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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65화 (36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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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타의 神 -->

일전에 약속을 하나 한 적이 있다.

반 장난이긴 했지만 정말 대답을 했다.

KTX 코돈빈(고르키): 레전설님, 혹시 우승하면 기념으로 여자 소개 가능하나요ㅎㅎ

원래 좀 아는 사이다.

솔로랭크에서 잡담을 나눴다.

이것이 1년 하고도 반년이나 더 지났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네.

'그 1년 반 동안 우승을 당연히 못했지.'

내가 감이 냘카로운 편이다.

군대에서 심심해서 관상도 좀 배웠다.

코돈빈의 경우 얼굴에서 약간 콩의 기운이 보인다.

짙고 농밀한 눈썹, 코끝 준대에 살집이 잘 잡혀있는 얼굴.

정확하게 스타 프로게이머 콩진호에 해당하는 상이다.

인성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지만 명예운이 떨어진다.

하지만 입술에 고집이 있어 무언가 하나는 이루겠다.

솔직히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다.

그런데 관상 책에 따르면 그렇더라고.

'그거 쓴 사람한테 점 한 번 봐봐야 돼.'

그런 거 믿고 사는 스타일은 아닌데 왠지 신통할 거 같아.

코돈빈은 데뷔한지 4년 차인 올드 게이머다.

1세대 프로게이머의 대다수가 은퇴.

그럼에도 꿋꿋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원딜러에서 정글러로 포지션 전환을 성공했다.

실력은 충분히 준수한데 약간 마가 끼었다.

그래서 오늘은 기분 전환 겸해서 나왔다.

코돈빈은 '나는 더 연습을 해야 할 거 같다'.

그렇게 말했지만 행선지를 말하니 쫄래쫄래 따라왔다.

"속여서 미안해."

"어, 뭐가~?"

"내가 그때 아마 43kg라고 한 거 같은데."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소개는 아니다.

그냥 얼굴이라도 좀 트라고.

유리야 그분 예쁘신 거 같다~.

관심을 보이길래 옛날 생각이 났다.

사랑사냥꾼(카직트): 161cm 43kg 귀여운 타입의 여캠 어떰?

KTX 코돈빈(고르키): 아싸! 다음 시즌 바로 우승 갑니다 형님

당시 내가 이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1년 반 전과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유리야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어서 들어 올린다.

"꺄, 꺄아아!"

유리야가 꺄꺄 거리며 바둥바둥 반항을 한다.

가만히 좀 있어봐 정신 사납게시리.

대충 여섯 근 내지 일곱 근 더 불은 느낌이다.

"아, 손 축축한 거 봐. 겨땀 실화냐?"

"갑자기 뭐에요……. 저 그리고 땀 안 났어요!"

-미친놈아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또 냄새 맡고 있네……

-밥도둑?

-우리 포계에서는 업상입니다만?

뜨끈뜨끈하고 습기가 좀 있던데?

그리고 살짝 냄새도 나.

기분 나쁜 건 아니지만.

"아무튼 161cm 43kg에서 47kg이 됐어요. 나 지금 살짝 실망하려고 그래."

"왜 갑자기 우리 집에 와서…… 제 몸무게 재고 냄새 맡고 그러는 거에요오……."

-레전설 인성에 실망할 거 같은데

-얘는 더 실망할 것도 없어!

-유리야 불쌍해 ㅠ.ㅠ

-징하다 '그 쓰레기'

채팅창 여론이 곱지가 않다.

안 본 사이에 여캠이 여캠했네.

물소들이 아주 난리가 났다.

"내가 못 올 곳 왔어? 가끔 놀러 올 수도 있는 거지!"

"전화라도 하고 오면 어디 덧나요?"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그건 인정

-갑툭튀 해야 꿀잼이자너ㅋㅋㅋ

-상또라이 새끼……

-근데 뒤에 누구임?

이게 다 방송 컨텐츠지.

이래 봬도 방송 끄면 잘 챙겨준다.

