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57화 (35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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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어디서 나온지는 몰라도 그럴 듯한 속담이다.

나쁜 정치인들 심판하는 느낌이라 왠지 통쾌하다.

하지만 나쁜 정치인들이 괜히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다.

무슨 사건이 터져도 이러쿵저러쿵 결국 묻힌다.

파프리카TV가 노렸던 것이 대략 그러하다.

플랫폼 대항전.

대형 이벤트를 벌여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자.

그리고 협력 관계라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자.

그것만으로도 해명이 된다.

아, 잘은 모르겠지만 오해가 있었던 거구나?

일반 시청자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기 마련이다.

업계 초보인 토이치TV 코리아의 대처는 미숙했다.

파프리카TV는 틈을 잘 파고들었다.

대항전 제의가 받아 들여지며 잘 풀리나 싶었지만.

"섭외했던 그 친구는 뭐 최선을 안 다한 거야?"

"자기 말로는 했다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파프리카TV 본사.

매일매일 버라이어티한 비상 사태를 보내고 있다.

플랫폼 대항전을 벌인 의도 하나가 너무 깔끔하게 날아갔다.

온갖 꼼수를 쏟아냈음에도 이기지 못했다.

레전설 하나를 도저히 막을 수 없다.

허탈하게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플랫폼 대항전 토이치TV 대승……, '레전설' 가볍게 하다!」

「동시 시청자 수 120만! 글로벌 플랫폼 토이치TV의 위엄.」

「경기 중에 현실갱? 비교를 불허하는 인성과 실력 레전설.」

.

.

.

세간에서는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다.

대형 포털 사이트의 기사와, SNS를 타고 널리 퍼진다.

어색하기만 했던 한국의 토이치TV가 점점 익숙하게 된다.

그에 따라 시청자 수에 유의미한 변동이 있었다.

파프리카TV가 쫄딱 망해버렸다.

그런 건 아니지만 토이치TV의 시청자가 급등하는 추세다.

독점 체제를 가지고 있던 파프리카TV.

더 이상 독점이라는 두 글자를 쓸 수가 없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까?

"이번 사건만 잘 덮으면 선방으로 끝낼 수 있을 거 같은데."

"한때의 소나기죠. 레전설이 방송을 천년만년할 것도 아니고."

이미 일어나버린 사건은 어쩔 수 없다.

뒷수습이라도 최대한 잘 해보자.

그렇기에 진행되고 있는 회의다.

아직은 어떻게 틀어 막아 볼 만하다.

토이치TV 코리아는 운영이 어설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될 것이다.

일련의 판단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외국 플랫폼인 데다 국내 시장을 아직 잘 모른다.

이슈 때문에 잠깐 떠봤자 장기적인 운영은 자신들에게 밀린다.

실제로 딱딱한 대처에 불만을 품은 스트리머들이 적지 않다.

아니, 유도리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

파프리카TV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미지 쇄신을 모티브로 이번 기회에 바꿔 보자는 취지를 살리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법이다.

신뢰를 회복에 그치지 않고 더욱 굳건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냐?

운영진 회의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살리자는 어쩌고저쩌고 이야기가 나온다.

낙관적인 전망을 가져볼 만도 하다.

이치TV의 운영이란 결점이 짚이고 있다.

더불어 레전설도 언제까지 방송을 하지는 않을 거 아니냐?

인터넷 방송에 긴 노하우를 가진 파프리카TV.

위기 상황에 처하자 대처 능력이 돋보인다.

한 가지 상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토이치TV는 코리아는 분명 미숙하다.

출범한지 아직 한 달도 안됐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본사까지 어중이떠중이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 * *

불편한 진실.

진위 여부를 떠나 말하기가 애매하다.

세상에는 간혹 그러한 사건들이 생긴다.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어?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뛰어넘는다.

굉장히 큰 사건으로 보이는 일이 생각보다 화제가 안되는 이유다.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 보단 편안한 거짓말을 원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어났던 파프리카TV의 BJ협박 사태.

본사의 해명까지 겹쳐지며 무마된 줄 알았다.

「토이치TV, 파프리카TV에 강경한 법적 대응 의사 밝혀!」

그렇게 꺼진 줄 알았던 불이 다시 붙었다.

