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48화 (34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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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독점 체제 -->

안타깝다면 안타까울 수 있다.

본인의 의지와 전혀 상관 없었다.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게임을 안 하면 강등 당해.

'못하는 사람은 내핵까지 쳐박히겠지.'

유리야의 평생 소원이자 유일한 자랑거리였던 골드 티어.

자신이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중국에 있었던 동안 게임을 할 수가 없잖아.

"저, 저…… 브론즈 아니에요."

"현실을 직시해 리야야. 넌 누가 봐도 브론즈야. 얼굴에 브론즈라고 써있어."

"아니에요오!"

리야가 웬만하면 나한테 말대답 안 하는데 브론즈는 서러웠나 보다.

그런데 뭐 어쩌겠어.

니 아이디 검색하면 브론즈라고 떡하니 박혀있는데.

아이디- 챌린저 유리야

전적- 227승 230패

티어- 브론즈2 37P

현실은 언제나 잔인한 법이다.

내가 아무리 젠더 감수성을 존중한다고 해도 브론즈를 실버나 골드라고 할 수는 없지.

그리고 어차피 골드도 아니었잖아.

"저 열심히 해서 이번 시즌은 플래티넘 가려고 했어요."

"그래, 누구나 이상은 높이 가질 수 있는 법이야. 나도 어렸을 때 꿈은 대통령이었어."

-리야 3승7패 실버4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열심히 실버2까지 올렸었는데……

-중국 가서 맛있는 거 먹었니 리야야?

-근데 유리야는 어쩌다 따라온 거지

맛있는 건 볼따구 터지게 먹었다.

먹은 만큼 가성비가 안 나와서 문제지.

나와 달리 리야는 중국에 바로 간 게 아니다.

'중국에서는 솔직히 억지로 오게 만든 감이 있지.'

내가 중국에서 개고생하는데 유리야는 한국에서 재밌게 방송하고 있더라고.

좀 짜증나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해서 억지로 불렀다.

이렇게 쓰고 보니 강압적으로 보이긴 하네.

좋은 말로 할 때 오라고 했을 뿐이다.

진짜로 와버려서 나도 살짝 난감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사정이 180도 다르다.

딱히 다단계 꼬드기듯 좋은 상품 소개한 게 아니다.

잘 모르는 애를 공양미 삼백 석에 사온 것도 아니다.

리야는 이래 봬도 서양팬들에게도 나름 인지도가 있다.

'사람이 저렇게 못할 수가 있구나.'

요즘에야 좀 생겼지만 토이치TV에는 원래 여성 스트리머가 드물었다.

게임은 금녀의 구역.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하물며 그 실력으로 왜 게임 방송을 해.

Korea Bronze Girl이라는 약간 국제 망신 느낌이 있는 충격을 주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확실히 이슈화가 되었고 유리야의 인지도를 상승시켰다.

그에 따라.

-난 유튜부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어!

-OMG, 피부 고운 것 봐

-근데 아직도 브론즈야?

-She is Chinese

"네, 중국인입니다. 한국 사람 아니에요. 한국인이었으면 당연히 최소 골드는 찍죠."

"저 어머니 아버지 전부 한국 사람이에요…… 저도 한국인이에요."

매운 음식 못 먹는 한국 사람 느낌이잖아!

한국 사람인데 게임을 못하는 게 말이 돼?

유리야가 중국에 있으면서 나름 박학다식해졌다.

특히 언어 관련된 재능이 싹트고 있다.

『유리야 Lv.29』

중국에 있을 때 레벨20의 벽을 허물어뜨렸다.

정말 본의치 않게.

적어도 본인은 모를 일이니 아무래도 괜찮겠지.

'그런데 또 29부터 막히더라고.'

그래서 슬슬 뚫어보려고 한다.

이번 기회에 한 차례 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이게 다 유리야 잘되라고 하는 짓이야~.

절대로 3차 전직이 궁금해서가 아니다.

레벨을 올리는 방법은 정말 이러니저러니 있다.

결국 확실한 건 갈구는 것이다.

갈구다 보면 어떻게든 레벨이 오르게 돼있어.

유리야가 볼을 큼지막하게 부풀리며 투덜댄다.

"저 요즘 행복했어요."

"그렇구나."

"한국 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오랜만에 시청자들이랑도 소통하고."

"요즘 행복했으니 앞으로는 살짝 불행해야 밸런스가 맞춰지겠네."

"히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생각하는 거 사이코패스 같아……

-레전설 저 새끼 정신 테스트 한 번 받아야 돼

방송 흥행을 위해 노력한다고 사이코 취급을 받다니.

억울하지만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유리야를 갈구는 건 인기가 있다.

'시청자가 잘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

나는 만약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면 진짜 잘 짜낼 자신이 있다.

