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47화 (347/443)

###347

<-- 무너진 독점 체제 -->

아니, 솔직히 나는 이쪽이 더 익숙하다.

파프리카TV도 안 익숙한 건 아닌데 방송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파프리카TV는 선정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으니까.'

나처럼 건전한 방송을 지향하는 스트리머에게는 꺼림칙한 면이 있다.

여캠들이 자꾸 나한테 꼬리를 쳐.

썸것도 하루이틀이지 자중 좀 해라.

내가 여자나 만나려고 방송하는 거 같냐?

'……틀린 말은 아닌데.'

아니, 겸사겸사 하면 좋은 거지.

나도 언제까지 옆구리 시리게 살 수는 없잖아!

프로게이머라고 여자 사귀지 말라는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애들이 야심이 좀 있더라고.'

접근하는 목적이 너무 뻔해.

차라리 사심으로 접근하는 거면 반겨줄 의향이 있다.

누가 여캠 아니랄까봐 눈은 쓸데없이 높아서 그건 또 아니다.

감히 버르장머리 없게 밀당이나 시도하고.

요즘 애들은 너무 안 좋은 걸 많이 배운다.

아버지 세대때만 해도 선 결혼하는 게 당연했어.

가치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파프리카TV에 있어서 좋은 일은 없을 거 같아.

이번 기회에 플랫폼도 갈아타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갈궈보자.

"토이치TV로 플랫폼을 옮기게 되었으니 유리야를 갈구도록 하겠습니다."

-유리야는 왜……

-인성ㅋㅋㅋㅋㅋ

-옮긴 거랑 무슨 상관이야……?

무슨 상관까지 있어야 돼?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건지.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쿨타임이 돌았기 때문이다.

"내가 유리야의 상관이다 됐냐?"

"히잉……."

-담당 일찐잼

-리야야!

-리야도 플랫폼 옮기기로 함?

-헐, 보아행콕좌……

간만에 유리야의 집에 찾아왔다.

자연스레 합방이 진행되고 있다.

파프리카TV BJ인데 안되지 않아?

유리야도 여차저차 옮기기로 했다.

원래 바늘 가는데 실 따라가는 법이다.

상관이라고 하니 옛날 일이 조금 떠오른다.

"야, 따라해 봐 복무신조!"

"복무신조오! 왜요?"

그걸 진짜로 따라하네.

이런 말이 있다.

하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통일의 역군이 된다.

둘.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

셋. 우리는 법규를 준수하고.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알겠어?"

"모르겠어요……."

-리야둥절

-리야가 어떻게 알아!

-군필자 아니면 모르지ㅋㅋ

-그 상관이 그 상관이 아닐 텐데……

그밖에 명예와 신의도 지키는데 나는 지키고 싶지 않아서 3절만 한다.

아무튼 유리야와 합동 방송을 진행하게 됐다.

한 마디로 만병통치약 같은 거다.

'유리야를 갈구면 웬만한 문제는 다 해결돼.'

유리야 갈구는 컨텐츠가 인기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장본인도 스트레스 받고, 나도 혈압이 치솟아서 지양하는 편이다.

하지만 방송 플랫폼을 이전하며 새 땅의 기운을 물씬 받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역시 아프리카에서 새는 바가지 미국 간다고 안 새지는 않나 보다.

일단 경과를 보기 위해 자유롭게 솔로랭크를 시켰다.

그 결과.

─적이 학살 중입니다!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라인전이 처참하게 박살 난다.

원딜러인 부시안은 죽고 리야는 도망간다.

보호막 서포터, 보포터의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하아……."

-(깊은 한숨)

-빡대가리야 어디 안 갔네

-리야도 반년 동안 중국 있었지? 거기서는 게임 안 함?

했다.

근데 원래 해서 될 놈과 안될 놈이 있다.

유리야는 따질 것도 없이 후자의 인종이다.

'놈이 아니고 년인가…….'

어느 쪽이던 지금 크게 중요한 건 아닐 것이다.

중국에서 작정하고 게임만 돌렸던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얘가 학습 능력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근본적인 실력 상승과는 거리가 있긴 하다.

유리야의 변명을 왜 내가 해주는지 모르겠네.

어쨌든 플랫폼이 달라졌으니 무작정 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 보다 건전한 방송을 지양할 것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갈궈야 한다.

"리야야."

"네."

"그래, 대답은 빨라서 좋구나."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해온다.

늘 비슷한 전개라서 뒷목을 미리 잡아도 될 듯한 기분이다.

