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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대항전 -->
조금 많이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
실화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게임 중반부터 위화감을 느끼기는 했는데…….〉
클끼리 해설이 솔직한 감상을 늘여 놓는다.
그래도 혹시나 했다.
성장에 치중하려는 생각인 걸로 보인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타당한 추측임에는 이견이 없다.
〈보통은 생각을 할 수가 없잖아요? 게임 중에 갑자기 택시를 왜 타냐고요!〉
〈레전설 선수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경기가 지체되고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집에 간다고? 뭔 소리야?
-경기 중에 유리야집에 꿀밤 때리러 갔대ㅋㅋㅋ
-정말 상또라이다 레전설;
-유리야를 갈구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시는……
오는 길에는 따블을 주고 탔다.
가는 길까지 그럴 수는 없으니까 기다려 달라.
전대미문의 요구가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지고 있다.
명실상부 슈퍼 스타급 프로게이머.
전세계적으로 따진다면 이견이 안 갈린다.
동네방네 안 돌아다닌 곳이 없어서 워낙 유명하다.
현재 파프리카TV 멸망전 시청자 합이 10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토이치TV는 100만 명을 가볍게 돌파했다.
시청자 수 차이가 천정부지로 벌어진 이유.
-Wow, 한국은 스트리머들끼리도 대회를 하는 거야?
-이런 Culture Shock 너무 좋아!
-來看傳說來了
-ㄷㄷ 중국인들도 레전설 보러 오네
북미와 유럽은 물론 중국팬들도 와버렸기 때문이다.
파프리카TV와 달리 글로벌 기업.
높은 시청자 수에 비례해 발언권도 셀 수밖에 없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기다려준다.
어이가 없어서라도 본인 변명을 들어보자.
레전설에게 전화가 연결되며 속 시원한 질문이 쏟아진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경기 중에…… 하하하.〉
〈진정하시고 말씀하세요.〉
〈아니, 진짜 어이가 없어서 물어보는 거에요!〉
아무튼 방송 재미를 위함이었다.
그리고 유리야를 응징하기 위해서다.
딱히 규칙 위반이라고 할 만한 부류는 아니다.
〈만약 상대팀 집에 갔다면 큰 문제지만 아군이잖아요?〉
〈굳이 따지면 갱이라기 보단 커버라고 보는 게 맞겠죠.〉
-유리둥절
-리야야!
-유일한 피해자: 유리야
-He is Garbage
살다 보면 원래 별의별 인간이 다 있기 마련이다.
저런 인간이 주위에 없어서 참 다행인 거 같다.
하지만 스트리머로서는 재밌을지도 모르겠네.
국내 시청자들도 토이치TV쪽으로 점점 몰린다.
해당BJ에 대한 열렬한 팬들.
그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라이트 시청자인 게 사실이다.
라이트 시청자들은 보다 재밌고, 이기는 방송을 보고 싶다.
따라서 레전설의 방송에 몰리게 된다.
다른 인터넷 방송 플랫픔올 본다라?
결정을 망설이던 시청자들에게 계기가 주어진다.
파프리카TV로서는 골머리를 썩게 된다.
포탈을 여는 시청자들이 너무 많아.
"토이치TV 링크 거는 시청자들…… 너무 많은데요?"
"다 대가리 잘라!"
비상이 떨어진 운영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오히려 반감을 산, 혹은 호기심을 산 시청자들이 떠나간다.
그렇기에 더욱 다음 세트에 사활을 건다.
반대로 파프리카TV가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면.
시청자의 존속은 당연하고 플랫폼의 영향력까지 회복할 수 있다.
이윽고 양팀의 준비가 마쳐진다.
휴식 시간이 조금 길어졌을 뿐이다.
세트 스코어를 밀리고 있는 파프리카TV에게는 다행이었다.
피드백을 주고 받을 시간이 길어진 셈이니까.
그런데 과연 시간이 주어졌다고 멘탈을 잡을 수 있을지.
이게 뭐 실수를 안 하거나, 밴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면 모른다.
〈파프리카TV팀이 승산을 찾았을지 걱정이 되네요.〉
〈관전하고 있는 저희도 안 보이는데…… 이게 참 애매하긴 합니다.〉
김의정 캐스터는 물론 클끼리 해설조차 고개를 갸우뚱한다.
약팀의 입장에서 승산을 논하는 게 주특기임에도 말이다.
뭐, 교과서적인 해답을 찾자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미드&정글이 반반을 받쳐줘야 한다.
이게 관건인데 버티는 것도 버거워 하고 있다.
특히 파프리카TV의 미드라이너인 강민식이 문제다.
