득 보기 전에 한타각을 예쁘게 그렸죠.〉
로드 오브 로드는 팀게임이다.
한타의 난이도는 한없이 높고, 한없이 낮다.
앞라인만 깎으며 적당히 부딪히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파고드는 식의 한타는 매순간 판단이 변한다.
신인팀답게 패기가 어마무시한 그리핀도르.
KTX가 오히려 당황할 정도로 휘몰아쳤다.
〈어느 한쪽이 와르르 무너질 만도 한데 팽팽함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수준 높은 대결이었다는 의미에요.〉
〈막상막하! 용호상박!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강팀준 해-맑
-저렇게 잘 웃는 사람이ㅋㅋ
-싸움 좋아하는 팀들이 붙으니까 싸움만 계속 일어나네
싸움 잘하기로 손 꼽히는 색깔을 가진 팀들이다.
서로 주고 받으며 원점으로 돌아왔다.
현재 세트 스코어 1 대 1.
이윽고 세 번째 세트의 밴픽이 막을 올린다.
지금까지 어떤 픽들이 주요했는지 분석이 됐다.
그만큼 밴픽 난이도와 양팀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와아아아아-!
경기장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진다.
KTX 롤러코스터의 과감한 선택.
나올 만한 픽인 것도 사실이다.
〈GOO Tigers 춘봉박 선수의 히든 카드죠. 가끔 파이어뱃을 상대로 꺼낼 때가 있는데……〉
〈킹인 선수도 춘봉박 못지 않게 공격성 뛰어난 선수 아닙니까? 리픈, 꺼낼 만한 거에요!〉
쇈이 밴되자 그리핀도르는 파이어뱃을 가져갔다.
상성을 안 타며 은근히 안정적인 픽으로 분류된다.
라인전이 강하고, 궁극기로 다이브 막기 좋고, 만에 하나 망해도 한타에서 1인분이 거뜬하다.
그런 파이어뱃에게도 상성이 있다.
다름 아닌 리픈.
솔로랭크에서는 분명 그러하지만.
-크 대회에서 리픈……
-존나 모 아니면 도 아님?
-춘봉박 말고는 거의 안 꺼내지
대회에는 대회 상성이 따로 존재한다.
괜히 나오는 챔피언만 나오는 게 아니다.
솔로랭크 카운터를 적용하려다 역관광 당하는 케이스.
실제 대회 무대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리픈은 하드 OP시절에도 대회 성적은 애매했다.
최근에도 춘봉박을 제외하면 리픈으로 재미 본 선수가 없다.
와아아아아-!
경기장에 다시 한 번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진다.
킹인이 신인 치고 기량이 대단한 것은 맞다.
그런데 캐리라는 짐을 짊어지기에는 글쎄?
리픈은 초중반에 활약을 못하면 존재감이 묻힌다.
부담감으로 작용하여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선수라면 충분히 소화할 만도 해.
〈나무카이의 픽으로 명백해졌습니다. 미드 리픈……! 오랜만에 레전설 다운 픽 볼 수 있겠는데요?〉
〈약간 소름 돋았습니다. 이건 그리핀도르에 던지는 도발이에요.〉
기본적으로 탑으로 더 친숙한 카드다.
리픈은 전형적인 탑 브루저 챔피언.
이 상식이란 틀은 한 번 깨졌었다.
시즌3 롤드컵 당시 테이커가 말이다.
한 번 더 깨진다고 무엇이 이상할까?
실제 대회 무대에서 꺼낸 적이 있다.
〈작년 스프링 시즌을 향하는 승강전에서 레전설 선수도 미드 리픈을 사용했어요. 당시 메타에서는 근거가 있는 픽이었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설명.
테이커로 인해 미드 리픈이 유행했다.
하지만 결국 테이머 말고는 못 다뤘다.
단 한 명, 레전설만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당시 상대가 바로 그리핀도르.
그리핀도르를 승강전에서 떨어뜨린 장본인이다.
그리핀도르의 미드라이너는 작년부터 바뀌지 않았다.