멍청하게 배를 째지도 않을 거고, 기다리지도 않을 거다.

채찍과 당근으로 미친 듯이 굴려서 생산량을 늘린다.

"야, 유리야. 니가 게맛을 알아?"

"네?"

"게맛을 아냐고!"

"모, 몰라용……."

-갑자기 웬 게맛이야ㅋㅋㅋㅋ

-뭔 소리임?

-요즘 애들은 진짜 모를 수도 있겠다ㅋㅋ

그런 아저씨가 있다.

옛날에 아주 유명했던 CF다.

나이도 비슷한데 왜 세대 차이 느끼니.

"실망이야 게맛도 모르다니."

"선배는 알아요?"

"나도 몰라."

저 드넓은 태평양을 횡단한 노인과 바다 같은 아저씨만이 알겠지.

한 가지 확실한 건 크랩버거가 아니라 명태버거였다는 부분이다.

어린 시절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게맛인 줄 알았다.

"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게맛살이 될 수도 있고, 킹크랩이 될 수도 있고, 대게가 될 수도 있어."

"저 대게 좋아요! 대게를 대게 좋아해요!"

"그렇구나."

-리야 귀여운 거 봐ㅋㅋㅋ

-대게는 대게 다 좋아하지!

-근데 과연 레전설이 대게를 사줄까?

아니, 내가 그렇게 신용도가 바닥인 인간은 아니다.

최소한 거짓말은 잘 치지 않아.

안 치는 건 또 아닌데.

'대게 먹는 것도 컨텐츠로 이으면 되니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

물론 크고 굵직한 당근을 먹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채찍이다.

─아군이 위험 신호를 보냄!

유리야의 한나가 위험에 처했다.

상대 정글러 랙싸이가 갱을 왔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곱씹자면 구박할 부분이 한두세네 가지는 아니다.

오는 게 뻔한 타이밍이었다.

아래 무빙 치고 있으면 살았다.

이런 머리 아픈 이야기는 해봤자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게 다 내가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

잘은 모르겠지만 젠더 감수성 핑계대면 대부분의 일에 변명이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한 번 대봤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단순한 산수 미스다.

"아니, 왜 Q를 안 써? 랙싸이 그냥 회오리로 밀쳐."

"저, 저 썼어요! 썼는데…… 안 나가요."

당연히 안 나가지.

마나가 없으니까 이 빡대가리야!

마나가 없으면 스킬을 쓰지 못한다.

마나 코스트 챔피언이 가진 기본적인 리스크다.

유리야가 애꿎은 키보드를 다급하게 두들긴다.

그런다고 없는 마나가 생길 리가 있나.

머리 진짜 딱 한 대만 쳐도 되냐?

"아파요오……!"

"맞을 짓을 하지 마."

-때려 놓고 한다는 소리가……

-스트리머님 여혐 오지시네요

-미투각?

-마나가 없는데 어쩔 수 없지

세상에 어쩔 수 없는 게 어딨어!

아니, 키보드가 무슨 피아노야?

스킬을 무슨 연주하듯이 쓰냐.

머리를 좀만 굴리면 되잖아.

"야, 10 빼기 2가 뭐야?"

"저 알아요! 그러니까 8이요."

나름 빠르게 암산을 마친다.

뿌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그걸 계산 못하면 우리나라 공교육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되는 거잖아. 마나가 150이 있어. 근데 니가 마나 소모 100짜리 스킬을 쓰면 90짜리 스킬을 못 쓰겠지?"

지극히 간단한 산수 문제다.

마나 생각해서 스킬 쿨 돌리면 되잖아.

왜 쓸데없는 스킬 쓰고 정작 필요한 스킬을 못 써.

"아까처럼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는 계산하기가 힘들지 않아요?"

"세 자리 수 뺄셈이 힘들어??"

머리에 누가 권총이라도 정도 겨누고 있는 거면 이해한다.

그런데 그냥 게임이잖아!

대회도 아니고 솔로랭크.

심지어 완벽한 값을 구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림짐작만 하면 되는데.

"너 한국대는 대체 어떻게 들어왔냐? 금수저 특별 전형이야?"

"헐, 개인정보 말하면 안돼요!"

"괜찮아 아무도 안 믿어."

-리야 여대생이었어?

-한국대? ㅈㄹㄴㄴ

-유리야 머리로 한국대가 가능키나 하냐

-에이, 농담이겠지

거봐 아무도 안 믿잖아.

나도 믿겨지지 않는데 시청자들은 오죽하겠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늘어나지 않는 유리야의 실력 덕에 무한 컨텐츠가 지속된다.

* * *

레전설을 필두로 한 토이치TV의 흥행.

그에 따라 대대적인 움직임이 뒤를 잇는다.

