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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챔스 섬머, 그 정규 시즌이 슬슬 끝나간다.
대부분의 팀들은 진작에 데이터가 나왔다.
이번 시즌은 이 팀이 강하네.
스프링 시즌에는 강했는데 약해졌네.
이런저런 이야기가 커뮤니티에는 무성하다.
롤챔스가 한창 진행 중인 만큼 관심이 지대한 건 당연지사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관심이 모이고 있는 팀은 다름이 아니다.
─KTX 롤러코스터는 강팀일까, 약팀일까?
전적만 보면 강팀은 솔직히 아니잖아
하지만 경기력은 분명 강팀이거든?
└분석 불가능
└안 던지기만 하면 되는데 던져서 짐
└스타크래프트였으면 승부 조작 이야기 나왔다
└마주작도 저렇게 티나게는 안 던져ㅋㅋㅋㅋ
KTX 롤러코스터.
이례적인 리빌딩으로 강력한 전력을 규합했다.
선수진만 보면 이 팀은 강팀이 아닐 수가 없다.
실제 경기력도 가히 압도적인 수준이다.
라인전, 운영, 한타 모든 부분이 완벽해.
그런데 정작 이리 깨지고, 저리 깨지고 있다.
「SKY T1, KTX 롤러코스터전 대승! 개막전 깔끔한 2승 선보여.」
「한타의 맛밤, KTX 롤러코스터전 기적의 역전승 일궈!」
기존 LCK의 강팀이라 불리던 SKY T1과 맛밤 게임단.
KTX 롤러코스터는 두 팀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면 돌고 돌아 결국 약팀인 거냐?
그렇게 말하기에도 애매하다.
다음에 치러진 경기들을 이겼다.
그에 준하는 강팀들을 상대로 말이다.
「흥이 다 깨져 버렸잖아 책임져! 책임진 대퍼팀.」
「바론은 뺏겨도 승리는 안 뺏겨. KTX 롤러코스터, GOO Tigers전 압도!」
오오, 드디어 자리를 잡은 건가?
이제부터는 슬슬 기대해도 되나?
올라오는 기사들이 하나같이 일관성이 없다.
「무리하지 마, 그 시간이 올 거야! 가짜에어 블루윙즈 늪롤 작전 대성공.」
「삼선 갤럭시, KTX 롤러코스터 상대로 분전. 졌지만 잘 싸웠다!」
강팀을 상대로 잘 이기더니 약팀을 상대로는 휘청인다.
스로잉이 겹치며 지는 일까지 생긴다.
이 팀은 대체 약한 거야, 강한 거야?
떡상과 떡락을 반복하니 통계를 보고 판별하는 게 불가능하다.
팬들 사이에서는 갈수록 더 모르겠다.
KTX는 과연 어떤 팀일까.
─KTX 롤러코스터의 장단점을 살펴보자.txt
장점: 라인전을 잘함, 운영이 깔끔함, 한타를 잘함
단점: 라인전이 약함, 운영이 조잡함, 한타를 못함
장단점이 공존하는 시공의 폭풍
└그래도 라인전은 확실히 잘하지 않나?
글쓴이-ㄴㄴ 탑봇은 던질 때 ㅈㄴ 던져
└한 가지 확실한 거: 강타가 없음
└정글러는 있는데 강타가 없는 팀ㅋㅋㅋㅋㅋ
프로팀마다 성향이라는 게 존재한다.
이 팀은 라인전이 강한 팀이다.
이 팀은 운영이 메인인 팀이다.
롤판이 역사가 흐른 만큼 분석도 빨리빨리 나온다.
프로팀들도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색깔에 맞춰 플레이해야 승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KTX 롤러코스터는 분석이 안돼.
이기는 그림이 매 경기마다 각각 다르다.
어떨 때는 강력한 라인전으로 휘몰아친다.
어떨 때는 깔끔한 운영으로 승리를 굳힌다.
어떨 때는 불리한 상황에서 한타로 비벼버린다.
패배의 구도도 이와 정확하게 데칼코마니 해서 문제다.
─클피셜: KTX는 공략을 포기해야 하는 팀이다
개막전 때 한 말인데 이거 씹팩트였음
누구도 이 팀이 질지, 이길지 알 수 없어
그냥 운명에 맡기면 됨ㅇㅇ
└자연재해냐?
└자연재해잼ㅋㅋㅋㅋ
└롤잘알 클끼리좌ㄷㄷ
└그냥 공략 없이 주사위 굴리면 일정 확률로 이기거나 짐
세상 천지에 어떻게 이런 팀이 있을 수가 있냐?
처음에는 팬들도 이런저런 토론이 활성화됐다.
KTX는 이걸 고쳐야 돼.
아니야, 운영에서 실수만 바로 잡으면…….
시간이 지나자 점점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팀이구나, 이런 팀도 존재할 수 있는 거구나!
