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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독점 체제 -->
어째서 리야가 SOS를 쳤을까?
무슨 얘도 아니고 똥오줌을 못 가리냐고.
마음 같아서는 한 소리하고 싶었지만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너 바보야? 왜 말을 못해?"
"제가 거기서 무슨 말을 해요."
-파리의 연인 찍네
-바보의 연인ㄷㄷ
-리야 억울해쪄……
-(바보는 맞다)
파프리카TV측에서 압박이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나 현실은 현실.
인기BJ가 타 플랫폼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 직접적인 압박을 가해왔다.
'압박이 아니라 협박이지.'
건장한 남성 서너 명이 집 앞에 대기하고 있다.
성인 남자도 오금을 저릴 상황이다.
리야의 과민반응도 이해가 간다.
이전에는 두 명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플랫폼을 말도 없이 옮길 수가 있냐?
지금까지 BJ로 클 수 있었던 건 파프리카TV 덕분 아니냐?
다음에 다시 찾아올 때까지 대답 준비해두고 있어라.
이런 이야기를 쪽지로 건네도 협박이나 다름없다.
찾아온 수가 더 늘었으니 의심할 여지도 없다.
-실제 상황임?
-와, 어이 없네. 파프리카TV 이 새끼들 안되겠구만
-무슨 깡패도 아니고ㅋㅋㅋㅋ
-협박하던 새끼들 갔나요?
당연히 안 가려고 했다.
그럴 목적으로 왔을 테니까.
우리나라 사람들 종특이 하나 있거든.
'숫자가 많으면 지들이 뭐 된 줄 알아.'
중·고등학생 일진들 몰려 다니는 것 마냥.
나이 먹고도 그런 생각을 못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레전설이라 밝히고 방송 중이라고 하자 처음에는 방송을 끄라며 으름장을 놓더라.
그러다가 뒤늦게 사태 파악을 하고 헛소리를 해온다.
입장 전달을 위해 왔을 뿐이라는 등.
씨알도 안 먹힐 소리를 지껄였다
"입 없어? 왜 말을 안 하고 있었어."
"죄송해요……."
"앞으로는 죄송할 짓 하지 말고 미리미리 말해. 집에 들어가서 우황청심환 먹고 푹 쉬고. 알겠어?"
"선배는요?"
"내 걱정은 니가 할 게 아니야."
-오, 좀 멋있는 꼰대
-레전설 극대노
-아니, 이건 진짜 심각한 건데?
-곧 기사 뜨겠다ㄷㄷ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인간들이 있다.
* * *
사실 공공연한 이야기다.
입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별로 없거나, 묻힐 뿐이다.
플랫폼이 크리에이터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갑질을 한다.
시청자들도 모르지 않다.
파프리카TV를 본 적만 있어도 알 수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운영자가 방송에 의아한 간섭을 하는 등.
하지만 운영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겠지.
운영자 또 지랄병 도졌네.
여태까지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갔지만.
─와, 파프리카TV 이번에 병크 진짜 크게 터졌네
유리야 집에 찾아가서 협박을 했네
플랫폼 안 돌아오면 묻어버릴 기세로ㄷㄷ
└컨셉 방송 찍는 줄 알았는데;
└방송 천재 레전설이 또 신종 갈굼 레파토리 만든 줄
└생방으로 봤는데 깡패인 줄 알았어
└변명이 더 가관임ㅋㅋㅋㅋ
아니, BJ의 집까지 찾아갔다고?
그러라고 개인 정보 등록한 줄 알아?
선을 넘은 수준이 아니라 줄넘기를 하고 있다.
엄청난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
묵비권을 행사할 만한 사태도 아니다.
파프리카TV측에서는 일단 변명을 늘여 놓았다.
─「BJ유리야 사건」 파프리카TV측 입장 요약.txt
1. 유리야님을 포함한 BJ들에게 의사를 물은 건 사실이다.
2. 하지만 협박이 있었다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3. 스트리머 본인과 협의를 가지는 건 자유다.
└요새는 협박을 협의라고 함?ㅋ
└미친놈들이네
└캬악~~! 퉤엣!
└상식적으로 장정 서너 명이 몰려가면 위협 느낄 거라고 생각 못하나?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여론을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일단 자기들이 한 행동에 대해 죗값은 치렀으나.
─방통위, 파프리카TV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부여!
레전설: 좆까고 민사로 조지겠다
└진짜 저렇게 말함?
글쓴이-ㅇㅇ
└개빡쳤나 보네
└유리야는 자기만 갈궈야 하자너~
파프리카TV의 갑질.
공공연했지만 이 정도로 수면에 올라온 적은 드물었다.
