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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독점 체제 -->
GOO 엔터테이먼트.
파프리카TV의 삼대장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지대하던 BJ러너맨을 중심으로 인기BJ들의 뭉친 단체다.
그렇게 유별난 일까진 아니다.
연예인이 연예 기획사를 만든다.
JYP나 YG처럼 굉장히 흔한 케이스다.
이런 개념이 BJ에 똑같이 적용됐을 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질적인 활동이 별로 없다.
그냥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합동 방송 하는 정도다.
그렇기에 파프리카TV에서도 초기에는 신경 안 썼다.
친목질 좀 할 수도 있는 거지지.
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 예를 들어 소속되지 못한 BJ들의 소외감 등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개입을 최소로 하듯 파프리카TV도 BJ의 사생활에 개입하진 않는다.
문제는 머리가 크다 보니까 딴 생각을 해.
「파프리카TV 유명BJ 16명 활동 정지 처분……. "왜?"」
「ZE? GOO? BJ들이 모여 플랫폼을 만든다고?」
「인터넷 방송 플랫폼 독점 체제 무너지나. GOOTV 출범!」
BJ들끼리 모여서 인터넷 방송 플랫폼 만들겠다.
어, 그래? 그러면 우리 너희 받아줄 생각 없어 꺼져.
여기까지 보면 사건도 명료하고 대처도 심하긴 하지만 이해는 된다.
대형 식당에서 직원들이 모여서 우리 퇴사해서 다른 식당 낼 거야!
아니꼽게 본 사장이 일찌감치 해고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번 사건의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다.
─왜 가만히 있는 레전설한테 불똥 튀겼냐?
얘도 GOOTV인가 거기 들어감?
혹시 LCK팀 GOO Tigers 들어가는 건가?
└만약 그런 거면 대박 아님?
└글쎄, 구로 요즘 폼도 좋은데 굳이
└레전설 몸값 장난 아니라 감당이 되려나
└레전설은 들어보니까 토이치TV 때문이라던데?
아니, 가만히 있는 레전설은 왜 정지 시켜?
정지 처분을 받은 16명 중에 뜬금없이 포함돼있다.
시청자들이 뿔 나게 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누가 봐도 억울하잖아.
이에 파프리카TV에서 공문을 띄웠다.
지속적으로 타 플랫폼 관련 발언이 노출되는 게 확인됐다.
제2의 GOOTV 사태를 막기 위한 필연적인 조치다.
말하는 것 보면 그럴 듯하긴 해.
근데 그건 니들 필연이고.
└파프리카TV가 레전설 견제할 줄 알았다ㅋㅋㅋ
└응, 인기 BJ들 다 나갔어
└레전설 빼고 볼 것도 없었는데 잘됐네
└갑질하는 새끼들 이대로 확 망했으면 좋겠다!
일반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자기들이 좋아하던 BJ들이 대거 퇴출됐다.
이유가 옳던, 안 옳던 그게 무슨 상관이야?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퇴출된 BJ들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만큼 논란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그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표현.
─現사태에 대한 파프리카TV 남수길 대표 이사 입장 표명.REAL
직원 통해서 한 게 아니라 본인 피셜임
1. 경쟁 플랫폼은 민감한 문제다. 조속히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2. 파프리카TV 내부의 인재들을 빼내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강경한 대처라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3. 불상사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나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
4. 빈 자리의 공백을 채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이벤트를 개최할 예정. 당장은 멸망전을 준비하겠다.
5. 끝으로? 이번 사태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노력할 것.
└흠…… 사실 파프리카TV 잘못은 아니긴 하지
└나 같아도 직원이 살림 다 빼가려고 하면 빡칠 듯
└시청자 입장에서 이득이 된다면야ㅋㅋㅋ
└우리는 더 재밌는 쪽 보면 되는 거 아님?
파프리카TV도 나름 입장이 있었네.
이후 계획과 대처도 구체적이고 그럴 듯하네.
만약 말만 했으면 또 달랐겠지만 멸망전 이벤트 스케줄이 바로 발표가 됐다.
심지어 시청자들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BJ들에게도 혜택이 간다.
멸망전 성적에 따른 베스트BJ 우선권과 상단 노출 등의 홍보.
신입BJ들의 발굴로 BJ다양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역대 멸망전이 늘 대박이었던 만큼 관심이 생긴다.
퇴출된 BJ들도 어차피 GOOTV에서 방송한다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결국 레전설은 뭔 죄임?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걔는 전생이 아니라 현생에도 팔고, 별 거 다했지
└그건 맞아. 벌 받을 만해!
레전설은 잘못이 없긴 하다.
