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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54화 (35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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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대항전 -->

이어진 두 번째 세트.

다소의 밴픽 변화는 있었다.

당연히 갈리스타는 칼밴을 당했지만.

「잘 보고 배우게!」

전체적인 틀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나 혼자 잘 커서 다 썰어버린다.

그 간단한 공식을 실행 중이다.

문제는 그 과정.

섬광은 뜨기까지의 과정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포식귀는 스택이 모이기 전부터 딜이 나온다.

써컹! 써컹!

매 평타에 마법 피해가 묻어나간다.

섬광과도 찰떡 궁합이던 마이.

빨강 강타까지 걸자 강력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강민식의 르풀랑.

사슬만 점멸로 피하면 간단하게 솔킬이 나온다.

"얘는 뭘 믿고 앞으로 W썼냐? 그럼 죽어야지."

-잡고서 어이없어 하네

-방금 그게 킬각이었어?

-레전설한테는 킬각임ㅋ

물론 사슬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근데 니 사슬이 나한테 맞을 리가 없잖아?

무빙으로 피하려던 거 확실하게 잡으려고 점멸까지 썼다.

점멸이 아깝긴 한데 잡았으면 된 거지.

웨이브를 포탑에 박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

르풀랑을 픽한 의미도 한두 번 죽으면 퇴색된다.

"리야야."

〈피카피카…… 왜요.〉

"그냥 불러봤어."

경기를 무난히 이기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유리야의 삶은 여전히 기구하다

'어른이 돼서 포켓몬스터를 보면 그런 기분이 들지.'

포켓몬들이 과연 행복할까?

전쟁도 아니고 고작 놀이를 위해 싸운다.

스포츠라고 보기엔 한없이 동물 학대에 가깝다.

-알면서 왜……

-알면서 하는 놈이 제일 나쁨

-리야 좀 적당히 갈궈라. 욕 박기 전에

시청자들이 무섭네.

나도 딱히 악의적으로 갈구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유리야가 잘 컸으면 하는 아빠의 마음에서다.

"역할극 같은 거잖아. 나는 트레이너, 유리야는 피카츄."

-제발 1절만

-리야 화났음

-여캠 취급이 너무한 거 아니니?

-He is Trash

리야의 인기가 많아지긴 했다.

물소들이…… 아니, 아껴주는 시청자들이 말린다.

나 레전설, 민심이 그렇다면 수긍할 줄 아는 남자다.

「커져라~♬」

유리야의 랄라가 궁극기를 자신에게 쓰기 전까진.

잔다르칸: 때려버릴까?

나: 참아!

내 안의 악마가 스물스물 기어 나오려고 한다.

'아니야, 실수할 수도 있어.'

손가락이 꼬였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실수 한두 번 했다고 타박을 하지 않는다.

정말 천사와도 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했는데.

"리야야."

〈네?〉

"왜 스킬을 미니언에 써?"

〈클릭을 실수했어요.〉

그렇구나.

나는 니가 날 죽이려고 하는 줄 알았잖아.

핑 찍고 들어가려는데 실드가 안 걸려서 깜짝 놀랐다.

잔다르칸: 키킥, 말 만해. 난 피를 좋아하거든.

나: 안돼. 유리야는 나만 때릴 거니까.

내 안의 악마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악마가 커지든 내가 화나든 손찌검을 할 수는 없지.'

같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집이다.

그래서 유리야가 뻔뻔하게 나오는 게 아닐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불심검문을 위해 유리야의 방송을 켰다.

구박을 들었음에도 표정이 아주 해맑은데?

특유의 때려주고 싶은 우쭐함이 언뜻 보인다.

참고로 내 집은 강남에 위치한다.

강남에 월세집을 구해서 살고 있다.

이전과 달리 유리야의 집이 멀지 않아.

"아, 잠깐 튕겼어요. 죄송합니다."

〈선배 왜 죄송할 짓을 해요? 저한테는 하지 말라고 해놓고!〉

-ㅋㅋ역공

-리야 신났어

-아무 말도 못하죠? 역겹죠?

-어휴, 경기 중에 갑자기 5분이나 팅기고 오네

나: 때려버릴까?

잔다르칸: 참아!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우쭐해 하고 있다.

'어째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시청자들이 편을 들어주니 신난 모양이다.

부디 지금의 행복한 한때를 잘 즐기고 있기를 바란다.

"리야야, 왜 빨리 안 쫓아 와?"

〈선배가 핑을 찍어줘야 가죠. 오더를 똑바로 해주세요!〉

내가 만약 집에 있었으면 머리에 핏기가 올라왔겠지.

과감한 선택을 한 15분 전의 나에게 찬사를 보낸다.

나: 붙잡아.

잔다르칸: 끼야호우!

"야, 유리야."

"왜요? 용건을 말하세요. 허억!"

니 귀에 캔디 이 자슥아.

고막에 대고 다이렉트로 속삭여준다.