나 레전설, 내 여자에게는 따듯한 남자야.

'유리야가 내 여자가 아닐 뿐이야.'

그래도 나름 따듯하게 잘 대해준다.

그리고 내 여자면 애초에 소개 시켜줄 수도 없잖아.

코돈빈이 얼마나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아니, 나는 그냥~ 평소에 방송 재밌게 봐서 성훈이가 간다길래 같이 온 것 뿐이에요~."

"헐, 안녕하세요. 코돈빈 선수죠! 제 방송 보시는 거에요?"

"네, 헤헤."

-뭐야, 진짜 코돈빈?

-강타의 신!

-코피셜) 유리야 애청자다

-아, 그러고 보니 레전설 프로게이머였지?

그러고 보니는 뭐야 대체.

누가 봐도 어엿한 탑급 프로게이머인데.

이따금 오해를 받지만 내 직업은 프로게이머다.

동료 선수와 잠시 유리야를 보러 온 것 뿐이다.

시청자들은 상당히 신기하고 재밌나 보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있으니까.

'강타의 신…….'

이게 참 좋아할 만한 별명은 아니긴 하다.

까놓고 말해서 비꼬는 거잖아?

그 장본인은 굉장히 해맑은 상태니 아무래도 괜찮겠지.

"근데 유리야님 고등학생이었어요~?"

"아뇨, 오늘은요. 고등학교 때 교복 입어봤어요."

"와, 하나도 위화감이 없으세요~."

"정말요? 정말정말요? 고등학생처럼 보여요?"

둘이 뭔가 비슷한 생물이다.

알아서 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여자들은 정말 하나 같이 어리게 보이는 걸 좋아하네.

'그냥 애 같아 보이는 건데.'

그대로 그냥 고등학교에 다녀도 될 거 같다.

알고 지낸지가 한 3년 되는데 처음 만났을 때랑 똑같아.

한 10년 후에도 지금 상태에서 23(+10)이 될 것 같은 녀석이다.

"너 근데 교복이 왜 이렇게 아줌마 같냐."

"아줌마…… 그런 말하지 마요. 나쁜 말이에요."

"아줌마가 나쁜 말이야? 이 세상 모든 아줌마들한테 사과해!"

"죄송해요오……."

-담당 일찐이 또……

-리야야!

-쟤는 뭐 천벌 같은 건 안 받나?

-역시 세상은 나쁜놈이 잘 살아

아니, 내가 갑자기 유리야를 신데렐라 마냥 구박하는 게 아니다.

나이 먹고 교복 입는 이유는 하나잖아.

무슨 추억 회상이라도 하려고?

'물소들 먹이 주는 거지.'

유리야 본인이 그럴 목적으로 입었다.

그런 건 아니고 100% 이런 생각일 것이다.

봐봐, 나 예쁘지? 잘 어울리지? 고등학생 같지?

자랑하고, 칭찬 받을 생각이 한가득이다.

본인의 생각은 어쨌건 시청자들의 반응은 하나다.

헥헥 거리며 스크린샷 찍어 가지고 소장하고 그럴 것이다.

"좀 줄여 입어라! 이게 뭐야 츄리닝도 아니고."

"줄인 거에요. 여기서 더 줄이면 선생님께 혼난단 말이에요."

-선생님께 혼나면 안되자너ㅋㅋㅋ

-유리야 우등생이었어?

-아니, 지 옷이나 신경 쓰지

내 옷을 신경 써서 뭐 어쩔 건데.

남자는 그냥 깨끗하게만 입고 다녀도 돼.

옷에 단추 떨어졌는지, 김칫국물 안 튀겼는지만 보면 된다고.

"근데 여자는 예쁘게 입어야 니들도 눈호강을 할 거 아니야."

-ㅇㅈ

-크~ 역시 방송 천재

-본업만 오면 한없이 잘해지시는ㅋㅋㅋㅋ

-경기도 좀 그렇게 해봐!

난 잘했거든?!