죄인은 아마 자신의 죄상을 하나도 모르고 있겠지.

'졌지만 KDA도 좋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니까 수천 판을 해도 같은 티어에 있지!

열심히 한 거랑 잘하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어.

일찍이 유리야에게 몇 번이나 말을 해줬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실패한 교육 방식이다.

내가 유리야라는 유사 인간을 얕본 감이 있다.

때문에 이번에는 젠더 감수성을 살리기로 했다.

"상상을 해봐 리야야. 가난한 소년이 있어."

"가난한 소년이요? 불쌍한 애에요?"

"그래, 나라에서 제대로 원조를 안 해줘서 할머니랑 둘이 힘겹게 살고 있어 옥탑방에서."

"헐……."

-리야 눈망울 똘망똘망!

-뭐임? 실화임?

-레전설은 종잡을 수가 없다……

-와, 여자 착한 척 역겹네

맞아, 역겹다.

불쌍한 이야기 들으면 지가 먹여 살릴 것도 아니면서 괜히 몰입하는 애들.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불쌍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않아?

나 하나 먹고 살기도 팍팍한 게 현대 사회다.

'근데 그건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우리 같은 사람들 생각이고.'

여자들은 젠더 감수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공감을 잘한다고 한다.

공감은 공사 감독병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유리야에게는 맞는 교수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소년에게 단 하나 보물이 있어.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준 낡은 컴퓨터야."

"낡았어요? 힘들겠다."

"소년은 매일매일 롤을 하면서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꿈을 키우고 있었지."

-아니, 게임이나 쳐한다고?

-뜬금포

-갑자기 프로게이머가 왜 나와ㅋㅋㅋ

니들이 이해 못하는 건 젠더 감수성 부족하기 때문이야!

봐봐.

유리야 눈알 똥글똥글 한 거.

지금 유리야의 머릿속은 그 소년에 대한 생각 뿐이다.

"너는 방금 그 소년의 꿈을 짓밟은 거야."

"헉, 제가요? 제가 왜요?!"

"그 소년이 부시안이야. 방금 전 게임을 진 탓에 소년은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게 됐어."

"한 판, 한 판 진 건데요? 다시 해서 이기면 안돼요? 제가 빨리 친추 걸고 사과할게요!"

"……."

-리야 몰입한 거 봐ㅋㅋㅋㅋㅋ

-님들 이야기 실화에요? 진짜임?

-그 와중에 같이 몰입한 애들 뭐야ㅋㅋㅋ

-랭크 게임 한 판 때문에 별의별 소리를 다 듣네

내가 여기까지는 차마 상상하지 못했네.

유리야의 젠더 감수성, 공감 능력이 뛰어난 탓이다.

휴먼인 이상 하나쯤 뛰어난 스탯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겠지.

'하필 가장 필요 없는 능력치가 뛰어나서 유감이긴 하지만.'

새로운 교수법이 유리야에게 잘 맞는다는 확신은 얻었다.

당장 열심히 공부해도 부족할 판에 게임이나 하는 소년의 꿈을 위해서 유리야는 진심전력 솔로랭크에 매진할 것이다.

* * *

날이면 날마다 오는 컨텐츠는 아니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간간히 하는 컨텐츠다.

가끔 쿨타임이 돌았다며 유리야를 갈구는 레전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유리야는 왜 레전설이랑 친하게 지내는 거지?

나 같았으면 진작에 손절 때렸음

└손절이 아니라 명치를 때려야지

└같이 때리면 좀 좋아~

└리야는 의외로 게임을 잘하고 싶어 하더라……

굉장히 모진 꼴을 감내하고 있는 건 맞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예쁘고 참한 애를 때려.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얼마나 착하고 순수한데.

근데 원래 어떤 일이든 쉽게 잘할 수는 없다.

그 분야에 유별난 재능을 가진 게 아닌 이상 말이다.

고군분투하는 한 소녀의 일대기가 감동을 자아낸다.

─리야 또 엉덩이 맞네ㅋㅋㅋㅋㅋ

1패당 한 대

똥 싸면 두 대!

└손으로 때림? 완전 성추행 아닌가?

글쓴이-ㄴㄴ 전용 회초리ㅋㅋ

└유리야 진동 소리 여기까지 들리네

└부들부들! 부들부들!

처음 보는 사람은 정말로 때린다고?

아니, 상식적으로 여자를 때리는 게 말이 돼?

의문이 나올 만도 하지만 원래 그런 놈이었다.

첫 방송의 시작부터가 유리야의 갈굼이다.