깜짝 놀라 일어날 뻔한 유리야의 머리 위에 노트북을 얹는다.

"선배 왜…… 왜 여기 있어요. 우리집인데."

"너희 동생 집이기도 하거든."

민하와는 여전히 잘 연락하고 있다.

스파이로서의 역할도 잘해주고 있다.

오는 길에 미리 문을 열어 달라고 문자를 때렸다.

문제가 되는 건 노트북 게임.

하지만 이전에 한 번 해봐서 감이 온다.

불편하긴 한데 못할 건 또 없는 수준이라.

'이럴 거 같아서 노트북도 좋은 걸로 하나 사놨거든.'

시대는 유비무환이다.

유리야의 머리 위에 노트북을 얹어 놓고 진행한다.

오는 과정에서 게임이 조금 비벼지긴 했지만.

「잘 보고 배우게!」

파밍 자체가 막힌 것은 아니다.

원하던 아이템만 갖춰지면 된다.

유리야의 실드를 받고 잼구의 셀줄아니를 썰어버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최근 정글은 탱커 메타다.

잿빛거인이라는 정글 아이템 때문이다.

정글러들이 탑솔러 수준으로 단단해지는데 기여하긴 했는데.

-아니, 마이딜 무엇;

-뭐 저리 세?? 셀줄아니 방템인데

-포식자 마딜이랑 고정딜 때문인가?

-아무리 랄라 실드를 받았다고 쳐도……

일전에도 선보였던 마이&랄라 조합이다.

탱커고 나발이고 걸리는 대로 썰어버릴 수 있다.

심지어 유리야가 첫 코어로 빛나는 향로를 올렸다.

「빛나는 향로」

치유 및 보호막을 사용하면 아군이 특수한 효과를 얻습니다.

공격 속도와 더불어 매 평타에 추가 마법 피해가 생긴다.

실드를 씌워주면 마법딜이 무식할 정도로 잘 박힌다.

방템을 둘러봤자 가볍게 뚫린다는 이야기다.

「잘 보고 배우게!」

물론 다른 걸 두른다고 안 뚫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봇 라인에서 일어나버린 대규모 교전.

양쪽 탑이 텔레포트까지 탔다.

아군 탑이 파이어뱃이다.

잼할의 나무카이는 마법 저항력부터 올렸다.

단단함에 자신이 있는지 점멸 속박으로 상남자답게 들어왔지만.

─적을 처치했습니다!

목재는 결국 목재에 불과하다.

상남자답게 첫 번째 스타트를 끊었다.

나머지 적들을 도미노처럼 썰어버릴 시간이다.

써컹! 써컹!

사실 갈리스타는 포식귀와 썩 어울리는 챔피언이 아니다.

그냥 챔피언 자체가 좋아서 했을 뿐이다.

하지만 마이와는 시너지가 환상적이다.

패시브 자체가 2타다.

배부른 포식귀와 곱연산된다.

가볍게 툭툭 치는 것만으로도 적들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

'점사라는 건 어지간할 때나 가능한 거고.'

탄력 받은 마이가 들이대기 시작하면 제압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적 판정을 가진 알파 슬래쉬를 쉴 새 없이 돌린다.

자신이 타겟팅을 받고 있다고 자각한 순간.

─더블 킬!

트리플 킬!

이미 죽었다고 보면 된다.

궁극기를 켜면 탱커 이상으로 단단한 광우스타.

선두에서 앞장섰지만 버틴 시간이 2초도 되지 않는다.

아군 파이어뱃의 궁극기도 잘 깔렸다.

상대의 퇴로는 완전히 봉쇄된 상태다.

마이가 미쳐 날뛰기에 최적의 환경.

─쿼드라 킬!

펜타 킬!

유리야 트레이너님이 전설적입니다!

딱히 컨트롤을 할 것도 없다.

그냥 Q만, 알파 슬래쉬만 쿨마다 돌리면 된다.

잼할이 점멸까지 쓰며 들어 와준 덕분에 한타가 일방적으로 막을 내렸다.

"역시 상남자야. 등을 보이지 않네."

-잼할이 잼할했을 뿐……

-아니, 근데 이건 마이딜이 미쳤는데?

-2탱 조합인데 앞라인부터 썰어버려ㄷㄷ

-지금 마이 하러 갑니다!

그냥 마이로는 이런 딜이 절대로 안 나온다.

배부른 포식귀에 랄라의 풀버프.

이 두 가지가 어우러졌을 때나 나오는 거다.

'말을 한다고 들으면 솔로랭크에 충들이 바글바글하지 않겠지.'

헛된 설득이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경기를 이겼으면 됐다.

유리야가 목이 아픈지 진동 상태이기는 한데.

"자업자득이야. 끝나고 두고 보자."

"죄송해요오……."

"죄송할 짓을 왜 하냐고 너도 물어봤잖아."

-리야야!

