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64화 (36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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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타의 神 -->

최근 한국 롤판에서 가장 인기가 드높은 팀이다.

이례적인 리빌딩을 감행한 KTX 롤러코스터.

선수 한 명, 한 명이 탑 클래스에 손 꼽힌다.

단순히 실력 뿐만 아니라 인지도 또한 대단하다.

기존 팬덤과 합세해 어마어마하게 팬덤이 크다.

수많은 화제를 낳게 되리란 것은 필연이었다.

그런데 그 화제들이 달갑지가 않아!

자꾸 게임을 갖다 던져서 지고 있다.

간절히 애원하던 GOO Tigers전마저 적신호가 울렸다.

─바론 스틸은 대퍼라고 봐야 하는 건가?

딱히 단체로 죽은 건 아니잖아?

└난 대퍼에 한 표

└대퍼는 아니지. 그냥 실수야

└바론 뺏긴 정도면 대퍼 맞다니까?

충격적이었던 첫 번째 세트의 패배.

New 패턴으로 게임을 지는데 성공했다.

가히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없이 졌다.

이에 팬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어떻게 해야 KTX가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생산성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론을 뺏겼다.

이것은 과연 대퍼인가, 아닌가?

쓰잘데기 없지만 KTX팬들에게는 중요하다.

대퍼팀 [명사]

로드 오브 로드의 팀 KTX 롤러코스터.

대퍼 [명사]

KTX가 초반의 유리함을 스로잉이나 한타, 오브젝트 싸움에서 져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는 상황.

defer [동사]

(승리를) 미루다, 연기하다.

현재까지 있던 '대퍼'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명사를 만들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한 사고로 봐야 하는지.

─일단은 소퍼가 겹쳤다고 정의하자

대퍼를 작게 하다=소퍼

└ㅇㅋ

└합의합니다

└KTX팬들은 존나 쓸데없는 걸로 진지하네;

대퍼의 하위 호환, '소퍼'라는 개념이 탄생하는데 이른다.

이때까지는 그냥 웃고 넘기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게 처음 보는 패턴이다.

대퍼팀이 대퍼 안 한 게 어디야?

다음 세트는 정신 차리고 잘하겠지.

그 패턴이 정착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KTX 팬인데 개빡치네요

바론 또 스틸 당했길래

빡쳐서 티비 끄고 침대에 누워서

난 왜 KTX팬이지? 한탄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까톡으로 KTX가 이겼다고ㅋㅋㅋㅋ

└빡친 거야 기쁜 거야ㅋㅋㅋㅋㅋㅋ

글쓴이-헤헤

└바론 뺏기고 빡쳐서 욕 쓰고 있었는데 이겼어ㅋㅋㅋ

└미친놈들이 잘할 때는 또 존나 잘해……

바론을 뺏기고 갑분싸가 오지게 왔다.

아니, 이걸 또 뺏긴다고?

이 새끼들은 대체 정도껏이란 걸 모르나?

화난 팬들이 도저히 못 참겠다.

중계 플랫폼의 채팅창, 커뮤니티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슈퍼팀이고 나발이고 하루종일 던지면서 어떻게 이기려고…….

─더블 킬!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알파카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이기는 방법이 있었구나!

바론을 뺏겼지만 한타를 미친 듯이 잘했다.

코돈빈의 환상적인 이니시.

이후 레전설과 알파카의 프리딜이 싹 쓸어 담았다.

이후 행해진 세 번째 세트도 이기는데 성공했다.

보는 입장에서는 살얼음판 같았지만 굉장히 안정적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SKY T1에 비견되는 강팀인 GOO Tigers를 잡으며 6위에서 5위로 치고 올라섰다.

─KTX 롤러코스터 VS GOO Tigers 경기 요약.txt

KTX가 졌을 때 - 역시 대퍼팀

KTX가 이겼을 때 - 역시 대퍼팀

└여윽시 킹퍼팀!

└무적 논리 보소ㅋㅋ

└일관성 그 자체

└이길 땐 사스가 대퍼팀! 지면 얏빠리 대퍼팀!

일단은 팬으로서 이겼으니 축하해준다.

KTX가 어떤 팀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그런데 다 보고 나니까 진이 빠진다.

미칠 듯이 들쑥날쑥한 경기력!

으어어어어어어억-!

360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팀 이름으로 큰 그림 오지게 그렸네.

KTX 롤러코스터 그 자체가 맞구나.

몇몇 팬들이 하소연을 할 만도 하다.

