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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독점 체제 -->
한국의 스트리밍 업계를 독점하다시피 한 파프리카TV.
하지만 이것이 경쟁사가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있고, 있어왔지만 자연스레 도태되어 하나만 남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엄밀히 따지면 없지는 않지.'
팝콘 씹는 TV라던가 윙크 하는 TV라던가 있다.
결국 전부 그렇고 그런 방송으로 전부 맥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건전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파프리카TV 하나 뿐이다.
그나마 까메오팟TV 정도가 있긴 하지만 후원 시스템이 없어서 사실상 경쟁 상대는 아니다.
한국은 파프리카TV의 독무대.
지금까지는 너무나 당연했던 사실이다.
〈레전설은 이번 기회에 BJ 접고 프로게이머 생활에 전념해야지. 레빡이들은 형 방송에서 같이 응원하면 음~ 얼마나 좋아.〉
BJ러이갓의 방송.
단체 영정 사태 이후 최대의 수혜를 받고 있다.
시청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며 1위 BJ로 자리가 굳었다.
-레빡이지만 ㅇㅈ합니다
-러빡이 레빡이 하나로 뭉치자!
-파프리카TV는 러이갓만 믿고 가즈아!
채팅창의 반응 또한 굉장히 뜨겁다.
특유의 말빨에 어린 시청자들은 대부분 넘어온다.
달리 볼 방송이 없다는 점까지 더해지자 독주 체제다.
'내 프로게이머 생활 걱정해주는 건 좋지만 레빡이 걱정까지는 오지랖 같은데.'
나한테 한 마디 언급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연락도 딱히 온 기억이 없는 걸로 아는데.
아무튼 요즘 방송이 잘 나가시나 보다.
파프리카TV가 잘 돌아가고 있나 염탐 중이었다.
보니까 잘 돌아가고 있네.
인기BJ들이 사라진 정도로는 문제가 없나 보다.
이것이 독점 체제가 가진 압도적인 강점이다.
'치킨이 BBQ만 있다고 생각해봐.'
치킨을 3만원에 팔아도 결국 사야 한다.
당연히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겠지.
치킨 원가가 얼만데 3만원이 말이 되냐?
'근데 세상에 이유 붙이는 것만큼 쉬운 게 없어.'
우리는 깨끗한 올리브 기름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배달비, 인건비, 국내상 생닭 등을 쓰려면 불가피하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치킨을 만들기 위함이다.
'어쩌라고 난 어른이야!'
그리고 난 솔직히 국내산 안 먹어도 돼.
그렇게 말을 해도 걔네들이 어쩔 수 없대.
다른 치킨이 없으면 사 먹어야지 별 수 있나.
불평도 몇 달 정도지 시간 지나면 순응하게 돼있다.
이렇듯 그럴 듯한 이유로 합리화하는 건 간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없는 이유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 과자 회사들처럼.
그 반만 본 받으면 치킨 5만원도 꿈이 아니야.
'내가 이런 좆같은 생각을 왜 했을까?'
스스로 떠올리고도 어이가 없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게 어이상실이다.
파프리카TV의 상황이 대략 그러하다.
인기BJ들 어쩌라고?
다 쳐내고 다른 BJ들 띄워주자 먹힌다.
GOOTV라고 경쟁 업체를 만들긴 했어.
그런데 경영 초보라서 실수가 너무 많아.
원래 고객들은 처음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입맛이 익은 파프리카TV로 돌아간다.
그것이 현재 시국.
"오픈 준비됐어?"
〈네, 뭐 오픈이라고 해봤자 한국 서버 연결하는 정도지만…….〉
그리고 현재 미국.
토이치TV 본사 측에서 발표했다.
한국 서버를 새로이 신설할 예정이다.
그 예정을 전화 통화 ASMR로 듣고 있다.
언제 들어도 목소리가 싸늘해.
살 떨려.
"그러고 보니 나도 오픈 준비가 됐는데."
〈정말요? 벌써요? 바로 방송 진행할 수 있어요?〉
"너를 향한 나의 마음. 아, 막 이래. 꺄~."
전화 통화가 끊겼다.
국제전화 회선에 잠시 문제가 생겼나 보다.
막 이래. 이거 여자들이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근데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지.'
조금 상처 받는 부분이다.
이내 다시 전화가 연결됐다.
〈썽훈을 싫어하진 않는데 그런 건 조금…… 거부감 일어요.〉
"……그렇구나. 솔직하게 말해주니 나도 편하네."