팀원이 몽유병 환자 마냥 던져서 그렇지.

그런 민감한 이야기를 지금 하기는 뭣한 부분이다.

"졸업한지 4년 된 거 아니냐? 지금이라도 줄여! 이 정도로 혼났으면 춘자는 그냥 아오……."

"춘자요? 달래 말하는 거에요?"

"그럼 그런 촌스러운 이름 쓰는 사람이 세상에 달리 있겠니?"

-춘자ㅋㅋㅋㅋㅋ

-여신님 여고생 시절??

-하앜하앜 보고 싶다 젭라

-아니, 레전설 저 새끼는 주위에 왜 여자가 있는 거야

안 그래도 애 같은데 옷도 애 같이 입어.

청순미랑 애 같은 건 다른 이야기다.

보자마자 또 화가 나네.

'참자, 참아.'

너무 오랜만에 보니 분노 조절이 안됐다.

애초에 기분 전환을 하러 온 거잖아.

가볍게 놀다 가면 되는 거다.

"근데 왜 갑자기 우리 집에서 정모 해요?"

"내 집은 지금 월세 계약 끝났어."

"그래요?"

"그러니까 빨리 먹을 거 좀 시켜봐."

-주인님……

-너무 자연스럽게 뻔뻔하다

-누가 보면 지 집인 줄

-'그 쓰레기'

요즘 얼마나 푸짐하게 놀았으면 살도 잘 안 찌는 체질이면서 체중 관리가 안돼.

그에 반해 나는 얼마나 안팎으로 열심히 하는지 알아?

가끔 지인한테 폐 좀 끼칠 수도 있는 거지.

'너무 깊게 생각하면 인생 즐겁게 못 살아.'

유리야 덕분에 내 인생이 즐거워지고 있다.

유리야로서도 아마 보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같이 따라온 코돈빈도 표현을 안 할 뿐 상당히 들떠 보인다.

"제가 도와드릴 거 없을까요~?"

"배달 시킬 거라서 괜찮아요. 혹시 어떤 거 좋아하세요?"

"저는 아무거나 잘 먹어요~."

-풋풋한 거 보소

-코돈빈 호감 있어 보이는데?

-레전설도 양심 있으면 쳐도와라

-존나 뻔뻔하게 유리야 과자 먹고 있네ㅋㅋ

배달시키는 게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다고.

그리고 원래 남의 집에 오면 손님은 대접 받는 거야.

괜히 움직이면 집 주인도 불편하고 일처리 효율도 느려진다.

"성훈아, 잠깐만~."

"왜."

"유리야님 실물 너무 이쁘신 거 아니야? 너무 많이 이쁘신대~."

"리야야, 너 왜캐 이쁘녜."

"저요? 감사합니다."

-코돈빈 얼굴 굳음ㅋㅋㅋ

-진짜 관심 있네

-갑자기 미팅 컨텐츠?

-유리야 실물ㄷㄷㄷㄷ

이게 뭐 대수라고.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딴 걸로 안전부절 못해야 돼?

'나도 근데 처음에는 그랬어.'

내 군생활 흑역사의 자랑스러운 첫 페이지다.

처음 소개 받았을 때 동기 사랑할 뻔했잖아.

코돈빈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일단 치킨이랑 쪽갈비, 그리고 참치김밥, 떡볶이&튀김 시켰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시켰냐면 유리야가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저, 저 그렇게 많이 안 먹어요!"

-여자 스트리머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리야가 복스럽게 잘 먹긴 하지ㅎㅎ

-저래 놓고 지가 다 쳐먹음

방송에서 가끔 혹독한 태도를 취하는 건 시청자 때문도 있다.

오냐오냐 해주는 거 매우 꼴 보기 싫어.

여자가 뭐 벼슬이야?

'남녀가 엄연히 평등한데.'

그리고 유리야가 얼마나 많이 먹는지 알아?

내가 군인 때 소고기집 데려가서 땅을 치고 후회했다.