파프리카TV에 불만을 가졌던 BJ들이 너도 나도.

─지금 플랫폼 이적 선언하는 BJ들 엄청 많네

토이치TV로 방송 옮길 생각이나 봐

아직 시기상조 아닌가?

GOOTV 꼴 나면 어쩌려고 그러지

└레전설이 캐리하니까 숟가락 얹으려는 거지ㅋㅋ

글쓴이-그만큼 메리트가 있는지 모르겠다

└최소 손해는 아니라 가는 걸 껄?

인터넷 방송을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하는 스트리머들.

당연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플랫폼 옮겼다가 망하면 어떡하지?

GOOTV라는 선례가 있는 만큼 쉽게 결정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힘든 거지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파프리카TV의 갑질에 신물이 올라온다.

눈치를 보고 있었다.

보니까 왠지 가능성이 있어 보여.

대우와 조건을 따져볼수록 안 할 이유가 없어.

─현재 BJ&PD들이 토이치TV 이적 결정한 이유.txt

1. 토이치TV에서 월급 조건 명시

2. 파프리카TV의 BJ를 향한 갑질

3. 스트리머의 불건전한 이미지 타파

└하긴 까메오팟TV는 몰라도 파프리카TV는 여캠 이미지가 강하지

└어디 가서 BJ가 직업이라고 말도 못함ㅋㅋ

└근데 1번은 뭐임? 월급?

글쓴이-ㅇㅇ 스트리머한테 월급 주나 봐

플랫폼을 이적하면 가장 고민이 되는 게 뭘까?

먹고 살기 팍팍해질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토이치TV가 파격적인 선언을 해왔다.

이적 후 파트너 계약을 하는 스트리머에게는 월급을 지불한다.

일단 돈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그러자 너도 나도 한 번 해볼까?

「토이치TV BJ의 새 성지로…… 풍월량 이적과 동시 ‘잭팟’」

「게임 BJ '엑소더스' 인기BJ와 PD들 토이치TV로 간다?」

「BJ도 이득, 시청자도 개이득! 토이치TV로 가는 이유.」

파프리카TV의 운영에 불만을 가졌던 건 BJ들만이 아니다.

오히려 BJ들은 어쩔 수가 없으니 입을 닫고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입을 닫고 있을 이유가 없어.

이번 기회에 똥차 갈아타자!

시청자들이 앞장 서서 BJ의 이적을 부추긴다.

이적한 스트리머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 잡는 추세다.

"아니, 너무 많이 빠져나가는데요?"

"이 새끼들이…… 멸망전만 쏙 참여하고 상금도 빼먹고 그냥 간다고?"

파프리카TV측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신입BJ 유입이 많다고 한들.

기존BJ들의 이탈은 타격이 크다.

이미 GOOTV라는 선례가 있었기에 더더욱이다.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만약 더 빠져나가면?

추가적인 이탈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BJ 년놈들 관리 똑바로 하고 으름장 내려!"

김태형 본부장은 강압적인 수단을 지시했다.

자칫 반감을 끌어낼 수 있지만 상관없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BJ들을 길들여 놓자.

'어차피 너희들은 다른 데서 방송 못해.'

토이치TV의 한국 진출.

그 정보가 알려지자마자 진상 조사를 실시했다.

서버도 홍콩에 있고 한국 지사는 설립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정보 전달이 늦었지만 그만큼 한계 또한 명확하다.

서버의 크기가 별로 크지 않아.

관리도 제대로 될 턱이 없어.

BJ들이 대거 몰리면 알아서 자멸하게 돼있다.

그 과정에서 망한 BJ들은?

당연히 돌아오게 된다.

'이번 기회에 서약도 받고, 이탈에 대한 책임도 무겁게 물어야겠어.'

조금 큰 소란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선례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너희들이 플랫폼 이동해서 재미 봐봤자 잠깐이지.

결국 시청자들은 파프리카TV 보게 돼있다니까?

이번 사태를 통해 뼛속 깊이 새겨줄 수 있다.

추가적인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

「토이치TV의 한계? 발목 잡는 서버 문제.」

「파프리카TV 김태형 본부장, 잠깐의 소나기에 불과해.」

「파프리카TV는 굳건하다! 국내 최고의 방송 플랫폼의 위엄.」

파프리카TV 소속 기자들이 기사를 배출한다.

술렁이던 여론이 조금씩 달라진다.

BJ들이 이적을 망설이게 된다.

'사업이 애들 장난인 줄 알아? 우리가 이 바닥에서 몇 년을 있었는데.'

김태형 본부장의 강압책은 효력을 보는 듯했다.

마치 불난 집에 물을 부어버린 것처럼.

시간이 지나자 보다 훨훨 타오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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