〈매 멸망전마다 나오는 지적인데 이 선수가 멘탈이 나가면 계속 죽어요. 밑도 끝도 없이 계~속 죽습니다.〉
-강민식 잘하는 애 아닌가?
-레전설한테는 늘 짐ㅋㅋ
-어휴, 인쓰강;
-강레기지 그냥 강레기
원래 잘하는 사람일수록 멘탈이 나갔을 때 영향이 크다.
왜 게임이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되는 거야?
레전설을 상대로는 날개를 못 편다.
소위 인간 상성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세 번째 세트에서는 극복할 수 있을지.
극복만 한다면 승산이 없지는 않다.
그도 그럴게 탑과 봇이 꽤 잘해.
─퍼스트 블러드!
이윽고 시작하는 세 번째 세트.
처음으로 긍정적인 속보가 들려온다.
파프리카TV의 봇라인이 선취점을 거뒀다.
〈인성제로 선수도 잘했지만…… 브라운의 점멸 판단이 인상적이었죠?〉
〈내가 바로 실버의 왕이다! 김학수 선수가 매섭네요. 날이 섰습니다.〉
불안하던 미드&정글도 사고를 안 친다.
오히려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토이치TV의 조합이 가진 약점을 찌른다.
「전속력으로!」
정글이 초반 갱킹을 못한다는 부분을 말이다.
라인을 쭉쭉 푸쉬하고 있던 파이어뱃.
잼구의 셀줄아니가 뒤를 잡았다.
뒤늦게 점멸을 썼지만 슬로우가 걸린다.
CC기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셀줄아니다.
붙든 사이에 잼할의 말카림이 들이박았다.
〈이건 확실히 잡았죠. 잼할 선수 1킬!〉
〈이런 플레이가 진작에 나왔어야 하긴 했어요. 지금부터라도 잘해주면 역전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잼구 각성?
-갓 구 나 이 트
-이번 갱은 갓구 ㅇㅈ한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
가끔은 갓구라고 불릴 만큼 잘해주는 잼구다.
그 포텐이 세 번째 세트에서 언뜻 보이려고 한다.
〈지금 구도가 파프리카TV에게 굉장히 이상적입니다.〉
흘러가고 있는 게임.
클끼리 해설이 경기의 포인트를 짚는다.
탑과 봇이 잘 풀렸고 미드 라인전이 무난하다.
레전설이 성장하기 전에 스노우볼을 굴릴 만하다.
심지어 레전설은 밴카드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전 세트에서 선보인 갈리스타, 마이가 밴.
어쩔 수 없이 다른 챔피언을 선택했다.
물론 그 선택도 나름 나쁘지 않다.
이즈레알은 과거에도 했었으니까.
-근데 2코어 나오기 전까진 애매하지
-그전에 터트릴 수 있으려나?
-레전설 이즈는 미쳐서 또 모름ㅋㅋㅋ
2014 스프링 시즌 결승전 이벤트 매치.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선보인 전과가 있다.
하지만 당시와는 여러모로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다른 건 둘째 치고 레전설만 독성장을 하는 게 아니다.
최근 메타에서 솔로 캐리는 꽤 흔한 일이다.
잼할의 말카림도 강타 스펠을 들었다.
두구두구두구-!
라인을 먼저 민 말카림.
몰래 적 정글로 침입해 두꺼비를 빼먹는다.
강타를 쓰자 잡는 과정이 굉장히 스무스하다.
이렇게 정글몹을 빼먹으며 성장한다.
강타&텔 탑솔러의 성장력은 엄청나게 빠르다.
캐리력 싸움으로 가도 파프리카TV팀은 나쁠 게 없다는 소리다.
〈물론 템트리에 따라서 또 모를 수도 있긴 한데……〉
무언가 짚이는 게 있다는 듯 중얼거린다.
이전과 같은 템트리라면 한계가 명확하다.
하지만 최근 천상계에서 한 가지 주목 받고 있다.
레전설이라면 해도 이상하지 않다.
원래 안 좋은 예감은 잘 맞는 법이다.
파프리카TV가 직장인 클끼리로서는 서늘하다.
* * *
정글 아이템이 여러모로 패치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나온다.
라이너가 써도 괜찮지 않을까?
'실제로 사용이 되고 있지.'
잿빛거인을 올리는 강타&텔 탑솔러.
처음에는 특이했지만 이제는 흔해졌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만 해도 그러하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잼구의 말카림이 정글몹을 빼먹으며 쑥쑥 성장했다.
레벨 차이가 점점 벌어지다 결국 솔킬까지 나왔다.