수면에 올라온다고 해도 이러니저러니 결국 묻히기 일쑤다.
왜?
파프리카TV 내에서 언급을 통제한다.
밖에서는 다른 방안을 통해서 어떻게든 흐지부지 시킨다.
하지만 더 이상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안 그래도 BJ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
곪아 터지던 다른 문제들도 용기 있게 제기하고 나섰다.
「갑질하는 플랫폼. BJ들에게 별도 수수료, 호스팅비 청구해.」
「내 돈 내면서 방송해야 한다고? 파프리카TV BJ들 '부담백배'」
「왜 화질이 안 좋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BJ들에게 부과되는…….」
애초부터 문제가 많은 플랫폼이었다.
시청자들이나 라이트 BJ들은 모를 수도 있는 일.
BJ에게 스트리밍에 대한 비용을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청구한다.
〈가끔 숙제 방송할 때 있잖아? 광고나 스폰 받으면 상납을 해야 돼. 무슨 야쿠자도 아니고…….〉
〈화질, 본방 인원, 다시보기 보관……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거 다 돈이야. 한 달에 수백 만원씩 깨져.〉
한 발짝 걸쳐 놓고 있던 스트리머들.
만에 하나 토이치TV가 망하게 되면 빼야지.
말조심 하고 있던 이들의 입이 슬슬 가벼워진다.
이적을 고민하던 스트리머들도 선택하는 추세다.
이번 기회에 토이치TV로 플랫폼을 옮길까?
파프리카TV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 * *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파프리카TV의 본사.
일 관계로 BJ를 부르는 일은 드물지 않다.
베스트BJ 이상은 종종 미팅이 잡힌다.
하지만 평소에 하던 이야기와는 다르다.
분위기부터가 사뭇 엄숙하게 진행된다.
최근 BJ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이적.
"BJ삐약이님이시죠?"
"아, 네…… 근데 왜 갑자기 미팅을……."
"저희가 듣기로 요즘 플랫폼을 옮기실 생각을 하고 계시다던데?"
"헉……!"
타 플랫폼 가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냐?
가는 거야 자유지만 우리는 좋게 볼 수 없다.
다시 파프리카TV에서 올 수 있을 거라 생각 마라.
미팅을 잡고 설명하면 열에 아홉은 알아듣는다.
나름대로 확고한 신념을 가진 한 명도 마찬가지다.
토이치TV가 지금 반짝이지 10년, 20년 갈 수 있을 거 같냐?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에요. 우리도 이 사태 정리되고 나면 베스트BJ도 늘리고 파트너BJ도 확충할 계획인데 그럼 당연히…… 남은 분들 위주로 돌아가겠죠?"
"그, 그렇긴 하겠네요."
비즈니스인 이상 이해타산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그럴 듯한 이점을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BJ들을 설득하는 건 하등 어려울 것이 없다.
애초에 BJ라는 인간들의 태반은 방구석 백수들이다.
현재 2015년, 직업으로 데뷔한 BJ는 극히 드물다.
이를 아주 잘 알고 있는 파프리카TV는 이용한다.
너희 파프리카TV 덕에 운 좋게 뜬 거 맞잖아?
너희 파프리카TV 없이 쭉 잘 살 자신 있어?
면전에 대놓고 물어보면 안 흔들릴 BJ가 없다.
강도가 높은 만큼 효력 또한 확실하다.
이탈의 낌새가 보이는 BJ들이 마음을 고쳐 먹었다.
물밑 작업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잘되다 보니 한 술 더 뜨기에 이른다.
이미 넘어간 BJ들도 꼬셔 볼까?
적당히 으름장 놓으면 다 넘어오잖아.
특히 여자 BJ들이 굉장히 만만하더라?
"김태형 본부장, 너 제정신이야?"
"……죄송합니다."
건장한 남성 직원이 두엇이 가기만 하면 그냥 100%다.
이번 기회에 유리야도 다시 꺼내오자.
조금 선을 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뭐, 이슈만 안되면 되지.
유리야 걔 아주 똥강아지 같더만.
잔뜩 쫄아서 어디 가서 말도 못할 게 뻔하다.
설사 말을 한다고 해도 증거가 없잖아?
이리저리 둘러댈 거리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현장에서 제대로 딱 걸리자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어떻게 수습할 거야. 자신 있어? 아니면 사표 끊어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지금이 될 사태냐고!"
파앙! 내팽개쳐진 서류 뭉치가 분위기를 더욱 험하게 만든다.
본부장급이면 사내에서 절대 무시 받을 직책이 아니다.
사장을 제외하면 딱히 눈치 볼 사람이 없다.