하지만 케이스가 너무 나빴다.
사태가 너무 크다 보니 휩쓸릴 만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강 건너 불구경만 하는 건 아니다.
─파프리카TV 말 안 듣는 BJ들 싹 다 처리해버리려는 거 같은데?
어차피 자기들이 독점이니까
꼬우면 니들이 딴 데서 방송하던가~
배 째라 식으로 갑질 운영한다고 나만 생각하나
└그걸 누가 몰라ㅋㅋㅋ
└근데 어쩔 수 없지. 파프리카TV 말고 방송 플랫폼이 없는데
└원래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거임ㅇㅇ
비판적인 시각도 당연히 나온다.
그것이 결정적인 파프리카TV 타도!
그런 운동이나 여론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이다.
파프리카TV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다.
어영부영 흐지부지 사건이 무마되길 바란다.
어차피 한국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독점이다.
「GooTV 오픈, 인터넷 방송 시장 변화 ‘기대’.」
「새로운 인터넷 방송 GOOTV, 5월 17일 그랜드 오픈!」
「GOOTV, 인터넷 방송계에 지각변동 일으킬 수 있을까?」
GOOTV가 출범으로 두고 보게 되긴 했다.
목 마른 사람들이 뭉쳐서 우물을 팠다.
그런데 그 우물이 과연 오아시스일까?
1~2주 가량 지나자 결과가 대략 보인다.
높았던 기대 만큼이나 실망 또한 크다.
파프리카TV보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GOOTV는 뭔가 손이 안 간다……
화질은 좋아
근데 방송도 너무 끊기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별풍선 대신 뽀뽀랑 맥주를 쏘는데 솔직히 좀 유치해
└익숙해지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글쓴이-아직까지는 글쎄……
└나도 그냥 보던 게 편하더라고
└BJ가 아니라 MC? 문제는 방송을 별로 안 함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새로이 만든다.
당연히 만만할 리가 없는 일이다.
시기상조. 부족했던 준비.
그 외 여러가지 이유가 겹치며 난항을 겪는다.
처음에는 활기 넘치던 MC들도 점점 이게 아닌가?
방송 할당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느낌이다.
녹화 방송으로 때우는 MC가 대부분일 정도.
결국 시청자들은 다시 파프리카TV에 몰리게 된다.
멸망전이라는 고유의 컨텐츠도 잘 진행되고 있다.
어느 쪽 우물이 오아시스였는지 자명해진다.
* * *
GOOTV에 소속된 열다섯의 BJ들.
한 명, 한 명이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인기BJ들이다.
그 전부가 빠져나가자 파프리카TV로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다.
영구정지 및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어찌 쓰고 싶었을까?
그럼에도 결단을 내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단 안 내리는 것보다는 나아.
"어휴, 이럴 줄 알았지. 방송이 얘들 장난인 줄 아나~."
"꼴 좋네요. 이번 사태 잘 풀리면 보너스 좀 나오려나요?"
한동안 긴장 상태였던 파프리카TV.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본사는 이내 풀어졌다.
GOOTV인지 뭔지 하는 꼬라지 보니까 알아서 자멸하겠네.
단순히 BJ가 아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 된다.
짊어진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적신호가 울린다.
"시청자 수도 겨우 100단위고, 별풍선은 거~의 안 터진다고 보는 게 맞겠네."
"베낄 거면 차라리 달풍선하지. 뽀뽀이니 맥주이니 꼴에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파프리카TV의 사원들은 GOOTV 씹는데 열을 올린다.
원래 남 망하는 구경 만큼 재밌는 게 없다!
쟤네가 망할수록 우리가 더 상승해.
일자리도 보존되고, 잘하면 보너스도 받을 수 있다.
지켜보던 일이 일사천리 잘 풀리자 마음이 놓인다.
김태형 본부장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GOOTV가 알아서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시간 부족이다.
자신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정지를 당하자 허겁지겁 바쁘게 출범했다.
안 그래도 시행 착오를 겪어야 하는 일이다.
서두르자 될 것도 안되고, 안될 건 그냥 안되고.
손을 안 대도 알아서 술술 무너지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사실 이는 반쯤 예견된 일이었다.
그도 그럴게 스파이가 한 명 있었다.
그 스파이는 현재 이번 사태의 특수를 제대로 맞고 있다.
〈형이 말했잖아……. 어딜 가든 좆목질 하는 새끼들이 문제라니까? 방송은 형처럼 뚝심 있게 혼자서 하는 거야. 그러면 시청자 행님들처럼 다~~~ 알아보는 분들이 모이거든.〉
-ㅇㅈ! 엔터테이먼트니 뭐니 꼴 보기 싫었음
-좆목질하는 애들 꺼지니까 너무 좋다ㅋㅋㅋㅋ
-러이갓 안 봤는데 시청자 많은 이유가 있네
-인생은 러이갓처럼! ZE리GOO연~
BJ러이갓.