아군 탑솔러 파이어뱃이 죽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실수할 수도 있는 거죠.〉
이미 2승을 챙긴 상황이라 여유가 넘친다.
살다 보면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나 레전설 이해심이 깊은 사람이다.
-제발 유리야한테도 그렇게 해줘……
-쓰레기 새끼
-Amazing Trash!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문제도 생긴다.
나쁜 문화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있네.
'좋은 것만 배우고 살아도 모자란 인생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유리야를 괜히 갈구는 게 아니다.
미워서 떡 하나 더 주려는 것도 아니다.
주위에 안 둘 사람이면 멍청해도 상관없지.
근데 계속 키워야 되잖아.
아니, 아끼는 후배이기 때문에 보살피는 거다.
"리야야, 요즘 나쁜 남자 대세래."
〈전, 전…… 착한 사람이 더 좋아요.〉
"아, 갑자기 공개 고백을 하면 어떡해~."
-;;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대단하다 대단해
-레전설 전두엽 뚜껑 한 번 열어보고 싶다
나 정도면 충분히 착하지!
요즘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데.
이렇게 후배를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너무 인간적으로 대하는 감은 있긴 해.'
조금은 인정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근데 그게 다 친하니까 그러는 거야.
나의 깊은 속뜻을 몰라준다니 섭하다.
아무튼 게임은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탑도 봇도 솔킬을 따이며 무너지고 있다.
정상적인 갱킹이 안되다 보니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레전설 게임 포기함?
-방송이라도 살려보려고 잡담하네ㅋ
-다시 유리야집 가서 꿀밤 때리고 오자!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된다.
내가 이렇게 여유가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딱히 택시 타고 어디 가는 중이라 그런 게 아니다.
'구태여 무리하게 킬각 잡고 부산 떨 필요가 없어.'
애초에 그러기도 힘든 챔피언이다.
이즈레알은 상대가 대주는 게 아닌 이상 초반 킬을 먹기 힘들다.
드물게도 잼구가 갓구나이트 모드라 던지지 않고 빡겜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죽치고 파밍 중이다.
샤라라락-!
정조준 사격으로 탑 미니언 웨이브를 긁는다.
포탑에 먹히는 미니언을 쓸어담기 위함이다.
원래라면 원거리 미니언만 겨우 쓰러진다.
'AD이즈레알은 한계가 있으니까.'
공격력만 올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궁극기는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다.
하지만 주문력을 올리자 이야기가 달라진다.
-WTF……
-Look at that Damage!
-이즈 궁 깔끔한 거 보소
-이래서 AP템트리 올린 건가?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려.
깔끔한 라인 클리어는 모든 롤유저의 소망이다.
주문력이 높은 탓에 궁극기 데미지가 강력하다.
그럼에도 AP이즈레알은 안 쓰이는 이유가 있다.
딴 건 다 둘째 치고 라인 클리어가 안돼.
일련의 단점이 얼마 전 해결되었다.
「룬 글로브」
주문력: +40
마나: +200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10%
스킬 사용시 다음 평타에 주술검 효과가 적용됩니다.
주문력 정글 아이템이 바뀌었다.
그 성능은 크게 유별나지는 않다.
비슷한 효과를 가진 다른 아이템에 비해 특별히 센 것도 아니고, 잿빛거인처럼 가성비가 쩌는 것도 아니다.
'근데 이게 광역딜이야.'
마치 얼음 장갑처럼 주변의 적들에게도 피해를 가한다.
AP이즈레알의 고질점인 라인 클리어가 해결된다.
무난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여기에 킬만 한두 개 먹으면 딱 좋은데.'
무난하게 성장만 한다는 것이 좀 아쉽다.
도시락처럼 잘 대주던 강민식.
기가 죽었는지 수비적이다.
이즈레알이라 킬각을 잡기도 애매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파밍 뿐이다.
성장이 그다지 독보적이지 않다.
-AP이즈가 크네
-근데 큰다고 캐리 가능?
-상대 브라운이라 투사체 다 막힐 거 같은데
-잼할이 너무 커서 말발굽에 밟히면 뒤질 듯
이전 세트처럼 우월한 레벨링과 아이템 격차로 찍어 누른다.
그러기에는 상대가 워낙 킬을 먹고 잘 큰 상태다.
홀로 캐리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
채팅창, 시청자들의 전망이 어두울 만도 하다.
'틀린 예상은 아니지.'
하지만 굳이 비관적인 예측을 할 필요도 없다.
서로 잘 컸다면 이야기가 간단하다.
단순한 캐리력 대결로 귀결된다.
내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분야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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