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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쏟아졌던 개막전이다.
그 내용은 가히 불꽃이 튀겼다.
글자 그대로 불꽃에 튀겨졌다.
「기가 갤럭시 브레이커!」
파이어뱃의 궁극기가 일직선으로 쭈욱~ 깔린다.
원래 일직선으로 깔리는 궁극기다.
문제는 길목까지 일직선이다.
블루팀의 미드 1차 포탑의 위쪽.
혼자 지나가기도 빠듯하게 좁은 골목이다.
그 골목을 KTX 롤러코스터 네 명이 기어코 지나가더니.
─더블 킬!
SKY 김지훈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떼몰살을 당한다.
대체 왜?
이유가 뭐야?
시청자들의 의문을 자아낸다.
-왜 저기를 손잡고 지나가는 거지??
-아니, 탱커부터 앞장서던가ㅋㅋㅋ
-빅토리 ER도 정빵으로 다 긁혔네;
-왜 졌나 했더니 정말 미친 짓을 했구나……
분명 엄청나게 유리했던 게임이다.
딴 건 다 둘째 치고 레전설이 너무 든든해.
솔킬까지 따며 황제로 거듭나고 있던 아자르다.
한 번 시원하게 던지고.
그다음 소소하게 던지고.
계속 던지면서 게임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경기를 졌을 때 패인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건 근본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단순한 미스가 쌓여서…….〉
1세트가 끝나고 클끼리 해설이 상황을 설명했다.
원래 긴장을 하면 평소 안 하던 실수가 나온다.
못해서 진 게 아니라 실수를 해서 진 거다.
특히 시즌 초.
다시 대회 무대에 적응을 한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 경기력이 안 나오는 팀들이 흔하다.
특별한 이상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과정 좋았고, 결과만 조금 비틀렸을 뿐.
아마 KTX도 이 점을 인지했고 다음 세트에서 바로잡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SKY T1도 라인전에서 아쉬운 모습이 있었다.
두 번째 세트는 앞선 세트 이상으로 치열해지리라.
굉장히 그럴 듯한 예측이 오가기는 했는데.
─쿼드라 킬!
SKY 테이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
〈…….〉
해설진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앞선 경기에서 던졌던 바로 그 자리.
거의 비슷한 스로잉이 반복됐다.
-또, 또 저기서 던지네!
-이 새끼들 단체로 약 빨았나?
-그 와중에 레전설 의리 없는 거 보소
일렬로 주르륵~ 지나가다가 사르륵~ 녹는다.
보는 입장에서도 뒷목이 잡히는데 팀원은?
레전설이 벽 건너에서 허탈하게 바라본다.
수많은 팬들이 학수고대하던 개막전.
그 결과는 정말 허무하게도 막을 내렸다.
LCK를 끝장낼 것 같다는 팀이 끝장 났다.
─(속보) 외교통상부, 절차상 난색 표명
난민은 국가사무…… 정부가 해결 나서야……
└빛보다 빠른 손-절
└이걸 정부탓으로 돌린다고?
└제3의 LCK 태극전사 ㅈ됐네ㅋㅋ
└레전설 씹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ㅋ
폭등했던 레전설의 주가.
다시 곤두박질 치며 까들이 난리가 난다.
하지만 이런 걸로 까기에는 솔직히 좀 억울해.
경기가 끝난 직후, 클끼리 해설이 총평을 이야기했다.
〈세간에서 말하는 슈퍼팀 탄생……그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결국 가능성만 보여주고 끝났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이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SKY T1을 상대로 엄~청 선전했어요!〉
〈맞습니다. 첫 항해가 살짝 불안한 감은 있지만 첫 항해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여정을 두고 봐야겠죠.〉
-몬타니카호?
-살짝이 아니라 많이 불안한데……
-어휴, 설레발은 오지게 떨더니
-그래도 레전설은 거의 실수 안 하고 잘했어
결과가 참 아이러니한 건 사실이다.
그렇긴 해도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
레전설도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는 선전을 해냈다.
내용만 보자면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단점들도 보충이 되겠지.
아쉬운 기사들이 쏟아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SKY T1, KTX 롤러코스터전 대승! 개막전 깔끔한 2승 선보여.」
「공든 탑 무너지랴, 와르르르! KTX 롤러코스터 충격의 대패!」
「슈퍼팀의 탄생? 게임 전문가曰 아직 지켜봐야…….」
아니, 슈퍼팀이라며?
슈퍼팀도 부족해서 대퍼팀이라며?
높았던 기대 만큼 비난의 여론도 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각 외로 커뮤니티의 여론은 덤덤하다.
경기 중일 때만 대차게 깠을 뿐이다.