바로 그 사장이라서 문제다.
파프리카TV의 대표이사인 남수길.
사태가 워낙 커지자 그도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그런 와중에 병크가 터지자 다이렉트로 질책 받는다.
"해당 사원에 대한 내부 징계를 발표했고, 그 사원이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도……."
"잘하는 짓이다. 아주 잘하는 짓이야! 니 같으면 믿겠냐?"
"……."
덮기만 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커지고 있는 불씨의 크기가 작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기껏 해놓은 물밑 작업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는 것도 크다.
겨우 틀어 막은 듯했던 BJ 이탈이 다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미 이탈한 몇몇 BJ들이 파프리카TV의 치부를 들추어내고 있다.
아직 전면적인 기사화는 되지 않았지만 사태가 보통 심각하지가 않다.
방통위에서 부여된 과징금만 해도 1억원에 달한다.
사원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한계가 명확하다.
개인 정보 유출은 고스란히 회사 탓.
핑계를 대려야 댈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크기에 비하면 정말 별 것도 아니다.
파프리카TV의 존속 자체가 휘청이고 있는 대형 사고니까.
"해결해. 아니면 사표 쓰던가."
"……조속히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김태형 본부장으로서는 억울하다.
모든 부분이 안 억울한 부분이 없다.
거기서 갑자기 레전설이 왜 튀어나오냐고?
튀어나왔다 쳐.
방송인 거 알았으면 표정 관리 좀 하던가!
부하 직원의 무능 때문에 자신이 질책 받는다.
그리고 애초에 사건이 너무 크다.
이건 자신이 아닌 누가 해도 문제가 생긴다.
아니, 자신이기 때문에 그나마 실마리가 보였던 거다.
'레전설 그 자식…….'
이 모든 사태의 근원.
GOOTV가 워낙 잘 해결된 나머지 방심했다.
토이치TV도 어떻게 해결이 가능했는데 엄청나게 꼬였다.
김태형 본부장은 입사 이후 처음으로 유례가 없는 위기에 몰렸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머리를 싸맸다.
해결을 못한다면 퇴사 권고나 다름이 없다.
사장한테는 일단 해보겠다.
그렇게 말했지만 과연 방책이 있을까?
사태와 민심 파악을 위해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그는 발견했다.
─와, 요즘 잼잼 듀오 폼 물 올랐네ㄷㄷ
레전설 상대로 캐리해서 이겨버림
섬머 시즌 기대해도 되려나?
└잼잼 듀오가?
└아, 그거……
└ㅋㅋㅋ트할 각성한 줄
그리고 동시에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애초에 모두 오해였던 것으로 만든다면?'
파프리카TV는 토이치TV를 배척한 적이 없다.
동종 업계로서 같이 협력해 발전해나가기를 원한다.
분위기를 바꾼다면 현재 사태를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한 과정.
"어, 어. 그래. 이벤트 일정 취소해. 그리고 팀장급 전부 회의 소집해 당장!"
〈네? 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회선 돌리겠습니다.〉
이벤트를 하나 준비하면 된다.
일찍이 공지를 했었기에 자연스럽다.
그 내용만 조금 편의에 맞게 바꾸기로 했다.
1차 이벤트는 파프리카TV 내부 멸망전이었다.
2차는 토이치TV와 플랫폼 대항전을 열 생각이었다.
직원이 서두르는 과정에서 불상사 생겼으니 양해 바란다.
'의심의 여론은 당연히 나오겠지만.'
적어도 이런 대규모 이벤트.
시청자들의 호응이 적을 리가 없다.
더욱 큰 관심으로 묻어버리면 되는 일이다.
만약에 토이치TV 측에서 거부한다면?
오해는 풀리는 셈이니 그거대로 좋다.
반대로 성사가 되는 것도 환영하는 바다.
'대회에서 이겨 레전설의 거품을 꺼트린다라…….'
토이치TV의 중심은 레전설.
사건사고를 줄줄이 달고 다님에도 인기가 있는 이유는 실력이다.
그 실력을 대형 이벤트에서 적나라하게 무너뜨리면 파급 효과는 더할 나위가 없다.
이를 보다 크게 만들자.
그리고 승산을 한없이 높이자.
운영진 회의로 방법을 강구한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BJ의 영입을 위한 협박? "이벤트 준비 과정의 오해였을 뿐."」
「파프리카TV가 원하는 건 경쟁이 아닌 협력.」
「파프리카TV가 두 가지 정책과 다섯 가지 약속을 드립니다!」
기본적인 정책 개선도 함께.
신뢰도를 회복하는 게 최우선이다.
파프리카TV 소속 기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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