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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퍼도 웃을까? -->
2014년의 롤드컵.
그 어마어마한 화제는 공중파로도 보도될 정도의 대성황이었다.
전세계적인 E-스포츠 축제가 열려서 한국팀과 해외팀이 맞붙었는데 한국 선수의 캐리로 해외가 우승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국뽕을 빨 만한 부분이네.
기자들이나 매스컴들에게 그럴 듯한 보도 거리였다.
그렇게 대외적으로 알려짐에 따라 망설이던 신규 유저들이 유입됐다.
이게 대세 게임이라고? 그럼 해야지.
원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게임 하나만 판다.
기존에 스타만 하던 골수 유저들과, RPG게임을 하던 유저들이 대거 몰리게 됐다.
그래서 궁금해.
─님들! 님들! 레전설 개쩌는 프로게이머 맞죠?
저 롤드컵 보고 완전 팬됨!
갓직히 그때는 잘 몰랐는데도 잘하더라고요~
롤 배우면 배울수록 개쩐다는 걸 알게 됨ㄷㄷㄷ
└개쩌는 건 맞긴 한데……
└정말 여러 의미로 개쩌는 건 맞지
└개같은 놈이긴 하지
└하, 설명하기 난감하다
그런 인간이 반년쯤 해외에 갔다가 돌아왔다.
국위선양한 프로게이머 취급을 받고 있다.
아는 사람들로서는 입이 근질근질하다.
최근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더더욱.
─레전설이라는 선수분 정말 대인배시네요
솔직히 크하하 사건……
저는 롤알못이라 뭔 일인지 잘 몰랐는데
인신공격이 심해서 기분이 좀 그랬거든요~
그런데 레전설 선수로 인해 줄어든 것 같다.
건설적인 비판만 남은 거 같아서 보기가 좋다.
프로게이머라는 입장에서 실천하는 게 어려운 부분인데 대단하다.
댓글을 쓰는 유저들로 하여금 뒷목에 손이 자연스레 올라가게 만든다.
└아니, 하……
└짜증나
└지능적 크빡이 아님?
└뭐지, 이 이루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좆같은 기분은?
이것이 레전설이 가진 기묘함이다.
줄타기를 참 잘해.
아는 사람들만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점점 팬심과, 뉴비들이 합쳐지며 괴이한 현상을 낳는다.
고로 창설하게 되었다.
꺼라위키 레전설 항목.
본래부터 없던 것은 아니다.
프로게이머들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선수도 다 올라가있다.
반쯤 공인이기 때문에 만들어둔다.
누가 하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꺼라위키 레전설 누가 작성했냐ㅋㅋㅋ
레전설 스토커인가?
존나 정확하네
└집단지성의 힘이지
└엣헴, 뉴비들은 반드시 참고하고 가도록!
└ㅋㅋ레전설 왕린 루트는 절대 안되자너~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 잘되는 꼴은 절대로 못 본다.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솔직히 좀 그렇긴 해.
수많은 사람들이 뭉쳐서 이루어냈다.
꺼라위키 레전설 항목.
그 진면목은 인성 논란 부항목에 있다.
놀랍도록 화려한 이력이 보는 이의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 * *
최근 들어 시청자 수가 상당히 많이 늘었다.
아니, 회복됐다는 표현이 옳다.
시청자 수가 많든 적든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닌데.
'많은 쪽이 방송 진행하기 즐겁긴 하지?'
적으면 왠지 내가 방송을 잘 못하고 있나?
그런 기분이 들어서 묘할 때가 있다.
그럴 때가 없어지면 텐션도 올라간다.
그러다 보면 간혹 말실수를 할 때도 생긴다.
"오, 크하하다. 핑크 와드 사야지! 핑크 와드 세 개 사두면 한타 때 장막 네 번 돌릴 수 있음 개꿀 아니냐?"
야흐오가 다 좋은데 장막 쿨이 너무 길어.
그런데 크하하 상대로는 네 번 돌릴 수 있다.
핑크 와드가 비싸긴 하지만 1회용 스킬이라고 생각하면 개꿀이지.
-미친 새끼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진짜로 드립 친다고?
-혼 모 노
-크하하 듣고서 차단 박음ㅋㅋㅋㅋ
솔로랭크 특성상 의도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천상계 유저 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다반사다.
상대가 크하하길래 전략적인 관점을 토로했다.
그런데 이걸 왜 차단을 박아!
내가 너무 궁금해서 한 번 봤다.
핑크 와드를 대체 뭐라고 해명했나.
"핑크 와드 성애자라고 지 입으로 말했잖아!"
첫사랑이라거나 에이핑크라고 했던 건 내 드립이다.