며칠 지나자 확실히 그럴 만도 해.
─KTX 롤러코스터 첫 경기 치고 경기력 괜찮음
리빌딩한지 얼마 안됐잖아?
한 명, 한 명이 에이스급이라 통제가 힘들어
아직은 실수가 나오지만 완성되면 시너지 폭발할 거야
└이게 맏따
└그냥 설레발충들이 문제였지
└원래 강팀들도 리빌딩 직후에는 흔들림
└KTX는 딱 봐도 대기만성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자기 주장이 센 선수들이 모였다.
단합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는 건 필연적이다.
무엇보다 시즌 초다.
시즌 초는 원래 실수가 잦다.
SKY T1도 지난 시즌에 어땠는지 기억 안 나?
─뉴비들은 잘 모르나 본데 시즌 초에는 다 그래
SKY T1도 리빌딩 직후에는 휘청였지
뱅기가 변기 소리 들을 정도로
└어휴, 롤창 부심 보소
└변기는 ㅇㅈㅋㅋㅋㅋㅋ
└지금은 정글 그 자체잖아
└KTX는 시작 치고 나름 무난한 거임
상대가 보통 강한 팀이 아니다.
SKY T1, 명실상부 한국 최강이다.
경기의 내용이 괜찮았으니 이 정도면 순항이다.
KTX 롤러코스터.
기존 명문팀이었던 만큼 팬들이 많다.
구 삼선 멤버인 알파카&맏따, 레전설까지 더해지자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이는 개막전 관련 기사들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별 것도 아닌 걸로 선수들을 까려고 하네.
댓글란의 여론은 KTX 선수들의 편이다.
[Best Comment]- 응, 이미 충분히 보여줬어. 실수만 안 하면 슈-퍼팀임
[Best Comment]- 기자야 대답해봐. 너 슼충이지?
[Best Comment]- SKY 팬인데 솔직히 철렁했다……. 던져줘서 망정이지
비난적이었던 여론도 잠시.
두터운 실드가 쳐지며 두고 봐라.
슈퍼팀이 어떤 팀인데 어딜 감히 까려고 하느냐?
SKY T1의 팬들도 이건 긴장을 해야겠다.
라인전하는 거 보니까 정말 강력한 팀이다.
이기긴 이겼지만 절대로 방심을 해서는 안될 상대다.
─와, 강팀 하나 더 생기니까 롤챔스 흥미진진하네ㅋㅋ
SKY T1도 이기고 나서 떨떠름할 거야
슈-퍼팀 하는 거 보니까 만만치가 않거든
└단체로 약 빤 듯이 던지지만 않았어도……
글쓴이-힘이 넘쳐 나니까 주체를 못하는 거야!
└크크큭…… 하찮은 닝겐
└결국 자리 잡히면 레전설이 아마 캐리하겠지
KTX 롤러코스터의 진면목.
아직 알아보지 못한 국내팬들의 여론은 지극히 해맑다.
* * *
아침에 일어나자 기부니가 묘하다.
내가 살면서 이런 적이 몇 번 없어.
'나 진 거야?!'
깨자마자 든 생각이 그거다.
잘 때는 오히려 피곤해서 그냥 잤다.
경기를 치르고 나서도 다들 한참 붕 떠있었다.
아니, 왜 이렇게 던졌지?
시청자들도 어이가 없겠지만 우리가 더 어이가 없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서 결과적으로 졌다는 느낌이다.
'대체 무슨 보이지 않는 힘이…….'
당연히 농담으로 하는 소리다.
진 건 진 거고 패배는 받아들여야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떠올린다.
패배, 그것도 2 대 0의 완패.
SKY T1은 역시나 강한 팀이다.
스코어만 놓고 보자면 만신창이다.
하지만 과정은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라인전의 상황도 전부 생각 이상이었다.
킹인도 2세트부터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라인전 이후에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긴 했는데.'
안전벨트만 제대로 착용하면 괜찮다.
이만한 결과면 상정 내라고 보고 있다.
나 말고 다른 팀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물을 마실 겸해서 방밖으로 나갔다.
팀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조식 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적 이후 합숙 생활이 기본이 됐다.
'사실 나는 혼자 살고 싶긴 했어.'
이전만 해도 그러했으니 말이다.
해외팀들은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그런 문화가 있다.
국내팀들은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합숙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그런데 어쩌라고 나는 싫음!
혼자서 내뺄 수는 없지 않은가?
대신 계약 조건 중 하나로 팀원들이 각자 방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KTX 롤러코스터의 숙소 이전 및 선수들의 생활 여건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이건 나만 좋자고 내민 룰이 아니라서 다들 만족한다.