〈상대 미드픽 아직 안 나왔어요. 엄청난 자신감, 뭐가 나오든 리픈으로 박살내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1,2세트 견적 내보니까 뭘 해도 이길 수 있다! 레전설은 그런 생각해도 되는 선수거든요!〉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
현장의 관중들이 환호로 호응한다.
이에 과연 어떠한 대답을 낼지.
* * *
그리핀도르의 부스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이는 기분 나쁜 찝찝함이 아니다.
전략이 의도했던 대로 잘 먹힌다.
시도 때도 없이 레전설을 노린다.
과투자는 나름의 실효를 거두었다.
그럼에도 못내 불만이 쌓인다.
직접 경기를 하는 선수의 입장.
그 견해를 무시하지 않는 감독이다.
"우리가 우르고자를 2픽으로 가져온 건 여차할 때 미드로 돌리기 위함이었어."
리메이크 이전의 우르고자.
고인 챔피언의 선두 주자 격이었다.
하지만 15년도 초에 상향을 먹고 스프링 시즌에는 주류 픽이 되었다.
현재는 당시 만큼 주류픽이 아니게 됐지만 여전히 쓰일 만한 카드로 분류된다.
피맥 감독은 과감하게 2픽으로 가져왔다.
여차할 때 미드로 돌리기 위함이다.
"형, 나도 AD상대로 우르고자가 편한 건 아는데…… 어차피 맞파밍이야. 실드로 Q짤 다 씹잖아."
"그러니까 니 말은 결국 레전설을 따보고 싶다는 거 아니야?"
"……."
미드로 돌릴 수가 있는 구도다.
상대가 예상하기 힘들 선택이다.
안정감도 높아서 게임을 풀기 편하다.
우르고자는 딜탱형 챔피언이다.
여차할 때 궁극기로 이니시도 가능하다.
대신 존재감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을 가졌다.
"한 번만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줘. 진짜로 자신 있다니까."
"괜한 자존심은 아니고? 폭탄 목걸이 차고 있어도 할 수 있어?"
"아니, 그놈의 폭탄 목걸이……. 형 나도 쏘우 매니아야. 지면 형말 무조건 따를게 앞으로."
의외로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픽 문제로 코치진과 선수가 싸우는 것.
경기 전에 아무리 이야기를 나눠도 막상 선택의 기로에 놓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게 사람이다.
하물며 자존심이 살살 긁힌다.
원한이 있는 이가 어디 피맥 뿐일까?
미키짱도 작년 그리핀도르 승강전 참사의 희생자다.
무패로 LML을 박살내며 올라갔다.
프로게이머로 데뷔해 자신감이 차올라 있을 때다.
레전설에게 대패 한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그때랑은 다르지.'
당시에는 리픈의 실드 지속 시간이 길었다.
Q스킬도 1레벨부터 강해 딜교환이 빡셌다.
하지만 너프된지 오래.
미드 리픈이 자드를 카운터 친다는 건 옛날 이야기다.
같은 구도를 수없이 연습했기에 더더욱이다.
리벤지 매치가 이뤄지는 건 원하는 바다.
"좋아. 상성에서 밀리는 것도 아니고, 자드가 지금 우리 조합에서 나쁘지 않으니까 픽해볼 만은 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피맥 감독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상대와 아군의 조합을 봤을 때 자드를 가져와도 나쁘지 않다.
미키짱의 포텐셜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판단이다.
섬머 시즌, 롤챔스에서 자드로 유난한 활약을 하였다.
자신 있는 픽을 자신 있는 상황에서 하는 것.
'웬만큼만 커도 자드가 스플릿으로 할 게 많은 구도야.'
대회 무대에서 자신감을 가졌다는 건 중요하다.
구도도 활약하기에 괜찮으니 허락해줄 만하다.
그 이전에 피맥은 한 가지 욕심이 있다.
레전설에게 복수를 한다.
그리고 이루고 싶은 또 한 가지.
자신이 키운 선수가 레전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 * *
눈앞에서 알짱거린다.
괜한 심리전을 시도하려 한다.
근거리 미니언을 막타 치려는 순간.
콰항!
점멸 스턴과 함께 평타를 박아 넣는다.