하지만 자기 입으로 핑와 성애자라고 한 건 100% 팩트지.
첫사랑을 닮은 건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타 때 핑크 와드 박으면 핑크 와드만 칠 거 아니야?
핑크 와드 성애자니까!
성적 취향은 존중해주는 편이기 때문에 난 이해한다.
"차단은 너무 에바참치 아니냐고."
-으악ㅋㅋㅋㅋㅋ
-핑와 성애자라고 말한 건 맞는데……
-이 새끼는 지금 저 말을 진지하게 하는 거임
-크하하가 E-스포츠 협회에 문의 돌리고 고소하겠대
왜 이렇게 민감해!
남자는 그날이 안 올 텐데?
'아니, 여자들은 그날에 민감해 하더라고.'
옛날에 춘자한테 그날에 장난 치다가 귀싸대기 졸라 세게 쳐맞고 한 3일 동안 왼쪽 귀가 멍멍했던 적이 있다.
트라우마야.
근데 남자끼리는 괜찮잖아.
약간 피해 의식 있는 거 같다.
"젠더 감수성이 풍부하지 못한 내 잘못인가? 나도 특수한 성적 취향을 가져야 이해할 수 있는 건가?"
-진짜 또라이 새끼……
-님 프로 맞나요?
-레전설이 레전설 했을 뿐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나름 이해심이 넓은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일부 왜곡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오해를 받고 있다.
다행히 고소라던지 E-스포츠 협회 문의 등은 일부 악질 시청자들의 어그로였다고 한다.
"하지만 차단은 진짜라는 거겠지."
-응, 진짜야
-차단 당할 짓을 하지 마
-정말 한결같은 쓰레기 모습 보기 좋네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평소 상황이었다면 차단까지는 안 갔겠지.
워낙 민감한 시국이다 보니 피해 의식이 생길 만도 하다.
"크하하님도 챌린저 1위 찍을 실력이 됐으면 간단하게 증명이 되셨을 텐데 안타깝네요. 피지컬은 알파고급인데 챌린저를 못 다셔서."
-또! 또!
-이걸 뼈를 때린다고?
-정말 못됐다. 이 나쁜 새끼!
-크하하 헬퍼라고 생각하는데 레전설은 그 이상으로 나쁨
대체 뭐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사람의 말을 곡해하여 해석하는 애들이 꼭 있어.
자기 입맛에 맞는 이상한 주석이나 붙이고 있고.
아무튼 게임은 이겼다.
핑크 와드를 활용한 다방향 장막.
그 꿈은 끝내 이루어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왜 핑크 와드를 안 치는 거지…… 좋아한다고 해서 두 개나 깔아줬는데."
-니 같으면 치겠냐?
-ㄹㅇ루다가 헬퍼 껐자너~
-대놓고 능욕을 해버리네.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
-알파고급 카이팅의 충돌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천상계, 그것도 극천상계 게임이다.
게임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다.
아군 정글과 짝짝궁이 잘 맞았다.
심지어 크하하가 솔킬까지 따였어.
아군 봇듀오가 의외로 선전을 했다.
알파고급 피지컬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도 깨지더라.
4인 다이브까지 치니 확실하게 게임이 터졌다.
그래도 나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봇듀오 입장에서 4인 다이브 솔직히 뭐 같잖아.
"그래서 핑크 와드로 마음을 달래라고……."
-이상 피고측 변론 마치겠습니다
-쓰 레 기
-헬퍼 정의구현 당해서 속 시원한 건 나 뿐임?
-ZE리GOO연~
안타깝게도 이제는 알파고급 피지컬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건지.
그게 멘탈적인 충격으로 연결될 건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만났길래 반가워서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쪽에서 자신의 성적 취향을 건드는 걸 달가워하지 않으므로 두 번은 안 한다.
'그런데 왜 갑자기 채팅창이 옛날스러워졌지?'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아닌 거 같다.
자꾸 도발을 서슴지 않는 시청자들이 많아.
뭐,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 비율이 날로날로 늘어난다.
"킹갓위키에 레전설 항목이 생겼다고? 원래 없었어?"
-있었지
-이번에 업데이트를 대규모로 파악!
-ㅋㅋ본인이 보면 웃기겠다
웃기겠으면 봐야지.
내가 이래 봬도 시청자의 말을 잘 들어줘.
는 개뿔이고 그냥 내가 너무 궁금해.
'대체 뭔 짓거리를 해놓은 거야?'
혹시 선량한 일반 유저들을 현혹시키는 나쁜 유언비어다.
그런 거라면 내가 세일러문 빙의해서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을 수가 있다.
『[10] LOL 선수 중 최초로 논란 항목이 따로 만들어진 문서가 되었다.』
조금 어색한 주석이 눈에 띈다.