─진짜 대퍼팀 경기력 때문에 정신병 걸릴 거 같음

보통 웬만큼 유리하면 이겼구나~

딴 거 하다가 한타 열릴 때쯤 다시 봐야지

이러는데 KTX는 12 대 1로 이기고 있어도 방심할 수가 없어

└존나 묘한 매력이 있단 말이야……

└글골 1만 차이 나도 불안함ㅋㅋㅋㅋㅋ

└그 강타조무사만 아니었어도 1세트도 이긴 건데!

└강타조무사ㅋㅋㅋㅋㅋㅋㅋ

발굴된 새로운 패턴 또한 연구의 대상이다.

첫 세트만 봤을 때는 그래도 이해하려고 했어.

소퍼라는 단어를 만들며 팬들간의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이건 '진짜'야.

머릿속에 떠나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다.

첫 세트도, 두 번째 세트도 이제 와서는 웃을 일이지만.

─'그 강타' 코돈빈 1,2세트 명장면.Gif

1. 노시야 랙싸이 Q에 바론 헌납

2. 리심에게 자연스럽게 스틸

└아니, 랙싸이 Q에 스틸 당한 건 뭐냐?

└어이가 없다

└웃긴 건 코돈빈 캐리 중이었음

└강타 빼고 다 잘하시는……

그냥 못한 거면 욕 박으면 된다.

팬들은 솔직하게 때문에 안 참는다.

그런데 레전설과 함께 게임을 캐리 중이었다.

갱킹도 좋고, 동선도 좋고 역시 코돈빈!

또다시 바론 스틸을 당하며 갑분싸가 온다.

뭐지? 도저히 우연이 아닌데?

신이 아닌 이상 저런 우연이 가능할까?

새로운 별명이 탄생하고, 정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내가 프로 데뷔를 한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름대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한다.

'나만큼 기구하게 경기한 선수가 몇 명이나 되겠어.'

짧고 굵게 살아왔다고 자부할 만하잖아.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넘쳤다.

마치 갓 전역한 군인처럼.

정말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남자들 전역하면 다 비슷한 기분 느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사회 나가면 또 달라.

인생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최근 들어 전역 당시 생각이 사무친다.

정말 살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있을 수 있구나.

"와, 강타의 신이다!"

"강타가 움직인다!"

"간타, 간타!"

"괴롭히지 마~."

팀원들이 코돈빈을 놀리며 놀고 있다.

숙소 내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애초에 놀리고 싶은 타입이다.

'요즘은 살짝 진심이 묻어 나오고 있긴 하지.'

어떻게 2세트 연속 그 유리한 상황에서 스틸 당하냐?

웬만한 건 으쌰으쌰 하는 게 팀이긴 한데 좀 그래!

좀 그랬던 건 팬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오죽 심했는지 또 하나의 별명이 정착되었다.

강타의 신.

팀이 아닌 코돈빈의 별명이지만 문제인 건 여전하다.

'문제가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야.'

깊은 한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유쾌하기 그지없는 숙소 안의 분위기가 원망스럽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팀탓도 할 수가 없잖아!

'이게 뭔가 이상해.'

분위기가 유쾌한 거지, 절대로 대충 하는 게 아니다.

연습 스케줄도 빡빡하고 집중력도 좋다.

오히려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력 좋고, 열심히 하고, 화목하고.

그런데 경기는 지니까 환장하겠다.

이번에는 이겼지만 다음번에는 어찌 될지 모르니까 사는 게 사는 거 같지가 않아.

'이러다가 귀화 못하는 거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야.'

한국팬들 특성상 조리돌림 오지게 당할 텐데…….

지은 죄가 많다 보니 간담이 서늘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을까?

나라도 안 던지고 잘하면서 슈퍼 플레이로 차근차근 이기면 되지.

옛날에는 그렇게 해결을 했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해도 우주의 의지가 승리를 막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코돈빈의 강타 이후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강타의 신이든 무슨 신이든 신이 정말로 미워하는 거 아니야?

세상에 어떻게 라인전도 잘하고 운영도 잘하고 한타도 잘하는데 게임은 지는 팀이 존재할 수가 있냐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멘탈적인 타격이 크다.

연습이 끝난 후 홀로 명상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자아를 성찰하고, 내면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코돈빈 개새끼야."

"응~?"

"……아니, 알파카는 욕할 때만 발음이 정확한 것 같아서."

"뭐, 그럴 수도 있지. 나도 내가 너무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해~."

코돈빈이 해맑게 대답해온다.

변명거리를 자연스럽게 제조해내는 두뇌가 있어서 다행이다.

속마음이 그만 새어 나오고 말았다.

이게 참 총체적 난국이야.'

신이 있다면 의지하고 싶다.

사람이 어째서 신을 믿는지.

군대에서 초코파이랑 롯데리아 데리버거 받았을 때 이후로 처음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니체는 말했다.