그렇게 막 요구하고 그랬는데 지니까 굉장히 기분이 묘하다는 단점은 있네.
"내가 어제 자면서 생각을 해봤는데……."
"멈미까?"
"우리 너무 기본 틀을 못 지키는 거 같아~."
책임감을 느끼는 건 나 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코돈빈이 믿음직스럽게 말을 건네온다.
알파카는 이해를 못한 얼굴이지만.
으적! 으적!
자신의 주식인 샐러드를 씹어 먹는다.
다른 팀원들은 평범하게 밥과 국이다.
식사 준비해주시는 아주머니가 배로 고생이긴 할 것 같다.
'채식주의자라는데 어쩔 수 없지.'
요즘 그런 거 이해 안 해주면 큰일 난다.
프랑스 보니까 채식주의자들이 정육점을 테러한다더라고.
아무튼 팀원이 듣던 말던 코돈빈이 자기 할 말을 쏟아낸다.
"우리가 라인전은 엄청 세다고 난 느끼거든? 정글러잖아~."
SKY T1은 명실상부 LCK에서 라인전 가장 센 팀이다.
그에 준하게 강력한 팀들.
당연히 있지만 라인전은 SKY T1이 최강이라는 게 정설이다.
실제 상대를 해보니 확실히 그러하다.
그런 SKY T1을 상대로 지지 않았다.
오히려 라인전 단계는 유리했다.
"그걸 바탕으로 운영을 해야 돼. 마음 급하게 교전을 하려다가 손해 보는 거 같아~."
다들 개인 기량이 높은데 그걸 너무 과신하는 거 같다.
스크림에서는 그게 잘 먹혔지만 대회는 다를 수 있다.
정글러로서 말을 할까 말까 하다가 이제야 말한다.
사스가 시즌1부터 뛰어온 노장.
안정적인 운영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온다.
노련미가 돋보이는 건설적인 의견이다.
"그렇기는 해. 싸우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을 거야."
"국지전 위주로 가는 게 성장 차이랑 개인기 살리기 더 좋지."
너무 우르르 몰려 다니니까 마음이 급해서 실수가 생기는 거다.
코돈빈의 이성적인 분석.
팀원들도, 나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다 한 명씩 잘리기 시작하면?"
"우리 다 화력 센 챔피언이잖아. 오브젝트 위주로 운영하면 될 거야~."
미드랑 원딜이 성장을 잘한다.
그것도 DPS가 오질나게 잘 나오는 챔피언들이.
오브젝트를 엄청나게 빠르게 녹여버릴 수 있다.
"요즘은 굳이 바론 아니어도 드래곤볼만 모으면 필승이긴 하지."
"맏따 맏따!"
"봐봐. 알파카도 인정하잖아."
"샐러드 더 주심씨오."
"……."
소위 드래곤볼이라고 불린다.
용을 5스택 먹으면 미친 듯이 강해진다.
그런 버프가 주어지기 때문에 운영을 하기 좋아.
'우리팀이 개인기만 좋은 게 아니니까.'
개인기는 살리되 운영을 보완한다.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오로지 연습 뿐이다.
"연습을 진짜 열심히 해야 돼. 지금까지도 열심히 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맏따도 그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귀찮아서 안 말하려고 했는데.
'나보다 꼰대 아닐까 쟤?'
설렁설렁 하기는 글렀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하는 게 맞지.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가지는 건 성적을 낸 이후다.
프로게이머로서 으레 가져야 할 마인드다.
이런 빡센 팀도 나쁘지 않아.
다섯 명이 합심해서 하나의 팀을 만들자.
"우리는 단합을 해야 돼."
지난 한 달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가졌다.
SKY T1전으로 계기 또한 생기게 됐다.
이제 우리는 올라갈 일만이 남았다.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확실히 팀 게임은 이런 맛이 있어야지.
세간의 기대에 걸맞는 최고의 팀이 되자고 한 마음으로 결심했다.
* * *
2015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섬머.
정규 시즌은 매일매일 두 경기씩 바쁘게 진행된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지난 날, 그 지난 날보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와아아아아아-!
상암 E-스포츠 스타디움이 가득 찼다.
KTX 롤러코스터의 달라진 모습을 보러 왔다.
선수들은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심정을 전했다.
이전 경기에서 큰 실망을 끼쳤다.
선수들의 호흡 문제로 실수가 잦았다.
오늘이야 말로 단합한 KTX 롤러코스터의 저력을 보여줄 테니 기대해 달라.
─적 더블 킬!
트리플 킬!
맛밤 코코볼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마무리……!
단합해서 던지는 법을 배워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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