-레전설 이 미친 새끼ㅋㅋㅋㅋ

-현실갱은 에바참치자너

-레전설은 유리야 학대를 멈춰라!

본인도 본인의 죄상을 낱낱이 알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게 딱히 학대가 아니다.

'요즘은 노트북이 진짜 가벼워.'

LG의 그람이다 그램이다 해가지고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내가 비교를 해보니까 웬만한 전공책보다 가볍더라고.

유리야의 목도 단련시킬 겸 머리 위에서 진행한다.

"타자 치면 머리가 울려요……."

두피 지압과 함께 산만하던 정신은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 * *

비교체험 극과극!

2000년대 이후 태생들은 모를 만한 코너다.

이전 태생들은 한 번쯤 들어는 봤을 코너가 진행 중이다.

-이쪽은 초상집 분위기네……

-레전설은 지금 컨텐츠도 진행 중인데ㅋㅋㅋ

-경기 중에 팀원 집으로 현실갱 갔음;

-유리야 갈구기 꿀잼띠~

지고 있는 팀의 상황은 밝을 수가 없다.

절대 지고 싶지 않은 게임이었다면 더더욱!

BJ강민식은 그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침을 튀기고 있다.

〈아니, 존나 어이가 없네. 프로가 기본적인 시팅을 못해줘. 최소한 쳐뒤지지라도 말던가.〉

-(지도 뒤짐)

-추식아 민하다……

-미드 차이가 개오진다 ㅇㅈ?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마이의 펜타 킬 이후 돌이킬 수가 없어졌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징징대는 것 뿐.

보이스 채팅을 끄고 중얼중얼 남탓을 해댄다.

다른 팀원들도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다.

이길 수 없는 게임에서 무슨 신을 내겠는가?

미드가 말도 험악하게 하니 초상집 분위기다.

〈아니, 그걸 들어가면 어떡해!〉

〈사나이는 등을 보이지 않는다.〉

〈그건 인정!〉

물론 초상집에도 정신 못 차리는 애들이 있다.

먼 친척집이고, 아이들이면 그럴 수도 있는 일.

아이가 아님에도 잼잼 듀오는 여전히 쾌활하다.

-사스가 롤챔스의 조로!

-아니, 거기서 이니시를 왜 건 거지?

-광우스타가 호응 했어야 했음

-ㄴㄴ 그냥 마이 딜이 미쳤어

안에서 새는 바가지, 역시 밖에서 안 새는 건 아닌가?

솔로랭크에서는 나름 학살자다.

잼잼 듀오의 활약을 기대했다.

변하지 않는 모습이 딱히 놀랍지는 않다.

혹시가 역시나가 됐을 뿐이다.

그리고 사실 잼잼 듀오로서도 억울하다.

잼구가 끊긴 것도 미드 주도권이 없는 탓이다.

잼할도 탑라인전 잘하면 잘했지 못하지는 않다.

레전설의 성장을 막지 못한 미드 잘못이 가장 크다.

"강민식 그 자식 큰 소리 뻥뻥 치더니……."

"역시 보험을 들어두길 잘했네요."

지켜보는 파프리카TV 임원들은 애가 탄다.

반드시 이기지 않으면 안되는 경기다.

그렇기에 보험을 하나 들어두었다.

「근데 혹시 들키지는 않겠죠? ㅎ;」

-캠은 그대로 나가는데 들킬 리가 없잖아요.

「그쵸? 그렇겠죠?」

-연습했던 대로 연기만 잘 하시면 됩니다.

파프리카TV팀 서포터로 멸망전에 참전한 BJ김학수.

이런 큰 대회에 나올 만한 인기BJ가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규칙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멸망전은 모든 티어가 즐길 수 있는 컨텐츠다.

최소한 저티어가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서포터는 브론즈나 실버BJ를 뽑는 것이 타당하다.

김학수는 파프리카TV 본사에 초대되어 제의를 받았다.

자신들의 말만 들으면 BJ로 크게 키워주겠다.

그 조건이라 함은 일종의 대리.

캠을 켜고 게임을 하는 척만 해라.

실제 게임은 마스터가 대신 할 것이다.

하꼬BJ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다.

-이번 세트부터는 빡세게 할 겁니다.

「아, 네! 맡겨주세요. 절대 들키지 않도록 잘하겠습니다ㅎㅎ」

일련의 규칙 위반으로 첫 세트, 두 번째 세트 라인전을 유리하게 가져갔다.

하지만 전력을 내기는 힘들다.

들키기라도 하면 본말전도니까.

한타에 가서 티나지 않게 잘 게임을 비벼볼 속셈이었다.

그런데 라인전부터 와장창 무너지고 있다.

레전설의 캐리를 막지 못하고 있다.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해야만 한다.

경기를 진행하며 적응이 됐기에 가능하다.

파프리카TV가 어둠 속에서 반전을 꾀한다.

========== 작품 후기 ==========

레전설이 넘어간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립니다

원래 법적인 대응은 하루이틀로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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