신은 죽었다.

솔직히 뭔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신을 의지한다고 안될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부분이다.

초심으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언제 팀에게 의지하고, 팀 플레이를 했냐.

팀원이 뭘 하던 빡집중해서 캐리하는 게 내 스타일이지.

'멘탈을 잡아야 돼 멘탈을.'

이럴 때 방법은 하나 뿐이다.

* * *

바늘 가는데 실 가고, 물 많은데 물고기 사는 법이다.

수많은 게임 스트리머들이 이사한 토이치TV.

시청자들도 바글바글 대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파프리카TV와는 다르다.

플랫폼이 다른 만큼 다른 문화가 정착된다.

소위 말하는 트타쿠라고 불리는 그것이다.

─리야는리야리야해님이 1,000원을 짤랑짤랑!

리야님, 오늘 입으신 교복 굉장히 귀여워요!

시청자들의 오타쿠 성향이 강하다.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옷 입어주면 뻑간다.

본인이 의도했다기 보다는 스트리머 본인이 워낙 4차원이다.

"구래? 정말? 어제 교회 가서 고등학교 친구 만났어! 그래서, 그래서 얘기하다 보니까 옛날 생각 나서 입었는데 잘 어울리지? 고등학생 같지? 그치?"

-뭔가 좀 생략된 듯 느낌인데……

-아무튼 귀여우면 됐지!

-우와, 스트리머님 젊어 보이세요!

-ㅋㅋ리야 지금 23살인가? 4년 전에 입었던 거네

과정을 생략하고, 본인이 입고 싶으면 입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시청자들도 달가워 해주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유리야의 방송은 날이 갈수록 성장 중이다.

그도 그럴게 파프리카TV에서도 나름 대기업이었다.

토이치TV로 넘어오며 무사 정착, 그 이상의 성장을 해냈다.

본인은 그냥 별 생각이 없지만 환경도 좋다 보니 시청자들이 인산인해다.

─유리야가 플랫폼 이적 겁나 잘한 케이스다

원래도 인기 많긴 했는데 많아 봐야 천따리였잖아

가끔 듀오 방송할 때나 2~3천따리로 늘어나고

근데 지금은 방송 키면 고정 3천이네ㄷㄷ

└레전설이 오지게 잘 키워줬지

└호스팅으로 유리야 쭉 밀어줌

└빛 전 설

└응, 그만큼 많이 갈궜어~

토이치TV에는 호스팅이라는 제도가 있다.

스트리머가 자신의 방송 시청자를 친한 스트리머에게 몰아준다.

가장 인기와 시청자가 많은 레전설이 밀어주니 안 뜰 수가 없다.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원래 불공평한 게 세상이다.

유리야가 당한 걸 생각하면 합당한 대가다.

하지만 유리야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서 기도해요. 시청자님들 하는 일 다 잘되고,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개독?

-예수 믿으라고 강요하는 게 개독이고

-리야 방송 초창기부터 봤는데 매주 교회 가는 성실한 신자야

-근데 교회를 대체 왜 가?

손깍지를 낀 유리야가 기도하는 포즈를 잡는다.

귀엽긴 한데 이해는 안돼.

귀찮게 교회를 왜 가는 걸까.

리야가 사뭇 진지한 어조로 대답한다.

"하느님께 기도하면요. 마음이 평안해져요. 그리고 나쁜 일도 안 하게 돼요!"

-그렇구나……

-리야 착해!

-나쁜 일은 하면 안되지

-리야 같이 예쁜 애 있으면 나도 교회 갈 텐데ㅋㅋ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

스트리머 본인이 순수하고, 착하고, 이쁘고, 뭔가 멍청한 매력이 있다.

토이치TV 시청자들의 취향이기 때문에 방송이 번창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신이 과연 존재할지.

열심히 믿는다고 보답을 해줄지.

한 번쯤 합리적 의심을 해볼 만하다.

"야, 유리야!"

"헉! 선배…… 여기, 여기 우리집인데요. 선배 또 어떻게 온 거에요……."

-레전설ㅋㅋㅋㅋㅋㅋㅋ

-쟤는 출현하는 패턴이 대체 몇 개야?

-아니, 프로게이머가;;

-본업하러 왔누ㅋㅋㅋ

만약 신이 있다면 자신의 독실한 신자를 이리도 홀대할까.

물론 신자가 많으니 하나하나 보다듬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서운한 감정을 느낄 만도 하다.

"너무 섭섭해 하지 마. 내가 신을 데려왔다."

"신이요? 하느님이요? 우리 집을 어떻게 와요?"

어리둥절한 유리야.

조금 다른 분야의 신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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