마치 가챠를 긁는다는 느낌으로 매 경기 기대하게 된다.
─대퍼팀은 특수규정으로 승점에 차등 둬야 함
대퍼하고 이기면 3점
대퍼하고 지면 2점
대퍼 안 하고 이기면 1점
대퍼 안 하고 지면 -3점
└무슨 피겨냐? 퍼포먼스 점수 주게ㅋㅋㅋㅋ
└대퍼하고 지면 2점 ㄱㅅㄲ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 새끼들 대퍼 안 하고 지는 경기는 거의 없잖아?
└피겨처럼 예술 점수 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제는 대퍼를 안 하면 서운해질 지경이다.
왜 이렇게 안정적으로 이겨?
타팀팬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기묘한 중독 현상이 일어난다.
마약 같은 맛에 빠져들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KTX 롤러코스터가 더욱 인기 있어진 이유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울상을 짓는 팀도 있었다.
─그리핀도르 감독 피맥曰: 우리팀도 좀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2부 리그 LCL에서 진짜 피 터지게 싸우면서 올라왔다
진짜 하루종일 연습에 치여서 산다
좋은 결과 반드시 낼 것이다
그러니까 응원 좀 해달라고
개인 방송 中
└아, 피맥……
└피맥 얘 아직도 선수 생활함?
글쓴이-제목 보셈 감독이잖아
└헐 출세했네! 언제 감독이 됐지
작년 그리핀도르의 탑솔러로 잠깐 활동을 했다.
하지만 존재감이 자연스레 사라지고 말았다.
승강전에서 패배하며 LCK에 못 올라왔다.
한국은 참 잔인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1등이 아니면 기억해주지 않는다.
1등을 위해 싸우지도 않는 2부 리그 LML팀들은 팀명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패의 신입생 그리핀도르, 충격의 승강전 탈락?!」
「前그리핀도르의 에이스…… 피맥 선수 은퇴. 짧지만 즐거웠다.」
피맥의 은퇴 소식도 일부 팬들에게만 알려졌다.
고작해야 2부 리그 팀.
선수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드물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소식이 잠잠하게 알려지고 있다.
LCL, 1부 리그로 올라와 혁혁한 활약을 해냈다.
─아, 피맥이 걔 아닌가? 옛날에 BJ하던 애
탑거미여왕 처음으로 발굴해서 썼잖아
그때 챌린저 양학 진짜 대박이었는데ㄷㄷ
└그때 그 시절
└당시가 시즌3인가?
└와, 엄청 오래됐네……
└피맥도 엄청 고인물 중 한 명이지. 나이도 많고
더 이상 선수로 활동하기에는 나이가 좀 들었다.
작년 승강전 패배가 계기가 되어 프로게이머로서 은퇴.
대신 팀의 코치로 들어가 조력에 전념하기로 마음 먹었다.
인생 대충 살기로 기안84 못지 않다는 양반이다.
피맥이 과연 코치 역할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아무튼 한다니까 팬들은 응원을 해줬다.
응원 코인 쌓고서 한 1년쯤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LCK에 감독 신분으로 나타났다.
개인 방송에서 그간의 오피셜을 푼다.
─피맥 1년만에 코치에서 감독으로 떡상한 거네ㄷㄷ
1년 동안 코치 생활하면서 팀 LCK에 올려놓고
이번 섬머 시즌 때 감독으로 승격하고
지금 롤드컵 진출 시나리오 짜는 중
└오, 존나 멋있는데……?
└근데 롤드컵 진출은 뭐야?
글쓴이-섬머 우승하고 롤드컵 직행하겠대
└ㅁㅊ 포부 실화냐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가히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된다.
이제 겨우 LCK 진출에 성공한 주제에?
이를 너무나도 당당하게 썰을 풀고 있다.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아니, 반쯤 필연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 포스트 시즌.
진정한 결승전을 향한 걸음이 시작된다.
첫 번째 매치업부터 엄청난 불꽃이 튀긴다.
* * *
새로이 롤챔스에 정착된 제도.
정규 시즌은 희망과 절망이 공존한다.
한 끗 차이이기에 팬들로서는 더욱 사무친다.
상암 E-스포츠 스타디움의 열기가 이토록 뜨거운 이유다.
〈이러다 막…… 광탈하는 거 아니야? KTX팬분들은 아찔했을 거에요.〉
〈조별 리그 제도였으면 정말 탈락해도 이상하지 않긴 했습니다.〉
과거에는 네 팀이 한 조에 속해 싸웠다.
그리고 상위 두 팀만이 본선에 올라갔다.
경기 수가 적은 만큼 변수 또한 당연히 적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팀들과 한 번씩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진짜 슈퍼팀 신발 새끼들……
-롤러코스터 겁나게 태웠잖아ㅋㅋㅋ
-아니, 근데 이제부터가 진짜 문제야
시즌 초반에 실수를 좀 해도 만회가 가능하다.