이후로도 뭔가 건수가 생길 때마다 들이닥친다.

그 전통과 역사가 파프리카TV에서 토이치TV로 이어져 내려왔을 뿐이다.

─레전설이 유리야 갈구는 게 참 안쓰럽긴 한데……

재미는 있어

둘이 케미가 안 맞는 것 같으면서도 잘 맞아서

└너무 심하게만 안 갈구면 재밌지ㅋㅋ

└근데 심하게 갈구잖아

└유리야의 실력이 심한 걸까……, 레전설의 갈굼이 심한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시청자 유입의 일등공신이다.

과연 한국 시장에 통할까?

토이치TV의 한국 진출은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다.

GOOTV라는 실패 사례가 생겼기에 더더욱이다.

대기업인 만큼 방송 오류는 적겠지만 익숙하지 않잖아.

과연 기존 파프리카TV 시청자들에게 메리트를 줄 수 있을까?

─토이치TV도 보다 보니까 괜찮다

아니, 파프리카TV보다 훨씬 난데?

일단 화질이 너무 눈정화된다

그리고 광고 안 봐서 너무 좋아

└ㅇ? 퀵뷰 없어도 광고 안 봐?

글쓴이-ㅇㅇ

└괜찮네. 나도 함 봐볼까

└레전설&유리야 케미 때문에라도 본다!

레전설과 유리야의 합동 방송.

오래된 컨텐츠라 고정 팬층이 두텁다.

순수하게 놓고 봐도 자극적이기 그지없다.

커뮤니티에 호평이 올라오자 망설이던 시청자들도 찾게 된다.

역시 방송감 하나는 미친놈이긴 하구나.

유리야도 여전히 드럽게 못하는구나!

본래 레전설과 유리야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토이치TV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레전설TV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

오픈 특수까지 겹치자 파프리카TV 못지 않아.

「토이치TV 한국 진출 순항! 탑급BJ 레전설 인기 여전해.」

「레전설, 유리야 등 인기BJ들 토이치TV로 이적 성공적!」

「이매진 드래곤스가 팬이라고? 미모를 보니 그럴 만하네~.」

레전설 뿐만 아니라 유리야도 인기가 상당히 많은 BJ다.

롤드컵 이벤트 전 이후로 그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함께 토이치TV로 이적하자 관심이 상당하다.

합동 컨텐츠가 그 관심을 더욱 폭증시킨다.

└그런데 유리야는 왜 갈구는 거야?

└언제는 이유 있이 갈궜나……

└레전설이 레전설했을 뿐!

교육 방송을 빙자하여 한 소녀의 인권을 철저히 유린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긴 하지만 재미는 있어.

원래 개인 방송은 어그로가 반이다.

나머지 반은 유익한 방송이 될 수 있을지.

일단은 교육 방송이기도 하기 때문에 취지에 부합한다.

태도가 격하기는 해도 잘하는 프로게이머라 나름 그럴 듯해.

─유리야는 대체 어쩌다 레전설 따라온 건지……

반강제 아닌지

협박 당한 거 아닌지

걱정됐는데 팔로워도 빠르게 늘고 방송 안정적이네

└팔로워 몇 명인데?

글쓴이-지금 3만? 조금 안되는 듯

└아니, 방송 이틀째인데 벌써 그렇게 많아?

└뭐지? 한국 시청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 않나?

토이치TV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리고 레전설은 글로벌한 선수다.

한국보다 오히려 해외 활동이 길 정도.

토이치TV에서도 방송 경력이 길어서 외국 시청자가 많다.

하지만 유리야는 그렇지 않잖아?

사정을 모르면 의아할 만도 하다.

『Korea Bronze Girl』

외국 시청자들에게는 조금 다른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이맘때쯤 퍼져나간 영상이다.

유튜부 등지에는 파다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영상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게임 내내 계속 죽기만 한다.

10데스를 넘어 20데스까지.

〈흐에엥…… 나만 갖구 그래!〉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으로 울상을 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죽여.

그 적나라한 부들부들이 외국 시청자들에게 먹혀들었다.

└WOW, 아무리 한국인이라도 브론즈는 브론즈구나

└왜 애꾸사자는 자꾸 그녀만 죽이는 거야?

└그녀의 사생팬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She is Japanese?

물론 Korea Bronze Girl이다.

그 이상까지는 관심을 안 가진다.

하지만 롤드컵이 분기점이 되어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다.

토이치TV에서 방송까지 하자 외국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점점 올라간다.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