한국식 연애가, 밀당이 취향이 아닌가 보다.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문화적 차이가 있는 만큼 이해는 한다.
아무튼 내가 한국에 다시 돌아온 이유 중 하나다.
토이치TV가 한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다 제쳐두고서 솔직히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더 이상 파프리카TV에서 눈치 보면서 방송 안 해도 되겠네.
'내 친구가 한 자리 하는 곳에서 하는 게 낫지.'
물론 불안 요소가 없지는 않다.
토이치TV가 괜히 한국 시장에 진출을 안 했던 게 아니다.
해야 되기는 한데…… 독점 체제를 과연 몰아낼 수 있을까?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100%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이기에 섣불리 움직이기가 힘들다.
몸무게가 무거운 사람일수록 쿵쾅! 쿵쾅! 하잖아.
'그건 좀 다른 이야기인가?'
세상에는 무겁고, 불편하신 분들이 계시더라고.
어쨌든 토이치TV로서는 굉장히 고심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GOOTV라는 선례가 생기자 더욱 애매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토이치TV.
인터넷 방송 경영에 관해서 파프리카TV보다 노하우가 있으면 있지, 없지는 않다.
적어도 GOOTV처럼 기본적인 미스는 생기지 않는다.
부족한 건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
"그리고 스트리머와 시청자 유입 정도겠네."
〈저도 가능하면 방송을 하고 싶지만…….〉
그럼 하라고.
하면 되잖아!
왜 말만 하는 거야 대체?
하기는 할 테지만 바빠서 본업으로는 불가능한 입장이다.
하비의 SOS 신호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향후의 계약까지 포함돼있다.
'시간도 들고, 쉬운 일은 아닌데.'
내가 어찌 하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
시간이 없으면 내서라도 하는 게 도리지.
파프리카TV에 대한 은원을 갈기 위해서라도.
하지만 마음이 앞선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내가 토이치TV에서 방송을 한다고 해도 한계는 명확하다.
일단 시청자부터가 외국인팬들이 줄을 이을 테지.
'공교롭게도 인기가 많은 입장이라.'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당연히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익숙지 않은 장소에 오면 누구나 불편을 느끼게 된다.
고로 목표해야 하는 건 익숙하면서도 재밌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다.
이럴 때 거의 만병통치약 같은 게 있다.
* * *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해외만 나가면 거의 당연하다시피 하다.
그런데 의아하게 한국만 없는 게 있어.
─진짜 아마존, 토이치TV 이런 건
해외 나가면 그냥 일반 상식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왜…… 안 들여오는 거지?
자국 시장 보호 때문인가?
└아마존은 관세 때문에 불가능한 걸로 암
└우리나라가 관세 겁나 세게 때리잖아
글쓴이-ㅇㅎ!
└근데 토이치TV는 왜?
대한민국은 수출 지향 국가다.
해외에서 오는 물품에 대한 관세가 매우 높다.
글로벌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조네스닷컴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굳이 진출할 이유도 없어.
우리나라 시장이 작은 건 아니지만 딱히 크지도 않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 업계로 한정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아마조네스가 1조원에 산 토이치, 한국 진출 시동 건다.」
「한국 시장 개척의 태동? 토이치TV 게임BJ들 대거 영입!」
「'한국 입성' 토이치TV "한국 게임 콘텐츠, 세계에 알리고파".」
인터넷 방송계에서 빠지면 섭한 국가다.
게임, E-스포츠를 생각한다면 더더욱이다.
한국을 빼놓고 롤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애초부터 진출을 하는 건 시간 문제인 일이었다.
언제쯤 와주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다.
기사들이 대거 쏟아지자 관심 또한 몰린다.
─와, 토이치TV 곧 한국 서버 오픈한다네!
서버가 미국에 있어서 렉 때문에 못 봤는데
한국 서버 오픈 하면 지연 없이 볼 수 있겠지?
└올, 개꿀
└근데 GOOTV 꼴 나는 거 아니냐?
└결국 사람들이 익숙한 거 보게 되더라
└과연 어떤 BJ가 토이치TV를 갈까.?그게 문제지
중요한 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GOOTV가 실패한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서버 불안정, 경영 미숙은 둘째 치고 볼 스트리머가 없어.
아무리 화질이 좋고, 서비스 좋고 뭐다 해도…….
TV에서 그 채널 보는 이유의 9할은 프로그램이 재밌고 다양해서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방송을 보는 이유도 스트리머가 재밌고 다양해서다.
15명의 인기BJ가 넘어간 GOOTV조차 컨텐츠가 부족하다.