토이치TV, 그것도 본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상 조사를 하고자 섣부른 대응을 미뤘을 뿐이다.

대체 그 진상이라는 게 무엇일까?

사건이 커지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진다.

몇몇 기자들이 용기 있게 나서며 실마리가 점점 풀린다.

─(기사펌)파프리카TV에 잠입한 한 기자.Soleum

이 달 말, 파프리카TV 내에서는 함구령이 떨어졌다.

스트리머 유○○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체적인 해명에서는 담당 직원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중징계를 받았다고 알려졌으나……

└지들끼리 묻었던 거임?

글쓴이-그런 듯ㅋㅋ

└캬~ 순도 100% 헬조선 기업

└파프리카TV 양아치 같다고는 느꼈지만 진짜 양아치였네

사건의 심각성과 크기가 크다.

토이치TV 코리아는 해결할 수 없다.

본사로 인수되어 처리 과정을 가졌다.

바다 건너 일이다 보니 시간이 소요됐다.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약 일주일 가량.

법무팀이 움직이고, 사건의 진상이 퍼진다.

─결국 유리야 협박하려던 건 진짜였다는 거네ㄷㄷ

파프리카TV 이 새끼들은 BJ를 뭘로 생각하는 거지?

└소모품

└윗 댓글 소름 돋네;

└원래 문제 많은 플랫폼이긴 했는데……

사실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적지 않다.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거나, 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해 덮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주먹구구식 해결이 통했다.

얽힌 사람이라고 해봤자 일개 BJ, 혹은 일반인.

구슬려 삶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업이나 정부의 공문도 다르지 않다.

다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영구정지된 BJ들이 솜방망이 처벌로 복귀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조용히 끝내기에는 글렀다.

─깝쳐도 상대를 보고 건드려야지……

왜 세계 2위 기업 자회사한테 깝치냐고

└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 너무 잘 나가니까 물불을 못 가림

└고등학교 일찐이 본토 마피아한테 나댄 꼴이지

대기업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거대한 공룡일수록 걸음걸이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한 번 움직였을 때 발자국도 깊게 패인다.

파프리카TV로서는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기업 설립 이후 최초로 있는 국제 소송이다.

그조차도 흉흉한 민심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Best Comment]-헬조선식 깡패 기업 보소

[Best Comment]-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어메이징

[Best Comment]-별풍선 수수료 떼는 게 아니라 자릿세 내는 거였자너ㅋㅋㅋ

대형 포털 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비판적인 댓글이 주를 이룬다.

병크가 터져도 너무 크게 터졌다.

여론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아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안 그래도 여캠과 기타 사건사고로 이미지가 안 좋은 파프리카TV다.

이를 쇄신하기 위해 작년부터 여러 노력을 해왔다.

기업의 이름을 내건 게임단의 창단 등 말이다.

오히려 이전 이상으로 블랙 기업의 이미지가 찍혔다.

회복세를 보이던 시청자와, BJ 이탈도 다시 가속화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도 천문학적인 손해지만 당장만 따져도 엄청나다.

「파프리카TV BJ 탈퇴 러쉬, 주가도 하락 러쉬?」

「파프리카TV에 무슨 일이…… 4거래일 만에 15%↓」

「파프리카TV, 유명 BJ 이적에 시가총액 500억 증발.」

파프리카TV는 상장기업이다.

주가의 변동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평가하는 회사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가 현재진행형으로 폭락 중이다.

단 1%만 깎여도 수십억원이 증발하는 셈이다.

10% 단위면 회사 존망의 위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너도 나도 팔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설마 거기까지 갈까…….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회사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사태다.

"어떻게든 해결책 모색해. 오늘 내로 당장!"

"……저 사직서 수리하러 온 것입니다만."

사태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번졌다.

김태형 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러 왔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새파랗게 질린 남수길 대표이사의 얼굴을 보았다.

"지금 사표가 문제야? 일이나 해 어서!"

"……"

이전 일의 책임을 물을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다.

과연 이것이 자신에게 이득인지 독인지.

당장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만회를 할 기회가 생겼다고 봐야 하나…….'

씁쓸한 웃음을 지은 김태형 본부장은 문을 닫고 나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쉬고 있을 틈이 없다.