뭐야, 이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 견 하 다
-클끼리도 논란 있지 않나?
-클끼리는 은퇴 타이밍을 잘 잡았지!
근데 이게 인기가 많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다른 선수들 중에도 논란 많은 사람 얼마나 많아.
솔직히 말해서 롤 프로 중에 논란이 없는 사람이 더 드물다.
'대표적으로 왕린만 해도 입이 근질근질해?'
하지만 뭐 상부상조 하자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같이 좋은 길 가야지.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이고.
앞으로 잘하는 게 중요하잖아.
야구 선수들이 심심하면 하는 말이다.
야구로 보답하겠다!
나도 프로게이머니까 게임으로 보답하면 안돼?
뻔뻔한 생각이긴 한데 원래 도둑은 제 발을 잘 저린다.
"제가 꺾일지 언정 굽히지 않는 심성을 가졌다는 사실이 조금은 후회가 되는 날이네요. 하지만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점 분명히 하겠습니다."
-추전설 레하다……
-와, 진짜 겁나 많네
-프로 데뷔 전 항목만 10개 넘어가는데?
-롤 판 의 자 랑!
좀 있네.
그만큼 뜻 깊은 인생을 보냈다.
하루하루를 낭비한 적이 없다.
자연스레 합리화가 진행된다.
"근데 불화 항목이 왜 이렇게 많냐? 클끼리, 왕린, 강민식…… 그냥 왕따라고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롤판 공 식 왕 따
-너무 불화하다 보니 불 그 자체가 되신 분!
아니, 뭐 틀리다고는 하지 않겠다.
물론 지금까지 서로 감정을 쌓아두고 그런 찌질한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그건 가해자의 심정이고 피해자 쪽은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나 레전설, 이해심이 깊은 남자야.
그런데 왜 여자까지 있냐고.
"유리야 학대……, 하비 성추행 의혹, 지인 달래가 언급한 레전설, 여성 비하, 여혐,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레전설, 완전 악의 축이네 악의 축."
-구구절절 옳은 말
-어떻게 단 하나도 틀린 항목이 없냐?
-ㅇㄱㄹㅇㅂㅂㅂㄱ
그냥 죽이지 그랬냐?
쓴 것만 보면 아주 살아있어서는 안될 쓰레기 같아.
솔직히 틀린 말은 없는데…… 못내 억울하네?
이렇게 자극적으로 과장하는 건 에바지.
그 외에도 매국노설.
나라 팔아먹은 이 시대의 이완용.
E-스포츠계의 을사조약 2014 롤드컵.
기타 등등 해서 아주 잡다하게 별 게 다 있다.
"악의 총본산이네 아주. 내가 마교의 우두머리였어. 그러면 니들은 마교 졸개냐?"
-존명!
-천마지존!
-캬, 묵향 재밌게 읽었는데
-살아있는 쓰레기가 되돌아셔서 요즘 재밌어요~
세상 정말 억울해서 살겠나.
내가 지금까지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얼마 헌신하고 노력하며 이바지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조금은 영향을 줬잖아.
'요즘 보니까 중국도 돈 엄청 쓰고 선수들 연봉도 기본적으로 다 올랐더만.'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킹갓위키는 개뿔이 꺼라위키지.
반년 만에 돌아온 김에 이미지 세탁.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보다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할 듯싶다.
'무슨 이미지 세탁이야…….'
사실 내가 그렇게 참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라 앞으로 사고를 안 칠 거라는 보장은 못하겠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적당히 줄타기 하면서 살래.
그러다 좆되면 달래 피라도 빨아 먹지 뭐.
천천히 하나하나 읽다가는 화병들 거 같다.
이거는 나중에 날 잡고 반야심경이라도 틀어 놓고 목탁을 치면서 봐야지.
대충 틀린 말은 없는데 과장과 약간의 허구가 섞인 내용들이 쓸데없이 많았다.
다른 건 그렇다 치겠지만.
『GOO 엔터테이먼트와 함께 타 플랫폼 홍보로 현재 파프리카TV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요상한 항목이 눈길을 잡아 끈다.
내가 언제 논란을 빚은 적이 있어?
의아하던 참에 갑자기 채팅창이 아이스 에이지가 되었다.
─채팅창을 얼렸습니다.
BJ와 매니저만 채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나는 얼린 적이 없다.
내 방 매니저도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다.
실수로 눌렀을 수도 있지만 그런 거라면 금방 풀 텐데.
─운영자 안내
안녕하세요. 레전설님 매니저 채팅창 확인 부탁드립니다.
파프리카TV의 운영자가 들이닥쳤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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