파프리카TV의 삼대장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BJ다.
경쟁 상대로 불리던 러너맨이 사라지자 완전히 물 만난 물고기다.
방송만 켜면 2만 명의 시청자가 몰린다.
역대급의 성수기를 맞이하며 파프리카TV의 탑BJ가 됐다.
가장 시청자 수가 많던 레전설도 GOOTV와 함께 쓸려 나간 덕분이다.
〈하~ 채팅창에서 자꾸 몇몇 분들이 어그로 물타기 하는데 심정은 이해하지. 내가 레전설하고 형동생하는 사이인데.〉
레전설 방송의 시청자들도 러이갓의 방송으로 모인다.
멸망전 때부터 쭉 이어지던 인연.
둘의 친분이 없지 않아 있잖아?
그리고 방송 스타일도 비슷해.
〈하지만 이번 사태를 중립적인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어쩔 수 없었다. 진짜로~. 그리고 이건 개청자들 잘못도 있는 거야. 걔 방송 채팅창에 자꾸 토이치TV 언급되잖아.〉
-그건 맞지
-파프리카TV 입장에서는 겁나 거슬렸을 듯
-ㅇㅇ시기가 너무 안 좋았다
-레전설 평소 깝칠 때 언제 대가리 잘리나 했음ㅋㅋㅋ
시청자들의 입맛을 교묘히 맞춰준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특유의 말빨로 어린 시청자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번 BJ단체 퇴출 사건의 최대 수혜자.
러이갓은 명실상부 1위 BJ로 자리매김했다.
경쟁자가 사라진 만큼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파프리카TV측과의 협약이 있었다.
'레전설 퇴출도 잘 무마되고 있고 멸망전도 반응이 좋아.'
러이갓의 방송을 살피던 김태형 본부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 달 전 그가 뜬금없이 보내온 GOOTV 계약 서류.
이를 근거로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해왔다.
러너맨과 GOO 엔터테이먼트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창단하려고 한다.
이미 적지 않은 BJ들이 소속돼있고 자신까지 빼오려고 했다.
하지만! 파프리카TV와의 의리를 저버리기 힘들었다.
'이쪽에 남는 게 타당하다는 거지. 현명한 판단이야.'
직접 긴밀한 면담을 나눠 합의를 봤다.
쟤네를 다~ 퇴출이 되면 공백이 크지 않겠느냐?
멸망전을 열어서 흥행 스타로 자신을 밀어주면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최근 진행되는 멸망전.
멸망전 개최 사실을 알고 있던 러이갓은 미리 준비해두었다.
가성비 좋고, 잘하는 BJ들을 영입해서 승승장구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다.
-러이갓형 이번 멸망전 우승 믿어도 되지? 러모띠!
-말빨도, 실력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네
-역시 러이갓!
-봉주르~ 형 왔다 인사 박아라!
역대 멸망전 흥행이 늘 대박이긴 했다.
시청자 유입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레전설이 없으면 안되는 거 아니야?
김태형 본부장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창가로 이동했다.
한 모금 쭉 빨아 창문 밖으로 뱉었다.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덧없다.
인기 있는 BJ가 사라지면 사라진 대로 다시 모이기 마련이다.
빈 자리가 생기면 누군가가 반드시 메우게 돼있다.
그 대상이 레전설이라고 해도 특별히 다를 건 없다.
어차피 파프리카TV 말고는 시청자들도 달리 볼 데가 없잖아?
'신라면 없으면 진라면 먹게 돼있고, 진라면 없으면 너구리 먹게 돼있는 게 소비자거든.'
파프리카TV는 기업의 입장에서 쓰일 만한 새싹만 걸러내면 된다.
병이 들어 보이거나 잡초의 기질이 있으면 뽑아버린다.
아쉬워하거나 아까워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플랫폼 말을 안 듣는 놈들 쳐내야지. 러이갓은 말도 잘 듣고, 협조적이라서 아주 좋아.'
조금 쥐새끼처럼 눈치를 살피긴 하지만 오히려 그러는 편이 협력하기가 좋다.
저만 하면 파프리카TV의 스타BJ로 한동안은 문제가 없겠지.
담배를 태우고 자리에 돌아온 김태형은 그만 떨어뜨렸다.
재떨이 위치를 착각하리 만큼 믿을 수 없는 보고 서류가 올라와 있었기에.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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