파프리카TV는 역대급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분주하다.

해결책을 강구하고, 신뢰도를 회복하다 보면 언젠가.

이룰 수도 있겠으나 아직 모든 폭탄이 터진 게 아니다.

이전 병크를 덮기 위해 저지른 무리수가 들통나고 있다.

토이치TV의 레전설 방송.

수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 * *

어느 정도는 눈치는 채고 있었다.

하지만 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로선.

"실버나 마스터나 큰 차이가 있나?"

-있지……

-그럼 없겠냐??

-(레전설 기준으로는 다 양학)

-또라이 새끼ㅋㅋㅋㅋㅋㅋㅋ

어차피 다 지나가는 구간인데.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없지는 않다.

'실버는 지나가지도 않는다는 거지.'

보통 배치를 10승 0패 아니면 9승 1패 할 거 아니야?

그러면 최소 골드 티어, 잘하면 플래티넘 5티어다.

"아니다, 처음이나 두 번째 판에는 실버 만날 수도 있겠다."

-그게 중요함?

-얘는 진지한 듯

-어그로 잘 끄시네요ㄷㄷ

-근데 진심으로 하는 말임?

나한테는 나름 진지한 문제다.

티어가 낮으면 당연히 실수가 잦다.

티어가 높아질수록 그 실수가 잦아든다.

'근데 마스터도 실수 겁나 해.'

같이 큐 잡히면 진짜 사람 같지가 않다.

나 말고 챌린저라면 다들 느낄 텐데.

"니들 다 챌린저 아니었어? 맨날 나한테 훈수 두면서."

-챌린저 2티어인데요?

-오, 2티어네 난 3티어인데

-다 입롤 하는 애들이지ㅋㅋ

-파프리카TV나 토이치TV나……

물론 엄밀히 따지면 실력적인 차이는 있다.

그냥 실버가 인생 게임 한 줄 알았지.

살다가 한 번쯤 삘 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

'의심이라는 걸 쉽게 하면 안되는 거기도 하고.'

그런데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파프리카TV팀의 BJ김학수.

애초에 참가한 것부터가 너무 의아하다.

다른 BJ들 얼마나 많은데 왜 하꼬를?

전력상 가장 강한 거라면 또 모른다.

실버 3티어면 못하는 건 아니어도, 가장 잘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것에서부터 싹트게 된 의심.

하나둘 살이 붙어가더니 신빙성을 얻는다.

물론 살이 붙어도 결국 뇌피셜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BJ김학수라는 분이 말실수를 하고 존버를 탔다. 뭐, 그런 거 아니야?〉

-ㅇㅇ

-빼박임 빼박

-ㄹㅇ 최소 다이아 아니면 내 손에 장 지진다.

졌으면 나도 좀 관심이 갔을지도 모른다.

너무 완벽하게 이겨서 솔직히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그렇다고 하니 한 번쯤 본다.

보니까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있긴 하네.

판단력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것 같긴 하네.

아무튼 분석력이 뛰어난 분들이 활약을 해줄 거라고 믿는다.

'나는 다른 걸로도 바빠.'

요즘 리야가 어찌나 찡찡대던지…….

밤에도 내가 자장가를 불러줘야 할 기세다.

상당한 비약이긴 한데 비유가 그렇다는 거다.

이외에도 신경 쓸 거리가 워낙 많다.

착각할 수 있지만 절대 노는 게 아니다.

나도 할 일이 쌓이고 쌓인 프로 선수다 나름.

─레먹튀님이 10,000원 후원!

그래서 언제 방송 접음? 이번에는 또 어느 나라 감?

-ㅋㅋㅋㅋ

-날 카 롭 다

-블랙 안 당하려고 만원 쏘는 거 보소

-당하면 열사 ㅇㅈ합니다

만원 정도 쏘면 헛소리 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그 내용이 조금 섭하다.

누가 보면 내가 허구헌날 해외에서 노는 줄 알겠네.

방송도 어그로 끌다가 관심 폭주할 때쯤 되면 런하고.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지금까지의 행보만 놓고 보면 부정하기 힘들다.

딱히 변명을 하고 싶어도 할 거리가 없다.

다소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란 건 인정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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