심지어 지금 시키는 것도 내가 사는 건데 꼬장 좀 부릴 수도 있지!

"아무튼 배달이 오는데 최소 40분은 걸릴 테니 그동안 컨텐츠를 하나 진행해봅시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라.

개인 방송에 왔으면 프로게이머고 나발이고 없다.

얌전히 밥만 먹고 돌아가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바람바람님이 1,000원을 짤랑짤랑!

코돈빈은 바론을 안 뺏길 자신이 있다 YES or NO

-직구ㅋㅋㅋㅋㅋ

-이걸 바로?

-제일 궁금하자너~

밥을 먹으면 밥값은 해야지.

진솔한 이야기를 잠깐 나눈다.

흔히 말하는 Q&A 시간이다.

"바론을 스틸 당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난 모르겠는 걸~?"

-뻔뻔하게 나오시겠다?

-예능감 있는데?

-역시 '그 비제이'와 같은 팀

KTX 롤러코스터는 토이치TV와 전속 계약이다.

대부분 딱딱한 솔로랭크 방송만 하기 때문에 이런 보이는 라디오 컨텐츠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꽤 괜찮은 느낌으로 소화하고 있다.

'한 대 때릴 뻔했네.'

뻔뻔하게 나온 만큼 앞으로 잘해주리라 믿는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다.

그 실수를 하필 임팩트 있게 저질렀을 뿐이다.

"근데 저번에는 왜 스틸 당하셨어요?"

"……."

바로 옆에서 직구를 날리다면 이야기가 또 다르다.

그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입조심 해. 강타의 신이야."

"강타의 신요? 저번에는 실수한 거에요?"

-유리야 몰라ㅋㅋㅋ

-커뮤니티 안 해서 모르나 봐

-순진무구함에 상처 받는다……

매우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한 남자를 울려버린 건가?

유리야, 생각보다 제법이야.

"강타를 안 쓴 게 아니야 아꼈던 거야."

"아낀 거에요? 왜요? 데미지로 쓸라고요?"

"니 머리를 강타하려고."

"히잉……"

그냥 왠지 미워서 쥐어 박았다.

코돈빈은 괜찮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코돈빈이 강타 하면 빗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대신 한 거에요."

-확인 사살ㅋㅋㅋㅋ

-너어어는 진짜 나빴다!

-사탄: 아,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원래 요즘 세상은 일류다.

이미 저질러버린 거 어쩌겠어?

한동안은 엄청나게 놀릴 게 뻔한데

이윽고 음식이 도착하고 먹방이 진행된다.

이런 화목한 분위기도 가끔은 나쁘지 않다.

유리야가 감히, 버르장머리 없이 닭다리를 집는다.

"야, 감히 웃어른이 함께 있는데 닭다리를 잡아?"

"두 개 있잖아요……."

"웃어른도 두 명 있잖아! 이 닭대가리야!"

"난 괜찮아~."

-닭대가리야ㅋㅋㅋㅋㅋ

-빡대가리야에 이어……

-마법의 단어

-리야야!

코돈빈이 특유의 힘 빠지는 목소리로 괜찮다고 한다.

그냥 아무거나 꼬투리 잡아서 갈군 거기 때문에 신경 안 써도 된다.

가만히 놔두니까 얘가 살이 쪄.

"오늘은 맛있게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해. 그러라고 사주는 거니까."

"왜요? 저 다이어트 할 만큼 안 쪘어요."

"닥쳐. 하라면 해. 내 팬들 도네 좀 쏴봐. 유리야 다이어트 식품 사주게."

"히이잉……."

얘 완전 집순이라서 가만히 두면 살 뒤룩뒤룩 찐다.

친애하는 후배이기 때문에 관리를 도와주는 거다.

그리고 얘가 날씬해야 시청자들도 좋을 거 아니야?

'돼순이 한 마리 키우는 것도 아니고.'

내 의견에 동조하는 시청자들의 호응 하에 합방은 무사히 마쳐졌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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