기타 문제까지 심해서 완벽하게 쫄딱 망하는 수순을 걷고 있다.
토이치TV가 대기업이기는 한데 한국은 이미 파프리카TV가 장악한지 오래다.
─파프리카TV 멸망전 개꿀잼 ㅇㅈ? 어 ㅇㅈ~
동의? 어 보감~
고등? 어~ 조림~
앙, 러모띠!
└러빡이 어서 오고~
└요즘 파프리카TV 러이갓이 하드캐리 하더라
└멸망전도 멸망전인데 방송감 자체가 쩔음ㅋㅋ
└별풍이 내린.다 샤랄랄랄라 라~
진행되고 있는 이벤트까지 풍성하다.
익숙한데 맛있고 서비스까지 준다고?
채널을 다른 쪽으로 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이 훨씬 낫네.
떠나간 BJ들의 팬만 있는 게 아니다.
친목질 때문에 싫어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GOO 엔터테이먼트 애들이 적폐이긴 했어
지들끼리 시청자 몰아주고 그랬잖아
웃음 코드도 지들끼리만 공유하고
차라리 혼자 방송하는 러이갓이 훨씬 낫다
└그건 맞지
└친목질 너무 심했자너
└시청자 몰아주기 씹적폐 ㅇㅈ
└근데 레전설은?
물론 레전설은 한없이 불쌍하다.
근데 관점에 따라 또 달라진다.
어차피 레전설은 반짝이잖아.
길어봤자 결국 한 달이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다시 떠나겠지.
장기적으로 보면 파프리카TV가 더 낫다.
─토이치TV 한국 진출이 예전 만큼 기대감이 일지는 않는 게
예전에는 화질도 개쩔고
스트리머에 대한 대우도 좋고
어쩌고저쩌고 많아서 비교도 하고 그랬는데
GOOTV 사례 이후로 그냥 결국은 파프리카TV 볼 것 같다는 그런 느낌
└ㅇㅇ……
└원래 한국은 나쁜놈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지
└볼 BJ도 없고, 방송 렉도 걸리고, 시스템 적응도 힘들고~
└굳이 감수하고 볼 만큼 재밌으면 또 모르겠는데
토이치TV의 한국 진출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정작 한국 커뮤니티의 여론이 좋지 않다.
앞선 실패 사례가 미친 영향이다.
차라리 GOOTV보다 먼저 진출했으면 또 몰랐을 텐데.
시기도 아쉽고, 뭔가 좀 메리트가 떨어진다.
그러한 가운데 기다리던 속보가 들려온다.
─(기사펌)'레전설' 토이치TV 개인 방송 예고
파프리카TV의 무분별한 제재 유감
토이치TV에서 개인 방송 이어나갈 것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견 밝혀
└플랫폼 옮기기로 했나 보네
└레전설 원래 토이치TV 소속이었으니까
└하, 이거 고민 되네
└일단 한 번 봐볼까……?
파프리카TV에서 원래 가장 시청자가 많던 BJ다.
재미도, 실력도 완벽한데 단점이 너무 치명적이다.
마치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 못생긴 애처럼.
방송 시간이 불규칙적이고 언제 또 접을지 몰라.
하지만 뭐 한다면야 당장은 볼 거 같아.
분명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이다.
─레전설 솔로랭크 방송만 해도 쩔긴 하지
실력적으로 비교를 불허하니까
그런데 그래봤자 결국 한계가 있을 거야
실제로 이것 또한 선례가 있다.
아주부TV라고 방송 플랫폼이 존재한다.
무려 테이커, 매일라이프 등 인기 프로게이머가 방송을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가 별로 많지 않다.
그나마도 프로게이머가 방송 안 하면 정전 수준이다.
파프리카TV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 진짜? 테이커가 아주부TV에서 방송한다고? 처음 알았네
└근데 알아도 결국은 안 보게 되더라
└아마 오픈하고 1~2주만 반짝 뜰 듯
└토이치TV는 영어 채팅이 많아서 불편해
제아무리 레전설이라고 한들.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
냉정한 분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막을 올린다.
토이치TV 한국 서버 증설 후 첫 번째 방송.
레전설의 방송을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
본래부터 방송을 했던 만큼 팔로워가 추가돼있다.
본래 주컨텐츠인 솔로랭크를 하려나?
여캠 탐방 그런 거는 토이치TV에서는 못할 텐데.
일어 오르던 의구심을 순식간에 잠식시키는 한 처자.
흥행의 보증 수표라 불리는 무자비한 컨텐츠가 진행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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