KTX 롤러코스터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열 개의 팀 중 상위 다섯 팀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 순위가 아슬아슬해.
진출 순위에 큰 의미가 없는 조별 리그와는 다르다.
포스트 시즌은 순위가 높을수록 고생을 덜 해도 된다.
〈정규 시즌을 1위로 마감한 SKY T1은 이미 결승전에서 나머지 진출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가장 큰 예시를 들어준다.
정규 시즌을 1위로 마감한 SKY T1.
스프링 시즌의 우승팀은 여전하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깔끔하게 달렸다.
단 한 번을 제외하면 전부 이겼다.
그 한 번이 누구에게 뚫렸는지.
〈그리핀도르! 그 오만한 SKY T1에게 불의의 일격을 날린 폭풍의 전학생입니다.〉
LCK에 신입생, 새로운 팀이 올라오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승강전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이게 의외로 뚫어내기가 힘들어.
만에 하나 뚫어내도 고만고만한 하위팀이 하나 더 추가된 정도다.
-그리핀도르 얘네도 경기력 진짜 대퍼하긴 하던데
-대퍼ㅋㅋㅋㅋ 일반 명사냐!
-KTX랑은 다르지. 얘네는 그냥 경험이 부족했을 뿐이니까
클끼리 해설의 명명한 폭풍의 전학생.
SKY T1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탄생한 별명이다.
하지만 그걸 빼면 딱히 강팀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했다.
그랬던 모습이 정규 시즌이라는 긴 과정을 통해 가다듬어졌다.
그야 말로 보석의 원석.
기존 강팀들 못지 않은 기세로 정규 시즌을 4위로 마감했다.
〈들쭉날쭉했던 경기력이 어느덧 성장하여 강팀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졌습니다.〉
〈원래부터 싹이 보이던 팀이란 소리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감독은 롤드컵 우승이 목표래요!〉
현장의 관중들이 웃어 넘긴다.
아니, 이제 겨우 LCK에 올라온 주제에?
롤챔스도 우승 못해 놓고…… 롤드컵 우승?
이 소리를 만약 일개 선수가 했으면 모른다.
그런데 감독이 했어.
그 감독이 어디서 들어본 사람이야.
포스트 시즌이 열리며 그리핀도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진 이유다.
─그리핀도르 감독 피맥의 망상 노트.txt
1. 그리핀도르를 LCK에 올려 놓는다.
2. 현존 최강인 SKY T1을 잡는다.
3. 롤챔스 섬머 시즌을 우승한다.
4. 롤드컵 직행 티켓을 끊는다.
5. 2015 롤드컵을 우승하고 세계 1위팀이 된다.
└미친놈이네ㅋㅋ 단계가 없나
글쓴이-근데 이미 2번까지 했음
└진짜네…… 완전 또라이 새끼 아님?
└원래 피맥이 또라이 같은 매력이 있는 놈이지!
E-스포츠계에 많지 않은 이단아.
하지만 선수로서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감독이라는 자리에서 보란 듯이 풀고 있다.
2부 리그팀인 그리핀도르를 LCK 정규 시즌 4위팀으로 만들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망상 노트가 하나둘 실현되어 간다.
답지 않던 꿈에 점점 현실감이 묻어 난다.
〈포스트 시즌에서 치고 올라가면 정말로 우승할 수도 있는 거에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죠. 순위가 낮은 4, 5위팀은 가장 밑바닥부터 출발을 하니까요.〉
정규 시즌이 끝나고 이제는 포스트 시즌이다.
1위팀은 미리 결승전에서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2~5위 팀들이 치고 박는다.
그 기회가 모두 공평하지 않다.
한 마디로 도전자를 받는다는 느낌이다.
순위가 낮은 4, 5위팀은 가장 밑바닥부터 출발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와아아아아-!
현장에 나타난 그리핀도르.
관중석의 팬들이 열띤 함성으로 환호한다.
짧은 경력에 걸맞게 선수들은 거진 무명이지만.
〈이 팀은 참 재밌는 게 선수들보다 감독인 피맥의 인기가 더 많은 거 같아요.〉
〈E-스포츠판에서 유명한 유저 중 한 명이긴 하죠. 더 재밌는 건 오늘 상대가 그 피맥에게 잊을 수 없는 라이벌이었다는 점입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클끼리 해설이 대답한다.
글자 그대로의 이야기다.
작년, 피맥에게 계기가 되어버린 승강전이었다.
그 피맥을 밟고 올라갔던 팀이 하나 존재한다.
해당 팀의 에이스였던 선수와 다시 만난다.
직책은 다르지만 이기고 싶다는 마음은 한결 같다.
〈KTX 롤러코스터…… 레전설 선수를 중심으로 등장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놓치고 싶지 않은 리벤지 매치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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