맞점멸이 늦은 시점에서 죽었다.
활활 타오르는 자드를 떨쳐낸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미드에서 근거리 암살자가 맞붙으면 반드시 한쪽은 사달이 난다.
심리전과 순간 판단에 의한 딜교환, 그리고 킬각.
상대가 공격적인 덕분에 잡기가 편했다.
'그러게 왜 자드를 해 가지고.'
자드를 한 시점부터 예상은 갔다.
피지컬 싸움을 붙어볼 생각이구나.
참 멍청하기 이를 데 없지만 어쩔 수 없지.
지가 하고 싶다는데 내가 뭐 어떻게 말려?
일전에도 한 번 가졌던 구도다.
비슷한 양상이 반복된다.
'사람이 참 망각 주기라는 게 있어.'
시간이 지나면 저질렀던 실수를 잊어버린다.
이번에는 괜찮지 않을까?
1년이란 시간 동안 기억이 희미해진 모양이다.
당시보다 실력이 발전하기는 했다.
LCK에 올라와 제법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때는 나도 전력을 뽑아 쓰던 때가 아니다.
'전역하고 한참 정신 없었던 때니까.'
넘치는 패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내린 시도.
그런 거 좋아하기는 하는데 내 앞에서 하면 안되지.
약간 무덤을 헤집는 느낌이라 기분이 편하지가 않다.
투웅!
찝찝했던 이유가 있었다.
적 정글러 탈리반 3세가 어느새 기어왔다.
이전 세트부터 정말 집요한 집착으로 미드를 찌르고 있다.
스킬을 돌리는 순서부터가 그 극치다.
점멸 순금의 방벽으로 슬로우부터 건다.
깃창을 아껴 도망갈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판단이지만.
타악!
코돈빈의 거미여왕이 절묘한 타이밍에 도착했다.
점멸 실뭉치가 탈리반 3세에게 정확히 적중.
각이 아슬아슬하게 나온다.
─더블 킬!
스턴 시간을 조금 넘겨 녹였다.
움직임이 둔중한 탈리반 3세라 살았다.
아니, 그 이전에 코돈빈의 백업이 환상적이었다.
"와~ 겨우 안 늦었다. 다행이다~."
"오, 미드&정글 이겼네?"
"코돈빈, 코돈빈! 보깽도 와줌심씨오!"
언제 들어도 살짝 힘 빠지는 말투다.
그런 현실 말투와는 반비례로 플레이는 날카로웠다.
이른 타이밍에 더블 킬을 먹으며 게임이 확실하게 풀린다.
'이러면 조합적인 강점을 살리기가 좋아지지.'
무한으로 다이브 치며 스노우볼을 굴릴 만하다.
상체 라인의 힘을 바탕으로 찍어 누른다.
내가 킬을 먹은 이상 확정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너무나도 불안하다.
왜냐?
코돈빈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인데.
'슬슬 코돈빈의 패턴이 보여.'
잘하고 있을 때 오히려 뒤통수를 친다.
전형적인 지능형 트롤러 같은 패턴이다.
심지어 상대 조합이 오브젝트 싸움에 매우 좋아.
탈리반&파이어뱃의 궁극기 시너지는 정평이 나있다.
만약 바론을 뺏기고 한타가 열린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머릿속에 미래가 언뜻 보인다.
'……끔찍하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낙관적으로 생각하기엔 전과가 너무 두터워.
미리미리 대비하여 삭초제근, 화근을 없에는 것이 옳다.
"우리 용 스택 위주로 철저하게 쌓아나가자."
"왜~? 우리 여차하면 3인 바론도 될 거 같은데~?"
나무카이, 거미여왕, 리픈.
조합적으로 보면 당연히 되겠지.
그 희망고문에 한두 번 당한 게 아니야.
'실전에서 연구해나갈 필요성이 있어.'
어처구니 없는 단점만 없에면 완벽한 팀이다.
스스로 한 말을 지키고자 한다.
대퍼 없는 대퍼팀.
연습 단계, 스크림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사고다.
포스트 시즌 후발 주자인 게 다행일 수 있다.
착실하게 연구해 우승을 목표로 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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